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122)
마존현세강림기-2122화(2121/2125)
마존현세강림기 86권 (7화)
1장 돌아오다 (7)
“왜요?”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뻔뻔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이현수 를 보며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 다.
‘세상 사람들은 알까?’
세상을 뒤흔들어 놓은, 어떤 의미 에서는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인 강 진호가 이런 취급을 받고 산다는 것 을 말이다.
밖에서 아무리 존중을 받고 두려 움의 대상이 되면 무엇 하는가, 당 장 바로 밑 직원 하나 통제가 안 되는데.
“최소한 말은 하고……
“아, 그게 제가 말씀드릴 상황이 아니었다니까요. 아시잖습니까, 이런 일은 타이밍과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걸.”
“ 알지••••••
“제가 설마 회주님한테 해가 되는 일을 했겠습니까? 다 회주님과 총회 를 위해서 하는 일 아닙니까?”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제가 총회에서 죽어라고 일해서 그동안 이득 본 게 뭐가 있습니까? 그 꼴 랑 쥐꼬리만 한 월급 받는 것 말고 뭘 챙겨 주신 적은 있으십니까?”
“쥐꼬리는 아니……
“아이고, 제가 지금 다른 데서 일 하면 연봉이 십억은 될 겁니다. 못 할 것 같아요?”
“하겠지……
“그런데도 박봉 받고, 딴 주머니 하나 안 차고, 개미처럼 일하고 있 는데! 그러면서도 불만 한 번 내비 친 적이 없는데, 그거 하나 선처리 했다고 이러시면 제가 너무 섭섭합 니다, 회주님.”
“……미안하다.”
“다음부터는 주의해 주십시오. 제 가 워낙 회주님을 존중하고 존경하 니까 이래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 어가는 거지, 여기가 다른 회사였으 면 사표부터 바로 던졌습니다.”
“……그래, 미안하다.”
“아시면 됐습니다. 사람이 뭐 그 럴 수도 있죠.”
강진호가 눈을 질끈 감았다.
세상이 그에게 주는 무게까지는 어떻게든 버텨보겠는데, 이놈이 깐 죽대는 건 정말 참는 게 쉽지 않았 다.
“그리고 뭐…… 아시다시피 그리 나쁜 건 아니잖습니까?”
“위험하지.”
“애초에 회주님이 위험을 감수하 지 않는 분도 아니고.”
이현수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 제 생각으로는 아무런 보 험도 들어놓지 않는 게 더 위험한 것 같은데요. 안 그렇습니까?”
강진호도 이 말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사실 어떤 상황이든 보험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쪽이 낫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몰렸을 때라면 쓸 수 있 는 패가 하나라도 더 많은 쪽이 훨 씬 좋으니까.
“ 다만♦•••••
“예?”
“적극적으로 쓸 생각은 없다. 이
건 확실하게 기억해 둬.”
“아이고, 회주님. 대체 저를 뭐라 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미친놈?”
“……가감 없는 평가 감사드립니다.” 고개를 내저은 이현수가 말을 이 었다.
“뭐 걔들 써서 제가 세계 정복이 라도 하자고 그러겠습니까? 저도 이 제 그런 건 신물이 나는 사람입니 다. 회주님이야 전쟁이 일어나면 싫 다 싫다 하면서도 내심 좋아서 날뛰 는 사람이지만, 저는 그런 야만인이 아니…… 거, 주먹 쥐지 마시고.”
“저는 그냥 소시민이란 말입니다. 저는 전쟁이 벌어졌을 때는 별 쓸모 가 없습니다. 서로 꿍꿍이를 가지고 공작질을 할 때 제일 쓸모가 많은 사람이죠.”
“쓸모가 많은 게 아니라, 네가 재 미있는 거겠지.”
“그것도 부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만.”
이현수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 사실 저도 젊다고 할 나이 는 지났잖습니까? 사람 같지도 않은
괴물들이 서로 죽이겠다고 날뛰는 전장에 휩쓸리는 것도 이제 못할 짓 이죠.”
“하긴.”
“그리고……
이현수가 혀를 차댔다.
“회주님이 생각하는 사태가 벌어 지면 어디 무인 놈들만 날뛰겠습니 까? 이제는 반대쪽에서 총알이 날아 들 텐데. 아시다시피 저는 고수가 휘두르는 칼질보다 눈먼 총알이 더 무서운 사람입니다. 서로 총 쏴대는 전장에서 저 같은 건 5분도 버티지 못하고 뒈진다고요.”
일리가 있다는 듯 강진호가 고개 를 끄덕였다.
세상 모든 것은 상대적이니까. 강 진호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그 작은 총알이, 이현수에게는 강진 호의 분노보다 더 무서울 수도 있 다.
“이건 전쟁을 벌이려고 하는 일이 아닙니다. 거꾸로 전쟁을 막기 위해 서 하는 일이죠. 회주님께서 원하시 는 것도 그쪽 아닙니까?”
“그래.”
“그럼 되레 칭찬은 못해주실망정.”
“방법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
다.”
“그럼요?”
“인간이 틀렸다고 생각할 뿐이지.”
이현수가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여하튼 생각하시는 그런 건 아니 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정말 보험이니까요. 말 그대로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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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입니다. 지금이야 모든 게 잘 풀리고 있지 만, 언젠가는 우리의 쓸모가 다 했 다고 여길지도 모르죠. 물론 회주님
께서 지금 해 나가시는 방향도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이현수가 조금 진지한 얼굴로 강 진호를 바라보았다.
“전략을 하나만 수립하는 건 안전 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잊어버리십시오. 쓸데가 오지 않는 다면 그걸로 좋은, 그런 패니까요.”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다.”
“……생각보다 쉽게 납득하시네요.”
“한 사람이 머리를 짜내는 것보다 는 여러 사람이 나을 테니까. 그리 고……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여기까지 흘러온 것은 사실 내가 억지를 부려 댄 것도 있으니 까.”
“아시네요……. 아시네요, 회주님.” 이현수가 ‘세상에 댁이 그런 걸 이해하는 날이 오는 걸 내 눈으로 보게 될 줄이야. 나는 지금 너무 감 격스러워서 기절하기 일보직전이다’ 라는 감정을 얼굴에 한껏 담아냈다.
괜히 짜증이 난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버렸다.
“다른 것들은?”
“거의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제…… 네, 이제 끝났죠.”
“ 벌써?”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딱히 새로 할 건 없습니다. 겉으 로 보기에는 새로운 기구의 창설이 고,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있던 사람들이 그냥 이름만 바꾸는 거니까요.”
“유럽의 각국들은 나이트들이 자 기 나라의 통제를 맡을 겁니다. 그
리고 중국은 이미 홍왕계 새끼들이 평정했을 때, 통치 노선을 짜놨더라 고요. 되레 우리가 그런 준비는 제 일 부족합니다. 하지만 뭐, 그건 지 금 방 이사님이 열심히 하고 계시니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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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과거에는 음지에 묻힌 일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뿐입니다. 적당 한 건물 찾아서 적당히 입주하고, 적당한 직함 만들어서 적당히 있는 체하는.”
“그게 제일 어려운 거지.”
“네, 그렇죠.”
이현수가 동의한다는 둣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건 마음의 문제이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일은 아닙 니다. 게다가 이미 각국의 협조를 받아낸 상황이라 더 수월하죠. 원탁 과 홍왕계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국가들은 당장 지부를 설치하기 어 렵겠지만, 뭐, 그건 천천히 해 나가 면 될 일이고.”
“그런 것치고는 오래 걸렸군.”
“목줄 때문에요.”
“ 목줄?”
“예.”
이현수가 진지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말씀드렸다시피 사람은 믿을 만 한 것들이 못 됩니다. 지금 당장은 회주님이 무서워서 숨죽이고 있지 만, 회주님이 평화 노선으로 나가기 로 결심했다는 게 확고해지면 어떻 게 나올지 모르죠.”
“회주님도 이제는 대놓고 사람을 죽여 댈 수는 없게 되었으니, 그걸 빌미로 반발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 에 따른 안전장치를 좀 마련하느라 시간이 걸렸죠.”
“무슨 안전장치?”
“……알고 싶으십니까?”
음산한 이현수의 얼굴을 본 강진 호가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모르는 게 낫겠네.”
“에이, 들어보시면 재미있으실 건 데.”
“……안 들을래.”
이건 안 듣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확신한다.
이현수가 아쉽다는 둣 입맛을 다 시고는 말을 이었다.
“여하튼 몇가지 장치를 해둔다고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제는 다 끝 났습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선언하 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남은 건 그 저……
이현수의 시선이 강진호에게로 향 한다.
“회주님이 신호를 주시는 것뿐이 겠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호만 주십 시오. 그럼 운영은 제가 완벽하게 하겠습니다.”
이현수가 자신만만한 얼굴을 한 다.
그 얼굴을 보고 있으니 괜히 헛 웃음이 홀러나왔다.
“그런데……
“ 예?”
“억울하지는 않아?”
“뭐가요?”
강진호가 이현수를 빤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방향을 내가 잡는다고 해도 실무 는 이 실장이 하는 거잖아. 그런데 실질적으로 이 실장이 얻는 건 많이 없을 텐데.”
“연봉 올려주시게요?”
“……올려줄게.”
“이야, 우리 회주님도 사회인 다 되셨네. 이 동생은 기쁩니다.”
“……맞을려고.”
이현수가 낄낄대며 웃어 댔다.
“회주님이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한국에서는 유비보다 제갈량이 인기 가 좋습니다.”
“••••♦•그래?”
“실무를 하는 게 뭐가 문젭니까. 그 실무를 할 수 있는 것도 저 한 테는 기회죠. 제가 회주님 밑에 없 었으면 이런 일을 해볼 수나 있었겠 습니까? 영남회에서 마약 거래나 하 고 있었겠죠.”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아니. 생각보다 더 나쁜 놈이었 구나 싶어서.”
“그게 회주님이 하실 말씀입니까?”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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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가 혀를 차고는 입을 열었 다.
“여하튼 회주님 덕분에 주제에 안 맞는 일을 하게 됐는데, 불만이 어 디 있겠습니까. 되레 감사하죠.”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고.”
“대신에 후대의 평가는 제가 가져 갈 겁니다. 나중에 지켜보시면 역사
힙스터들이 사실 강진호는 한 게 아 무것도 없고, 그 체제는 이현수가 다 만들었다고 떠들고 다닐 게 분명 합니다. 그때 가서 억울해하지나 마 십시오.”
강진호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 평가 다 가져가라.”
“어이쿠, 쿨하신 척.”
“대신 연봉 인상은 없다.”
“예?”
“이왕 인상 좋게 남길 거면 박봉 에 시달리면서도 열정 하나로 버텼 다는 인상도 가져가야지. 내가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그거랑 이건 경우가 다르죠, 회 주님! 회주님? 아니, 이 양반아! 어 디 가시냐고, 회주님!”
반쯤은 욕을 섞어 소리쳐 대는 이현수를 두고 강진호가 회주실을 빠져나왔다.
쿡쿡 웃어 댄 강진호가 어깨를 쫙 폈다.
‘주제에 안 맞는 일이라…… 주제에 안 맞는 일을 하고 있는 건 이현수가 아니라 자신이겠지.
하지만 강진호는 해낼 수 있다. 이현수가 강진호 덕분에 이런 일 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강
진호도 이현수가 있기에, 그리고 다 른 모두가 있기에 이 길을 걸을 수 있다.
혼자서 부족하다면 같이하면 된다.
그 간단한 이치를 깨닫는 게 참 오래도 걸렸다.
강진호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낡은 총회 건물의 복도를 바라보았다.
그 길이 언젠가 그가 걸은 마교 의 회랑, 그리고 그가 다닌 학교의 복도, 그리고 이제 그가 걸어야 할 길과 겹쳐진다.
길이란 이어지는 것.
그리고 이어 나가는 것.
“아니, 잠시만요! 어딜 그렇게 혼 자 가십니까!”
그의 뒤를 쫓아오는 이현수의 목 소리를 들으며 강진호가 웃음을 터 뜨렸다.
그리고 이 길을…….
그는 이제 다른 이들과 함께 걸 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