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21)
마존현세강림기-221화(221/2125)
마존현세강림기 9권 (22화)
5장 추적하다 (2)
쾅!
폭음이 터지는 것이야 그리 이상 한 일이 아니었다. 세상을 살아가면 서 폭음이야 간간이 들을 수 있는 일이니까.
하지만 그 폭음이 사람의 몸에서 터진다면 이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이다. 그것도 본인의 몸에서 터진다 면 더더욱 말이다.
외도는 멍한 시선으로 자신의 다 리를 바라보았다.
부러진 것이 아니다.
떨어져 나간 것이다.
허벅지 아래가 보이지 않았다.
비현실적인 광경.
조금 전까지 그의 몸을 옮겨주던 다리가 마치 정육점에서 잘라낸 고 기처럼 바닥에 덩그러니 떨어져 나가 있는 모습을 제 눈으로 본다고 상상해 보라.
정상적인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까?
외도는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지금 그가 보고 있는 것이 그의 떨어져 나간 다리였으니까.
“ 으아……
고통은 뒤늦게 찾아왔다.
잘려 나간 순간, 상상도 하지 못 할 극통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 지만,의외로 고통은 느긋하게, 그리 고 천천히 밀려 올라왔다.
급격하게 치솟던 고통이 진통제라도 뿌린 듯이 서서히가라앉는다. 아드레날린이 폭포처럼 분비되고 있 기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고통조차
잊게 만들 정도로 그가 공포에 질려 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있었다.
그의 육체를 잡아 찢고 있는 이 마귀는 아직 만족하지 않았다. 금방 이라도 그를 찢어 먹어버릴 듯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으니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놈을 만난 것?
영남회주가의뢰를 해왔을 때 거 절하지 않은 것?
아니…… 어쩌면 마공에 먹혀 살 육을 저지르기 시작했을 때부터인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면 마공을 익히기 시작 했을 때부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다.
조금 전에 이 마귀가 단전을 깨부 순 덕분에 점점의식이 맑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게 너무도 끔찍한 이 유는…… 맑아지는의식만큼이나 그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똑똑히 깨달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아……”아은.”
부러진 이와 잘려진 혓바닥 때문 에 발음이 뭉개진다. ‘나는’이라고 말을 하려 하는데, 그의 귀에도 그
리 들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말해야 한다. 이대로 죽음을 맞아야 한다는 건 너무 억울한 일이니까.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원래 그런 놈이 아니었다. 마공, 모두가 마공 때문이다.
“아은!”
콰드득!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 외도의 입에 강진호의 주먹이 틀어박혔다. 그나마 남아 있는 이도 모두 부러졌다. 부러져 나간 치아의 조각들이 입천장에 틀어박히고, 혓바닥을 갈
기갈기 찢어버린다.
표현조차 할 수 없는 고통.
전신을 쇠꼬챙이로 꿰뚫는다 하더 라도 이런 고통이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강진호가 그의 입에 틀어박은 주 먹을 빼면서 나직하게 속삭였다.
“변명하고 싶은가?”
“끄으으……”
“너도 사정이 있었을 거야. 그렇 겠지. 그래, 알고 있어. 아마 마공에 정신을 빼앗겼을 것이고,의도치 않게 살육을 갈구하게 되었겠지. 그렇 지‘?”
외도가 고개를 정신없이 끄덕였다.
“그래, 동정해 주지. 하지만 말이야……
강진호가가만히 외도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무도 네게 마공을 익히라 강요 한 사람은 없어. 그건 네 선택이었 겠지. 그렇지 않아?”
“끄으으으……
강진호는 웃었다.
악마처럼.
“아니면 이렇게 생각해. 나도 지 금 마공 때문에 정신이 이상한 거라
고, 그래서 너를 부수는 거라고. 그 렇게 생각하면 억울하지 않지? 똑같은 거니까 말이야. 그러니……
강진호가 흐물흐물해진 외도의 볼을 움켜잡고 자신의 얼굴 바로 앞으로 끌어당겼다.
“너도 나를 용서하라고.”
으드드득
남은 다리를 짓밟자 뼈가 으스러 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외도가 비명을 질렀지만, 꽉 움켜잡힌 턱 때문 인지 제대로 비명이 새어 나이지도 못했다.
외도의 눈에 핏발이 선다.
뼈를 으스러뜨린 강진호의 발이 그대로 다리를 더 짓누른다.
콰득, 콰드득.
사람의 몸에서 이런 소리가 나는 것을 외도는 경험한 적이 있었다. 아직 피가 통하고 있는 인간의 육체를 강제로 힘으로 뜯어낼 때 나는 소리.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았다.
지금 그 소리가 나고 있는 곳이 자신의 다리니까.
콰드득.
다리가 뽑혀 나간다.
고통보다 다리를 잃었다는 상실감
이 더 컸다. 그리고 고통보다 아까 부터 키득대며 웃고 있는 이 마귀와 마주해야 한다는 공포가 더 컸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외도가 강진호를 올려다보았다. 더 이상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그의 눈에 담긴 간절함은 보는 사람이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강진호가 아니라면 말이다.
“말을 해봐.”
강진호가 손을 뻗어 외도의 팔을 잡았다.
“자, 말해봐. 그만해 달라고. 그럼
그만해 주지.”
“으어어어어어!”
외도가 발작적으로 외쳤지만, 그의 입에서는 이미 사람의 목소리가 나지 않고 있었다.
이는 모조리 부러졌고, 혀는 다 잘려 나갔다. 그리고 부서진 치아의 파편이 성대마저 반쯤 박살을 내놓 았다. 그런데 어떻게 말을 하겠는가.
“뭐라고?”
콰드득.
강진호가 걸레짝이 되어버린 외도의 팔을 찢어냈다.
촤아아악!
피 보라가 밤하늘로 튀어 오른다.
외도의 육체가 마치 발작이라도 일으키는 것처럼 덜덜 떨렸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악마의 손이 다 음에는 어디로 향할지. 그리고 자신 이 무슨 수를 써도 그 손길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확정되어 버린 운명에 저항할 수 없기에 떨리는 몸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운명이 그의 하나 남은 팔에 닿았다.
“말해봐.”
손가락이 부러져 나간다.
“안 들려.”
외도는 외쳤다.
소용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누가 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찢겨 나간 입 때문에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아무 리 악을 써도 제대로 소리조차 나오 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헛되다는 걸 알아도, 이 모든 발 악이 단지 저 악마에게 즐거움을 줄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외도는 두 눈으로 눈물을 줄줄 홀리 며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하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손목이 부러진다.
“안 들린다고.”
팔꿈치 아래가 통째로 뜯겨 나간다.
낮은 웃음소리.
높지 않게 키득대는 웃음임에도 그 안에 들어찬 광기가 너무도 생생 하게 느껴지는 웃음소리.
그들도 그랬을까?
자신의 손에 죽어간 이들도 지금 그와 같은 심정을 느낀 것일까?
아니.
아니다!
그는 사람을 죽이기는 했지만, 결 코 이 마귀처럼 사람의 몸을 하나하 나 뜯어가며가지고 놀지는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자신이 악마처럼 보였겠지.
하지만 지금 외도는 악마처럼 보 이는 자가 아니라, 진짜 악마를 만 난 것이다.
사람의 몸을 갈기갈기 찢으며 웃는…… 진짜 악마를 말이다.
“ 말해줄까?”
의식이 반쯤 날아간 것 같았다.
피를 너무 홀렸는지 이미 고통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전신이 냉 굴에라도 들어온 듯이 차가울 뿐.
하지만 그 육체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은 결코 저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을 능가할 수 없을 것이다. 저 말에 온도가 있다면 외도의 몸은 순식간에 얼어붙었을 테니까.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어느 것부터 듣고 싶지?”
눈물이 나온다.
그만.
이제 그만.
이제는 너무도가혹하다.
하지만 이 악마는 결코 멈출 생각 이 없었다. 조금 전부터 마음만 먹 으면 언제든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음 에도 결코 자신을 죽이지 않는다.
두 다리와 팔 하나를 뜯어냈음에도.
당연히 과다출혈로 죽어야 할 상황임에도 그는 살아 있다.
이 악마가 아직 다 즐기지 못했으니까.
대체 얼마나 더 고통을 겪고, 얼 마나 더 공포에 떨어야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강진호의 나직한 목소리가 그의 귀를 파고들었다.
“좋은 소식은 아주 간단해. 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 거야.”
듣고 싶지 않다.
그 뒤에 나올 말이 무엇일지 알 것 같아서.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희망에 전 율하는 것보다 아직 남아 있다는 나 쁜 소식에 대한 절망이 더 컸다.
듣고 싶지 않다.
하지만 듣고 싶다.
그 이율배반적인 감정 속에서 외도는 발악하고, 소리치고, 또 울부짖
었다.
“나쁜 소식은……
마귀의 혀가 귀를 간질이는 것 같 으 느낀
이 꼴이 되어서까지 육체에 소름 이 돋는 감각을 똑똑히 느낄 수 있 다는 것은 무척이나 공포스러운 경 험이었다.
“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 거야.”
외도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역시 악인이라 할 수 있는 자 였으니까.
지금 강진호가 자신에게 하는 말
이 무슨의미인지 너무 똑똑히 이해 할 수 있었다.
“으어…… 으어어어어으어”
어!”
소리도 잘 나지 않는 목으로 필사
적으로 소리친다.
“우여어! 어어!”
죽여줘!
나를 죽여줘! 차라리!
하지만 악마는 그의 영혼이 담긴 절규를 들으며 새하얗게 웃었다.
달빛이 그의 등 뒤에 요요로이 빛
난다.
“안 들려.”
우드드득.
남아 있는 팔이 뽑혀 나간다.
어째서! 왜! 죽지 않는가!
양팔과 다리가 동시에 뽑혀 나갔 다! 당연히 죽어야 하는데, 왜 죽지 않는단 말인가!
외도는 흐느꼈다.
차라리 미쳐서 이 상황을 벗어나 고 싶었다. 깨물 혀라도 남아 있었 다면 진작에 그렇게 해서 죽음으로도망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내공은 모두 산산이 흩어졌고, 팔
다리는 모두 뽑혔다. 이는 모두 으 스러졌고, 혀는 진작에 잘려 나갔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제 꿈틀 거리는 것뿐이었다.
“기억해.”
강진호가 그와 눈을 마주쳤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광 경을 말이야.”
푸욱.
빛이 사라진다.
하지만 붉게 물들어 그를 바라보 고 있던 강진호의 두 눈만은 잊혀지 지 않는 화인처럼 남았다.
“아……” 아아……
팔과 다리를 잃었다. 말할 수 있는 수단도 잃었다. 그리고 이제는 두 눈마저 잃었다.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외도는 알 수 있었다.
끝이 아니다.
저 악마는 이걸로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외도의 그런의심을 털어 주려는 듯 그의 귀로 강진호의 손이 와 닿았다.
“내가가장 힘겨웠을 때……
“잠에 들어 이대로 깨어나지 않았 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 지.”
“인간에게 죽음이란 때로는 사치가 되기도 하는 법이지. 너는 죽음으로도피할 자격이 없다. 빛도, 소 리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세 상에서 살아. 나는 결코 네가 죽도 록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
외도는 더 이상 몸을 떨 수도 없 었다.
차라리…….
차라리 어서 빨리 고막이 터져 나
갔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다.
그러면 듣지 않을 수 있을 테니 까.
저 악마의 목소리를.
“그리고 기억해……
귀를 틀어막을 손이 없다는 것이 이토록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누가 알 것인가.
저 뒤에 나올 말이 너무 두렵다. 너무 두려워서 할 수 있다면 고막을 잡아 뜯어내 버리고 싶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떨어져 내릴 것이 분명한 단두 대의 칼날을 바라보는 죄인처럼 그
는 그저 흐느끼고 절망했다.
“끝이 아니야. 나는 다시 올 거야. 그때는 이것보다 더한 고통이 너를 찾아올 거야. 그때까지 수천 번, 수만 번 돌이켜. 네게 죽어갔던 사람들의 고통을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외도의 고막이 터 져 나갔다.
빛도, 소리도 없는 영원한 암흑 속으로 외도가 빠져드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