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22)
마존현세강림기-222화(222/2125)
마존현세강림기 9권 (23화)
5장 추적하다 (3)
강진호는 자신의 발아래서 꿈틀대 고 있는 외도를가만히 바라보았다.
팔다리가 모두 잘려 나가고, 눈과 귀를 잃어버린 그는 더 이상 사람이 라 부를 수 없는 몰골을 하고 있었다.
과도하게 잔인했다.
그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결코 과 하지 않다는 생각도 존재했다.
외도가 죽인 사람의 수는 수십이 넘어갈 것이다. 하나의 죽음으로 그 수십의 죽음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 능했다.
이자가 죽는다면 이자에게 죽임을 당한 이들은 만족할까? 복수가 되었 다고 생각할까?
아니겠지.
강진호에게 그를 단죄할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자에게 벌
을 내려야 한다면 이런 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쓸 수 있었다.
아니다.
이건 그냥 단순한 화풀이.
그의 삶에 끼어들어 온 자에 대한 단죄일 뿐이다.
강진호는 꿈틀대고 있는 외도를 바라보았다.
그에겐 지금 무엇이 보일까?
눈도, 귀도 잃었다. 팔과 다리 역 시 잃었다. 자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은 하나도 남기지 않은 것이 나 마찬가지다.
그럼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강진호는가만히 외도를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든 강진호와는 관계가 없다. 그는 강진호를 건 드렸고, 강진호는 그를 단죄했다.
그걸로 끝.
그와 외도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다.
저 꼴로 차가운 바닥에서 죽어가 든지, 지나가던 누군가가 병원으로 옮겨 살아나게 될지, 그것도 아니라 면 산짐승의 먹이가 될지.
그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그건 외도의 운명이 될 것이다.
강진호는 몸을 돌려 공터를 빠져 나왔다.
을씨년스러운 새벽의 바람이 그를 향해 불어왔다.
이현주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저 앞에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를 한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처음 온 곳은 아니다. 일전에 저 카페에 처 음 들어갔을 때는 나름가벼운 마음
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저 카페의 문이 마 치 지옥문인 것처럼 느껴졌다.
‘진정하자.’
저 카페 안에 ‘그’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 뛰는 심장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오늘은 또 어떤 식으로 나 와서 자신을 괴롭힐까 하는 생각을 하니가슴이 절로 답답해져 온다.
‘지금이라도 알리는게 맞을까?’
냉정하게 본다면 강진호는 이미 그녀의 손을 떠났다.
통제?
그런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생쥐가 호랑이를 통제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강진호를 찾아온게 얼마나 무모한 일이 었는지, 그러고도 멀쩡하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이제는 뼈저리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징징 대고 울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이현주는 깊게 심호흡을 해 자꾸 빨라지는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러 고는 굳은 결의에 찬 눈으로 카페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내가 저지른 일은 내가 수습해.’
할아버지가 그녀를 아이처럼 취급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가 취 한 행동은 다름 아니라 할아버지를 찾는 것이었으니까.
냉정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니, 그 동안 그녀가 당당할 수 있던 이유는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그녀의 할 아버지가 해결을 해줄 거라고 믿었 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할아버지에게 얼마나 부담이 되었을지도 이제는 알 것 같 았다.
그녀가 진정으로 돕고 싶다면, 할
아버지에 대한의존성부터 버려야 한다. 그리고의존성을 버리는데 있어가장 우선되어야 할 일은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다.
‘귀신이든도깨비든 내가 계속 쫄 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입술을 질끈 깨문 그녀가 카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아……”
단정한 차림으로 그녀에게 인사하는 강진호를 보자 지금까지의 결심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이상하
게 몸이 굳어왔다.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딱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준다거 나 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현주는 강진호에게서 지금까지 느껴온, 그녀를 향한 비정 상적인 적의가 거의 전해지지 않는 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알아챘다.
“아, 안녕하세요.”
이현주가 마치 아이돌이 그러하듯 허리를 푹 숙이며 크게 인사를 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안 쪽을가리켰다.
“저쪽 괜찮을까요?”
‘탕비실?’
딱히 들어가지 못할 이유는 없지 만, 일전에 탕비실에서 강진호와 마 주한 경험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이 상하게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괜찮으니 들어가 계세요.”
“아, 예.”
‘이게 아닌데……
조금 더 단호하고 확고하게 태도를 취해보겠다는 다짐은 어느새 날 아가 버리고,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따르는 그녀만이 남아 있었다.
미약한 짜증.
하지만 강진호 쪽에서 적의를 드
러내지 않으니 굳이 이쪽에서 딱딱 하게 나가는 것도 좀 이상했다. 그 러고 보면 애초에 그녀는 강진호를 포섭하기 위해 이곳에 방문했던 것이 아닌가.
이현주는 두말없이 탕비실 쪽으로 들어가 불을 켰다.
테이블에 앉아 심호홉을 하고 있 으니 강진호가 들어왔다.
분명히 안색을 바꿀 거라고 생각 해 주먹을 꽉 움켜쥐었지만, 이상하게도 강진호는 조금 전 홀에서 보았을 때와 전혀 다름없는 태도를 유지 하고 있었다.
“음료는 뭘로 하시겠습니까?”
“마, 마끼아또요.”
“따뜻한 것으로 준비해 드릴까 요‘?”
“아니요. 아이스로요.”
“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뭘 또 태연하게 주문을 하고 앉아 있단 말인가!
그리고 뭘 또 태연하게 주문을 받는가!
강진호가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 자 이현주는 귀신에 홀린 듯한 느낌 이 되었다.
“왜, 왜 저러지?”
바로 전에 보았을 때와 비교한다 면 딱히 더 부드러워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체감상 뭔가가 바뀌었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
경계심이 사라졌다고나 할까?
‘이해를 못하겠네.’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 었다. 머릿속에서 상상이 망상으로 넘어가는 단계를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진호가 쟁반에 마끼아또와 아메리 카노를 담아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 주문하신 마끼아또입니다.”
“가, 감사해요.”
화들짝 놀란 이현주가 마끼아또를
받아들자 강진호가 건너편에 아메 리카노를 내려놓고는 자리에 앉았다.
“용건은?”
“아……”
최현주가 심호흡을 했다.
“일단은 사과를 드리겠어요.”
무슨 일을 진행하더라도 일단은 사과가 먼저라고 생각했다. 이 꼬여 버린 관계를 풀지 않으면 답이 나오 지 않을 테니까.
“무작정 찾아온 것 죄송해요. 저는 그게 우리도, 강진호씨에게도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군요.”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강진호씨에게 불쾌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런 식으로 찾아오지는 않았을 거예요. 다시 한번 사과드릴게요.”
“괜찮습니다. 이쪽에서 과민 반응 한 것도 있으니까요.”
이현주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단 한번도 저런 식의 대답이 나 올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사과라도 받아주면 다행이라고 생각
했다.
‘어쩌면 내가 저 사람에 대해 잘 못 생각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저런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강진호의 속에 괴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잊을 생각은 없었다. 그건 아무 리 잊으려 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으니까.
하지만 평상시의 강진호는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부드럽고 배려 심이 있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사과의의미로 외도를 잡는데 전력으로 협력할게요. 원하신다면 저뿐 아니라 다른 인력도 동원할 수
있어요. 외도는 저희 입장에서도 반 드시 잡고 싶은 살인마예요. 협력하게 해주세요.”
강진호는 말없이가만히 아메리카 노를 홀짝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 개를 저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네?”
“이제 외도라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처음에는 강진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의문이 잦아들고 그가 하는 말이 무엇을의 미하는지 이해한 것은 조금 뒤였다.
발끝으로부터 소름이 타고 올랐다.
‘ 벌써?’
어떻게 된 일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강진호가 외도를 처리한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만에 말이다.
이성휘를 어린아이처럼 다루던 강진호의 실력이라면 외도를 처리한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외도를 찾아내 처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생각보다 더 짧다는 것이 그녀를 당 황하게 만들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실제로는 강진호가 외도를 찾아낸 것이 아니라 외도가 강진호를 찾아 온 것이지만, 그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이현주에게는 강진호의 능력이 공포스럽게만 느껴졌다.
이현주가 어떤 생각을 하든 간에 강진호는 태연하게 커피를 마셨다.
“그러니 이제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 일은 이걸로 끝난 거니까요.”
이현주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끝났다.
그 말이 그녀의가슴을 덜컥 내려
앉게 만들었다. 그녀의 힘으로 이번 일을 해결해 보겠다는 다짐을 내리 기가 무섭게 일이 끝나 버린 것이다.
이 말을 하기 위해 마음을 다스린 그 시간은 다 무엇이었단 말인가.
그리고…….
‘이렇게는 안 돼.’
이대로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나 버리면 강진호와의 끈이 끊어져 버 리는 것과 같다.
무척이나 바라오던 일이지만, 막 상 이제 더 이상 강진호와 엮일 일 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아연함이
찾아왔다.
그녀가 주도적으로 나선 일이다.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고 이렇게 끝낼 수는 없었다.
“저기!”
아직 생각이 전부 정리되지는 않 았지만, 일단 입에서 말이 튀어나왔다.
의문 어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진호를 보며 이현주는 머릿속 에서 필사적으로 그를 엮어낼 만한 말을 만들어냈다.
“가, 강진호씨는 원치 않겠지만, 이미 강진호씨는 이쪽 세계에 깊이
발을 들였어요. 알고 계시죠?” 강진호의 눈이 살짝가라앉았다. 그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다른 사람의 입으로 확인받는 것은 역시나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쪽 세계 와 관계를 끊고 지금의 삶을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강진호의 눈이의문으로 물들었다.
그 시선을 관심이라 여긴 이현주가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저희 회주님을 만나보시지 않겠 어요?”
다음 날 아침.
강진호는 자신을 찾아온 뜻밖의 손님을 맞이해야 했다.
“어서 오세요.”
백현정이 불안한 시선으로 방문자를 바라보았다.
“이른 아침부터 죄송합니다. 이번 사건 때문에 강진호씨에게 좀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서로 소환을 해도 되겠지만, 아무래도 이 쪽이 좀 더 덜 번거로울 것 같아서 찾아왔습니다.”
백현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옆으로 비켜섰다.
강진호는 아침부터 자신을 찾아온 차인철을가만히 바라보았다. 사건 이 일어났던 당일, 그리고 그날 서 에가서 조서를 쓸 때 보았던 사람이다.
“카페에서 알바를 한다고 해서 그 시간 전에 찾아오는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례가 된 건 아니었 으면 좋겠군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네, 그럼.”
차인철이 빙긋 웃으며 강진호에게 말했다.
“잠깐 이 앞에가서 담배라도 한 대 같이 피우실까요?”
하지만 강진호를 바라보는 차인철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