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18)
마존현세강림기-218화(218/2125)
마존현세강림기 9권 (19화)
4장 추적하다 (4)
“뭐 드실 거냐고 물었습니다만.”
“아……
이현주는 허벅지를 꽉 움켜쥐었다. 별 대단한 말도 아닌데 왜 이리 당황스럽단 말인가.
‘그, 그럴 수밖에!’
이현주에 머릿속에 있는 강진호의
이미지는 저런 말을 건넬 사람이 아니니까.
‘죽고 싶냐’든가, 아니면 ‘당장 그 자료를 내놓지 않으면 네 목을 따서 술잔으로 쓰겠다’ 같은 대사가 강진호에게 더 어울릴 것이다. 이렇게 평범하게 마실게 뭔지를 묻는 것은 강진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갭이 너무 심하다고!
“안 드세요?”
“……커피요.”
“어떤 커피?”
“마, 마끼아또요.”
이현주는 이런 순간까지 마끼아또
를 외치고 있는 자신을 저주했다. 그냥 아무거나 처먹으면 되지, 뭘 또 고르고 있다는 말인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 에서 일어났다.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본 이현주가 움찔했다.
“왜, 왜?”
강진호가 조금은 멍한 표정으로 이현주를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주문하러 갑니다.”
“아……”
그녀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달아올 랐다.
강진호가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 겠다는 얼굴로 자리를 뜨자 이현주가 얼굴을 감쌌다.
‘좀 진정하라고.’
왜 이렇게 안절부절못하게 되는지 알 수 없었다. 강진호가 보여준 갭도 갭이지만, 그녀가 더욱 오버해서 당황하는 느낌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그녀가 화 장실로 달려 들어갔다.
차가운 물로 손을 씻자 마음이 좀 진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찬물로 몇 번 세수를 하고 나자 달아오른 얼굴도 평소대로 돌아왔다.
‘진정해.’
거울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화장 좀 할 걸 그랬나?’
너무 밍밍한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줄 알았으…….
“뭘 이럴 줄 알아!”
이현주가 소리를 빽! 지르고 말았다.
미쳤나 보다.
강진호라는도무지 예상할 수 없는 인간을 마주하다 보니, 그녀도 머리가 반쯤 돌아버린 것 같았다. 몇 번이고 심호흡을 해 마음을 진정
시킨 그녀가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강진호는 이미 커피를 받아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현주는 그런 강진호를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저벅저벅 걸어가 그의 반대편에 앉았다.
“여기, 원하신 자료예요.”
테이블 한쪽에 쌓아둔 자료를 강진호 쪽으로 쭉 민다. 하지만 강진호는 자료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말했다.
“저런 건 필요 없습니다.”
“ 네‘?”
자료를가져오라더니?
“서면으로 보는 자료로는 그런 놈을 알 수 없죠. 제가 듣고 싶은 것은 놈을 잡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좀 안일한 말일지도 모르겠 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외도가 노리 고 있는 건 그쪽 같은데요. 기다리 고 계시면 외도가 알아서 그쪽을 찾 아오지 않을까요?”
강진호는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 아가만히 이현주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받은 이현주는 자신의 잘못이 무언지도 모르고 고개를 숙 였다. 언뜻 책망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미 두 사람이 살해당했습니다.가만히 내버려 두면 희생자가 몇 명으로 늘 어날지 모르죠. 경찰이 잡을 수 없는 상대라면, 그쪽들이라도 나서서 해결을 해야 하는 일 아닙니까?”
“……원래는 그래요. 하지만 요즘 저희도 상황이 여의치가 않아서.”
강진호의 눈이 좀 더가늘어졌다.
그 눈이 ‘쓸모없는 것들’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이현주의 어깨가 좀 더 좁아졌다.
“생각을 좀 더 넓혀보자면, 저 때
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 이대로 좌시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희생자를 늘릴 생각도 없 구요. 한시라도 빨리 그놈을 잡아야 겠어요. 내가 묻고 있는 것은 그 방 법입니다.”
“아……”
강진호의의도를 이해한 이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매우 큰 위화감을 느 꼈다.
너무 정상적이다.
적어도 ‘내 구역을 침범한 놈을 그냥 둘 수는 없지. 크큭’ 정도의
반웅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 까부터 강진호가 하고 있는 말이나 행동이 너무 정상적이라 적응이 되 지 않고 있었다.
첫 만남부터 사람을 다짜고짜 지 하 주차장으로 끌고가서 기둥에다 던져 버린 강진호가 아니었던가.
정상적으로 나와줘서 고맙기는 한데, 왠지 모르게 적응이 안 되고 불 안한 마음이 들었다.
‘진짜 사이코야, 이거.’ 이중인격자라는 말로는 표현이 다 되지 않았다.
문제는 당사자야 그냥 저러면 된
다지만, 장단을 맞추는 그녀의 입장 에서는 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는데 있었다.
“돌겠네, 진짜.”
“네?”
“……아, 아니요.”
미쳤나 봐.
이현주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창피함과 황당함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던 이현주의 눈에 결연한 빛이 섰다. 이왕 이렇게 된 이상, 막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먼저 몇가지 물어도 될까요?”
“좋을 대로.”
“귀환자이시죠?”
강진호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긍정이 라 받아들였다.
“외도를 잡는데는 협력할게요. 그게 이쪽에도 이로우니까. 하지만 몇가지만 알려주세요. 저는 사냥이 끝나면 삶기고 싶지 않거든요.”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다른 귀환자나 무인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세요?”
“먼저 몇 번 접근한 쪽은 있었습
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이쪽과는 엮이고 싶어 하지 않으 시는 것 같던데, 맞나요?”
“ 네.”
예상한 대로였다.
싫다는 놈을 억지로 끌어들이려고 했으니 맞아도 할 말이 없었다.
“무련 쪽에서 그쪽을 노리고 있다는 것 알고 있어요?”
“무련?”
“네. 중국의 무인 집단이에요. 모 르세요?”
“무련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 만, 그쪽이 나를 노린다는 건 처음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만났을텐데요? 진바 오 기억나지 않으세요?”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무련이라……
오싹.
이현주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련을 언급하는 강진호가 순간적으로 어제와 같은 눈빛이 되었다.
‘이중인격 같은게 아니야.’
그것도 강진호고, 이것도 강진호다. 이중인격처럼 확실하게 인격이 나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엄밀히 따져 보자면, 이중인격이 아니라 위
선의 영역이라 봐야 한다.
가슴속에는 짐승을 품고 살면서 타인들에게는 인간의 모습만을 보이 고 있는 것이다.
소름이 돋는다.
저 정도로 철저하게 본인을 숨기 고 살아가려면 얼마나 용의주도해야 한다는 말인가.
미묘하게 오해가 발생하고 있지 만, 타인의 마음속에서 내려지는 평가를 수정할 방법 같은 것은 없었다. 아무리 강진호라고 해도 말이다.
“우위안인가……
강진호의 머릿속에서 우위안의 모
습이 스쳐 지나갔다.
분명 그가 무련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우위안을 죽인 것도 아닌데, 이 먼 한국에 청부업자를 보내 서까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은 강진호의 상식으로도 이해가가지 않았다.
협을 외치는 중원인일수록 그런 면이 강하긴 했지만, 피를 피로 갚는 것이 일상이던 과거의 중원에 비 춰봐도 과한 처사였다.
‘두고 보면 알겠지.’
강진호가 일단은 이번 일에 집중 해야겠다는 생각하는 찰나, 이현주
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저희는 이번에 영남회가 강진호씨를 노리는 이유가 무련의 사주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연쇄살인에 무인이라……
황정후는 골치 아프다는 듯이 머 리를 감싸 쥐었다.
“바람 잘 날이 없구만.”
강진호가 전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사이 사고라는 사고는 다 일어나는 느낌이었다.
강진호라는 인간이 주체적으로 사 고를 치고 다니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사건을 끌어당기는 자석이라도 달고 다니는게 아닌가의심이 될 정도다.
“일단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습니다만……
보고를 하는 조규민도 한숨을 내 쉬었다.
그나마 그동안 꾸준히 보고를 해 와서 무인이라는 존재를 황정후가 무난히 받아들였기에 설명을 하기가 쉬웠다. 황정후 역시 이전부터 그들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눈치였고
말이다.
“그래서 강진호는 어쩌겠다는가?”
“잡겠답니다.”
“살인범을?”
“예.”
황정후는 말없이 담배를 물었다.
강진호라면 그런 식으로 움직일 거라고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직접 듣고 보니 뭔가 착잡한 마음을가눌 수 없었다.
“경찰이 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제가 본 바로는, 일반적인 경찰은 손도 못 댈 겁니다.”
맞아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무협 소설에서 관군과 강호가 왜 불가침이었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저런 것들을 잡으라고 하면 목 숨이 열 개여도 부족했다. 권총을 사용하게 해준다고 해도, 조규민이 라면 권총을 던져 버리고도망칠 것이다.
“으음, 어차피 말해봐야 듣지도 않겠지. 말년에 왜 그놈을 만나서 내가 이렇게 속을 썩이는지 모르겠 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황정후의 얼 굴에는 재미있다는 표정이 역력했
다.
‘회춘하셨지.’
강진호 때문에 건강을 되찾았다는 것은 둘째 치고, 최근의 황정후는 아프기 전만큼이나 정력적으로 활동 하고 있었다. 머리도 많이 검어졌고 말이다.
주변에서는 줄기세포 시술이라도 받는게 아닌가의심하고 있었다.
“그럼 일단 강진호는 그쪽에 집중 하기로 했다는 거로군.”
“예. 그래서 상의를 드리고 싶습니다.”
“상의?”
“ 예.”
조규민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최근 들어 강진호씨가 그 쪽과 엮이게 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균형을 잡으려고 하고는 있지만, 저 역시 혼란스러운게 사실입니다. 어디까지 강진호씨와 보조를 맞춰야 할지의문입니다.”
“……별 쓸데없는 걱정을 다 하는 군.”
“ 예?”
조규민의 얼굴이 멍해졌다.
“늙으면 걱정이 많아진다는데, 내
가 아니라 자네가 늙은 모양이야. 쓰잘데기 없는 걱정을 찾아서 하는 군. 그 무인이라는 놈들은 돈도 안 쓰고 사회생활도 안 한다더냐?”
“그렇지는 않겠지요.”
황정후가 혀를 찼다.
“그만한 인원들이 알려지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그들도 보통 일상 에서는 평범함을가장하고 살아간다는의미겠지. 그렇다면 우리는 강진호의 낮을 지켜주면 된다.”
“……낮.”
황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밤의 강진호는 애초부터 우리가
통제할 수 없었지. 새삼 그걸 다시 깨달았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 어.”
조규민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러니 그쪽은 신경을 쓰지 않는게야.”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조규민은 황정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차피 신경을 쓴다고 해도 강진호와 무인들의 세계는 그가 이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그럴 바에야 겉으로 드러나 있는 세 상에 집중하라는 뜻이었다.
명령이라기보다는 조규민의 혼란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였다.
‘신뢰받고 있구나.’
강진호를 위해서가 아니라, 조규 민을 위해서라는 것이 포인트였다. 어느새 황정후가 강진호뿐 아니라 조규민도 걱정해 주고 있는 것이다.
벅찬 감격이 밀려왔다.
“그래서 그런 쓸데없는 것을 신경 쓰느라 일이 진척되지 않는 모양이 군. 창업 문제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이틀 정도 보고가 올라오지 않은 것 같은데. 할 일은 해가며 놀 고 있겠지?”
“……죄송합니다.”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보고할게 없는 건가?”
“최대한 빠르게 확정해서 보고드 리겠습니다.”
“월급을 받아 처먹고 놀러 다니 나! 응?”
조규민은 우울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걱정은 얼어 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