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15)
마존현세강림기-215화(215/2125)
마존현세강림기 9권 (16화)
4장 추적하다 (1)
“조금만 기다려. 눈이 없는 곳으로 갈테니까.”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이성휘는 태연했다.
적어도 겉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이현주의 눈은 이성휘의 몸이 미세 하게 떨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 긴장했구나.’
방심이라 변명하고 자존심을 내세 우기는 했지만 이성휘는 바보가 아니었다. 지금부터 그가 상대해야 할 사람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 정도의 바보라면 할아버지의 제자가 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조규민은 앞 뒤에서 느껴지는 압 력에 죽을 맛이었다.
‘내가 여기 왜 껴가지고는.’
가라고 하는데 굳이 남겠다고 고 집을 부린 것은 자신이었다. 언제나 고생을 사서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
만 뭐 어쩌겠는가.
그도 남잔데 이런 이벤트를 놓칠 수는 없었다.
더구나 그게 강진호가 엮인 일이 라면 그의 눈으로 지켜봐야할의무가 있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은의무이지만 조규민은 그게 강진호를 옆에서 보필하는 그가 당연히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했다.
찰칵.
보조석의 창문이 내려가더니 강진호가 담배를 빼어 물었다.
그걸 보고 이성휘가 비웃음을 홀 렸다.
“무인이 담배를 피다니, 기본 자 세가 안 되어 있군.”
강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 만 기본 전제 자체가 잘못되어 있었다.
이제 곧 이성휘도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국도를 타고 인적이 드문 곳까지 향한 차가 꼬불한 산길을 타고 올랐다. 적당한 곳에 차를 댄 조규민이 입을 열었다.
“내리시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내렸다. 이성휘도 기다렸다는 듯이 차에서 뛰다싶이 내려섰다.
“시작하면 되나? 여기서?”
조규민이 대신 대답을 했다.
“저 쪽으로 들어가면 지나가는 차가 있어도 잘 보이지 않을 겁니다.”
이성휘는 순순히 조규민이가르킨 곳으로 이동했다. 수풀 안으로 들어가니 널찍한 공터가 나왔다.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아내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아저씨 능력있으시네요?”
“그 쪽이 더 나이들어 보이는데.”
아무래도 아저씨라는 단어가 거슬 린 모양이다. 조규민의 말에 이성휘가 눈살을 찌푸렸다.
“저 이제 서른이거든요.”
“저도 비슷합니다.”
“……겉늙으셨네.”
우득.
조규민이 이를 꽉 물고는 고개를 돌려 강렬한 시선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저 건방진 놈을 꼭 박살을 내달라는 청원이었다.
“물러나 계세요.”
“ 예.”
강진호의 말대로 조규민은 뒤쪽으
로 멀찍이 물러났다. 이미 강진호가 싸우는 걸 몇 번이나 봤다. 일반인 이 주변에 있다가 휘말리면 무슨 꼴 이 날지 모른다.
‘그리고 저쪽도 마찬가지겠지.’
조규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강진호는 열쇠 같은 사람이었다.
강진호와 만나지 않았을 때, 조규 민은 수십년을 살면서도 단 한번도 이런 세계가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강진호가 전역을 한 순간부터 세상이 달라지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숨겨져 있는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어디까지 통할까?’
그에게 강진호는 슈퍼맨 같은 사람이 었다.
하지만 그건 어떠면 조규민이 보 통 사람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 금 조규민은 들썩이는 마음을 억누 르려 애를 써야 했다. 저 세상에서 강진호는 어떤 위치일까?
그 것을 지금 이 두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아까는 조금 방심했다. 내가 그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면 너 피
똥 쌀 거다.”
조금은 상스러운도발이었다.
강진호는가만히 이성휘를 바라보 다가 입을 열었다.
“말이 나오는 모양이군.”
“뚫린 입인데 말을 못할 건 또 뭐 냐‘?”
강진호는 웃었다.
살짝 벌려진 입술 사이로 드러난 새하얀 이를 본 이성휘가 자신도 모 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천천히 하지만 확연하게.
강진호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었다.
‘뭐지?’
이미 한번 일면식이 있는 사이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강진호와 주 먹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그 때 본 강진호와 지금의 강진호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지껄일 수 있을 때 지껄여 두는게 좋아.”
저벅.
강진호가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고 한 걸음 이성휘를 향해 다가왔다.
“이제 지껄일 수 없게 될 테니 까.”
어찌보면 뻔한 협박이다.
싸우기 전에 이런 협박을 날리는 이들은 수도 없었다. 이성휘가 본 사람만 해도 백은 넘을 것이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이건 협박이 아니다.
상대를 위축시키기 위한데몬스트 레이션이 아니다. 뉴스 앵커가 일어 난 사고를 전하듯 당연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마치 예언처럼 강진호는 담담히 말하고 있었다.
‘……보통 놈이 아니야.’
방심은 옛저녁에 버렸다. 지금 그가 경박스런 말투를 유지하는 것은 긴장하지 않기 위한 방편이지 상대를 무시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아무리 방심했다고는 하나 그의 일권은 일반인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스승은 권호. 그 역시 권을 배운 사람이다. 대충 뻗은 손길에도 무학의 이치가 녹아 있다. 그런데 강진호는 그 손을 너무 나도 쉽게 피해내고 그를 제압했다.
조금 전 기습을 당했을 때도 그는 강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사람이 바뀐 것처럼 냉랭한 기도를 뿜어내고 있는 지금의 강진호는 아까의 강진호와 얼마나 다를 것인가.
“ 후우.”
이성휘는 심호홉을 했다.
‘생각하지 마라.’
상대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고 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상대의 페이스에 휘말린 것이나 다름 없 었다. 지금은 그가가진 것을 제대 로 발휘해야 할 시간이다.
그의 스승이 말했듯이 그가가진 것을 모두 풀어낼 수 있다면 상대가
누구든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너 귀환자냐?”
강진호는 대답없이 이성휘를 바라 보았다.
“맞는 모양이군.”
이성휘가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나이에 안 맞는 실력이 그럼 설 명되지. 그런데 어쩌지? 나는 귀환 자라는 놈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 든. 음침하고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놈들이라.”
이성휘가 손을 흔들어 풀었다. 투 둑 거리는 뼛소리가 조용한 산으로
퍼져나간다.
“인간은 발전하는 존재란 말이야. 너희 귀환자라는 놈들이 과거에 무 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틀에 박혀버린 과거에 사는 놈들이 현대를 이길 수 있을리 없지. 내가 현대의 무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 주지.”
강진호가가만히 입을 열었다.
“다 지껄였으면 덤벼.”
“네가 누구든 내가 누구든 그런 건 상관없어. 그러니까 그만 주절거 리고 덤벼.”
“이 새끼가!”
이성휘가 주먹을 움켜쥐더니 강진호를 향해 달려들었다.도발에 당해 서?
아니다.
아까부터 강진호에게 짓눌리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짓눌림이 강해졌다. 이 대로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제대로 손을 뻗어보지도 못할 것이라 생각 했기 때문이다.
이성휘의 오른 주먹이 쏘아진 활 처럼 허공을 갈랐다.
아무런 페이크도 없는 단순한 일
권.
하지만 빠르고 강했다.
굳이 테크닉을 섞을 필요가 없다. 눈이 움직임을 쫓지 못할 정도로 빠 르니까. 주먹을 뻗는 이성휘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피한다.
피할 것이다.
이성휘는 오만하지 않았다. 아까 부여준 강진호의 실력이라면 분명히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관 없다. 이 주먹을 피하는 순간에 대 한 대처는 수십가지가 있다.
정통 무학을 수련한 이의 깊은……
퍼억!
“……뭐, 뭐야?”
이성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피할 것이라 생각했던 일 권이었는데 강진호가 멀뚱히 서서 이성휘의 일권을 그대로 얻어맞은 것이다. 얼굴 한 중간을 그대로가 격당한 강진호가 마치 실끊어진 연 처럼 허공으로 붕 날더니 구석에 그 대로 처박혔다.
‘주, 죽었나?’
이성휘가 당황하여 강진호를 바라 보았다.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일반인과는 권을 겨루지 않는다. 숙련된 무인들의 싸움에서 이 런 정타는 잘 나지 않는다. 내공 없 이 근육만을 단련한 복서의 주먹도 제대로 들어가면 인간의 두개골을 쪼개 놓는다. 그런데 내공을 잔뜩 싫은 이성휘의 주먹이야 어떻겠는가?
웬만한 무인도 방금처럼 이성휘의 주먹에 안면을 정통으로가격당한다 면 즉사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성휘의 머릿 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오고갔다.
허세 였나?
아니면 무인급이 아닌가?
그럼 아까 그건 무엇이었지?
이성휘의 혼란을 해결해준 것은 강진호였다.
바닥에 쓰러졌던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상체를 일으켜 세운 강진호를 본 이성휘는 아까 이상으로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 일어난다고?’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강진호를 보며 이성휘는 귀신이라도 본 듯 파랗게 질릴 수 밖에 없었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설사 그의 스승이라고 하더라도 이성휘의 전력을 다한 일권에 정통으로 맞는다면 저리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지는 못 할 것이다.
숙련된 저격수라고 해서 총을 맞 아도 아무렇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어, 어떻게?”
“퉤!”
강진호가 바닥에 침을 뱉었다. 터 져나온 피가 입안에서 비릿하게 감 돈다. 손을 들어 입가를 쓱 문지른 강진호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
다.
“신경 쓸 것 없어.”
저벅. 저벅.
강진호가 이성휘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좀 진정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쌓인게 많았던 모양이야. 이제 정 신이 들었어.”
이성휘는 강진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 인가.
강진호의 말이 무엇을의미하는지를 안 것은 그가 아니라 뒤의 두사람이었다. 이현주는 하얗게 핏기가
가신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보았다.
이성휘가 강진호에게 달려든 순간 강진호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말이다.
분노나 증오, 적개심.
그런 것이 아니다.
그녀가 본 강진호의 표정은 인내 였다. 먹음직한 먹잇감을 눈 앞에 두고 흘러내리는 침을 주체하지 못 하는 짐승이 먹잇감을 물어 뜯는 것을 참는 듯한 그런 인내.
직감적으로 이현주는 알 수 있었다.
‘죽이려고 했어.’
만약 강진호가 저 순간 움찔거리는 자신의 손을 참아내지 못했다면 지금 이성휘는 어떻게 되었을까?
‘말려야 해.’
이현주는 깨달았다. 이건 승부가 아니다.
적어도 강진호는 이 상황을 싸움 이나 승부로 보고 있지 않았다. 그 렇다면 이 상황을 뭐라 불러야 할까?
“으아아아아아!”
이성휘가 반쯤 이성을 잃은 얼굴 로 강진호에게 달려들었다.
강진호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이성휘를 보며 얕게 웃었다. 그의 눈에 공포에 질린 이성휘의 눈동자가 똑똑히 들어온다.
그렇게 떨 것 없어.
강진호의 우수가 슬쩍 들리더니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드는 이성 휘의 주먹을 기묘하게 잡아챈다.
그리고는.
우드드드득!
듣기만 해도 모골이 선연해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이성휘의 팔이 뒤쪽으로 완전히 꺾여 나간다.
“아아아악!”
고통을 참지 못한 이성휘가 한 팔 이 기이하게 뒤틀린 채, 강진호의 손에 잡혀 비명을 질러댄다.
“……죽이지는 않을거니까 말이야.”
강진호와 눈이 마주친 이성휘의 눈에 주체할 수 없는 공포가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