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68)
마존현세강림기-268화(268/2125)
마존현세강림기 11권 (19화)
4장 선언하다 (4)
“늦지 않게 온 건지 모르겠군요. 이틀이라는 말이 시간으로 따지면 조금 애매해서요.”
“늦지 않았다고 해두죠.”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어떻습니까? 여기서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커피라도 한잔하시겠습니
까?”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이 인상적이 었다.
강진호는가만히 방진훈을 바라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방진 훈도 짙은 미소로 강진호를 마주 보 았다.
“제 차가 저쪽에 있습니다. 조용 한 카페를 알고 있으니, 함께가시 지요.”
강진호는 두말없이 방진훈을 따랐다.
앞서가는 방진훈의 뒷모습에서는 패기가 느껴졌다. 자신감과 패기, 그
리고 살짝 어려 있는 오만함.
강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 았다.
무인이다.
이 시대로 돌아와서 처음으로 보는 무인 같은 무인이었다.
중원에서는 저런 무인들이 존재하는게 당연했지만, 이 시대에서는 이름만 무인일 뿐, 무인이가져야 할 자세를 갖추지 못한 이들이 전부 였다.
‘따지자면 속가인가?’
엄정한 구파 같은 분위기보다는 자유로운 세가의 느낌이 났다. 세가
에서 인정받는 이들은 하나같이 저 자처럼 살짝 오만함이 실린 자신감으로가득 차 있었다.
과거의 강진호였다면 그의 앞에서 감히 그런 자세를 고수하는 걸 내버 려 두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저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묘하게 향수마저 자극하는 그 자 세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상이라도 내리고 싶은 마음이다.
“승차감이 좀 미묘할 겁니다. 좋은 세단으로 모시는게 예의라는 것은 압니다만, 제가 딱히 기사 딸린 세단을 부릴 만큼 입지가 좋지가 못
해서요.”
방진훈이 커다란 지프의 본네트를 퉁퉁, 내려치며 웃었다.
그 모습이 묘하게 어울린다.
“상관없어요.”
“이런. 오프로드의 매력을 아시는 분이군요. 오늘 만남이 더더욱 즐거 울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
방진훈이 유쾌하게 웃고는 차 문을 열었다. 강진호도 지체하지 않고 보조석에 탔다.
“담배 태우시죠?”
방진훈이 앞쪽 보드를 열어 재떨 이를 꺼냈다.
강진호는 두말 않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역시 담배 태우시는군요. 이상하게 무인들은 다들 담배를 태우더라 구요. 몸에 좋지도 않고 호흡을 위 해서는 끊어야 하는데 말이죠.”
“크게 영향이 없으니까?”
“또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뭐랄까, 다른 곳에서 희생하는 것이 많은 만큼 사소한 욕망을 참아내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요? 한국에서는 그게 담배지만, 해외로 나가면 대마 나 약에 집착하는 무인도 많다고 하 더군요.”
“음……”
그러고 보면 마교에서도 골방에 틀어박혀 양귀비를 태워 대는 놈들 이 꽤 있었다. 어차피 마인인데 그 거 좀 피운다고 달라질게 있겠나 싶어서 내버려 두긴 했지만.
‘무인이 욕망에 약하다고?’
소림이나 무당의 수도승들이 들으 면 코웃음을 칠 일이기는 하지만, 묘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거 중원에서도 천하제일인과 천 하제일문파를 향한 무인들의 집착은 상상을 초월했다. 지금의 세상에서
정치인과 기업들이 서로 싸우는 것은 애들 장난으로 여겨질 정도로 말이다.
욕망의 방향이 다른 것이지, 그런 것들 역시 욕망의 일종이라고 생각 한다면…… 정말 무인은 욕망에 약 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구도를 추구 한다는 종교 문파들도 천하제일이라는 이름에서 초연하지 못했으니까.
“한 대 피워도 되겠습니까?”
“ 네.”
“죄송합니다. 안 그런 척하고는 있는데, 좀 긴장되어서 말이죠.”
방진훈이가만히 담배를 입에 물
고는 시선을 슬쩍 돌렸다. 태연한 얼굴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강진호의 옆얼굴이 보인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데…… 자세하게 뜯어보면 부러운 마음이 절로 생길 만큼 무척 잘생겼다는 특 징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
표정이나 분위기에서 상대를 압박 하는 압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리고 무엇보다…….
‘정말 무인인가?’
천태훈의 말이 맞다면 이자는 어 제 영남회 소속 무인 스무 명을 한 순간에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린
살성이다.
그 정도면 살인자라기보다는도살 자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될 것이다.
‘그가 내게 거짓말을 할 리는 없 고.’
그게 거짓말이라면 천태훈을 벌할게 아니라 당장 이 세계에서 벗어나 연기를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각종 영화제에서 상이란 상은 다 휩쓸어 버릴 테니까.
겁에 질려 반쯤 이성을 놓고 있으 면서도 그에게 말을 전해야 한다는의지로 필사적으로 했던 말을 반복
하고 또 반복하던 천태훈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건 거짓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었어.’
그렇다면 정말 이 사내가 어젯밤 에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건데…….
겉으로 보이는 강진호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청년 같았다. 무학을 익혔다는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 아무리 자신을 숨기려고 해도 무인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
내공을 익히고 기를 순환시키다 보면 외기가 생기게 된다. 아무리 억제하려고 해도 자연스레 기운이
몸 밖을 타고도는 것이다.
잔잔히 흐르는 물에 바위를가져 다 놓으면 바위 주변으로 물이 급류를 이루듯이, 내공을 익힌 무인은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기운을 내포 하고 있기에 몸을 움직일 때마다 주 변의 기운을 일반인보다 더 많이 흔 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의 주변에서는 전혀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이유를 짐작해 보자면…….
‘특수한 무공을 익혔거나, 아니면 주변의 기운조차 격동시키지 않을 정도로 그 무학의 경지가 높거나.’
둘 다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나이만 따져 본다면 전자가 맞겠 지만, 강진호는 그냥 무인이 아니었다. 십중팔구는 귀환자. 어린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능구렁이거나 괴물일 것이다.
방진훈의 차가 카페에도착했다.
“여깁니다.”
차에서 내린 강진호의 미간이 살 짝 좁아졌다. 카페는 이미 영업을 끝낸 듯 문을 닫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의의문은 곧 풀렸다. 차 소리를 들었는지 불이 꺼진 매장에 다시 전기가 들어오더니, 누
군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방진훈을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음, 그래. 부탁 들어줘서 고맙 네.”
“별말씀을요. 들어가시죠, 이사 님.”
방진훈을 맞이하던 사내가 강진호를 슬쩍 보더니 물었다.
“ 이쪽은?”
“응? 이쪽이라니?”
“……예?”
“나 혼자 오지 않았는가. 누가 또 있다고?”
그제야 사내가 방진훈의 말을 알 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잘못 본 모양입니다. 들어가시죠.”
“여기로.”
방진훈이 앞장을 서자 강진호는 자연스레 그의 뒤를 따랐다. 강진호 까지 안으로 들어온 것을 확인한 사 내가 문을 잠그고 홀의 불을 껐다. 그런 후, 두 사람을 안쪽의 작은 회의실로 안내했다.
“음료 드시겠습니까?”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봐. 요 즘은 씁쓸한게 좋더군.”
“에스프레소 준비할까요?”
“딸기 셰이크.”
“……예.”
사내가 강진호를 슬쩍 보고는 복 잡한 표정을 지었다. 뭘 먹을지 물 어봐야 하는데, 없는 사람 취급하란 방진훈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 고…….
“뭐 드시겠습니까?”
다행히 방진훈이 대신 물어봐 주 었다.
“오렌지 주스로 하죠.”
“오렌지 주스 한 잔 주게.”
“예, 알겠습니다.”
사내는 밖으로 나가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금방이라도 사람 하나 죽이러 갈 것 같은 분위기를 하고는 딸기 셰이 크와 오렌지 주스라니.
‘취향이겠지. 존중합니다.’
음료가 나올 때까지 강진호와 방 진훈은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돌린 채 시간을 보 내고 있을 뿐이다.
음료가 나오고 나서야 어색한 분 위기가 좀가시……지 못했다. 앞에 놓인 딸기 셰이크와 오렌지 주스는
뭔가 어색함을 좀 더하고 있었다.
‘커피 시킬걸.’
방진훈은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 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헛기침 몇 번으로 어색함을 조금 날려 버린 방진훈이 입을 열었다.
“저를 보고 싶어 하셨다고요?”
“ 예.”
“ 이유는요?”
“딱히 없습니다.”
방진훈은 오늘 대화가 그리 쉽지 않게 흘러갈 것이라는 걸 실감했다.
‘말하는 재주는 없는 사람이군.’
그렇다면 방진훈이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이중걸, 회주님을 구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어째서 입니까?”
강진호는 대답하지 않고가만히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외부인입니다. 타인의 위 기에 충동적으로 그를도울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스무 명을 죽여가며 그를도왔다는 것은 단순한 충 동이 아니겠지요. 그래놓고 나를 만 나고 싶다? 원하는 것이 뭡니까?”
방진훈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대답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그의 대처가 결정될 것이다.
“우선 한가지.”
“……말씀하시죠.”
“이미 말했지만, 딱히 이유는 없 습니다.도와달라고 하는 이가 있었 고, 그래서도운 것뿐입니다.”
“영남회와 척을 지면서 말입니까?”
“ 척은……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이미 졌죠.”
방진훈의 눈이가라앉았다.
‘섬뜩하군.’
그저 살짝 웃은 것뿐인데도 수십 년간 무학을 익혀온 방진훈의 평정 심을 뒤흔들고 있었다.
‘영남회와 원한이 있다.’
영남회와 원한이 있는 자가 영남 회에 노려지고 있는 이의도움요청을 받았다. 그렇다면 별로 고민할 것도 없을 것이다. 어차피 영남회와는 싸워야 하고, 영남회가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그에게는 이득이니까.
“……그러니까 고래 싸움에 제 등
이 터졌다는 거군요.”
하지만 그러하J 사실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에는 방진훈이 받은 피해가 너무 컸다. 몇 년간 준 비해서 만든 기회가 날아가 버렸으니.
회주가 다른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단독으로 행동하는 일은 그리 잘 생 기지 않는다. 일년에 몇 번 안 되는 그 기회를 영남회와 연계하여 찔 러 들어갔건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유 때문에 분쇄되고 만 것이다.
회를 차지하겠다는 그의 목표가 완전히 박살 난 것은 아니지만, 이
번 일을 통해 최소한 십여 년은 계 획이 뒤로 밀릴 것이다.
그가 뒤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는 없겠지만, 영남회의 습격을 받 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회주를 지지하 고 단결해야 한다고 하는 이들이 확 늘어날 테니까.
그런 면에서 보면 강진호는 그에게 원수나 다름없었다.
당장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 인데, 그놈이 자신을 찾는다고 하니 황당할 수밖에.
사실 이곳에 그 혼자 나온 것도 대체 이런 일을 벌인 놈이 대체 어
떤 놈인지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확인한 강진호는
‘ 최악이군.’
방진훈은 눈두덩이를 문질렀다. 머리가 어질어질한 기분이다.
이자는 자연인이다.
어떠한 일을 할 때, 계획을 크게 세우고 하지 않는다. 그때의 기분, 그때의 충동을 바탕으로 움직일 뿐 이다. 이런 자가 힘을 갖추면 자연 재해가 되어버린다.
지금 방진훈은 뜬금없이 나타난
토네이도에 집이 날아가 버린 이재 민이 된 것이다.
“이미 회주를 돕지 않았습니까? 어째서 저를 보자고 한 겁니까?”
“잠시.”
그때, 강진호가 방진훈의 말을 막 고는 입을 열었다.
“회를 차지하려는 이유부터 말해봐.”
말투가 바뀌었다.
그리고 분위기도 바뀌었다.
그와 동시에 방진훈의 전신에 소 름이 돋아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