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5)
마존현세강림기-25화(25/2125)
마존현세강림기 1권(25화)
4장 – 둘러보다(6)
강진호가 선택한 방법은 간단했다.
남은 삶이 얼마 되지 않고가진 것은 돈밖에 없는 이들. 그들을 치 료해 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었다.
그런 이들을 찾는 것은 아주 간단
했다.
국내 굴지의 병원 V1P실올 돌기 만 하면 되니까. 경계가 삼임하기는 하지만 강진호에게는 별것 아닌 일 이었다. 강진호는 이 어둠을 뚫고 국내 5대병원 VIP실을 모두 돌았다.
그리고 그중 강진호가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자를 찾아냈다.
기를 다루는 무공은의학이 할 수 없는 것을 해낼 수 있다. 특히의료 기기가 닿지 않는 곳에서 정교한 움 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의사보다 뛰어난 치료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만능은 아니었다.
의사가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무 인이 손도 대지 못하는 질병도 많았다.
특히 암 같은 것이 그랬다.
기를 북돋아주고 주변의 안 좋은 기운들을 뚫고 끌어내는 무학의 방 식으로는 암을 전혀 건드릴 수 없었다. 심지어 기운올 북돋아주면 그 기운을 받아 암세포가 더 빠르게 퍼 져 버리는 사대도 벌어진다.
그리고 내과적 치료는 더더욱 방 법이 없었다. 저항력을 올려주는 정도가 한계인데, 근본 원인을 해결하
지 못하다 보니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덕분에 강진호가 선택할 수 있는 환자는 기혈이 막혀 있거나 손상된 환자가 전부였다.
그리고 그 조건에 딱 맞는 환자가 바로 황정후였다.
강진호는 조용히 병원 건물 밖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황정후가 잠들어 있을 최상층의 병실을 올려 다보았다.
“지켜보지, 당신이 나와 계약할 자격이 있는지.”
아침이 밝았다.
간병인이 황징후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회장님, 잘 주무셨어요?”
황정후는가만히 입을 열었다.
뻐끔.
하지만 황정후는 입을 뻐끔거릴 뿐, 역시나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회장님,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 이시네요.”
간병인은 웃으며 황정후를 휠체어 로 옮겼다.
아침 식사가 오기 전에 샤워를 시
켜 드려야 한다.
황정후는 축 늘어진 채 휠체어를 타고 샤워장으로 향했다.
그날 오후.
황정후는 여전히 늘어진 채로 침 대에 누워 있었다.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들어왔다. 백영기.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심 복이라 할 수 있는 백잉기 이사가 굳은 얼굴로 녕실 안으로 들어왔다.
“회장님, 강녕하셨습니까?”
누워 있는 황정후의 눈에는 보이
지도 않을텐데도 백영기는 구십도 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뒤 간병 인을 보고 물었다.
“어떠십니까, 차도는?”
간병인은 누워 있는 황정후를 슬 쩍 본 다음, 시야에 닿지 않는 곳으로 물러서 말했다.
“많이 좋아지셨어요.”
입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지 만, 그녀의 고개는가로저어지고 있 었다.
차도는 없지만, 그렇다고 환자가 있는 자리에서 대놓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고개를가로젓는 것이
었다.
“ 다행이군요.”
백영기도 마음에 없는 말을 건넸다.
간병인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보 인 백영기가의자를 끌어 황정후의 곁에 앉았다.
“회장님, 보고드리겠습니다.”
황정후는 대답이 없었다. 아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대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백영기 이사 또한 그 사실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황정후의 앞에서 예의를 잃는다든가 보고 체계를 거스른 적 이 없었다.
그에게는 이 사람이야말로 모셔야 할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오늘이 마지막 보고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부로 해고당 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이 병실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끝까지 회장님의 곁을 지키지 못함을 용서하십시 오.”
백영기는 눈을 감았다.
한 줄기 비감이 그의가슴을 타고 흘러내렸다.
황정후가 신화를 이룩했다면, 그는 황정후에게 인생을 바쳤다. 그의 신화 한 귀퉁이에는 묵묵히 일한 백 영기의 공로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비록 황정후가 백영기를 크게 중 용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황정후의 신화에 한 손을 보탰다는 것을 자랑 스러워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정리 해야 할 시간이었다.
“오늘 차기 회장이 결정되었습니다. 법원의 판결이 떨어졌고, 회장님의 지분과 재산은 세 아드님께 분배 되기로 했습니다. 합의점을 찾지 못
한 자제분들께서는 재경 그룹을 셋으로 나누기로 합의했습니다.”
황정후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 모 든 것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백영기는 놓치지 않았다.
어찌 평안할 수 있겠는가.
평생을 바쳐 온 회사가 갈가리 찢 겨 나가는 걸 지켜봐야 하는데.
몸이 찢겨 나가는 고통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그룹 분할 건 때문에 다시 법정 분쟁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유산의 상속 여부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법원에서도 난감해하는 것 같습니다. 해외 자본의 공격에서 경영권올 방어하기 위해 회장님의 지분이 필 요합니다. 그래서…… 회장님의 지 분은 동의를 얻은 것으로 간주하고 아드님들께 분배될 것입니다.”
백영기는 사무적인 어조로 입올 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음성이 떨려 나왔다.
“저는 끝까지 반대했지만,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회장님이 인생을 바쳐 온 재경 그룹은 이제…… 삼 일 내로 셋으로 나뉘어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될 것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백영기가 손을 뻗어 황정후의 손을 잡았다.
“ 회장님……
백영기는 황정후의 손을 꽉 움켜 잡고 고개를 숙인 채 떨리는 음성을 내었다.
“우린 무엇을 위해 그렇게 뛰어온 것일까요? 결국 남은 것은 빼앗긴 들판과 상처뿐인 영광뿐입니다. 기 억하십니까? 그 험난하던 군사정권을 참아낼 때, 이 위기만 넘기면 세 계를 질타할 때가 온다던 회장님의
말씀. 회장님의 말씀은 틀리지 않았 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뤄질 수 없는 꿈이 되었습니다.”
“회장님, 그래도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회장님과 함께 머리가 빠 지도록 고민하고 고생한 시간이 돌 이켜 보면 참 행복했습니다.”
백영기의 눈에 한 줄기 눈물이 흘 러 내렸다.
“일어나십시오, 회장님.”
황정후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회사는 이제 아무래도 좋습니다. 순리대로 흐르겠지요. 그러니 제발
일어나셔서…… 단 한번이라도 정 정했던 과거의 모습을 보여주십시 오. 그것만 볼 수 있다면 저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황정후는 풀린 동공으로 백영기를 내려다보았다.
뻐끔.
그의 입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 하지만,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 건 지는 알 수가 없었다.
“……회장님.”
“이사님……
옆에서 지켜보던 간병인이가만히 백영기를 불렀다.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에게 흥분은 금물이었다.
오늘 전한 사실만으로도 황정후는 충분히 괴로울 것이다. 그런데 굳이 그를 더 자극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백영기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병실에 들어올 때만 해도 절대 약한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고 다짐 하고 들어왔는데…….
백잉기는 눈을 감고 몸을 떨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가보겠습니다. 더 시간을 더 끌었다가는 강제로 끌려 나갈지
도 모르겠습니다. 회장님께 그런 모 습올 보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백영기는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 사했다.
“강녕하십시오. 내세에서 다시 모 시겠습니다.”
백영기는 눈가를 훔치며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황정후는 말라 버린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눈에는 마른 눈물 한 방울도 흘러내리지 않았다.
밤.
병실에 어둠이 내린 새벽.
황정후는 눈을 감지 않은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은 풀려 있었지만, 결코 혼들리지는 않았다.
스숫.
그리고 그의 시야에 어제와 같은 검은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는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황정후에게로 다가갔다.
“기다렸나?”
황정후는가만히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황정후의 배에 손을 댔다.
있는 거라고.”
“ 지금도?”
“꿈이 아니……란 건 이미 알고 있었지. 하지만 난 잊지 않았어. 반 나절, 겨우 반나절 동안 이어질 부 질……없는 꿈이라는 것을.”
“그 때문에 움직이지 않은 건가? 어설픈 기대를 하지 않기 위해?”
황정후의 고개가 느릿하게 돌아갔다.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었다.
“놓칠…… 수 없었으니까.”
강진호는 황정후의 얼굴에 어린 비장한 감정을 읽었다.
지독한 열기가 느껴졌지만, 황정후는 정신올 잃지 않았다. 어제와 같은 고통이지만,의식을 잃지 않고 이겨낸 황정후가 조금 맑아진 눈으로가만히 남자를 바라보았다.
“왜 입을 열지 않았지?”
황정후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탁한 소음이 그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꿈……인 줄 알았지……
“말……을 한 수 있고, 몸을 움직 일 수 있고…… 꿈인 줄 알았지. 이 건 꿈이라고, 그저 내가 꿈을 꾸고
이 늙은 사자는 이 꼴이 되어서도 무언가를 노리고 있었다.
“내 인생……에 마지막 기회. 놓 칠 수는 없었지. 섣부르게 움직여 모든 것을 망쳐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내가 어설프게 입을 열어 당신의 심……기를 자극 한다면, 이 마지막 기회마저 날아갈 지 모르니까.”
강진호는 미소를 지었다.
만약 그가 몸이 움직인다는 것에 놀라 방방 뛰었다면 강진호는 돌아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그가 그 만큼 신중하지 못하다는 뜻이고, 계
약 상대로서가치가 없다는의미이니까.
강진호가 자신의 정체를 숨길 생각이 아니었다면야밤에 그런 방식으로 이곳을 찾아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황정후는 그 사실을 정확하게 파 악해 낸 것이다.
몇가지 상황을 상정해 두었지만, 황정후는 강진호의 예상마저 뛰어넘은 최고의 반옹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그 기대에 응해주어야겠 지.
“자, 이제 말해봐.”
“계……약 말인가?”
“그래.”
황정후가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마치 불타고 있는 듯 일렁이고 있었다.
“삼 일……
황정후가 힘겹게 입을 떼었다.
“삼 일만 내 발로 걷고 내 입으로…… 말할 수 있게 해주게……. 나는 꼭 해야 할일이 있네. 이걸 하지 않는다면 나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거야.”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겐 뭘 해줄 텐가?”
황정후는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 았다.
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내가 당신에게 무얼 해줄 것인지 물었나?”
“그렇다.”
강진호는 황정후를가만히 바라보 았다. 이 늙은 사자는 지금 세상에 마지막 포효를 내지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진호와 황정후의 시선이 허공에 서 뜨겁게 얽혀들었다.
“내가 뒤틀린 지금의 모든 것을
되잡을 수 있게만 해준다면, 나는 당신에게 내 심장이라도 바치겠네! 영원히 지옥 불을 떠돌게 된다 해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강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계약은 성립되었다.”
세상에 버림받은 늙은 사자가 다시 세상을 향해 그 거대한 울음을 토해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