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62)
마존현세강림기-262화(262/2125)
마존현세강림기 11권 (13화)
3장 끼어들다 (3)
천태훈은 자신도 모르게 뒤틀리는 표정을도무지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어이없는 말이다.
요즘이라면 중학생들도 저런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어이가 없었다. 어찌 보면
유치하기까지 한 그 한마디가 사람을 얼마나 얼어붙게 만들 수 있는지 실감했기 때문이다.
저자의 몸에 흐르는 피는 지금 저 자가 하고 있는 말이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 방 밖에는 스무 명의 무인이 있었다.
그것도 영남회에서 추리고 추려서 보내준 무인들이다. 그들이 얼마만 큼의 강함을가지고 있는지는 천태 훈이 이미 확인했다. 회장의 주변을 지키고 있는 다섯 명의 무인을 어린 아이처럼 제압하는 것을 이미 눈으
로 보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자는 그들을 헤치고 지 금 이 안까지 들어와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 이 상 결코 이자를 들여보낼 리 없는 무인들이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단 한가지를의미했다.
전멸.
그 스무 명의 무인이 단 하나도 살아남지 못한 것이다.
‘대체 어디서 이런 자가?’
총회의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고 영남회의 사람도 아닐 것이다.
총회는 회원들의 개가 몇 살인지
까지 모두 파악하고 있다. 이자가 총회 소속이라면 천태훈이 모를 리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영남회일 리도 없었다. 영 남회에서 왜 사람을 보내 자기 소속 무인들을 참살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총회와 영남회를 제외하고 이만한 무인을 보낼 수 있는 곳?
“……귀환자인가?”
사내, 강진호는 고개를 돌려가만 히 천태훈을 바라보았다.
“왜, 왜 귀환자가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천태훈은 이를 꽉 깨물었다.
태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지 만, 말이 떨려 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상대에게 두려움을 내비치는 것이 지금 상황에 좋을 리 없지만, 두려 움을 감추기에 그의 심장은 너무도 크게 뛰고 있었다.
가만히 천태훈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한껏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어떻게 알았지?”
“……빤한 이야기지.”
“흐음.”
흥미롭다는 듯이 천태훈을 바라보
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는 나중에 들어도 되겠어. 그보다……
강진호가 눈가를가만히 주물렀다.
시야를가리는 짓.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를 앞에 두고, 그것도 이만한 거리는 눈 깜 짝할 새 좁힐 수 있는 무인을 앞에 두고 눈을가린다는 것은 상대를 완 전히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천태훈은 움직일 수 없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그가 저항
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른 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의 육체는 땅에 박혀 고정되기라도 한 듯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움직이는 순간 목이 떨어져 나가 고 육체가 수십 조각으로 갈라져 버 릴 것 같은 예감이 그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조금 흥분했군.”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이중걸을 포위하고 있는 한 사람에게 말했다.
“의자.”
상대가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
한 듯하자 강진호가 다시 한번 말했다.
“의자.”
그제야 강진호가 하는 말을 알아들은 이가 굴욕적인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의자를가 지러가는 동료를 보며 천태훈은 웃 어버리고 싶었다.
이건 코미디다.
조금 전까지 스릴러였던 장르가 순간적으로 코미디로 전환되고 있었다. 총회를 장악하기 위한 비밀 병
기로 키워진 그들이 갑자기 난입한 어린 청년의 말에 거역하지 못하고 얌전히의자 셔틀이나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상황이 너무도 어이가 없고 황 당한 천태훈이지만, 입을 열어 동료의 행동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지금 저자를 자극하는 것이 좋을 리가 없다. 그의 본능과 이성이 동시에 말을 하고 있었다.
입을 닫아라. 숨을 죽여라.
눈앞에 있는 저 폭군의 심기를 절 대 거스르려 하지 말아라.
그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방진
훈은 무서운 사람이었다. 영남회의 총수가 더없이 두려운 존재라는 평 이 있지만, 천태훈이 생각하기로는 인지도가 부족할 뿐, 방진훈도 결코 영남회의 총수에 뒤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방진훈을가장 많이 겪 어왔다고 자부할 수 있는 천태훈도 지금 눈앞의 남자가 내뿜는 기세에는 학을 뗄 수밖에 없었다.
종류가 다르다.
방진훈이 아직 인간으로서 사람에게 두려움을 준다면, 눈앞의 이자는 마치 맹수 같았다.
말이 통하지 않고, 이성이 통하지 않는다. 그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 만으로 인간의 배를가르고 내장을 끄집어낼 것 같은 불길함.
눈앞의 사내에게는 그것이 있었다.
의자를가져온 이가 조심스레 내 려놓자 머리카락을 타고 홀러내리는 피를 털어낸 강진호가 바닥에 적루를 박아 넣고는의자에 앉았다.
“ 휴우……
낮게 한숨을 쉰 강진호가 주머니 안으로 손을 넣더니,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몇 번 라이터로 불을 붙
이려고 했지만, 피에 젖어버린 라이 터로는 불을 붙일 수가 없었다.
“라이터.”
강진호가 피에 젖은 라이터를 바 닥으로 던지고는 손을 내밀었다.
천태훈은 홀린 듯한 기분으로 주 머니에 있는 라이터를 꺼내 강진호 에게 던져 주었다.
찰칵.
라이터를 받아 든 강진호가 불을 붙인 담배를 잡더니, 다시 천태훈에게 던져 주었다.
의문 어린 눈으로 담배를 받아들 자 강진호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물려줘.”
이 순간, 새삼 천태훈은 깨달았다.
지금 강진호에게는 그는 안중에도 없었다. 언제라도 목숨을 빼앗을 수 있고, 언제라도 제압이가능한 존재.
사자가 자기 우리 안으로 강아지가 들어왔다고 해서 딱히 신경을 쓸 이유가 없는 것처럼 이 좁은 공간에 함께 있음에도 강진호의 눈에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굴욕감이 치밀어 올랐지만, 그런
감정은 공포 앞에 순식간에 내리눌 리고 말았다.
천태훈은 아무 말 없이 이중걸의 입에 담배를 물려주었다.
황당해하는 것은 그뿐만이 아닌지 이중걸도 복잡한 표정으로 담배를 물었다.
찰칵.
자신의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인 강진호가가만히 담배를 빨아들이고는 천천히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생각해 보니 이게 간절했던 시 절도 있었지. 피 냄새가 몸에서 사 라지지 않을 때, 담배 한 대가 꼭
필요했는데 말이지.”
강진호가 나직하게 웃었다.
천태훈은도무지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할 수가 없 었다.
저 인간은 왜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여유롭단 말인가.
그리고 자신은 왜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떨고 있단 말인가.
두렵다. 그건 사실이었다.
눈앞에 있는 저 인간이 너무 두려 워서 어쩔 수가 없다.
천태훈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두
려움 그 자체가 아니라 왜 지금 자 신이 저 청년에게서 두려움을 느끼 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전신에 피 칠갑을 하고 있어서?
아니면 밖에 있던 스무 명의 무인을 모두 죽이고 들어온 살인마이기 때문에?
그럴 리가.
그 역시 온갖 수라장을 겪어온 몸. 그런 이유로 두려움을 느끼기에는 너무 많이 닳고 닳았다.
그가 직접 죽여온 사람의 수도 스 무 명은 훨씬 넘을 것이다. 단순히 살인마를 마주하고 있다고 해서 두
려움을 느낄 천태훈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왜 이리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 이 드는가.
천태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강진호는 태연하게 담배 몇 모 금을 떠 빨아들이고는가만히 입을 열었다.
“당신 손녀가 당신을 구해 달라고 하더군.”
손녀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이중걸의 눈동자가 혼들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컴컴한 어 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라도 본 것
마냥 이중걸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 오기 시작했다.
“혀, 현주가 말인가?”
“그래.”
강진호는가만히 담배를 빨아들이 고는 천천히 연기를 내뿜었다.
“그래서 물으러 왔어. 내가 당신을 구해준다면, 당신은 나에게 무얼 해줄 생각이지?”
이중걸도, 천태훈도… 이 방에 있는 다른 모든 이들이 떨리는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제 와 협상을 한다고?’
스무 명을 죽여놓고 협상을 하겠
다?
그럼 여기까지 사람을 죽이며 들 어온 이유가 협상을 하기 위해서라는 말인가?
‘미친놈.’
입 밖으로 나올 뻔한 말을 억지로 억눌렀다.
저건 미친놈이다. 제정신으로는 저런 짓을 할 수가 없다. 천태훈뿐 아니라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심지어 협상의 당 사자인 이중걸도 같은 생각인지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바쁜 사람이야.”
“나, 나는……
강진호의 눈빛을 이기지 못한 이 중걸이 거친 신음과 함께 말을 토해 냈다.
“워, 원하는게 뭐요! 말하시오! 내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들 어주겠소!”
강진호의 눈이가라앉았다.
“내 말을 이해 못한 모양이군.”
이중걸의 눈이 의문으로 물들었다.
“나는 딱히 당신들에게 원하는게 없어.”
이중걸의 눈이 흔들렸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말하라는 말인가.
이중걸의의문을 강진호가 곧바로 풀어주었다. 최악의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니 내게 말해봐. 내 마음이 흔들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 나는 당신에게 원하는 것이 없으니 이 대로 딱히 달라질게 없다면 돌아가 지. 그러니 마음이 변하기 전에 내가 당신을 위해서 움직여야 할 이유를 찾아내 보는게 좋을 거야.”
이중걸은 직감했다.
저건 농담도, 이중걸을 놀리고 있
는 것도 아니었다. 저 사내는 지금 정말 저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엔 왜 온 거지?’
사내의 행동방식을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중걸이지만, 지금 그런 것을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란 것만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이치를 따질 때가 아니라 목숨을 구원해야 할 시간이었다. 저 사내가 나서주기만 한다면 이곳에 있는 이들을 모두 제압하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이중걸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에
먼저 움직인 이가 있었다.
“이, 이 새끼가 지금 장난하나.”
천태훈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의 동료인 박천용이 참을 수가 없다는 듯 앞으로 나서며 강진호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이……
하지만 박천용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목이 잘린 사람이 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
‘어, 언제?’
천태훈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
기 시작했다. 방금 전, 바닥에 꽂혀 있던 검이 언제 강진호의 손에 들렸 다 싶은 순간, 박천용의 목에 붉은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
박천용도 황망한 눈으로 자신의 목 어림을 더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가느다란 실 같던 붉은 선이 점점 더 굵어졌다. 천태용은 그 붉은 선이 무엇을의미하는지 너 무도 잘 알았다.
쩌억.
물기 있는 무언가가 갈라지는 소 리와 함께 박천용의 목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몸에서 떨어져 나가 바 닥으로 뒹굴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몸이 무너져 내리더니, 바닥으로 피 보라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촤아아아.
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줄기가 이 공간을 더더욱 비현실적으로 만 들어가고 있었다.
강진호는 바닥에 쓰러져 피를 뿜 어내는 박천용의 시체에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가만히 입을 열었다.
“말하지 않았던가, 내가 지금 좀 흥분했다고 말이야.”
그 목소리가 방 안의 공기를 더욱
차갑게 식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