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118)
마존현세강림기-2118화(2117/2125)
마존현세강림기 86권 (3화)
1장 돌아오다 (3)
그리 대단하지 않은 발표였을지도 모른다.
강진호는 그저 평범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 도록 노력하겠다는 사실을 약속하 고, 무인들 역시 괴물이 아니라 새 롭게 다가올 세상을 두려워하는 평
범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선언 했을 뿐이니까.
하지만 그 영향은 생각 이상으로 거대했다.
핵심은 마지막 한마디. 무학을 평 범한 이들에게 개방하고, 그들이 무 학을 익힐 수 있도록 무인들이 직접 지원하겠다는 것.
그 말이 가진 파급력은 생각 이 상으로 거대했다.
사람들이 무인들을 두려워하는 이 유는 아주 간단하다. 그들이 평범한 이들은 가지지 못한 힘을 지니고 있 기 때문이다.
사람은 아주 작은 차이로도 벽을 나눈다. 과장을 조금 보태어 표현하 자면, 한 걸음에 건물을 뛰어넘고, 주먹질 한 번으로 건물을 부숴 대는 무인들은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인간의 탈을 쓴 외계인이나 다름없 다.
아무리 다르지 않다고 외쳐 봐야 그 말이 먹힐 리 없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과 다른 무언가를 가 진 존재를 동경하거나 경멸한다.
동경받는 자는 히어로가 되고, 경 멸당하는 자는 빌런이 된다. 근본적 으로 별다를 바 없는 히어로와 빌런
을 나누는 간단한 차이는 ‘저 힘을 가진 이가 나에게 해악을 끼칠 가능 성이 있느냐’뿐이다.
무인계의 모든 이들이 어떻게 해 야 자신들이 평범한 이들에게 해악 을 끼치지 않는 이들인지를 증명하 려 고민할 때, 강진호는 발상을 바 꿔 버렸다.
그건 어쩌면 강진호가 여전히 지 니고 있는 인간에 대한 불신에서 나 온 발상일지도 모른다. 총구를 겨누 고 절대 나는 사람을 쏘지 않을 거 라는 말을 믿게 만드느니, 모두가 공평하게 총을 함께 들어버리는 게
낫다는 것이다.
모두가 총을 가지게 된다면 총에 대한 공포는 옅어진다. 인간은 대응 할 수 없는 것에 공포를 느끼니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공포 의 대상이 아니라 활용할 수단이 되 어버린다.
이 간단한 발상의 전환이 평범한 이들에게 던져 준 파급력은 어마어 마했다.
혹자는 이 사태가 가져올 부작용 을 우려했다. 혹자는 모든 사람들이 무학을 익히게 된다면, 결국은 치안 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목
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기대했다, 그들에게 열릴 새로운 세 상과 그들이 받아들일 새로운 삶을.
그 거대한 파도 앞에 우려의 목 소리를 순식간에 묻혀 버렸다.
“특집.”
“무학이란 무엇인가.”
이현수가 TV에 나오는 특집 방송
을 보며 머리를 움켜잡았다. 어디서 섭외한 것인지도 모르는 무술도장 관장이 무학에 대한 진지한 분석을 늘어놓고, 방청객들은 연신 감탄사 를 터뜨리며 그 말을 듣고 있었다.
이현수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건 끔찍한 희극이다. 아니, 유쾌한 비극 일지도 모른다.
진지한 얼굴로 헛소리를 늘어놓는 이와 그 헛소리를 필터링 없이 받아 들이는 대중이라니, 이보다 더 지독 한 우화가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긍정적이군.”
“긍정적이네.”
강요와 같은 그 목소리에 이현수 도 결국 같은 말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긍정……적이네요.”
인정하기는 싫지만, 정말 지옥같이 싫지만,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어쨌거나 저런 방송이 TV에서 다 뤄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인들에 게는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더 이 상 무인을 배척해야 할 대상으로만 인식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의미니까.
저런 방송이 미디어에 노출되면 노출될수록 사람들은 무인이란 존재
를 더 이상 멀지 않은 가까운 존재, 친근한 존재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 다.
“확실히 방송국은 빠르군. 벌써 저런 걸 다 제작하고.”
바토르의 말에 이현수가 코웃음을 쳤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무슨 소리냐?”
“먹인 거죠.”
“ 뭘?”
이현수가 말없이 손을 들어 엄지 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그 손짓의 의미를 이해한 바토르
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네가?”
“아뇨. 이번에는 현주가 나선 모 양입니다. 자금적인 측면에서야 저 희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 MK에서 집행하는 게 모양새가 좋으니까요.”
“……어쩐지.”
바토르가 새삼스러운 얼굴로 TV 를 바라보았다. 강진호가 발표를 한 지 채 이틀도 지나지 않았는데 특집 방송이 나오는 게 기이할 정도로 빠 르다고 생각은 했다.
“아마 다른 나라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
고 있을 겁니다. 지시를 내려뒀거든 요.”
이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정정당당한 수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를 통한 여론전과 홍보는 필수적인 부 분이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쓰 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식의 방송일 줄은 몰랐지만.” 이현수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TV 화면을 바라보았다. 이왕 돈까지 먹 인 거면 좀 그럴싸한 방송을 만들어 야지, 저게 뭐란 말인가.
“여하튼 저희 쪽에서 밀어준 방송
이긴 하지만, 그 관심까지 조작한 건 아닙니다. 방청객 신청이 순식간 에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다행이로군.”
그때, 소파에 앉아 있던 방진훈이 심드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여하튼 늙은이들.”
“••••♦•뭐?”
“요새는 그런 데서 반응 안 옵니 다. 지금 반응이 터지고 있는 곳은 인방 쪽이죠.”
“ 인방?”
“인터넷 방송이요.”
바토르가 눈을 확 찌푸렸다.
“그게 의미가 있는 건가?”
“요새 애들은 TV 잘 안 봅니다, 인방 보지. 아무래도 젊은 애들이 여론을 선도하는 측면이 있잖습니 까. 지금 인방 렉카 놈들은 조회수 빨아먹겠다며 우리 애들 섭외하려고 눈이 뻘게져 있습니다. 심지어 어떻 게 알았는지 총회 전화번호 알아내 서 회주님 섭외 하겠다고 전화하는 놈도 있어요.”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는 말에 바토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
“회주님은 어림도 없고, 대신에
애들 보내준다고 했죠. 지금 말 잘 하고 성격 좋은 놈 위주로 선별해서 요청 오는 대로 투입해 주고 있습니 다.”
“그, 그래도 되나?”
“안 될 건 뭐 있습니까. 회주님이 TV에 나와서 ‘해치지 않아요’ 소리 나 해 대는 세상인데. 애들 몇 명 인방 좀 나온다고 뭐 큰 문제나 되 겠습니까?”
이현수가 감탄한 얼굴로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는 이쪽으로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이현수의 시선을 느낀 방진훈이 겸연쩍은 듯 헛기침을 해 댔다.
“크흠, 뭐, 회주님도 저렇게 다 걸고 열심히 하시는데…… 낯짝 안 판 놈이 뭐라도 해야지.”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뭔……. 내가 하나? 애들 이 하지.”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고 말을 이었다.
“그러게요. 방송 나가는 애들이 고생하겠네요. 쉽지 않을 텐데.”
“고생은 개뿔이.”
“••••••예?”
방진훈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 다.
“아니, 나도 나이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애새 끼들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니 까? 서로 나가겠다고 지들끼리 치고 받더라.”
“뭐라더라? 좋아하는 스트리머였 다나? 뭐? 구독을 했어?”
“내 살다 살다……
방진훈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총회의 무인들은 총괄하는 그도
세상의 변화에는 답이 없는 모양이 었다.
옆에서 묵묵히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장민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 다.
“사람이란 원래 억눌려 있다 보면 분출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법이 지. 지금까지 철저하게 미디어를 피 해 오던 이들이니 오죽하겠나.”
“알긴 아는데……
“한국에 들어오고 마교도들이 제 일 먼저 해본 게 환한 대로변을 걸 어보는 거였지.”
“……대로변이요?”
장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에서 마교가 배척받을 때는 그것도 쉽지 않았거든. 어설프게 밖 에 나섰다가 다른 무인들에게 걸리 기라도 하면 재미삼아 사냥당하기 일쑤였으니까.”
그 말에 다들 숙연해졌다.
과거, 마교가 처한 입장 때문이기 도 하지만, 자칫 잘못했다가는 그들 역시 같은 처지가 되었을 수도 있다 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 생각하니 이번에 강진호가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 새삼 실감이 난다. 그 짧은 연설 한
번으로 무인들에 대한 개념을 완전 히 바꾸어 놓지 않았는가.
“……난 사람은 난 사람이야.” 이사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지칭하는 말이 없어도 누구 에 대한 이야기인지 모를 수가 없었 다.
“ 여하튼.”
이현수가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물이 들어오긴 했습니다. 바깥 상황도 완전히 뒤흔들리고 있고, 어 쨌거나 저희 쪽에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되고 있잖습니까.”
“그렇지.”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 먼 길을 돌아와야 할 겁니다. 지금 제일 중 요한 건 회주님이 말한 것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외부에 확실 하게 어필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방 이사님.”
“ 오냐;
“애들 단속에 신경 좀 더 써주시 고요.”
“걱정하지 마. 사고 치는 새끼는 직접 껍데기를 벗겨서 인천 바다에 수장시켜 버릴 거라고 이야기해 뒀 으니까. 그리고……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그렇게 해버릴 거야.”
“……그렇게나요?”
“이게 장난인 줄 알아?”
방진훈이 콧김을 내뿜었다.
“원래 이런 일은 한두 놈의 일탈 때문에 다 조지는 거야. 한 놈이 사 고 쳐서 남은 무인들의 삶을 다 박 살 낼 수도 있는 건데, 그런 새끼는 백번 죽여도 모자라.”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여하튼 그 부분은 방 이사님 만 믿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이현수가 굳은 얼굴로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회주님이 말한 무학의 전수 역시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안 그래도 방법을 좀 고민해 봤 는데……
“예.”
“중앙 센터 같은 것 하나 차려서 사람들 모으면 상징성만 있지 효과 가 별로 없을 것 같더라고. 차라리 이리된 것, 제대로 해보는 건 어때?”
“제대로요?”
“그래.”
방진훈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총회 생활에 염증이 난 애들도 좀
있잖아. 바깥 세상에 대놓고 섞여보 고 싶어 하는 애들도 있고.”
“그렇죠.”
“그런 애들 지원해서 각 도시에다 가 태권도장 같은 걸 만들자고. 적 당히 관리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이현수가 멍한 눈으로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왜?”
“아, 아니, 이게 그렇게 쉽게 생 각할 문제가……
“어렵게 생각하니 문제지.”
방진훈이 어깨를 으쓱했다.
“회주님이 그랬잖아. 우리도 다를 것 없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가장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건 되레 우리 라고. 그 말을 믿어주길 바라면서도 우리 역시 은연중에 무인들은 사람 들과 섞이지 못할 거고, 섞어놓으면 사고 칠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 잖아.”
“나는 우리 애들이 그렇게 멍청한 새끼들이라고 생각 안 해. 막말로 저 새끼들이 성질이 좀 급할 뿐이 지, 그렇게 답도 없는 놈들은 아니
거든. 그러니까…… 믿어보자고, 이 실장.”
이현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건 안건으로 올리겠습니다. 논의해 보죠.”
“좋아.”
이사들을 한 번 돌아본 이현수가 피식 웃고 말았다.
“하나는 확실히 알겠네요.”
“ 뭘?”
“……정말 뭔가 바뀌고 있습니다. 그냥 우릴 이해해 주길 바라는 게 아니라 우리도 뭔가를 할 수 있게 되어가고 있네요.”
“그렇지.”
흐름이라는 건 한 번 뒤바뀌면 사람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다. 그 렇기에 흐름을 바꾸는 이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예?”
“회주님은 어디 가셨냐?”
“……글쎄요?”
이현수가 머리를 긁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