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115)
마존현세강림기-2115화(2114/2125)
마존현세강림기 85권 (25화)
5장 내어놓다 (5)
[그럼에도…….]TV로 보이는 강진호가 담담히 소 회를 풀어낸다.
[그 두려움에도 스스로 세상으로 나서려 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 이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멍한 얼굴로 강진호의 모습을 지 켜보고 있던 최연하가 제 눈가를 훔 쳤다.
이상하게 눈가가 시큰거린다.
‘진호 씨••••••
저건 강진호가 무인들을 대변해서 하는 말인 동시에 그가 세상에 풀어 내는 소회였다.
강진호가 그랬으니까.
굳이 세상과 어울리려 하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있던 사람이, 여러 사람과 만나며 결국에는 저 스 스로 세상으로 나아갔다.
‘그러니 내버려 두지 못한 거야.’
최연하는 안다. 강진호가 어째서 흑왕과 대립했는지, 어째서 그의 방 향이 옳다고 말하면서도 결국은 인 정하지 않았는지.
그를 따르는 이들조차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그 이유를 오히려 무인 이 아닌 최연하가 이해하고 있었다.
‘자기도 그랬으니까.’
강진호에게 있어서 혹왕의 말은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과 다르지 않 았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벽을 치 고, 그 안에서 거짓된 안온함을 느 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스스로 그 벽을 넘어 세상으로
나아간 강진호에게 흑왕의 방식은 결코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었 다. 그리고 그를 따르는 이들에게도 말하고 싶었겠지. 그 벽은 결국 무 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그렇기에 최연하는 지금 강진호가 아는 말에 아플 정도로 공감하고 있 었다.
[우리가 누리고자 하는 것은 결코 커다란 게 아닙니다.]
강진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맺 힌다.
[그저…… 걱정 없이 거리에 나서 고,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지는 않을
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세상 사 람들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아침에 카페에 앉아 남들처럼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그저 그런 소소하고 작은 일상일 뿐입니다.]
강진호가 작게 한숨을 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저희가 그러한 것들을 누리 지 못한 이유는 여러분의 탓이 아닙 니다. 그건 저희가 스스로 포기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지금에 와서야 잃지 말아야 한 것을 잃은 대가를 치르려 하고 있습니다.]그 담담한 목소리가 세상으로 퍼
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가가 그리 가볍지 않다는 것을 저희 역시 무척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여 러분께 이해를 구하려 합니다. 저희 가 원하는 것은 특권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권리를 나눠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편견 없는 눈 으로 저희가 여러분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다는 것만 이해해 주시면 감 사하겠습니다.]강진호가 화면을 향해 꾸벅 고개 를 숙인다.
“진호 씨……
강진호가 저리 낮은 자세로 말을 하는 건 처음 봤다.
그렇기에 최연하는 가슴이 아팠 다. 지금 강진호가 모두의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이유가 자신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무인들은 더 많은 것을 누려야 한다.
그건 그들이 대단하기 때문도, 강 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사람으로 서 살아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거꾸로 강진호는 그들의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을 일정이상 포 기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최연하를
한숨 짓게 만들었다.
“……이러면 안 되지.”
설사 안타까움은 어찌할 수 없다 해도, 그 선택이 옳았다고 칭찬은 해줄 수 없다 해도.
이건 강진호가 스스로 선택한 길 이다.
그러니 최연하도 강진호가 가려 하는 길을 제대로 지켜봐 줘야 한 다. 동정의 시선도, 연민의 시선도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의 눈으로.
그래야 그녀도 저 사람과 함께 걸어갈 수 있을 테니까.
“많은 이해 부탁드립니다.”
강진호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 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원래대로라면 할 이야기가 조금 남았지만…… 상황이 바뀐 만큼 그 도 방식을 조금 바꿔야 할 것 같다.
“이상입니다만……
그가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자신 의 앞에 모여 있는 기자들을 바라보 았다.
“이곳에 모인 기자님들께 질문을
받아볼까 합니다.”
기자라는 직업이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정말 사람들에게 다가가려 한다면 할 말 만 하고 빠지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말이 끝나기 가 무섭게 기자들이 여기저기서 손 을 들었다. 하지만 생각한 것보다 반응이 격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정제된 반응이 이 화 제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이곳에 모인 이들이 여전히 강진호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라
는 것을 깨달은 강진호가 씁쓸한 미 소를 지었다.
아무리 그가 진심으로 다가가려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무인들을 멀 게 느낀다. 그건 너무도 당연한 일 이지만, 그 당연함이 그의 속을 쓰 리게 만든다.
“그쪽 분.”
“데일리뷰의 최학선입니다. 그…… 기구장? 회주……
“강진호 씨로 하죠.”
“예, 강진호 씨. 말씀하신 바는 잘 들었습니다. 다만, 창설하신다는 기 구가 하는 역할이 조금 모호한 것
같은데요. 그 기구는 무인이라 불리 는 이들에 대한 체포와 처벌을 수행 하는 곳이 맞습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체포에 관한 부분은 확정이 되었 지만, 처벌은 별개입니다.”
“무슨 의미인지 다시 물어도 되겠 습니까?”
“무인이라 해도 국민의 일원일 뿐 입니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각국의 사법 체계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경찰이 무인을 추적하고 체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저 희가 경찰에 협조하는 것일 뿐, 체
포한 무인에 대한 처벌은 각국의 사 법 체계에 일임할 생각입니다.”
강진호가 한마디를 덧붙였다.
“물론 그 국가에서 처벌을 이쪽으 로 일임할 경우에는 저희 역시 거부 할 생각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무 인들의 처벌 체계는 일반적인 사법적 처벌보다 강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았다.
“그쪽 분.”
“BNC의 윌 스탠리입니다.”
“……통역이 필요하겠네요.”
준비된 통역은 없었지만, 다행히
다른 기자들이 즉석에서 통역을 해 주었다.
“말씀하신 기구가 설치되는 범위 는 전 세계입니까?”
“우선은 협의된 국가에서부터 설 치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현재 미국 와 중국, 한국, 일본, 그리고 유럽과 동남아시아가 적극적으로 기구 설치 를 원하고 있습니다.”
강진호가 작게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이 기구는 강제 사항이 아 니기에 무인들에 대한 문제를 자체 적으로 해결하기를 원하는 국가에는 설치되지 않을 예정입니다. 다만, 이
럴 경우에 타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기구가 설치되지 않은 국 가가 치외법권이 되어버릴 확률이 있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에서 국제 공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일보의 정재상입니다. 강진 호 씨, 그럼 한국에서는……
그 외에 몇 가지 질문이 오고 갔 고, 강진호는 그때마다 자신이 아는 바를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 몇 번의 질문이 오간 끝 에 마침내 강진호가 기다리던 질문 이 나왔다.
“LA 인사이더의 토니 브링엄입니 다.”
자리에서 일어난 벽안의 중년인이 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다 입을 열 었다.
“이 자리에서 드리기에는 조금 곤 란한 질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 도 확인이 필요할 것 같아 묻겠습니 다.”
“그러십시오.”
“강진호 씨, 권리란 의무를 동반 할 때 그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난 기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누 리고 있는 권리는 그들이 수많은 투 쟁을 통해 쟁취한 것이고, 또한 그 들의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며 얻어 낸 것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강 진호 씨가 말하는 무인이라는 이들 은 딱히 이 세상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없는 것 같군요.”
강진호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이기에 기본적으로 부 여되는 권리를 부정할 생각은 없습 니다. 하지만 자유와 권리는 희생을 바탕으로 얻어진다는 명제 역시 부
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측 면에서 보자면 지금 무인들이 얻고 자 하는 당연한 권리가 일반적인 이 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 역 시 사실이 아닙니까?”
강진호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 였다.
안전한 거리를 걸을 권리는 누구 에게나 존재한다. 아무리 잘 길들여 진 호랑이라고 한들 길에 풀어놓을 수 없는 이유는, 호랑이의 존재가 그들의 안전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강진호 씨가 주장하려고 하는 바 는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결
과만 놓고 보자면, 무인들은 자신들 끼리 내부 단속을 하는 대신에 지금 껏 사람들이 누려오던 것을 그대로 누리고 싶다는 폭력적인 주장을 하 고 있는 중입니다. 강진호 씨께서는 정말 이게 받아들여질 거라 생각하 십니까?”
강진호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지금 질문은 그가 생각하던 지금 상황의 한계를 정확하게 찔렀다.
아무리 그들이 온화한 얼굴로 다 가간들, 아무리 피해를 끼치지 않겠 다고 읍소한들, 무인이 존재하지 않 는 평화로운 삶을 누리던 이들에게
그 말이 먹힐 리가 없다.
무인은 그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에 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훈련 잘 된 커다란 개조차 두려워하는 사람 이 많아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데, 어떻게 무인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부분에 대해서 저도 깊은 고 민을 했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들었다. 순간적 으로 강진호와 가장 뒤쪽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이현수의 시선이 서 로 마주쳤다. 빤히 강진호를 바라보 던 이현수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
였다.
망설이지 말라는 듯이.
“우리가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서 는 무엇이 필요할까?”
강진호가 앞에 선 모두를 바라본 다. 그러고 나서 카메라를…… 아니, 카메라를 넘어 자신을 지켜보고 있 을 모두를 바라보았다.
“결론적으로는 딱히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말에 기자들이 웅성대기 시작 했다.
지금까지 강진호가 보여주던 태도 와 반대되는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실 이건 우리가 내놓은 게 없어 벌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인 문제 는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겁니다. 정확하게는 서로 다르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들이 요구하는 것은 잣대 다.
그리고 잣대라는 것은 애초에 서 로 다른 것을 비교하기 위해 존재하 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시작한다면 강진호와 무인들은 무슨 짓을 해도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
다른 것은 영원히 다를 뿐이니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합니 다. 서로 다르지 않아지면 됩니다.”
강진호가 깊게 숨을 내쉬고는 입 을 열었다.
이건 애초에 그가 하려 하던 일 이다. 그 때는 스스로도 자신이 무 엇을 하는 것인지 잘 몰랐지만, 이 제는 안다.
이건 그가 귀환자이기 때문에 알 수 있던 일이다.
무인이 아닌 삶을 살고, 무인으로 살았다. 그리고 스스로 무인임을 선 택하는 삶을 살았다. 그 세 번의 삶 이 강진호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
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중요한 것은 모두가 근본적으로 같아지는 겁니다. 설사 완벽히 같아 질 수는 없더라도 서로의 입장을 이 해하고 서로 닮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강진호가 카메라를 똑바로 보며 입을 열었다.
“제 직할하에 있는 한국무도총회 에 있는 모든 무학을 대외적으로 공 개하고, 무학을 익히지 않은 사람들 도 모두 무학을 익힐 기회를 드리겠 습니다. 그에 더 나아가 각국에 설 치된 기구를 중심으로 무학을 익히
지 않은 분들이 무학을 익힐 수 있 도록 돕는 역할까지 하겠습니다.”
속에 품은 모든 말을 내뱉은 강 진호가 그제야 속이 시원하다는 듯 빙긋 웃었다.
“모두가 무인인 세상이 된다면, 벽은 무의미해질 테니까요.”
기자회견장이 정적으로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