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67)
마존현세강림기-267화(267/2125)
마존현세강림기 11권 (18화)
4장 선언하다 (3)
“아이고오, 사장님. 나오셔씁니까 아?”
강진호의 볼이 푸들푸들 떨렸다. 인간이 눈빛에 저만큼의 띠꺼움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재주였다. 과장된 표정으로 주영기가 머리를 푹 숙였다.
“사장님이 안 계시는 동안가게 망하지 말라고 저희가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미안하다.”
“에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사장님이 안 나오시면 직원들이 열 심히 해서 매출을 메워야지요. 이가게가 사장님 없으면 안 돌아간다 그러면 저희가 잘못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 순간, 박유민이 무척이나 미안 하다는 듯 강진호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진호야. 나하고 영기하 고 애들이 노력했는데, 네가 없으니
까 매출이 반 토막 났어. 나름 잘해 보려고 했는데……
시무룩한 박유민을 보니 강진호의가슴 깊숙한 곳에서 꿈틀대고 있던 양심이라는 것이 콕콕 찔러오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꼭 말하고 비울게.”
끓어오른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하루의 시간이 필요했다. 전화를 해 하루 정도 쉰다고 말을 미리 전해두 긴 했지만, 주영기는 뜬금없이 강진호가 자리를 비워 버린 것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이가게는 강진호의가게였고, 박 유민과 주영기는 그저 그를도와주 기 위해서 와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강진호가 이런 식으로 자리를 비워 버리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리가 없으니까. 정색하지 않고 반 장난으로 대해주는게 되레 고마 운 일이다.
“뭐, 됐어.”
주영기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문제가 뭔지는 알았으니까. 네가 없어도 잘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게 급선무지.”
“문제?”
“봐라.”
강진호는 주방으로 향하는 주영기를 따라나섰다.
그러고는 아연한 얼굴로 주방을 바라보았다.
“이게 다 뭐야?”
“파스타 면.”
“응?”
주영기가 엄지를 치켜올렸다.
“최연하 씨가 그러더라고. 우리가게가 잘 안 되는 이유는 피자 말 고는 메뉴가 없어서라고. 파스타라도 좀 해보라고 하기에 메뉴를 추가 해 봤지.”
“……일이란 건 보통 단계가 있는 것 아닌가?”
초보자들 주제에 파스타를 만들겠 다고 다짐하자마자 생면부터 만드는 건 미친 짓 아닌가?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 그냥……
“응?”
“파스타하고 다른 걸 만들어줄 주 방 직원을 한 명 채용하면 되는 일 아닌가?”
순간, 주영기의 얼굴이 멍해졌다.
“지, 직원을 써?”
“네가 안에 들아와서 파스타 만들
면 흘은 어떻게 하고?”
“아……”
주영기가 그건 미처 몰랐다는 표 정을 짓자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고도가게가 잘 돌아가길 바 랐으니, 그게 용치.’
“일단 그럼 파스타는 보류하자. 일단 밖에 손님들 많이 기다리시는 중이니까 얼른 장사 준비부터 해.”
“음, 알았다.”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반죽은 어제 미리 준비해 숙성해 뒀다고 하
니, 토핑 재료만 간단히 준비하면 된다.
문을 열자마자 홀을가득 채우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려니, 어쩐지 웃 음이 났다.
‘안 되는 것보다는 잘되는게 낫 구나.’
손님이 없을 때는 한산하고 시간이 많아도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었는데, 손님이 많아지니 바쁘기는 해도 마음이 편하다.
강진호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젯밤 그리 커다란 일을 저질러
놓고 오늘은 이리 태연하게 피자를 만들고 있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우 습게 느껴졌다.
이면의 삶이 정말 그의 삶을 지탱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드러난 삶에서 풀지 못하는 욕구를 풀기 위해서 그 스스로 이면의 삶을 찾아들고 있는 것인가.
“뭐해? 주문 들어왔어.”
“응.”
강진호는 주문서를 받아들고 화 덕 앞에 섰다.
‘ 모르겠군.’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강
진호는 마음속을 흔드는 생각들을 털어내듯 화덕 안으로 반죽을 밀어 넣었다.
“……정신없었다.”
“확실히 진호가 나오면 손님 수가 다르구나. 깜짝 놀랐어.”
주영기와 박유민은 진이 빠져 축 늘어졌다. 홀에서 서빙을 보던 보육 원 아이들은 더 늦기 전에 다들 돌 려보냈다. 자정이 다된 시간이 되어 서야 손님들이 모두 빠져나갔고, 청 소를 마치고 나자 자정을 훌쩍 넘어 버렸다.
“돈 버는 것도 좋지만, 매번 이러 다가는 몸이 못 버티겠다.”
“알긴 아는데……
박유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손님이 적당히 있으면 끊어낼 수 있겠는데, 밤이 되면 손님이 더 몰 리다 보니 원래 마치는 시간으로 정 해둔 열 시 반이 되어도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에게 다 돌아가라고 할 수가 없어서 조금씩 더 받다 보니 결국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것이다.
“ 진호는?”
“죽은 것 같은데?”
주영기가 구석에서의자를 늘어놓 고 누워 있는 강진호를 보며 히죽 웃었다.
“저 낯가리는 놈이 오늘만 해도 사진을 이백 장은 찍었을텐데, 제 정신이면 더 이상하지.”
“하긴.”
“그리고 저놈도 진짜 좀 이상하긴 하다. 오늘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벌써 며칠은 한 일인데 어떻게 저리 적응을 못하냐?”
“그러게.”
주영기는 피식 웃었다.
‘그래도 강진호는 강진호네.’
처음 강진호가가게를 연다고 했을 때는 돈도 많은 놈이 뭐하러 그런 짓을 하나 싶었다. 굳이 돈을 벌 필요도 없는 놈이가게를 한다기에 배알이 뒤틀리기도 하고, 신경을 써 봐야 얼마나 쓰겠나 싶은 마음도 있 었다.
그런데 지금 강진호의 몰골을 보 고 있으려니, 그런 생각이 다 기우 였다는 생각이 든다.
저 체력 빼면 아무것도 없는 바보가 진이 빠져 드러누울 정도로 사람 들을 상대하고 억지로 사진을 찍으 면서까지가게가 잘되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설렁설렁 하는 인간이 있고, 대충 해도 되는 일에 열과 성을 갈아 넣는 인간도 있지.”
“응?”
“저거 말이야.”
주영기가 강진호를가리키자 박유 민도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이 피자가게가 강진호에게 있어서 그리 큰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저리 녹 초가 되도록 일하는 것을 보면, 대
충 일한다는 개념이 머리에서 아예 없는 인간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진짜 언제까지 손님 이 이리 온대?”
“왜? 너무 많아서 싫어?”
“손님 많아서 싫어하는가게는 망 해도 싸다. 손님이 많은게 걱정이 아니라, 이 많은 손님들이 뚝 떨어 져 버릴까 봐 겁나서 그런다. 그 최 연하 씨 말 들어보니 망해도 진즉에 망하는게 맞았더라.”
“아마 한동안은 계속될 거야.”
“왜?”
“드라마 1화 재방송을 미친 듯이
하더라고.”
“지금 보육원에서도 쟁탈전 벌어 지고 난리 났어. 난 얘들이 이렇게 알바에 미친 줄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서빙하러 온 애 들이 다 여자애들인 것 같았다.
“걔들이 코홀리개 때부터 봤는데 새삼 그러는 거 보면, 미디어가 대 단하기는 대단한가 봐. 재미있지 않 아? 실물로 매번 보던 애가 드라마 에 한번 나왔다고 눈에 하트가 생 기더라고.”
“……재미는 얼어 죽을.”
주영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럼 한동안은 이만큼씩 손님이 계속 온다는 이야기지?”
“그래도 좀 줄어들기는 하겠지. 진호도 더 출연할 생각 없다던데. 드라마에 한번 더 나오지 않는 이 상은 아마 더 늘어나지는 않을 거야. 점차 줄겠지.”
“ 흐음
주영기가 턱을 벅벅 긁었다.
“그럼 어떻게든 손님 더 빠지기 전에 파스타 만들 사람 구해서가게를 정상적으로 돌려야겠네.”
“바로 구인 내볼까?”
“일단은 좀 놔둬.”
“왜?”
주영기가 그것도 모르냐는 듯 박 유민을 보았다.
“지금처럼 테이블도는데 거기에 파스타 하나 추가되면 회전율이 반으로 떨어진다. 이탈리아에서 일급 셰프를데리고 와도 진호가 피자 굽는 속도 못 따라가.”
“……일급 셰프가 파스타 빨리 볶는 걸로 정해지는 건지는 몰랐지만, 여하튼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주영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진
호에게가서 그의 어깨를 잡아 흔들 었다.
“일어나, 인마!”
“으음……
“퇴근하자, 퇴근.”
“음.”
반쪽이 된 얼굴로 일어나는 강진호를 본 주영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유격훈련장에서 조교들을 파괴하 고, 혹한기를 뛰면서 얼음을 깨고 찬물로 샤워를 하던 강진호다. 군대의 그 지옥 같았던 훈련을 받으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아서 인간이
아니라 사이보그라는 설까지 돌던 그 강진호가 사진 몇 방 찍는다고 아주 녹초가 되어 빌빌대고 있는 것이다.
“너도 사람은 사람이구나?”
“응?”
“아니, 아니다. 일어나, 인마.”
강진호가 부스스한 얼굴로 일어나 자 주영기가 등을 두드려 잠을 깨웠다.
“집에가야지.”
“……내일 장사 준비는?”
“다 해놨어.”
강진호가 비척거리며 일어나자 박 유민이 빙그레 웃으며 탈의실을가 리 켰다.
“진호야, 옷은 갈아입고가야지.”
“음.”
강진호를 탈의실로 밀어 넣은 박 유민은 불을 끄고가게를 정리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났네?’
개업을 하고 지금까지 정신없이 설치다 보니 시간이 이만큼이나 지 난 줄 몰랐는데,가만 보니 벌써 개 업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이 러다 보면 금방 또 겨울이 오고, 내
년이 될 것이다.
‘그때는 진호도 복학해야 하는데……
애초에 계약으로 시작한가게이기는 했지만, 지금 강진호가 이곳에 쏟고 있는 열성을 보면 복학을 한다 고 해서가게에서 완전히 손을 떼어 버릴 것 같지는 않았다.
“알아서 하겠지.”
박유민이가만히 웃었다.
가게를 하든, 하지 않든 그의 친 구는 잘 결정하고 잘할 것이다. 지 금까지 그가 지켜봐 왔던 강진호처 럼 말이다.
강진호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멍하군.’
피로라는 것이 쉽게가시지를 않았다. 예전이었다면 한번 몸을 썼 다고 해서 이런 정도로 피곤하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의 강진호는 예전의 적천마존이 아니었다.
그것을 제대로 감안하지 못한 대가라고 하기에는 피로감이 너무 컸다.
‘단순히 힘을 썼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면 오랜만에 저지른
학살에 강진호의 정신이 피로를 느 끼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이상한 일이기도 하고, 당연한 일 이기도 했다. 적천마존이라면 그런 정도의 일에 피로감을 느낄 일은 없 겠지만, 강진호라면 그 일에 충격을 받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했다.
그 모두가 강진호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그의 몸에 두 명의 정신이 공존하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얼굴을 몇 번 주무른 강진호가 고 개를 들었다.
그러고 나서 강진호는 발견했다.
멀찍이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한
남자를 말이다.
짧은 스포츠머리를 하고 양복을 빼입은 사내. 덩치가 있어서 조폭으로 보일 만도 하지만, 사내의 몸에 서 흘러나오는 기품이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사내는 눈이 마주치자 빙그레 웃 으며 강진호에게로 다가왔다.
그 느릿한 걸음에서 강진호의 신 경을 거슬리지 않게 하겠다는의지가 느껴진다.
강진호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사 내가 한쪽 소매를 살짝 걷어 올리더니 손을 내밀었다. 손을 내민 채 고
개를 들어 올린 사내가 강진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만나 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방 진훈이라고 합니다.”
강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