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20)
마존현세강림기-220화(220/2125)
마존현세강림기 9권 (21화)
5장 추적하다 (1)
“그에 대한 응징은 영남회에 일임 했습니다.”
차이커창은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니지 만, 홍왕을 대면한다는 것은 여전히 그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저 지위가 다르기 때문이 아니
었다.
드넓은 중국에서도 홍왕과 비견될 수 있는 무인은 단둘이 더 있을 뿐 이다. 수많은 중국의 무인 중 정점 에 달한 자를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홍왕이 무련과 하등 상관없는야 인이었다 하더라도 차이커창의 존경 심은 조금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 영남회?”
“현재 한국 최대의 단체입니다.”
“최대의 단체라……
홍왕은 옥좌에 등을 기대며 무심 한 듯 말했다.
“우리가 선을 뻗어놓은 곳은 거기가 전부인가?”
차이커창이 바닥에 머리를 바짝 들이밀었다.
“송구하오나 다른 왕들을 견제하 느라 소국에 손을 뻗는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탓하는 것이 아니다.”
차이커창은 마른침을 삼켰다.
홍왕은 탓하지 않는다 했으나 그 어투에 담겨 있는 짧은 실망을 놓칠 차이커창이 아니었다. 지금 홍왕은 그의 대처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단한명.
단 한 명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단체인 무도총회를 무너뜨리는 일 정도라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작은 반도 안에 서 단 한 사람을 잡아 죽이는 일에 영남회를 동원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실망한다?
어째서?
차이커창은 살짝 고개를 들어 옥 좌 위의 홍왕을 바라보았다. 나른한
듯 눈을 감고 있는 홍왕의 얼굴만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차이커창.”
“예!”
홍왕이 천천히 눈을 떴다. 홍왕과 눈이 마주친 차이커창은 심혼이 얼 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호랑이의 눈을 보는 듯한야 성.
저런 눈을 한 이가 무엇 때문에 소국의 무인 따위를 경계하는 것일까?
“너는 마인을 본 적이 있는가?”
“……마인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
차이커창은 살짝 생각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만나보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 난 마인들은 대부분 인성이 온전치 못했습니다. 정신이 이상하니 대부 분이가진바 무위를 제대로 발휘조 차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홍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대부분의 마인이란 그런 존재지.”
홍왕은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마공이란 인간의 잠력을 격발시 키고, 짧은 시간 안에 무위를 늘릴
수 있게 해주지. 하지만 급한 것은 반드시 부작용이 있는 법. 지금의 마공이란 짧은 시간에 무공을 올려 주는 대신 조악한 내공을 쌓게 하고 인간의 정신을 앗아가는 독이나 다 름없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제 대로 된 정공을 익힐 수 있다면 굳 이 마공에 손을 대야 할 이유가 없 지요.”
“그렇지. 그런데 말이다……
홍왕이 말을 끌자 차이커창이 고 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마공이 그게 전부인 무공이라면
수세대를 이어 지금까지 전해질 수 있었겠느냐?”
차이커창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경원시하고, 익힌 당사자의 파멸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 큼 정해져 있는 무학이 어째서 지금 까지 이어져 온 것일까?
“거기까지는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후후후.”
홍왕은 낮게 웃었다. 차이커창의 대답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말이다.
“확실히 마인이란 존재는 쓰레기
같은 놈들일 뿐이다. 하지만…… 진 정한 마인은 네가 아는 마인과 다르다.”
“진정한 마인이라 하셨습니까?”
“그래.”
홍왕이 천천히 허리를 끌어당겨 몸을 세웠다. 조금 전까지 나른한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세상을 질주할 듯한 패기가 천천히 그를 감 싸고돌기 시작했다.
“진짜 마공을 익힌 진정한 마인은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되는 존재다. 무림사를 돌이켜 봐도 그들 때문에 세상이 뒤집힌 적이 한두 번이 아니
지.”
차이커창이가만히 홍왕을 바라보 다 입을 열었다.
“홍왕께서는 지금 한국에 있는 강진호란 놈이 진짜 마공을 익힌 마인 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럴 수도.”
홍왕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단순히 무공을 펼친 흔적만을 보고 상대 무학의 근원까지 홅는다는 것은 아무리 홍왕이라도 불가능 한 일이었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행여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홍왕이 씹어뱉듯 말했다.
“그를 상대하는 이들은 아마 영혼 이 찢겨 나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것이다.”
차이커창의 등골을 타고 소름이 돋아 올랐다.
“ 크으?”
외도의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은 흔들림이 아니라 떨 림이었다. 세상 무서울 것 없던 광 인의 몸이 화가 난 주인 앞에 선
강아지처럼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하아악!”
궁지에 몰린 짐승이도망갈 곳을 찾지 못하고 상대를 위협하는 것처 럼 외도는 몸을 바짝 아래로 숙이고는 강진호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강진호는 그 광경을 보며 낮게 웃 었다.
하지만 그의 웃음은 어쩐지 모르게 비틀려 있었다.
몰락해 버린 고향을 보는 기분이 었다.
어떤 역사의 흐름이 마공을 여기 까지 추락시켰는지 정확하게 알 수
는 없지만, 외도의 모습은 현대의 마공이 처한 현실을 너무도 확연히 보여주고 있었다.
강진호는 마공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는 처음부터 마공을 익힌 것이 아니었으니까. 마공이 그의 모든 것이라 생각한다든가, 마공이라는 무 학 자체를 경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웅대한 성이 세월에 삭아 무너지는 것을 보면 그 성의 양식과 관계 없이 안타까움을 느끼듯이, 한때 세 상을 오시하던 마공이라는 무학이
철저하게 몰락한 걸 보는 느낌은 당 연히 좋지 못했다.
마공은 그저 강함을 추구하는 무 공이다. 그 방식이 무엇이든 더욱 강하게, 더욱더 높은 곳을 향한 광 기 어린 집념의 결과가 마공이다.
하나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마인 이라 부를 수도 없는 단순한 살인마 였다.
살인마를 용서할 수 없다는 정의 감 따위가 아니다. 강진호에게 그런 것이 있을 리 없었다.
지금 그를 움직이는 동력은 그저 얕은 감정.
눈앞에 보이는 저 되다 만 마인에 대한 비이성적인 뒤틀린 증오였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하다.
왜 화를 내는지, 왜 분노하는지.
그따위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중 요한 것은 그가 눈앞의 존재를 말살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우두둑.
움켜쥔 주먹으로 뼈 부딪치는 소 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였다.
강진호의 눈이 붉게 물든다. 그러 고는 광포한 기세로 외도를 향해 달 려들기 시작했다.
외도가 괴성을 지르며 강진호를 향해 마주 뛰어왔다.
둘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 지며 주먹이 닿을 거리가 되자 외도가 오른손을 크게 휘둘러 강진호의 머리를 후려쳤다.
조악하다.
동작에 하나하나에 무학(武學)의 흔적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마공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저 조악한 후려침은 강철을 종잇장 처럼 찢어발기고, 콘크리트를 진홁 처럼 파내 버릴 테니까.
이성이 있는 상대라면 마인을 상
대로 정면을 노리지 않는다. 무학을 익힌 이들이라면 충분히 그들의 공 격을 피해 이득을 볼 수 있다.
현대의 마공이 수련자의 힘을 끝도 없이 증폭시켜 줌에도 정공을 익 힌 자들을 당해내지 못하는 이유였다.
강진호는 자신의 머리를 후려쳐 오는 외도의 손을 보며 이를 드러냈다.
“큭큭.”
억눌린 웃음이 홀러나온다. 참으 려고 해도 참을 수가 없었다.
오래도 참았으니까.
현대로 돌아온 이래 그는 단 한번도 마음껏 힘을 발휘해 본 적이 없었다. 그와 생사를 나누어야 할 적은 너무도 약했고, 어느 정도 그의 힘을 받아낼 수 있는 자들은 하 나같이 죽여서는 안 되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마음껏 손을 써도 괜찮은 적이 강진호의 눈앞 에 나타난 것이다.
쌓이고 쌓여 짓눌릴 것 같던 욕구가 순간적으로 풀려 나간다.의식적으로 억누르던 힘을 해방시키며 강진호는 환희에 떨었다.
날아드는 손을 향해 강진호가 주 먹을 벼락처럼 쳐올렸다.
강진호의 주먹과 외도의 손이 허 공에서 충돌했다.
쾅!
피와 살로 이루어진 것들이 서로 부딪쳐서 만들어낸 소리라기에는 너 무도 크고 묵직했다.
“끄아아아아악!”
외도의 오른팔이 날아든 속도보다 더 빠르게 뒤로 튕겨진다. 순간적으로 뼈는 모두 으스러지고, 팔 곳곳 이 터져 나가 피 보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외도의 얼굴이 경악과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어떻게 이런…….
하지만 외도의 생각은 계속 이어 지지 못했다.
자신의 팔을 쳐낸 강진호가 내뻗은 왼손을 회수함과 동시에 오른쪽 팔꿈치를 휘둘러 그의 턱을 후려 갈 겨 버렸다.
쾅
사람의 몸이 하늘을 난다.
강하게 걷어찬 공처럼 외도의 몸 이 붕 떠올랐다가 바닥에 몇 번이나 튕기며 처박혔다.
“ 끄으윽.”
의식이 반쯤 날아갔다 돌아온다. 그리고 이루 말로 할 수 없는 고통 이 턱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으…… 아아……
외도가 아직 멀쩡한 손으로 자신의 턱을 더듬었다.
턱이 통째로 사라져 버린 것 같은 느낌. 입이 절로 벌어지며 반쯤 끊 어져 나간 혀와 우수수 빠져 버린 이가 제멋대로 흘러나왔다.
“히이 이익.”
외도가 턱을 더듬으며 몸을 떨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지금 자 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강하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웬만한 무인 들도 감히 그와 겨루지 못했다. 영 남회에 몸을의탁한 것도 좀 더 편 한 길이기 때문이라 선택한 것일 뿐, 다른 놈들이 두려워서는 아니었다.
그런데…….
저벅.
낮은 발소리.
외도의 눈가가 부르르 떨렸다.
보고 싶지 않다.
지금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을 저 괴물을 눈으로 확인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결국 외도는 고개를 들었다.
보이지 않는 공포는 눈에 보이는 공포보다 몇 배는 더 사람을 조여오는 법이니까. 공포를 직면하기 위해 서가 아니라, 더 큰 공포에서 벗어 나기 위해 외도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런 후, 보았다.
검게 일렁이는 마기에 둘러싸여
요요롭게 빛나는 붉은 눈으로 자신 에게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강진호의 모습을 말이다.
외도가 바닥을 기며 뒤로 물러났다.
말라붙은 줄 알았다.
감정 따위는 이미 그의가슴속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남아 있는 것은 쾌락과 살의에 대한 추구뿐이라 믿었다.
그러나 외도는 깨달을 수 있었다.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여 박아두었 던, 공포라는 감정이 스멀스멀 껍질
을 깨고 밀려 올라와 그의 전신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무표정한 얼굴 로 자신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저 인간이 그에게 공포를 다시 떠올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강진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직 아니야.”
부족하지.
이 정도로는 안 돼.
난 이제 겨우 시작한 거니까.
“ 일어나.”
외도가 정신없이 뒤로 물러났다. 강진호가 그 광경을 보며 입꼬리를 기괴하게 말아 올렸다.
살짝 뛰어올라 외도의 바로 앞까 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날아든 강진호가 외도의 머리채를 움켜잡았다. 그러고는 그의 머리를 자신의 얼굴 앞까지 들어 올리고는 나직하게 속삭였다.
“이렇게 끝나면 재미없잖아? 아직 남아 있어, 네가 겪어야 할 것들이 말이야.”
강진호가 마귀처럼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