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3)
마존현세강림기-23화(23/2125)
마존현세강림기 1권(23화)
4장 – 둘러보다(4)
박유민은 기이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의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의 날벼락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만 약 그가 강진호였다면 자신을 때려 죽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강진호는 그를도와줬는데 자신은
강진호를 배신했으니까.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것에도 정도가 있다. 그런데도 강진호는 그 일을 사소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배포가 큰 것인지, 생각이 없는 것인지,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발언이었다.
“그래도……
강진호는 한숨올 쉬었다.
“난 사과 받았다.”
“어.”
“자꾸 지나간 일 들먹이는 거 별 로 안 좋아한다. 끝난 일은 끝난 일 이지. 사과 받아서 풀릴 일이라면
별것 아닌 거고, 사과 받아도 풀리 지 않올 일이었다면 내가 너와 상종 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
“으응.”
박유민은 뒤통수를 긁었다. 자꾸 만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어……”
그때, 등 뒤에서 어눌한 소리가 들려왔다.
강진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어색한 얼굴을 한 아이가 뒤뚱뒤뚱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있다.
“소연이, 추운데 왜 나왔어?”
박유민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이 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멍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 번거리더니, 손에 든 것을가만히 내밀었다.
“주는 거야?”
끄덕끄덕.
“나한테‘?”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내 친구한테 준다고?”
“어.”
박유민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아이의 손에 들린 것을 받아들 었다. 그러고는 조금 망설이는 듯하
더니 강진호에게 손에 든 것을 내밀 었다.
“선물이래.”
“……”
강진호는 박유민이 내민 것을 받 아들었다.
좋은 물건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대체 어디에서 뜯어낸 것인지 모를 잡초를 좋은 말로는 개성 있게, 객관적인 말로는 엉망진창으로 엮어 서 만든 목걸이 같았다.
이걸 목걸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목걸이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조잡하기 짝이
없는 물건이었다.
강진호는 굳은 얼굴로 잡초 목걸 이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진지하게 물었다.
“걸어야 하나?”
“……”
박유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시선에 눌린 강진호는 마 지못해 목걸이를 머리에가져갔다.
문제는…….
턱.
아이 목에 맞춘 목걸이는 강진호의 머리를 통과하지 못했다. 머리띠
가 되어버린 목걸이가 강진호의 머 리에 비스듬하게 걸쳐졌다.
“끅……”
강진호가 살기를 담아 박유민을 노려보았다.
“웃으면 죽인다.”
강진호의 이글거리는 눈을 본 박 유민이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강진호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아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 고맙다.”
아이는 헤, 웃더니 쪼르르 보육원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흠…….””
그 광경올 지켜본 강진호가 자리 에서 일어났다.
“그만 간다.”
“ 벌써?”
“더 있어봤자 할 일도 없고, 이제가봐야지.”
“하긴.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가는게 나올 거야. 그런데……
“그런데?”
“그 자전거 타고 내려갈 거야?”
“그럼?”
“이 언덕을?”
“ 괜찮아.”
박유민은 자전거와 강진호를 번갈 아 돌아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조심해서가.”
“그러지.”
“내가 전에도 잘못했는데 나 태워 주고 돌아가는 길에 넘어지기라도 하면 내가 정말 고개를 들 수가 없 으니까.”
강진호는 피식 웃었다.
“평소에는 드나?”
“……”
강진호는 자전거에 올랐다.
“그런데!”
강진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무슨 말이 이렇게도 많단 말인가.
“왜?”
“그거 쓰고 갈 거야?”
박유민의 시선이 강진호의 머리에 씌워져 있는 잡초 목걸이로 향했다.
강진호는 굳은 얼굴로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안 되나?”
“그런 건 아닌데……
“그럼.”
강진호는가볌게 손을 저었다.
그러고는 언덕길을 총알처럼 내려가기 시작했다.
“헐……”
박유민은 엄청난 속도로 내려가는 자전거를 보고는 입올 벌렸다.
“ 세상에……”
박유민은 강진호의 자전거가 언덕을 다 내려가기 전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그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게 전부였다.
“미안해.”
박유민이 낮게 한숨을 쉬었다.
강진호는 집에도착했다.
이미 어둑해진 후였다. 강진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왔니?”
어머니가 그를 맞아주었다.
“ 예.”
“오늘 많이 늦었구나.”
“네. 친구 집에 들렀다가 왔어요.”
“별일이네.”
평소에는 피시방이나 죽자 사자 드나들던 아들놈이 친구 집에 다녀 왔더니 이상한 모양이셨다.
따져 보면 그건 이전의 강진호가 한 일들이었지만 말이다.
“씻어라. 밥 먹자.”
“아버지는요?”
“조금 늦으실 거다.”
“회식이라도 하신데요?”
어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고개를 젓는 어머니의 얼굴이 편해 보이지 않았다.
“이번 회사는 조금 늦게 마친다.”
“제가 학교 갈 때 출근하셨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아직까지 일을 한다구 요?”
“그러게 말이다.”
백현정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은영이 쪽으로 들어가는 돈도 많 고, 이제 너도 곧 대학에 갈 테니 등록금도 벌어야 하니까……. 힘들
더라도 일을 해야지.”
“……”
“나도 다음 주부터 다시 출근하기 로 했다.”
“ 예.”
“걱정 마. 엄마랑 아빠는 너희만 잘 크면 괜찮아. 나중에 다 갚아줄 거잖아?”
“그야 그렇죠.”
강진호는 욕실로 들어가 옷을 벗 었다.
‘예전이라……’
과거 십 대 때 그는 행복했다고 생각했다.
인생에 있어가장 즐거운 때가 그 때라고 언제든 서슴없이 말할 수 있 었다.
그럼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른가?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다르지 않다.
과거에도 그의 아버지는 밤낮없이 일을 했고, 어머니도 살림을 하는 틈틈이 일을 했다.
그가 행복했다고 이기던 시절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희생을 토대로 힘겹게 버티고 이어온 것이다.
지금은 그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너무 어렸기에 그걸 몰랐다.
‘ 행복?’
그걸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부모의 희생을 바탕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누리기만 한 삶을 행복이라 고 칭해야 할까?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전까지 강진호는 집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저 그가 잘 적응하기만 하면 평범하고 평안한
나날들이 이어질 거라 믿어왔다.
하지만 그 핑범한 나날올 지키기 위해서 부모님들은 강진호가 학교에 서 놀고 있던 그 시간에도 쉬지 못 하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은 하나였다.
바뀌지 않는 결론.
평범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번에 필요한 힘은 폭 력이 아니었다.
강진호는 물을 뒤집어썼다.
그러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돈이 필요해.’
세상에는 세가지 힘이 있다.
재력.
권력.
그리고 폭력.
강진호의 기준에서 그중가장 강 한 것이 폭력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강한 자가 다른 것을가지는 법이니 까.
하지만 그중가장 유용한 것은 폭 력이 아니었다. 적어도 현대에서는 말이다.
재력.
재력은 편리였다.
재력이 있다면 세상을 편히 살 수 있다. 강진호의 부모도 성심 보육원
의 아이들도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
‘돈이 필요해.’
강진호의 눈이 빛났다.
필요하다면가진다.
그것이 강진호, 아니, 적천마존의 지론이었다.
강진호는 컴퓨터를 켜고 앉았다.
이제 조금씩 컴퓨터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로딩 화면을 보며 강진호는의자에 등을 기댔다.
‘하지만 어떻게?’
돈이 필요하다.
그것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문제는 돈올 벌 방법이 요원하다는 점이었다.
처음 돈을 벌겠다고 마음을 먹자 처음 떠오른 것은 다름 아닌 로또였다.
그는 미래에 대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니 로또 번호를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몇가지가능성을 생각해 보니 영 여의치 않았다.
당장 지난주 당첨 번호가 뭔지도 기억 못하는게 사람인데, 몇 십 년 전 당첨번호를 무슨 수로 기억한다
는 말인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만약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그 번호가 이번에도 그대로 나와 준다는 보장이 없었다.
아주 미묘한 차이 하나가 모든 것을 뒤바꿔 버릴 수 있었다.
“안 돼.”
실행도 불가능하고, 실행한다고 해도 결과가 불분명하다.
시도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이 었다.
그다음에 띠오른 것은 역시나 주 식이었다.
주식의 경우는 로또에 비해 예측
하기가 쉽다. 십 년 사이에 기업들의 흥망은 대충 기억하고 있으니까.
하반신 마비가 온 뒤 움직일 수 없게 된 강진호는 컴퓨터로 커뮤니 티에 상주하는 것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다. 덕분에 그들이 이야기하는 주식에 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 고, 뉴스를 통해 어떤 기입이 어느 정도가액올가지고 있는지는 파악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진호가 투자를 시작했을 때 과연 그 주식들이 과거 그대로 움직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았다.
예를 들어 신약을 개발하는 A라는 회사가 있다고 쳐보자.
천천히 조심스레 보안을 유지하여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A라는 회사 에 어느 날 대량의 주식 구매가 벌 어진다.
당연히 액면가는 급등하기 마련이 고, 그것을 지켜보던 개미들은 혹시 나 하는 마음에 소액이라도 뛰어들 기 마련이다.
그럼 회사 입장에서는 어떨까?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유출되었다고 여겨 과거와는 다른 대처를 해버릴 확률이 높았다.
아직 완벽하지 못한 신약을 출시
해 버린다거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무리수를 둔다거나.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았다.
소액으로 움직이면 돈이 안 되고, 큰돈으로 주식을 하게 되면 정해진 흐름을 뒤틀어 버리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미래가 바뀌는 것 따위야 강진호가 알 바 아니지만, 그 뒤틀린 미래 때문에 한순간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었다.
그 모든 리스크를 감안하고 투자를 결심한다고 해도가장 큰 문제가 남는다.
애초에 강진호는 종잣돈이 없다.
주식을 하든 장사를 하든 기본적으로 시작을 할 돈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나 학생인 강진호에게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이것도 안 돼.”
그러니 주식으로 돈을 벌겠다는 것도 꿈같은 이야기다.
그리고 주식으로 돈을 버는데는 시간이 꽤 오래 필요하다는 단점도 있었다. 강진호에게 필요한 것은 훗 날 벌어들일 막대한 금액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그들의가족을 편히
만들어줄 조금의 돈이었다.
강진호는 한숨올 쉬었다.
목표는 정해졌다.
첫 번째 목표는 종잣돈을 만드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일단 돈이 될 만한 일을 시작해서 최소한의 자본 금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학생인 강진호가 무슨 수 로 돈을 벌겠는가.
육체노동이라도 해서 벌 수야 있 겠지만, 학교 시간과 겹치지 않으며 일을 할 수 있고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을 만한 일이 어디 있을까.
없다.
간단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학업에 방해가 된다고 반대할 판에 일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더구나 이제 고3이 되는 강진호 이니만큼 돈을 번다는 소리를 했다가는 강유환은 혼자 술을 마실 거 고, 백현정은 머리를 잡고 넘어갈지도 몰랐다.
강진호는 한숨을 쉬었다.
‘그거밖에 없나?’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면서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일.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강진호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일.
강진호의 머리에 이 모든 것을 중 족시키는 단 하나의 직업이 떠올랐다.
‘ 해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