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19)
마존현세강림기-219화(219/2125)
마존현세강림기 9권 (20화)
4장 추적하다 (5)
“너, 왜 집에 있냐?”
강진호는 소파에 앉아 있는 강은영을 보며 말했다.
“내가 집에 있는게 이상해?”
“조금.”
“……우리 집이거든?”
“그러니 이상하지.”
강진호의 반응을 살핀 강은영의 얼굴이 활짝 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강진호에게 달려들었다.
“오라비, 기분 풀렸구나?”
“……기분이 풀려?”
팔을 잡고 매달리는 강은영을 쭉 밀어내며 강진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동안 이러고 있었잖아. 누가 봐도 ‘나 기분 안 좋아요’ 하고 있던데?”
강진호는 양손으로 미간을 쭉 밀 어 좁히는 강은영을 보며 한숨을 내 쉬었다. 스스로는 딱히 그리 생각하
지 않았지만, 강은영이 이렇게 말한다면 그 말이 사실일 것이다.
“좀 쉬어야겠어.”
“응응. 오라비, 빨리 쉬어. 피곤하지?”
강진호의 기분이 풀린 것을 확신 한 강은영은 자신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는지 반응이 격했다.
“드라마 찍는 건 어때?”
“재미있어. 노래 부르는 것도 재 미는 있는데, 오라비도 알다시피 내가 그렇게까지 노래를 잘 부르는 건 아니잖아.”
“노래야 잘하지.”
“아이돌 중에서는?”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원래 강은영은 외모는 딸리는데 노래를 잘 불러서 뽑힌 케이스였다. 강진호가 골격을 건드려 성형 아닌 성형을 해주었기에 완전체가 된 것이다.
그러니 노래 실력은 아이돌급에서는 무척이나 뛰어난 편에 속했다. 하지만 어디까지 아이돌급. 괴물 같은 보컬이 산재해 있는가요계에서 실력 하나로 버틸 만큼 뛰어나지는 않았다.
“여튼 연기도 적성이 좀 맞나봐.”
“……잘 맞겠지.”
잘 맞을 수밖에 없다.
천성이 여우니까.
이런 성격으로 아직도 동료 연예 인들과 트러블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가식을 떨고 다니는 건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연기도 할 만한 거 같아. 처음에는 좀 어색했는데,가면 갈수록 적 응이 돼. 감독님도 나더러 연기 잘 한다고 했어.”
“잘하겠지……
아암.
평소에 하던 것만 나오면 네가 당 장 신인상을 받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지.
강진호는 기분 좋은 듯 갸르릉거 리는 강은영의 등을 두드려 주고는 욕실로 향했다.
“그런데 오라비.”
“응?”
“나 할 말 있는데……
“나중에 하자. 지금 좀 피곤해서.”
“……에이.”
강은영은 욕실로 들어가는 강진호를 보며 아쉬움에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타이밍이 아니네.’
하지만 오라비의 기분이 풀린 이 상은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 것이다. 반드시 강진호를 영화에데뷔시키고 말겠다는 투지에 불타는 강은영이었다.
샤워를 마친 강진호는 방 안으로 들어와 누웠다.
‘조금 혼란스럽군.’
최근 들어 일이 마구 터지는 느낌 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중국에 다녀온 일이 그 계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수였을까?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
군대에 있는 그에게도 접근해 온 것을 생각하면 강진호가 움직이지 않았다고 해도 언젠가는 그들이 다시 접근해 왔을 것이다. 단지 그 시 기가 조금 당겨진 것뿐.
강진호가 고민하는 이유는 이 사 건이 일어났다는 것보다 앞으로의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할까에가까웠다.
총회, 영남회, 무련, 그리고…… 귀환자.
수많은 세력과 단어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그의 삶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결국 실질적인 피해까지 발생하지 않았는가.
그저 좌시하고 지금처럼 수동적으로 다가오는 이들을 밀어낸다고 해 결될 일이 아니었다.
강진호는 눈을 감았다.
온기 없이 흐느적거리던 이재인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했다.
늘어져 있던 DSLR도, 초점이 잡 히지 않고 멍하던 눈동자도 아직 너 무도 선명하게 기억이 났다.
이미 그들은 그의 삶에 관여하고
있었다.
군대에서는가만히 지켜보았고, 백화점에서는 습격을 당했다. 그리 고 이제는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 이 살해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강진호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 섰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풀리지 않는 딜레마였다.
복잡하게 머릿속에서 헝클어지는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고 강진호를 괴롭혔다. 이현주와 이성휘에게 어 찌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손을 썼던 것도 그러한 고민의 반동일 수 있었다.
“세상 무엇도 쉬운 것은 없는 법 이다. 살아가는게 쉬울 리가 있나.”
이럴 때면 스승의 말이 생각난다.
과거 두 번의 삶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좋은 조건으로 새로운 삶을 살 아가는 강진호이지만, 언제나 삶은 녹록치만은 않았다. 하나가 해결되면 언제나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나는 법이다.
하지만 모든 문제에는 끝이 있다. 적어도 강진호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강진호가가만히 눈을 감았다. 이 상하게 피곤한 하루였다.
하루에 네 시간이상은 잘 자지 않는 강진호이지만, 오늘은 어쩐지 늘어지게 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일 일은 내일로.’
게으름뱅이의 주문을 외우며 강진호는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순간.
강진호가 누운 자리에서 그대로 눈을 번쩍 뜨더니, 자리에서 벼락처 럼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킨 그의 얼굴은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
다.
‘설마?’
강진호가 창문가로 달려가 창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고는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신발을 신을 여유 같은 것은 없다. 단숨에 지붕 위로 뛰 어 올라간 강진호가 한쪽 방향을 향 해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은 모른다.’
확실하지 않다. 확인을 하려면 좀 더가까이로 다가가는 수밖에 없었다. 강진호가 마치 고양이처럼 조용 하고 날렵하게 지붕에서 지붕으로 뛰어 한쪽 방향으로 질주했다.
‘보인다.’
저 멀리 검은 인영의 그림자가 보 이기 시작했다.
그림자를 쫓아 달리는 강진호의 얼굴은 여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감히 기운을 뻗어 그를도발한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그 리고 감히 그의 집에가까이 다가온 것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집에는가족들이 잠을 자고 있다. 만약 강진호가 자리를 비웠다면 무 슨 일이 일어났을지 모른다. 거기까 지 생각이 미치자가슴속이 불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적의, 그리고 분노.
강진호의 다리가 기운을 내뿜으며 바닥을 박찼다.
쿵!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옥상이 퍼 석, 갈라진다. 그 반동으로 강진호는 빛살 같은 속도로 그림자를 향해 쏘 아지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뒤를 돌아본다.
그의 눈에도 강진호와의 간격이 갈수록 좁아지는 것이 보이고 있을 것이다.
“크큭.”
낮은 웃음을 남긴 그림자가 방향
을 틀어 산 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 했다.
명백히 따라오라는 뜻.
평소라면 강진호는 저도발을 여 유롭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어차피 저 괴인이 강진호의 손을 벗어날 확률은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 강진호의 얼굴에서 여유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되레 쫓기는 듯한 얼굴로 괴인을 향해 속도를 높일 뿐이었다.
“제길.”
강진호가 이를 갈았다.
이곳이도심 한가운데가 아니었다
면 이미 붙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의 경공은 마도의 경공. 마도는 곧 패도다. 속도를 극한까지 추 구할 수는 있지만, 소음과 충격이 동반된다.
이야밤에 전력을 다해 경공을 전 개했다가는 난리가 날 것이다. 조금 전에 낸 소리와 부서진 옥상만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 후우……
강진호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 시켰다.
거리는 벌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니 지금 흥분할 필요는 없다.도심
만 벗어난다면 마음껏 달릴 수 있을 테니까.
그런 강진호의 마음을 아는지 괴 인도 점점 인적이 없는 곳을 향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괴인이도착한 곳은 인적이 전혀 없는 공터였다. 괴인은 대담하게도 공터 한가운데에 서서 강진호를 기 다렸다.
강진호는 공터에 내려서서가만히 괴인을 바라보았다.
괴이한 행색.
몸에 두른 옷은 옷이라고도 할 수
없는 거적때기에가까웠고, 머리는 제멋대로 헝클어져 내려와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피 냄새.
코가 막혀 버릴 만큼 자욱한 피 냄새가 풍겨온다.
대체 얼마나 많은 피를 묻히고 다니면 이렇게 피 냄새가 쩔어 있다는 말인가.
겉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이상함을 느낄 수 있는 괴인이었다. 하지만 강진호의 눈에 괴인의 모습 따위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를 흥분하게 한 것은 기운, 괴
인의 몸을 뒤덮고 있는 진득한 기운 이었다.
그리고 무척이나 익숙한!
“마인인가……
강진호의 말에 괴인이 반응했다.
“마인? 크크큭.”
괴인의 고개가 모로 천천히 넘어 갔다. 고개를 옆으로 완전히 젖힌 괴인이 강진호를 보며 말했다.
“마인? 마인이라고? 마인이 뭐 지? 마인? 크큭, 나는 마인이 아냐. 나는…… 나? 내가 누구지?”
강진호는 자꾸만 일그러지는 얼굴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마인.
피와 마성에 완전히 절어버린 마 인이 그의 앞에 있었다.
‘마공은 여기까지 추락했는가.’
마공이 살육의 충동을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애초에 살육의 충동 역시 인간 본성의 일부분. 마공을 익히지 않은 인간도 피에 굶 주려 날뛰는 일이야 흔하니까.
하지만 저 앞에 있는 마인은 단순 히 그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마공 에 그대로 갉아 먹혀 이성조차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불완전한 마공이 현대로 전해졌다
면, 그 마공의 부작용은 상상을 초 월할 것이다. 마공이 마교의 이름으로 재정립되기 전까지 이러한 일들 이 비일비재했다고 들었다.
“네놈이 외도인가?”
마인이 놀란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외도? 그래, 내가 외도. 아니, 나는 외도가 아니야. 외도?”
미쳤다.
그렇게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마기가 골수까지 차올라 더 이상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와버린
것이다. 설사 되돌릴 수 있다 하더 라도 되돌려 줄 생각도 없지만.
강진호는가만히 마인을 바라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놈이 외도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살육을 저지르는 마인.
“아무래도 상관없어.”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이가 외도 이든 외도가 아니든 상관없다. 확실 한 것은 이놈을 이대로 놓아 보낸다 면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마기에 자신을 맡겨 버린 마인을 처리하는 방법은 예로부터 단 한가 지.
우드득.
강진호가 강하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단전으로부터 밀려 올라온 수라 기가 그의 주먹으로 순환한다.
“하나 물어보지.”
어차피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에 여자를 죽인 적 있나?”
“……여자?”
외도가 낄낄대며 웃었다.
“어떤 여자? 젊은 여자, 아니면 늙은 여자? 아름다운 여자? 아니
외도의 웃음이 공터에 퍼져 나갔다.
“고를 것 없어. 다 죽였으니까.다. 전부다. 눈에 보이는, 마음에 드는 여자는 다! 다!”
“그래.”
강진호가 입가를 말아 올렸다.
살짝 벌어진 입가로 새하얀 이가 드러났다.
“그럼 됐어.”
그걸로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졌거든.
강진호의 육체에서 검은 기운이 환상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같은 마인으로서의 동질감?
제대로 된 마공을 익히지 못해 이 꼴이 되어버린 자에 대한 동정심?
그런게 있을 리가.
누가 강요해서 마공을 익혔을 리가 없다. 그러니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이다. 그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겠다면 강제로라도 책임을 지게 만들면 된다.
“보여주지.”
강진호의 육체에서 폭풍 같은 마
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진짜 마인이 무언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