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44)
마존현세강림기-244화(244/2125)
마존현세강림기 10권 (20화)
4장 잡아채다 (5)
강진호는가라앉은 눈으로 복면인 들을 바라보았다. 복면으로가려져 표정은 잘 알 수 없지만, 그들이 지 금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는 복 면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당혹.
그리고 공포.
강진호는 그 두 감정이 마음에 들 지 않았다.
저 표정이 공포가 아닌, 완벽한 절망으로 물들 때까지 그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음.”
강진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복면인들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한다.
그들의 시선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동료, 아니, 조금 전까지는 동료 라고 불리어야 했을 시신에게로 향 했다.
머리가 뽑혀 나가 피 분수를 뿜어 내고 있는 시체를 보자 머리가 순간 적으로 어질어질해 온다.
사람이 죽은 것을 보았냐고?
수도 없이 봤다.
그들의 손으로 죽인 사람도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단 한번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그들이 상대해 온 것은 인간이니까.
수도 없는 인간의 죽음을 봐왔지 만, 단 한번도 사람이라는 것이 저 리 장난감처럼 쉽게 머리가 뽑혀 죽 올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
다.
사람이니까.
장난감이 아니니까.
하지만 지금 그들의 눈에 보이는 광경은 영화도 아니고, 만화도 아닌,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쓰러져 있는 시체는 특수 효과로 정교하게 만들어낸 더미가 아니라 조금 전까지 그들과 함께 말을 하고 낄낄거리던 사람이라는 말이다.
“……미친.”
할 말은 너무도 많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단어가 되어 입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다. 사용할
수 있는 단어가 극도로 적은 어린아 이처럼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말 이 되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떨릴 뿐.
육체가의지를 배반하고 제멋대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시야가 미묘하게 흐려지고, 귀가 멍멍해 온다.
단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순간을 마주한 이 순간, 그들은 무인 이 아니라 그저 인간이었다.
한낱 인간.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자각한 순간, 이재석은 깨달았다.
날카로운 발톱도, 단숨에 살을 찢
고 뼈를 부러뜨릴 수 있는 이도 없는, 나약한 인간의 육체로 저 괴물 같은 놈에게 대항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말이다.
‘다, 달아나야 해.’
무인이 되어서 적에게 대항도 해 보지 않고 달아날 생각만 하는 것이 비겁하지 않느냐고?
개소리.
지금 머리가 뽑혀서 바닥에 뒹굴 고 있는 놈도 무인이다. 길거리를 쏘다니는 양아치가 아니라는 말이다.
말 그대로 하늘을 뛰어오르고 철
판을 찢어발길 수 있는 무인이라는 놈이 저항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하 고 저 꼴이 되었는데, 대항?
이건 농담이 아니다.
머릿속에서 경고신호가 울린다. 지금 당장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 나라는 소리가 다른의식올 모두 앗 아버릴 만큼 강렬하게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로도망쳐야 하지?’
사방이 막혀 있다.
강진호의도주를 차단하기 위해서 그들이 선택한 이 폐공장은 이제 그
들의도주를 차단하고 있었다. 유일 하게 뚫려 있던 탈출구는 강진호가 문을 틀어막으면서 깔끔하게가로막 혔다.
그런데 대체 어디로도망쳐야 한 단 말인가.
이재석은 이 공장 안이 거대한 우 리 같다고 생각했다.
맹수가 풀려 있는 우리.
그리고 그들은 맹수에게 던져진 먹잇감이 었다.
달아날 수도 없고, 저항할 수도 없는.
“다음은 누구지?”
강진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방금 전, 사람 하나를 마치 어린 아이 장난처럼 살해한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침착하고 담담하다.
이재석이 허탈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의 동료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강진호의 전신을 새빨갛게 물 들이고 있었다. 얼굴의 반을 피로 완전히 적신 채 무표정한 얼굴을 유 지하고 있는 강진호를 보고 있자니,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빌어먹을.”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낮은 욕설이 그의 정신을 깨웠다.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지금 이건 현실이다.
바로 앞에서 그의 머리통을 잡아 뽑으려는 이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리 멍청하게 영화 라도 보는 듯이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단 말인가.
이재석이 부르르 몸을 떨고는 살 짝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나직하게 속삭였다.
“정신 차려!”
그의 목소리가 효과가 있었는지, 동료들이 반응을 보인다.
“수는 우리가 더 많다.”
말을 하면서도 이재석은 그 말이 크게도움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너무도 빤하고 당연한 말이 기도 한!-데다 지금 강진호와 그들의 기세는 단순히 수적인 우위로 뒤 집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죽이는 것 아니면 죽는 거야.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오줌 지 린다고 저 새끼가 너희를 그냥 내버 려 둘 것 같아?”
이 말은 효과가 조금 있던 모양이
다. 등 뒤에서 움찔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병신처럼 쫄지 말고, 이 악물어. 죽이지 못하면 우리가 죽는다.”
그 말은 다른 이들에게 하는 말이 기도 하지만, 이재석이 스스로에게 되뇌는 말이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어이없는 일이기도 했다.
영남회의 최정예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이 단 한 사람에게 겁을 먹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나 되는가.
그들은 다른 이들에게 공포가 되
어야 하는 사람들이지, 누군가에게 공포를 느껴야 하는 쪽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알면 얼마나 비웃을 것인가.
이재석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 었다.
악과 깡올 빼면 시체라고 생각하 던 그였다. 그런 이재석이 눈앞에서 동료가 죽었는데도 분노하기는커녕 공포에 질려서 벌벌 떨고 있던 것이다.
물론 지금도 그 공포가 온전히가 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적어도 지금 그가
보이고 있는 반웅이 정상적이지 않 다는 것 정도는 인지할 수 있었다.
이재석이 이를 꽉 깨물었다.
상대가 누구든 간에 그들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렇 다면 남은 것은 누가 살아남는가이다.
막 이재석이 그렇게 생각하며 전의를 다지려는 순간.
그 일이 일어났다.
스스스스.
기이한 소음과 함께 강진호의 몸 주변에서 시커먼 구름 같은 것이 피 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재석은 지금까지 다지던 전의가 일순간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저게 대체 뭔가.
이재석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 그가 보고 있는 광경은 이제 껏 그가 알고 있던 사실들과는 본질 적으로 뭔가 달랐다.
무학?
그가 아는 어떤 무학도 사람의 몸 에서 저런 것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이재석의 눈에 보이는 광경은 불가사의란 말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
다.
‘사람인가?’
대체 이 작자는 뭐란…….
그 순간, 강진호의 모습이 엿가락 처럼 앞으로 쭈욱 늘어났다. 기겁을 하여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그의 반응보다 강진호의 속도가 배는 더 빨랐다.
턱!
자신의 얼굴을 움켜잡은, 시커먼 연기 같은 무언가를 느끼며 이재석의 몸이 작살에 꿰뚫린 물고기처럼 퍼득거렸다.
“조금 자둬. 우린 할 말이 많을
테니까.”
그리고 얼굴을 통해 전해져 오는,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독한 격통을 느끼며 이재석의의식이 점 점 흐려져 갔다.
‘안 되는……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고, 이재석은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렸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것처럼 멍하기 그지없 던의식이 천천히 수면 위로 부상하
기 시작했다.
‘여기가 어디지?’
내가 언제 잠들었더라?
멍한의식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느낌, 그리고 아무것도 알 수 없는 기분이 었다.
마치 마취라도 당한 것처럼 몽롱 하던의식을 깨운 것은 비릿한 향이 었다.
코끝을 찌르고 들어와 전신을 환 기시키는, 지독하고 비릿한, 하지만 더없이 선명한 향기.
‘피 냄새.’
이재석은 그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눈을 뜸과 동시에 전신의 세포가 깨어나기 시작한다. 나른함이 일순간 날아가고 근육이 정신없이 움츠 러들었다.
잠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떠올린 이재석이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초점이 잡히지 않던 시야가 점차 선명해지며 주변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아……”
그 즉시 다가온 것은 형용할 수
없는 절망과 공포였다.
“ 아으……”
피.
온통 피가 흘러내린다.
바닥과 공장의 벽, 그리고 천장까 지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광 경은 너무도 기이해 붉은색 페인트 로 온 벽면을 칠했다고 생각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공장을가득 채우고 있는 이 비릿한 피 냄새가…… 저 붉은 액체들이 무엇인지를 너무도 확연히 말해주고 있었다.
‘이 새끼는 미쳤어.’
그도 제정신이 아니라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듣던 사람이다.
한국에서가장 과격한 무인 집단 이라 할 수 있는 영남회 내에서도 악명이 높았고, 피도 눈물도 없다는 소리는 기본으로 듣고 다니던 사람이다.
인간의 정이 없다고 평해지기도 하고, 맛이 갔다는 말도 수도 없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는 적어도 인간의 영역에 속해 있었다.
그래, 사람을 죽였다. 살인자 주
제에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그는 적어도 인간을 인간으로 보고 죽였다. 이렇게 인간을 장난감이나 무기물인 것처럼 마구 대하지는 않았단 말이다.
“미친 새끼……
입가에서 흘러나온 말은 딱히 대 답을 바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이는 생각 이상으로 친절했다. 바로 대답을 해주었으니 까.
“깨어났나?”
그 목소리는 담담했다.
담담해서, 너무 담담해서 더 기괴
하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일곱이나 되던 그의 동료들은 이 짐승 같은 새끼의 손에 모조리 죽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일곱이라는 인간을 상상도가지 않을 만큼 처참 한 꼴로 죽였을 놈이 저리 담담한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으니, 이 얼마 나 소름 돋는 일인가.
이재석은 바닥을 움켜잡았다. 손가락 사이로 흙이 파고들어 따끔한 감각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그런 것 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저벅저벅.
강진호가 그의 둥 뒤에서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이재석은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 했다.
달아난다?
그게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는 그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처음 강진호가 저 문을 뚫고 이 공장 안으로 난입했을 때부터 그들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도살장의 우리 안에 갇혀 있는 소 처럼 말이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죽음의 고
통이 길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자.”
강진호가 이재석의 바로 앞으로 와 쪼그려 앉았다.
이재석은 숨을 헐떡이며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평범하다.
우습게 들리는 말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바라본 강진호의 얼굴은 더없이 평범하고 평온했다.
저 얇아 보이는 얼굴 뒤편에 상상도 할 수 없는 폭력성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이 미친놈은 저 평온한 얼굴로 순 식간의 그의 몸을 갈가리 난도질하 고도 남을 것이다.
“후욱, 후욱, 후욱, 후욱……
숨이가빠온다. 전신이 벌벌 떨리 고 식은땀이 마치 비처럼 육체를 타 고 쏟아졌다.
핏발 선 눈이 갈 곳을 찾지 못하 고 이리저리 뒤룩거린다.
그런 이재석의 변화를가만히 바 라보던 강진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말해봐.”
이재석은 거역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