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49)
마존현세강림기-249화(249/2125)
마존현세강림기 10권 (25화)
5장 조사하다 (5)
그를 보며도끼눈을 뜨고 있는 최 연하를 보니, 오늘 일진이 순탄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떻게 먼저 약속을 한 사람이 늦을 수가 있어요?”
“미안합니다.”
“왜 늦었어요?”
“그게……
강진호가 볼을 긁었다.
평소라면 늦을 일이 없었겠지만, 차가 폐차되고 새로운 차를 구입하 기 전이라 타고 나갈 자동차가 없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는데…….
‘노선을 반대로 탔다고는 죽어도 말 못해.’
강진호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TV를 보면 정치인들이 교통 카드 에 만원짜리 두 장을 같이 쑤셔 넣거나 버스비가 70원인 줄 아는 촌극이 벌어지던데, 따져 보면 자신
도 별로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
다.
가만히 돌이켜 보면 고등학교 시 절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한 경험이 거의 없지 않은가. 그에게는 금동이가 있었으니까. 차보다 빠른 자전거가 있는데 왜 대중교통을 탄단 말인가.
“진짜 매너 없는 거 알죠?”
“네.”
강진호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는 지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이 없어야 했다.
“일단 앉으세요.”
“네.”
판사의 판결을 받은 죄수처럼 강진호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자리 에 앉았다.
“뭐 하나 마셔야죠?”
“괜찮습니다.”
“드세요. 아메리카노 좋아하시잖 아요.”
“알겠습니다.”
딱히 좋아한다기보다는 다른 달달 한 음료가 입에 영 안 맞아서 마시는 거긴 하지만 말이다.
중원에서 그가 즐기던 차 종류를 구하려면 구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다도 실력으로는 과거 마시던 맛을 낼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테이블로가 져온 강진호가 건너편에 앉아 있는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숨길 생각이 없는 건가?’
보통 연예인들이 밖으로 나갈 때는 모자나 선글라스로 자신을가리 려고 한다. 강은영만 해도 백화점 한번가는데 거의 미이라급으로 얼굴을 친친 감고 나가지 않았던가.
유난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 지만, 번화가에서 강세아가 출현했 다는 것을 알아챈 이들 때문에 좀비
영화를 두어 번 찍고 나니, 이제는 강진호가 나서서 강은영의 얼굴에 스카프를 감아버릴 지경이 되었다.
강은영이 말한 대로 최연하가 그 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인지도와 스타성을 갖춘 배우라면 당시 겪은 배 이상의 팬들을 소환할텐데, 이 렇게 맨 얼굴을 다 드러내고 돌아다니는 것이 과연가능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예뻐요?”
“네?”
“자꾸 얼굴을 빤히 보고 있기에.”
“그래서 본 거 아닙니다.”
“……여자 친구 없죠?”
“그게 여기서 왜 나옵니까?”
“여자 친구가 왜 없는지 알 것 같 아서요. 그 얼굴로 여자 친구가 없는 것도 힘든 일인데 말이에요.”
‘이거, 욕 같은데……
강진호는 불편한 얼굴로 아메리카 노를 마셨다.
“그래서 어때요? 예뻐요?”
강진호는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나왔지 만, 상대하기 힘든 사람이라는 측면 에서 최연하는가히 손가락에 꼽힐 만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성격이 나쁘다거나 한 것이 아니라 강진호가 불편해하는 부 분을 정확하게 찔러 들어오는 능력 이 있기 때문이었다.
“네, 예쁩니다.”
“고마워요. 엎드려 절 받기 같아 서 반쯤은 점수가 날아갔지만, 그래도 나름 점수 따는 발언이라는 걸 알려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강진호는의자에 등을 기대며 생각했다.
‘내가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을 알까?’
지금쯤 소파에 누워서 뒹굴대며 과자를 흡입하고 있을 강은영이 그 편안하고 안락한 한때가 강진호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쯤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덜 억울할 테니까 말이다.
“세아 씨는 괜찮아요?”
“예, 괜찮습니다.”
“갑자기 왜 아프데요?”
“컨디션이 무너진 거죠.”
“음, 그럴 때가 있죠.”
최연하는 굳이 더 파고들지 않았다. 사실 그녀에게 있어서 강은영의 안부는 안중에 없었다. 그녀가 관심
이 있는 것은 오직 강진호니까.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강진호가 먼저 운을 떼자 최연하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턱을 괴고 자신을가만히 바라보는 최연하의 시선에 강진호가 낮게 헛기침을 했다.
“은영이는 정말로 연기에 재능이 있는 겁니까?”
“제 말을 신뢰할 수 있으세요?”
“은영이의 말이나 다른 사람의 평가를 들으면, 최연하 씨는 배우로서는 상당히 신뢰를 해도 되는 인물이
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연하가 기분 좋다는 듯이 웃었다.
“매번 듣는 칭찬인데, 강진호씨의 입에서 들으니까 기분이 남다른 것 같네요. 빤한 아부겠지만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니 대답을 해드리죠. 음, 세아 씨는 강진호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재능이 있어요. 조금 아쉬운게 있다면……
“아쉬움?”
최연하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좀 쉽게 살았다고 할까?”
“ 네?”
“어려움을 안 겪고 자라서 그런 건지, 사람이 밝더라구요. 음흉한 면 이 있지만, 그게 성격적으로 모난 구석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죠.”
최연하가 자신의 앞에 놓인 라떼를 휘휘 저으며 말을 이었다.
“발랄한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있 어서는 강점이 확실하지만, 비극적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한계가 확연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 로서는 아쉬운 일이지만……
최연하가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사람으로서는 부러운 일이죠. 그 만큼이나 사랑받고 컸다는 말이니 까. 모난 구석이 없고, 고생을 많이 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강진호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오냐오냐하며 키운 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연습생 시절에 나름 고 생도 많이 했구요.”
“물론 그렇겠죠. 그런데……
최연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뒤에는 언제나 오빠와가족이 있 었겠죠.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내가 말만 하면 언제든 달려와서 이 상황을 해결해 줄 것 같은 든든한
의지처가. 그러니 정말 손도 발도 쓰지 못하는 절망은 느껴본 적이 없을 거예요.”
“연기라는 건 그런 경험까지 필요 한 겁니까?”
“꼭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의사를 해봐서의사 역을 맡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그런 경험이 있다면 스펙트럼이 좀 더 넓어지겠 죠.”
“으음•…”
강진호가 고민하려는 듯하자 최연하가 손을 내저었다.
“오해는 마세요. 이제 와서 그런
경험이 필요하다는 건 아니니까. 그 나이에 그 정도면 충분히 재능 있 고, 충분히 잘하는 거예요. 마스크도 괜찮구요. 오빠만은 못하지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연하가 저리 말한다면 강은영도 연기자로서는 나름 경쟁력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물어볼 건 다 물어봤어요?”
“네.”
“그럼 일어나요. 저 배고파요.”
“……알겠습니다.”
“비싼 거 먹을 테니까 각오하라고 했어요.”
“예.”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돈 많다고 하더니, 진짠가 보네? 비싼 거 먹는다고 하는데도 안 쪼시는 거 보면.”
“밥이 비싸봐야 얼마나 비싸겠습니까.”
“이백만원짜리 정식 드셔보신 적 있으세요?”
“……쌀 대신 금으로 밥을 짓나 보죠?”
최연하가 입을가리고 크게 웃었다.
“가서 봐요, 뭘로 짓나. 차가지 고 오셨어요?”
“아뇨. 차 없습니다.”
“그때 그 빨간 건 어쩌시고?”
“폐차했습니다.”
“……이상한 부분에서 사람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네요, 강진호씨.”
강진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왠 지 주영기의 잔소리가 다시금 들려 오는 것 같았다.
“그럼 제 차 타고가요.”
“네.”
카페 밖으로 나가자 카페 뒤편 주 차장에 검은색 SIAM” 주차되어 있
었다.
‘음……
보통 차량의 타입에서 오너의 성 향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최연하가 SUV를 타고 다니는 것은의외기도 하고, 자연스럽기도 했다.
그녀의 명성과 배우라는 속성, 그 리고 스타성을 감안한다면 SUV가 아니라 스포츠카가 잘 어울릴 것 같 기도 하지만, 그녀의 실용적인 성격을 감안하면 이 차가 더 잘 어울렸다.
“ 타세요.”
“예.”
강진호가 차에 오르자 최연하가 지체 없이 액셀을 밟고 차를 출발시 켰다.
‘ 취소다.’
이 여자에게는 역시 스포츠카가 잘 어울린다. 이렇게 과격하게 액셀을 밟으면서 치고 나가는 사람에게는 차체 큰 SUV가 어울리지 않으니까.
버거워 보일 정도로 커다란 핸들을 양손으로 잡고 돌리는 최연하의 모습은 이제껏 봐오던 모습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생각은 좀 해봤어요?”
“뭘 말입니까?”
“배우 말이에요, 배우.”
“……관심 없다고 몇 번 말씀드려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요?”
“네.”
강진호는 단호하게 최연하의 말을 끊어 냈다.
“뭐, 좋아요. 대신 오늘은 나한테 완전히 할애를 해줘야 해요. 내가 자꾸 배우 쪽 일 이야기한다고 짜증 내서도 안 되구요.”
“그러죠.”
강진호는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
렸다.
쉽지 않은 하루가 될 것 같았다.
식사는의외로 그리 비싸지 않았다. 잔뜩 겁을 주었지만 강진호가 딱히 별 반응이 없자 김이 샜는지, 최연하는 강진호를 평범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데리고 갔다.
그 뒤로는 정신없이 따라다닌 기 억밖에 나지 않는다.
어딘지 알지도 못하는 숍을 돌아 다니며 쇼핑백을 들고, 연기의 참맛을 보여주겠다며 연극 한 편을 보 고, 그리고 시외로 드라이브를 나갔
다가 거기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니, 어느덧 늦은 밤이었다.
‘못해 먹겠네.’
처음 만난 카페로 돌아온 강진호는 탈진하여의자에 기댔다.
“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강진호씨도 체력이 장난 아니네 요. 보통 나하고 하루 돌아다니면 남자나 여자나 할 것 없이 다들 퍼 지는데. 매니저들이 제발 좀 그만 돌아다니 라고 사정사정하거든요.”
최연하의 쿡쿡대며 웃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뭐라고 해야 할까.
밀리고 밀린 방학 숙제를 하루 동 안 고생해서 단번에 다 끝내 버린 그 후련함?
언젠가는 한번 겪어야 할 과제를 클리어한 것 같은 뿌듯함이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다시 한번 감사를 표했다.
사실 촬영장을 안 본 것도 아니 고,은영이에게 삼 일이라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 최연하가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는 그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거기에 PD나 작가들 사이에서 불 만이 나오지 않게 자기 이미지를 깎 아가며 본인 촬영부터 해달라고 난 리를 쳤다지 않은가.
거기까지는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강은영에게 PD들이 먼저 연락을 해 서 촬영이 밀릴 것 같다고 사과를 했다고 하니, 이 정도면 최연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준 것이었다.
그만한은혜를 하루데이트로 갚는다는 건 수지가 맞지 않는 일이다. 최연하가 강진호를 사기꾼이라 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을 만큼.
“한동안 바쁘겠네요?”
“……사실 요즘 한가합니다.”
“아뇨. 이제 바쁘실 거예요.”
최연하가 빙긋 웃었다.
“내일이던가? 아마 내일부터는 정 말 눈코 뜰 새 없어질 거예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네요.”
“뭐, 모르면 직접 겪어보시면 되 죠. 그건 됐고, 그래서 우리는 다음 에 언제 만나요?”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또 만나야 합니까?”
“어머, 이 남자 봐? 진짜 매너 없 네.”
최연하가가만히 강진호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강진호씨.”
“ 네?”
“저 안 예뻐요?”
“예쁩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충분히 아름답다. 객관적으로 볼 때.
“그럼 또 보는 거죠. 남자는 예쁜 여자랑 같이 노는 걸 좋아하잖아요. 저만큼 예쁜 애도 구하기 힘들걸요? 안 그래요?”
최연하가 빙긋 웃으며 윙크를 했다.
“난 그쪽이 마음에 들거든요. 배 우로서가 아니라 남자로서.”
강진호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최 연하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