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64)
마존현세강림기-264화(264/2125)
마존현세강림기 11권 (15화)
3장 끼어들다 (5)
“오빠 어디 갔어?”
“글쎄?”
강은영이 고개를 갸웃하자 백현정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이 되물었다.
“금방 온다고 하더니, 왜 안 오 지?”
“전화해 볼까?”
“아냐, 놔둬라. 다 큰아들내미가 밤에 좀 돌아다닌다고 전화해서 좋을 것 없다. 건너편에 사람이라도 있으면 마마보이 소리 듣기 딱 좋 아.”
“엄마는 내가 약속한 시간에 안 들어오면 난리를 치면서!”
“너랑 똑같니? 진호는 말한 시간 에 안 들어오는게 일년에 한두 번이고, 너는 말한 시간에 들어오는게 일년에 한두 번이잖아! 내가니가 진호처럼만 굴어주면 사는데 걱 정이 없는 사람이야!”
“은송합니다.”
괜히 입을 열었다가 본전도 못 찾은 강은영이 시무룩해져서 소파에 앉았다.
“요즘 오라비가 자꾸 밖으로도니 까 그렇지.”
“걔 나이가 몇인데 집에만 있길 바라? 그전이 더 이상한 거지.”
“오빠는 원래 그랬잖아.”
강은영이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다른 또래 남자들과는 다르게 강진호는 술을 먹거나 친구들과 어울 리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게 다가 언제나 칼귀가를 선호하는 편
이라 강은영이 집에 돌아오면 언제 나 집에 있었다.
그랬는데 최근 들어 늦게 돌아오는 일이 잦아진 느낌이었다.
아직 일전의 납치 사건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강은영은 해가 떨어졌는데 주변에 강진호가 없 으면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계속 그럴 수야 있겠냐. 그리고 진호한테 난리쳐서 드라마에 내보낸 거 너라면서? 그리 오라비가 집에 있는게 좋으면 왜 그랬니?”
“이리될 줄 알았나, 뭐.”
본인의 오빠가 잘생긴데다 최상급
의 옷걸이를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 미 알고는 있던 강은영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그녀의 예상 이상 이었다.
남매끼리는 필터가 작용하여 잘생 김 수치나 예쁨 수치가 반쯤으로 떨 어진다고 하더니, 아닌 줄 알았는데 강은영도 그의 오라비를 너프해서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엄마, 오라비가 자꾸 이렇게 밖으로 돌다 보면 앞으로는 더 안 들 어올 수도 있거든?”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다. 남자가 좀 외향적인 면도 있어야지.”
“오빠가 내성적이라고?”
“네 오라비 좀 봐라. 친구랑 만나 서 술을 먹니, 그게 아니면 어딜 돌 아다니기를 하니. 남자가 됐으면 좀 그런 맛도 있어야지. 허구한 날 집 에 틀어박혀서 컴퓨터나 좀 하다가게임이나 하고. 그게 남자가 할 짓 이니?”
‘아닌데……
강은영은 뚱한 얼굴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강진호가 얼마나 권위적인 사람인 지 그녀의 어머니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강진호에게 쥐 잡듯이 잡혀본 경 험이 여럿 있는 그녀로서는 어머니의 말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하기야 엄마는 오빠가 화내는 걸 한번도 못 봤을 테니까.’
강진호도 마마보이 기가 있어서 어머니가 싫어할 만한 짓은 절대로 하려 들지 않았다. 어머니가 조금 무리한 요구를 해도 웃으며 들어주는 일이 워낙 흔했으니, 백현정의 입장에서는 강진호가 대가 약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엄마는. 오라비가 얼마나 독한 사람인데.”
“네 오빠가? 어딜 봐서?”
“하아.”
강은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엄마는 다행인 줄 아슈. 엄마가 오빠 동생으로 태어나 봤어야 돼. 내가 찍소리도 못하는 것처럼 엄마도 당해봤어야 하는 건데.”
“그건 네가 워낙 잘못을 하고 다니니까 그러지.”
“됐네요!”
강은영은 혀를 쏙 내밀었다.
“그래도 나는가족이라 이 정도로 끝나는 거지, 모르는 사람이 오빠
건드리면 그날 진짜 초상나는 거야. 엄마는 아들을 몰라도 그렇게 모르 나?”
“헛소리하지 말고 들어가서 잠이 나 자, 이년아.”
“오빠가 와야 자지!”
강은영이 소리를 빽! 지르자 쿠션 이 허공을 갈랐다.
“어디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쿠션에 얻어맞은 강은영은 억울함 에 바닥을 쳤다.
대가 약해?
엄마 성격 반만 닮아도 걸어 다니는 폭탄이다, 폭탄!
“저, 저는……
천태훈은 자신이 이리 멍청한 인간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자신은 어디로 갔는지, 지 금의 그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제야 천태훈은 알게 되었다.
사람이 멍청한 짓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이 멍청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 신이 감당할 수 없는 압박하에 제대
로 사고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교활하다고 소문이 난 정치인들이 나 기업가들이 왜 하나같이 기자들 이 몰려서 카메라를 들이대면 천하의 멍청이들이 되어버리는가 했다.
하지만 이제는 왜 그런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과도한 압박이 몰려오면 평소처럼 생각하고, 평소처럼 사고하고, 평소 처럼 여유를가질 수 없다.
그러니 ‘너는 내게 무엇을 줄 것 인가’라는 아주 간단한 질문에도 대 답을 하지 못하고 어버버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강진호가 지금 그에게 주고 있는 압박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지, 결 코 그가 멍청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 대답은?”
천태훈이 아차 하는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의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 에게 큰소리를 냈다고 바로 사람의 목을 잘라 버린 저 지독한 살인마가 그의 상황을 감안하여 웃으며 기다 려 줄 호인일 리는 없지 않은가.
아무 말이라도 꺼내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재촉했다.
“저는 그런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입에서 나온 말은 최악이 었다.
말을 해놓고도 얼떨떨하게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것인가를 생각하던 천 태훈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 했다.
“아, 아니, 그게……
강진호의 차가운 시선이 그에게 와 닿았다.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자신의 입으로 말해 버린 천태훈은 반쯤 혼이 나가 버렸다.
“하지만 결정권이 있는 사람과 연 락을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과 말 입니다.”
천태훈이 뒤늦게 필사적으로 변명을 했지만, 강진호의가라앉은 눈은 풀리지 않았다.
천태훈의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극단적으로 몰려 버린 상황이 되레 그의 생존 본능을 자극하고 있 었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짜내고 짜
내 이 순간 해야 할가장 온당한 말을 찾아낸 천태훈이 소리쳤다.
“저, 저를 죽이는 건 당신에게 손 해입니다!”
그 순간, 천태훈은 보았다.
강진호의 손이 움찔한 것을 말이다.
놀라서?
천만에!
만약 이 말을 하지 않았다면 강진호의 손은 바닥에 박아 넣은 검을 다시 뽑아들어 천태훈의 목을 날려 버렸을 것이다. 이건 확신에가까운 예측이었다.
겨우 쥐어짜 낸 그 한마디가 자신의 목숨을 살렸다는 것을 실감한 천 태훈은 전신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살아났다는 안도감과 쓸모가 없어 졌다는 것만으로 사람을 바로 제거 해 버리려 한 강진호에 대한 공포가 그의 몸에서 힘을 앗아가고 있었다.
“설명해봐.”
그리고 지상명령이 떨어졌다.
지금부터 하는 말에 목숨이 걸려 있다. 살인죄로 재판장에 서서 없는 증거를 만들어내야 한다 해도 이리 심장이 조여오지는 않을 것이다. 재
판에서 사형이 떨어진다고 그 자리 에서 목을 베어버리지는 않을 테니 까.
“이, 일단……
천태훈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는 이 사태를 주도한 이와 강진호 씨를 연결시켜 드릴 수 있습니다.”
강진호는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반쯤 총회를 장악했습니다. 만약 강진호씨가 이곳에서 회주를 구해낸다고 하더라도 총회의 주도권을 둔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하지만 그와 협상을 할 수 있다면, 그런 상황을 피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 계속해.”
“그리고 회주는 이미 신임을 잃었 습니다. 만약 억지로 상황을 되돌린 다 하더라도 회원들의 반발은 사그 라들지 않을 겁니다. 그는 왕이 아 닙니다. 만약 이곳에서 살아 나간다 하더라도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까 저자가 말했 던 종회의 무한한 지원은 불가능하 다는 겁니다.”
강진호의 눈이 이중걸에게로 향했다.
이중걸은 얼굴을 붉혔지만, 딱히 천태훈의 말에 반발하지는 않았다.
천태훈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한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태훈의 얼굴이 멍해졌다.
더 이상 뭘 말하라는 건가.
“……만약 여기서 당신이 회주를 구해낸다면, 결국에는 영남회의 적 이 되게 됩니다.”
강진호가가볍게 웃었다.
어이없다는의미가 담긴 비웃음이
었다.
“이미 스물을 죽였는데, 적이 되 지 않을 방법이라도 있다는 건가?”
“물론입니다.”
너무 확신이 어린 말이었다. 흥미가 동한 강진호가 지그시 그를 바라 보며 물었다.
“어떻게?”
“방법이랄 것도 없습니다. 저와 이야기가 잘되었다고 하면 되는거 죠. 영남회주는 그런 것에 신경 쓸 사람이 아닙니다. 되레 별반 중요하지도 않은 무인 스물을 대가로 당신 과 친분을 틀 수 있다면 더 좋아할
사람입니다.”
“쓰레기군.”
“그렇죠.”
“그래서. 할 말은 그게 단가?”
“그리고……
뭔가 더 말할 만한 이유를 찾아내 려고 애를 쓰는 천태훈이지만, 머리가 잘 돌지 않아서인지 이 이상의 이유를 찾아낼 수 없었다. 끙끙대는 그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말만 늘어 놓는군.”
천태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
다.
“총회 내부가 어찌 되어 있든 상 관없어. 나는 약속을 받으면 반드시 지키게 만든다. 그걸 못해내면 저 영감도 죽여 버리면 그만이야.”
“하, 하나 방진훈은……
“네가 아니라도 저 회주라는 자가 이 일을 사주한 이를 알고 있다면, 그를 만나 대화하는 것도 어렵지 않 지. 하지만 말이야……
강진호가 키득키득 웃었다.
“왜 내가 그와 이야기를 해야 하지?”
“내가 말하지 않았나? 나는 바라는게 없다고 말이야.”
“여, 영남회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강진호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섬뜩하고, 괴기로운.
보고만 있어도 절로 소름이 돋는, 그런 미소가 말이다.
“영남회는 내가 찾아갈 테니까, 그쪽에서 날 적대시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강진호는 그들을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왜 그들이 자신을
적대하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인가.
적대하지 않겠다고?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적대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그럼 말해봐.”
“……뭘 말입니까?”
“내가 너를 살려둬야 할 이유를 말이야.”
천태훈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 했다. 여기서 올바른 대답을 하지 못하면 그는 죽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강진호가 원하는 답을 찾 아낼 수가 없었다.
머리를 쥐어뜯고 또 쥐어뜯어 봐도 찾아낼 수가 없다.
그때, 강진호가가만히 입을 열었다.
“가.”
환청인 줄 알았다.
너무도 간절한 마음이 만들어낸 환청.
“가서 그 이 일을 꾸몄다는 놈에게 말해. 이틀 줄 테니, 나를 찾아 오라고.”
천태훈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의지와는 다르게 그의 고개는 슬로우 모션을 그리듯이 천
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이틀 뒤에 내 앞에 그자가 나타 나지 않으면, 내가 너를 찾아갈 거야. 달아날 수 있으면 달아나 봐.”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꺼져.”
천태훈은 몇 번이고 강진호를 보 고 또 봤다. 정말가도 되는 것인가 하는의문이 들었으니까. 이대로 움 직였다가 그의 마음이 변하기라도 할까 봐 두려웠으니까.
강진호에게서 별다른 반응이 나오 지 않자 천태훈이 조심스레 발을 옮 기기 시작했다.
살았다.
나는 살았다.
“잠깐.”
그때, 악마의 혀가 그의 귀를 핥는 것 같은 선고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