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6)
마존현세강림기-26화(26/2125)
마존현세강림기 2권(1화)
1장 – 계약하다(1)
재경 그룹.
대한민국 5대그룹으로서 IT와 전자 분야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굴지의 기업.
재계의 신화라 불리는 황정후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흔들 림 없는 입지를 쌓아올린 대기업이
다.
재경 그룹은 무너지지 않는 철옹성 이라 불렸다. 시간이 조금만 더 흐 른다면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평까지 받고 있었다.
대한민국 대표 기업올 넘어 세계를 질타할 것이 확실시 되던 재경 그룹은 쓰러지지 않을 것 같던 철인 황 정후가 그도 한낱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날개가 꺾이고 말 았다.
황정후 회장이 병으로 쓰러지자 철 옹성이라 불리던 재경 그룹은 여기
저기서 누수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토록 단단해 보였던 그룹은 서서 히 분열되기 시작했고, 황 회장의 세 아들이 서로 경영권을 주장하며 사분오열되어 서로를 물어뜯었다.
철옹성 재경은 황정후 회장이 있기 에가능했다.
그러니 황정후 회장의 공백은 재경 그룹으로서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막을 수 없는 치명타였던 것이다.
황정후가 없는 재경 그룹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도, 선망의 대상도 아니었다. 그저 덩치만 큰 오합지졸일 뿐이다.
무너지는 왕국을 지키기 위해 세 아들은 황정후의 상태를 숨기기에 급 급했다. 결국 황정후는 병실에 유폐 되다시피 했다. 언론과 사람들의 눈을 모두 피할 수는 없었지만, 드러 내 놓는 것보다는 그게 낫다고 생각 한 것이다.
그렇기에 황정후 회장의 병실은 철 통 보안 속에 지켜지고 있었다.
VVIP실로 만들어진 병실에 사비를 들여 개조하여 보안을 강화하고, 보 안 요원을 두 명씩 배치해 외부인의 침입올 철저하게 막았다.
“휴……
그 병실을 지키고 있는 보안 요원 조규민은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의 눈에 새하얀 병원 복도가 보였다.
벌써 일년째 보는 광경이다.
일년 동안 그는 주야로 교대하며 황정후 회장의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회장의 병실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일년이 넘는 시간을 반복하다 보니 지독하게 지 루한 일이 되어버렸다.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지?’
사실 조규민은 보안 업체 소속이 아니었다.
황정후의 상태는 재경 그룹에서가 장 중요한 사안 중 하나.
그러한 중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리를 사설 보안 업체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은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규 민도 한때는 비서실에서 촉망 받는 인재였다.
조규민은 황민재가 신뢰하던 인재였 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황민재의 제1비서로 승진하는 것이 당연시 여 겨지던 사원이었다.
하지만 황정후가 쓰러지면서 조규민
의 인생은 백팔십도 바뀌어 버렸다.
황정후 회장의 주변을 차단하고 상 태를 살피는 것은 재경 그룹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랬기에 황정후의 큰아들인 황 민재는 자신의 심복인 조규민에게 그 일을 맡겼다.
일을 잘해낸다면 훗날 사장 비서가 아니라 회장 비서가 될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있을 때, 조규 민은 자신에게 주어진 중책에 환호 했다. 리스크가 있긴 하지만 잘해낼
수만 있다면 훗날 이사 자리 하나쯤을 보장된 일이었다.
그의 옆에서 병실을 지키고 있는 김 승환도 같은 생각으로 이곳에 왔을 터였다. 조규민이 황민재의 명을 받는다면 김승환은 둘째 아들인 황민 수의 명올 받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
처음 이 임무는 맡았을 때만 해도 둘은 서로 말조차 섞지 않는 사이였다.
같은 임무를 받아 같은 곳을 지킨다 고는 하나 그들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적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처지가 달라졌다.
“몇 시지?”
“이제 겨우 오전 여섯 시다. 교대하 려면 한참 남았어.”
“그것밖에 안 됐나?”
그들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꽤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고 평가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서 서히 달라졌다.
어떻게든 회복할 거라 믿은 황정후는 차도가 없고, 현실을 인정한 이 들은 점점 황정후에게서 눈을 돌렸
다. 덕분에 황정후를 지키던 그들 역시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 어졌다.
처음에는 사장 단위로 직집 연결되 었던 보고 라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더니, 이제는 부장급에게 해야 하는 일례 행사 정도가 되어버렸다. 인생을 바꿀 기회라고 생각한 임무가, 인생을 진창으로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조규민은 지금 자신의 입장이 영 좋 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원래 하던 일은 지금쯤 다른 이가가져갔을 것이고, 성과 없이 복귀할
그에게 제대로 된 업무가 떨어지길 바란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의 구명줄인 황민재도 이미 그를 안중에 두지 않는 눈치였다. 무엇보다 재경 그룹이 셋으로 나뉘게 된다면 대규모의 인사이동이 일 어나게 될 터인데, 그 인사이동의 소용돌이에서 서류상의 일이 없는 그가 무사하리란 보장이 없는 상황 이었다.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이번 인사이동 말이야.”
김승환의 말에 조규민은 쓴 입맛을
다셨다.
김승환의 처지라고 별다를 것이 있 겠는가.
“이야기야 들었지.”
“인사과장에게 전화를 해봤다.”
“직접?”
“선배거든.”
조규민은 슬쩍 김승환의 얼굴을 홈 쳐보았다. 인사과장이 선배라면 자 신보다는 상황이 낫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승환의 얼굴도 그리 밝지는 못했다.
“자기도 잘 모르겠다더라.”
“ 최악이군.”
조규민은 혀를 찼다.
잘 모른다라…….
모를 리가 있나. 모르는게 아니라 할 말이 없는 거겠지.
결국은 그들의 자리가 없어진다는 말이었다.
“처음부터 여길 오는게 아니었어.”
“회장님이 저리 오래 누워 계실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러게.”
입맛이 썼다.
둘 사이에는 묘한 동지애가 흘렀다. 그들은 유능하기에 이곳으로 왔고, 신뢰 받았기에 기회를 부여 받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버림당하게 생겼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더욱 답답한 것은 그 모든 사정을 알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미치겠군.’
조규민은 선글라스를 고쳐 썼다. 드르르륵.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조규민은 고개를 돌려 안에서 나온 사람을 보았다.
“어디가세요?”
안에서 나온 사람은 황정후 회장의
간병을 맡고 있는 아주머니였다. 일년 넘게 얼굴을 보며 지내온 사이다 보니 꽤나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되어 있었다.
평소 같으면 넉살 좋게 웃으며 인사를 건넬 간병인이 오늘따라 얼굴이 굳어 있었다.
몸이 아픈 건가?
“저……” 두 분 들어와 보셔야 할 것 같은데……
“무슨 일이죠?”
“여하튼 일단 들어와 보세요, 두 분다.”
조규민의 미간이 좁아졌다.
“들어가 보자.”
김승환이 서슴없이 안으로 향하자 조규민도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드르륵.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린다.
조규민과 김승환은 삼중으로 되어 있는 보안 문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 어갔다.
“ 헛?”
김승환의 입에서 헛바람이 새어 나 왔다.
“아주머니, 회장님은?”
황정후 회장이 누워 있어야 할 침대가 텅 비어 있었다. 김승환은 기겁
하여 간병인을 바라보려 했다.
“소란 떨 것 없다.”
그때, 그들의 옆에서 늙수그레한 목 소리가 들려왔다.
조규민과 김승환은 목소리의 주인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놀란 그들의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황정후.
그가 보호자용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회, 회장님!”
어젯밤에 봤을 때까지만 해도 침대 에 누워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 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어떻게 소파에 앉아서 말을 하고 있단 말인가.
조규민은 황정후의 눈을 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동공이 풀려 있던 눈이 지금은 단단하기 그지없는 눈 이 되어 그를 웅시하고 있었다.
“조규민이라고 했나?”
조규민은 놀라 대답도 하지 못했다. 황정후는 그런 조규민의 반응이 재 밌다는 듯가볍게 입꼬리를 말아 올 렸다.
“담배 있나?”
“예? 아! 예! 회장님! 있습니다!”
조규민은 품 안에 손을 넣어 담배를 꺼내 갑째 황정후 회장에게 내밀었다.
황정후는 담배를 받아들며 고개를 돌렸다.
“거기까지.”
황정후의 제지를 받은 김승환의 몸 이 돌처럼 굳어졌다.
“손 빼.”
김승환이 어색한 동작으로 손을 뺐다.
상황을 보아하니 주머니 속에 있는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하려 시도했던 모양이다.
“불.”
조규민은 침을 삼켰다.
당황하여 담배를 내밀기는 했지만, 생각해 보면 황정후 회장은 이제 막 침대에서 일어난 환자였다. 그런 환 자에게 담배를 준 것이 과연 잘한 일일까?
“저……” 회장님. 담배는……
황정후가 고개를 돌려 조규민을 바라보았다.
“불.”
이상한 일이었다.
호통올 친 것도 아니고, 화를 낸 것도 아니다. 그저 담담하게 다시 말
했을 뿐인데, 조규민에게는 그 말이 마치 지상명령처럼 들렸다.
감히 이 남자의 명을 거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조규민은 침을 삼키며 라이터를 꺼 내 황정후 회장이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에 불이 붙은 것을 확인한 조규 민은 몸을 뒤로 빼고는 부동자세로 서서 황정후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뿐. 이 방으로 들어온 이상 그들은 그저 황정후의 반응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황정후는 오랜만에 피우는 담배가 독한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회색 담배 연기가 허공으로 천천히 뿜이 졌다.
조규민은 구석에 비치된 재떨이를 황정후 회장의 앞에가져다 놓았다. 황정후는 조규민이 하는 행동올가 만히 지켜보다가 카랑카랑한 목소리 로 입을 열었다.
“네놈이 첫째가 보낸 놈이냐?”
“ 예?”
조규민은 깜짝 놀라 반문했다.
황정후 회장이 어떻게 그 사실을 안 단 말인가.
“놀랄 것 없다. 누워 있다고 들을 걸 못 듣는 송장은 아니었으니까. 네놈들끼리 하는 대화 정도야 얼마 든지 들을 수 있었지.”
“……”
조규민의 낯빛이 새하얗게 질렸다. 일년의 세월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문 앞에서 보냈다 고는 하나 일년이란 기간을 지키다 보면 회장의 병실 안에서 지내던 시 간도 꽤나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조규민과 김승 환이 나눈 대화도 꽤 될 것이다. 황정후는 그 모든 대화를 듣고 있던
것이다.
그럼?
‘백영기!’
조규민의 머릿속에 백영기 이사가 스쳐 지나갔다.
우직하다 못해 바보스러울 정도로 황정후를 찾아와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보고하던 백영기.
그렇다면 황정후는 백영기의 보고를 모두 듣고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백영기가 이사의 자리에 있으며 얻 어낸 정보는 결코 적지 않다. 황정후의 세 아들이 어떻게 권력을 탐해 왔는지도 황정후는 모두 알고 있다
는 뜻이 되었다.
‘끝장이다.’
연락해야 했다.
지금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가 황민재 사장에게 연락을 해야…….
“잔머리 굴리는 소리가 들리는구 나.”
“……”
황정후가 비웃음을 담아 말했다.
“너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 냐?”
그 말이가진 힘은 조규민의 머리를 일시에 새하얗게 만들어 버렸다.
그랬다.
그의 눈앞에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황정후였다.
재계의 철인, 대한민국의 역사에 남 올 기업가.
바닥에서부터 재경 그룹을 일구어낸 재계의 철인이 마침내 깨어나고 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