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63)
마존현세강림기-263화(263/2125)
마존현세강림기 11권 (14화)
3장 끼어들다 (4)
시체를 본다는 것은 유쾌하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그 시체가 조금 전까지 그 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움직이던 동 료의 시체라면 더더욱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분노가가
장 먼저 치밀어 오를 것이다. 천태 훈의 상식과 경험대로라면 지금쯤 자신은 이성을 잃을 만큼 분노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의외로 분노는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것은 두려움.
그리고 공포였다.
자칫 입을 여는 순간, 그 역시도 머리 없는 시체가 되어버릴 것이라는 공포가 천태훈의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떨림은 멎었다.
공포가 극에 달해서인지 더 이상
떨리지도 않았다. 대신 육체가 나무 토막처럼 뻣뻣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내 말을 이해 못했나?”
말?
천태훈의 머리가 필사적으로 회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도대체 강진호가 한 말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 었다.
다행스럽게도 천태훈은 그 답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강진호는 그에게 말을 건게 아니었으니까.
“자, 잠시만! 조금만 시간을 주시
오.
이중걸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대 답했다.
“조금만 시간을 주면 당신이 원하는 대답을 찾아내겠소. 그러니 조금 만!”
강진호는가만히 이중걸을 바라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5분 주지.”
“그럼 그러는 사이에……”
강진호의 눈이 천태훈에게가 닿 았다.
시선이 마주친 천태훈이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쥐를가지고 놀던 고
양이의 관심이 이쪽으로 옮겨왔다. 안타깝게도 천태훈 역시 강진호에게는 쥐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너.”
천태훈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었다.
“내가 귀환자라는 건 어떻게 안 거지?”
그 말 한마디 안에는 수많은 정보가 내포되고 있었다. 이자가 강할지는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의 세력도 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가장 대표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였다.
“초, 총회도 아니고, 영남회도 아니면서 이 일에 개입할 수 있는 자는 귀환자 말고는 없을 테니까.”
“세력으로, 아니면 개인으로?”
“두, 둘 다입니다.”
강진호는 천태훈의 대답에 눈살을 찌푸렸다.
“귀환자의 세력을 너희도 파악하 고 있다는 건가?”
“물론입니다.”
“말해봐.”
어째서 자신이 이런 것을 설명하 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강진호가 입을 연 순간 그의 모든 말은 천태훈에게 있어서는 지상명령 과 같이 느껴졌다.
“……귀환자들은 일반적인 무인들 과는 다르게 자신들만의 독립적인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영남회나 총회에 비해서 영향력이 부족하고 대외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지만 말입니다.”
“ 흐음”
강진호가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빛냈다.
“그렇군. 그래서?”
“이 일은 총회와 영남회가 모두
얽혀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다른 군소 단체들은 알 수도 없고, 안다 해도 감히 사람을 보내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신 정도 되는 사람이 그런 곳에 속해 있을 리도 없구요. 그들을 제외하면 남는 것은 귀환자들뿐입니다.”
강진호는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 역시나.’
아무래도 이 세계의 귀환자들도 무인들과 어울려 살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시대에 동화되기 위해서 이
만큼이나 노력을 하는 강진호도 아직 살아가는 것이 힘들 때가 있는데, 굳이 동화되어 살아야 할 필요도 없는 이들이 굳이 그런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으니까.
귀환자들의 세력이 존재하지 않고 그들이 접촉해 오지 않는다면 모를 까. 강진호도 이 세계에 돌아온 초 기부터 그들의 접촉을 받지 않았던가.
‘한번 알아봐야겠군.’
웬만한 정보는 조규민을 통해 모 두 얻을 수 있는 바깥세상과 달리 무인들의 세상의 정보는 얻기가 쉽
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강진호 였다.
“5분 지났나?”
“아직……”
“지루하군. 이제 말해봐. 더는 기 다려 줄 생각 없으니까.”
이중걸이 꿀꺽 침을 삼켰다.
눈앞의 저 애송이는 건방지기 짝 이 없었다. 나이 차를 생각한다면 저런 모습은 감히 보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귀환자라고 하 면 단순히 겉모습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다. 겉모습은 어리지만 몇 백 년을 살아온 귀환자도 드물지는
않은 것이다.
“초, 총회의 모든 지원을 해드릴 수가 있소.”
“지원?”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소. 하지만 당신 역시 뭔가 바 라는 것이 있으니 현주의 제안을 받 아들인 것이 아니오? 당신이 무엇을 원하든 총회의 회주 이름으로 약속 드리오.”
강진호는가만히 이중걸을 바라보 다가의자에 몸을 늘어뜨렸다.
“재미없는 말이군. 흥미가 없어.” 이중걸의 얼굴이 검게 죽었다.
애초에 상대가 무엇을 바라는지도 모른 채 상대를 만족시킬 만한 제안을 하라는 것이가능할 리 없었다. 이중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내민 것이나 다 름없었다. 그런데도 반웅이 저렇다 면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강진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천 태훈을 바라보았다.
“말해봐.”
“……예?”
“무얼 말하라는 말인가.” 강진호가 키득대며 웃었다.
“이런 멍청한 것들이 수뇌를 차지
하겠다고 싸우고 있다면, 그 총회라는 것들도 빤한군.”
“너희도 총회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저 영감을 죽여야 하겠지. 그러니 말해봐. 내가 그걸 묵인해 준다 면 내게 무엇을 해줄 생각이지?”
순간, 천태훈의 눈이 크게 떠졌다.
미소 짓고 있는 강진호의 모습이 더없이 악마처럼 느껴졌다.
이현주는 불안한 시선으로 건물을 바라보았다.
강진호가 들어간 지 한참이나 지 났는데 아직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 지 않고 있었다. 심지어 싸우는 소 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아까 간간이 비명 소리 같은 것이 미약하게 들려 온 것 같았지만, 그게 정말 비명 소 리인지 이현주의 간절함이 만들어낸 착각인지 확실하지가 않았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지?’
웬만하면 강진호의 말을 듣고 싶 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얌전히 기다 리고 있기에는 불안함이 너무 컸다. 어쩌면 강진호도, 그녀의 할아버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을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그녀의 머리를 잠식하고 있었다.
“ 휴우
깊게 한숨을 내쉬어 마음을 다잡은 그녀가 결연한 얼굴로 건물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지금 그녀가 들어간 탓에 해결할 수 있는 일 때문에 일이 틀 어질 수도 있다. 그런 생각으로 스 스로를 위안한 이현주가 굳은 얼굴 로 건물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건물 바로 앞까지도달한 이현주가 살짝 겁에 질린 얼굴로 현관을 바라보았다.
‘열려 있을까?’
조심스레 손을 뻗어 문고리를 잡 고 돌려본다.
끼이익.
낮은 마찰음과 함께 손잡이가 돌아갔다. 심호흡으로 마음을 진정시 킨 이현주가 떨리는 마음으로 현관 문을 열었다.
그녀의 할아버지가 사는 집이다. 내부 구조가 어찌되어 있는지는 이 미 알고 있다. 이 문을 열면 넓은 마루가 나온다. 그 마루가…….
문을 열고 마루 내부를 살펴본 이 현주가 눈을가늘게 떴다.
어둠.
불이 모두 꺼져서 내부가 잘 보이 지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는 너무도 확실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피비린내.
눈에서 정보를 얻어내지 못하는 만큼 코에서 느껴지는 피비린내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확연했다. 너무도 진득하고 강렬한 피비린내가 폐 부 속으로 훅 밀고 들어오자 욕지기 와 함께 역한 구토감이 치밀어 올랐다.
‘뭐, 뭐야?’
이 안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 다고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이현주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줘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벽을 짚고 현관 안으로 들어선 이현주가 떨리는 손으로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켰다.
그와 동시에……”.
“우웨에에에에에엑!”
새우처럼 허리를 꺾은 이현주가 바닥으로 몸을 숙이고는 구토를 했다. 먹은 것이 없어 쓴물밖에 올라 오지 않지만, 내장까지 토해낼 기세 로 격한 구토가 터져 나왔다.
“흐으으, 우웨에에에엑! 우웩!” 정신을 차리려고 해도도무지 차 릴 수가 없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그녀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온 세상이 붉다.
바닥부터 벽, 천장까지…… 원래의 색이 무엇이었는지 짐작도 하지 못할 정도로 붉게 변해 있었다. 그 붉은색을 만들어낸 것이 무엇인지는 굳이 부연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리고 그게 다가 아니었다.
“아아…… 아……
구토를 하다가 자신의 발치에 굴
러다니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한 이현주가 자신도 모르게 엉덩방아를 찧고는 엉금엉금 뒤로 물러났다.
이게 대체 다 뭐란 말인가.
불이 켜진 방 안은 너무도 선명하게 그 모습을 이현주에게 드러내고 있었다.
진득하게 홀러내린 피가 마치 웅 덩이를 이룬 것처럼 고여 있고, 현 관까지 차오른 피가 아래로 진득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피의 웅덩이 위로 잘려 나간 사람의 육체들이 고기 조각처럼 널려 있었다.
이현주는 차마 더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렸다.
‘미쳤어.’
미치지 않고서야 저렇게 사람을 죽일 수는 없는 노룻이다. 이 모든 사태를 만들어낸 것은 어쩌면 자신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악마를 끌어들였어.’
이현주는 그제야 실감했다.
두려움을 절로 자아내던 강진호의 분위기가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강진호는 상대를 위협하는 이가 아니었다. 정말 인간을 오체분시해 버리는 행동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다. 자신을 일개 유희거리나 금방이 라도 찢어버릴 수 있는 장난감 보듯 하는 이이기에 그런 공포심을 심어 줄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처음 강진호를 만났을 때, 그녀의 행동이 조금만 더 잘못되었다면 그 녀 역시 이런 꼴이 되었을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바지에 오줌을 지리지 않을 것이 다행이다 싶을 만큼 지금 그녀는 전 신에서 힘이 빠져나간다는 말이 무 슨 뜻인지 절절히 실감하고 있었다.
‘저, 정신 차려야 해.’
이러고 있을 틈이 없다.
이 악마 같은 놈은 아마 지금 그 녀의 할아버지를 찾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일이 잘 풀렸다면 이미 그녀 에게 연락이 왔을 것이다.
그 말인즉, 지금 이 순간 그녀의 할아버지와 강진호가 대치하고 있다는 뜻과도 다름없었다.
억지로 몸을 일으킨 이현주가 덜 덜 떨리는 다리를 힘겹게 떼어놓았다. 할아버지는 아마 2층에 있을 것이고, 그 악마도 아마 같이 있을 것이다.
떨리는 걸음으로 계단을 오르는 그녀의 눈에 반쯤 열린 문과 그 안 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보였다.
‘대가는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다 고 했어.’
그러니 고마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당시에 그 말을 들을 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 광경을 보고 나자 확연히 다가오는게 있었다.
강진호는 자신을 돕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그 사실을 확연히 인지하자 그녀
가 해야 할일이 뭔지 알 수 있었다.
대가가 정해지지 않았다. 그 말은 대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신 들을 돕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곳에 왔을까?
다른 쪽도 있으니까.
대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반 대쪽에게서 원하는 대가를 얻어낸다. 강진호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 었다.
이현주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 물었다.
마귀와 거래를 해야 한다.
마귀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거래를 성공시켜야 한다. 그래야 그녀도, 그 녀의 할아버지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일생 처음으로 겪는 이 지독한 상황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그녀는 허 벅지를 움켜잡았다. 손톱이 파고들 자 화끈한 고통과 함께 정신이 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이현주는 깊게 심호흡을 하며 문 이 열린 방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