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74)
마존현세강림기-274화(274/2125)
마존현세강림기 11권 (25화)
5장 드러내다 (5)
“뭐가 남았습니까?”
강진호는 조규민을 따라 재경 사 옥을 향해 걸어가면서 고개를 갸웃 했다.
할 이야기는 대충 마무리 짓은 것 같은데, 굳이 재경까지 올 필요가 있을까?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차 고르셔야 한다구요.”
“저번에 일임한 것 같은데……
“그래서 그냥 제 취향대로 뽑으려 고 했는데, 충실한 비서로서 그건 또 할 짓이 아닌 것 같아서요.”
“……예?”
“제 취향이 중요한게 아니죠.가 보시면 압니다.”
확언하듯 말하자 강진호는 더는 토를 달지 않고가만히 조규민의 옆을 걸었다. 무언가 이유가 있다면 설명을 했을 것이다.가보면 안다고 했으니 따라가 보면 된다.
딱히 설명이 없어도 믿을 수 있는 사람 중 하나가 조규민이었으니.
엘리베이터로 향한 조규민이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최 상층이 아니라 지하 최하층의 버튼을 눌렀다.
“지하요?”
“네. 주차장입니다. 차를 대기시켜 놨거든요.”
“어디 갑니까?”
“후후후.”
조규민이 음흉하게 웃었다.
“……”
어쩐지 모를 불안함을 느끼며 강진호가 몸을 살짝 떨었다.
‘한번씩 이상한 짓을 한단 말이야, 이 사람.’
평소에는 좀 얌전하고 침착한 편 인데, 한번씩 쇼맨십이 불타오르는 지 이상한 일을 저지를 때가 있는 조규민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식의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강진호는 불 안하기 짝이 없었다.
띵
엘리베이터 음이 나면서 문이 열 렸다.
“음?”
불이 꺼져 있다.
“왜 불이?”
“지하 5층은 잘 쓰지 않는 층입니다. 설계 시에는 회장님이 타지 않으시는 차를 넣어두려고 만든 곳 인데, 아시다시피 회장님은 차를 여 럿 돌아가며 타시는 분이 아니라 쓸 일 없이 창고로 쓰고 있죠.”
“음……”
“자, 불 켭니다!”
조규민이 벽 쪽의 뭔가를 더듬었다.
그러자 불이 탁탁탁, 켜지면서 어 두컴컴하던 지하실이 환하게 밝아졌
다.
“짜잔!”
조규민이 팔을 과장되게 혼들면서 한쪽을가리켰다.
“후보들입니다.”
하지만 강진호의 눈에는 중간에 대어져 있는 세 대의 차가 들어오지 않았다. 강진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그 차들의 주위에 배치되어 있는 조명들이 었다.
“저거, 촬영장에서 본 거 같은데……
“원래 주인공의 등장에는 조명이 필요한 법이지요.”
“굳이 이렇게까지……
“어허, 중요한 겁니다.”
답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 있 자 조규민이 강진호의 팔을 잡아끌 었다.
“가까이서 보시죠.”
“……네.”
뭔가의욕이 상당히 이상한 방향으로 발휘되기는 했지만, 강진호를 위해서 뭔가 준비를 많이 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떨떠름한 얼굴로 차 앞까지 다가 간 강진호의 눈에 세 대의 스포츠카가 강렬히 틀어박혔다.
“이거 다 사 오신 거예요?”
“그렇게까지 돈 낭비를 하지는 않 습니다. 한국에 있는 소유주 분들께 양해를 구해서 빌려온 겁니다. 아무 래도 실제로 보시는게 나을 것 같 아서요. 그렇다고 일일이 매장에가 실 시간이 없잖습니까.”
피자 판다고.
피자집 하느라 몇 억짜리 스포츠 카 보러 갈 시간이 없다는 것이 아 이러니이긴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그게 현실인데.게다가 이 중 에는 전시 카가 존재하지 않는 모델도 있었다. 시승도 불가능하다.
결국 차를 직접 비교해 보기 위해 서는 이 방법이가장 좋았다. 황정후의 인맥과 재경이라는 이름이 없 었다면 결코 불가능했을 일이지만 말이다.
대외적으로는 황정후 회장이 새 차를 사는데 모델을 보고 싶어 한다 고 둘러대고는 적당히 사용료를 찔 러 넣어주고가져온 차들이었다.
‘사용료가 무지막지했지.’
렌트를 한다고 해도 하루에 몇 백은 줘야 하는 차들일 테니,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지만…….
‘회계팀에서 불벼락을 내리지 않
아야 할텐데.’
은근 쫄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조규민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눈에 들어오시는게 있습니까?”
“이거?”
강진호는 구석에 있는 빨간 차를가리켰다.
“제 차와 같은 건가요?”
“연식이 최신이고 세세한 사양이 조금 변경되었지만, 타시던 것과 크게 차이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군대가시기 전에 몰던 모델과는 외관이 좀 바뀌었죠. 적당히 성능도 좋아졌 구요.”
“으음……”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익숙하다는 느낌은 들었 지만…….
“이 차는 다 좋긴 한데……
“예.”
“시내 주행이 너무 힘들더라구요.”
“아, 그런 면이 있죠.”
강진호의 시선이 칼같이 옆으로 향했다.
“아니……
저번에는 그런 말 없었잖아! 그거 미리 이야기해 줬으면 이 차는 수배
안 했지!
“이 차는?”
“후후후, 제대로 알아보셨군요. 이 차가 현존하는 최고 속도를 내는 차 로서……
“얘도 방지턱은 못 넘겠네요.”
슈퍼카를 선택하는 기준이도로방 지턱이라니.
대한민국의 자비 없는도로방지턱을 깔아놓은 국토교통부에 항의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강진호의 시선이 마지막 차로 향 했다.
이건?
올 블랙의 차체.
번뜩이는 헤드라이트와 유선형의 유려한 몸매.
“후후후, 독일의 명품이죠. 이 차가 바로! 포르……
“개구리?”
“아닙니다!”
물론! 그런 말을! 좀 듣고 있기는 하지만! 이 아름다움은 개구리라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장난감도 아니고, 차가 왜 이래 요?”
“아……”
이 차를 자랑으로 삼는 이들이 듣
는다면 탄식을 토해낼 말을 거침없 이 해 대는 강진호였다.
‘실수다.’
두 사람의 취향이 서로 다르니 직 접 보고 차를 고르게 한다는 것은 일견 좋은 생각 같았지만, 강진호의 취향이라는 것이 매우 처참한 수준을 자랑한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 중간의 차는 어떠십니까?”
“방지턱이……
“이만한 차를 타는데, 그 정도는 감수하셔야지요!”
강진호가 영 탐탁치않다는 듯이
가운데에 있는 푸른빛의 차를 바라 보았다.
“얘는 좀 동글동글하네요.”
니가 타던 차가 각 져서 그런 거야. 이 정도면 동그란 것도 아니라 고. 물론 그릴이 좀 동글동글해서 그리 보이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 차가 바로 부가티 베이론입니 다! 현존 최고의 속도를 내는 양산 형 차죠. 한정판과 특수 튜닝 제품 들이 아니라면 이 차의 속도를 능가 하는 차가 잘 없습니다.”
“으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요.”
“예!”
“최고 속도를 낼 일이 없던데.”
뭐, 인마?
너 저번에 시속 300으로 고속도 로 역주행한 걸 내가 아는데 지금 어디서?
입가가 부르르 떨렸지만, 조규민은 필사의 인내로 입을 꾹 다물었다. 오늘은 좋은 날이다, 좋은 날. 오늘 같은 날 굳이 버럭질을 해서 분위기를 나쁘게 만들 필요가 없다.
“그리고 속도 많이 올리니까 연료
눈금 움직이는게 눈으로 보이더라 구요. 주유하기가 귀찮아서.”
“……예?”
“기름 적게 넣어도 속도 잘 나오 고 잘가는 차가 없을까요?”
차라리 비행기를 한 대 달라고 하지.
“ 어?”
그런 차가 있기는 있다.
최근 유행하는 하이브리드 슈퍼카 라면 강진호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특히나 전기차의 특 성상 초반부터 최대의 토크를 발휘 하는가속력이라면 강진호의 취향에
딱 들어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차가 있기는 하지만 강진호씨가 타기에는 조금 부족할 겁니다. 단순히가속력이라면 모를까, 반응 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하 거든요.”
“으음……”
“이 중에서 고르시죠. 제가 심사 숙고해서 고른 차들입니다. 이와 비 슷한 차는 있어도, 이보다 나은 차는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강진호가 굉장히 고민을 하는 듯 한 눈으로 차들을 바라보자 조규민
이가볍게 웃으며 강진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차는 그렇게 고르는 것이 아닙니다. 안에 한번 앉아도 보시고, 몰 고 나가보세요. 그러려고 빌려온 것이니까요. 셋 다 타보시고나면 마음 이 정해지실 겁니다.”
“조 실장님.”
“네, 강진호씨.”
“어느 차가 제일 눈에 덜 띄나 요?”
차를 선택하는 기준은 모두가 다른 것이지만, 강진호의 기준만은도
무지 참아낼 수 없던 조규민이 결국 참지 못하고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럼 그냥 세단을 타세요! 세단을!”
“어머니와 마트에 장을 볼 때 트 렁크가 작아서 불편하더라구요.”
그럼 그냥 트럭을 몰아…….
“가는 곳마다 제가 어디에 있는지 사람들이 다 아는 것 같아서 그것도 좀 그렇고.”
그럼 소나 타는 차를 몰든가. 어 딜가도 아무도 모를 테니까.
“그래서 그런데……
조규민은 진지한 얼굴로 개소리를
늘어놓는 강진호를 보며 한숨을 내 쉬었다.
“반응성도 빠르고 타면 재밌는데, 실용성도 있는…… 그런 차는 없을 까요?”
“강진호씨.”
“네.”
“피자처럼 맛있는데 많이 먹어도 좀 덜 느끼하고, 치즈 맛 안 나고 찌개와도 함께 먹을 수 있는 피자 한 판 구워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런 피자가 어딨어요.”
“그런데 왜 저한테는 그런 차를 찾아내라고 하시는 건데요! 왜!”
“아, 그게 그런의미인가요? 저는 있을 줄 알았죠.”
태연하게 말하는 강진호를 보니 속이 뒤집혔다.
생가 같아서는 판을 엎어버리고 말겠지만, 조규민은 충실한 강진호의 보좌관이 아니던가. 방금 소리를 지른 것만으로도 이미 감점이다. 이 이상 강진호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끄으웅.”
머리를 부여잡는 조규민을 보며 강진호가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래요. 죄송합니다.”
“자차를 끌고 다닌 지가 벌써 몇 년이신데, 이렇게 차에 무관심하시 면 어떻게 합니까?”
“제가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하……”
조규민이 한숨을 쉬면서 뿌듯한 얼굴을 하는 신기한 스킬을 선보였다.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구 나.’
“그래서 말인데요.”
“ 네?”
“조 실장님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는 최고인 것 같아요.”
“하하. 하.”
조규민의 목이 수직으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 이상 목을 세우면 뼈 에 이상이가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런 조 실장님이 앞으로 제 모 든 걸 함께해 주신다니, 든든하기 그지없네요.”
“후후, 제가 더 잘 부탁드려야죠.”
“그래서 말인데요.”
“……네?”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에 한 대쯤은 있을 것 같아요. 편안하고 실용
적이면서 귀찮게 여러 번 주유소를 찾을 필요도 없는, 그런 차 말이에요.”
“아니, 잠시만요.”
그건 기린 같은 거야.
상상 속의 동물이지. 그런 거 있 잖아. 신화나 전설에만 나오는 거.
“저는 조 실장님을 믿습니다.”
“그건 기린 같은 겁니다, 강진호씨. 지금 저보고 밖에 나가서 기린을 잡아오라 그러시는 거예요.”
“기린은 동물원에 있잖아요.”
“그 기린이 아니라구요! 용 같은 거란 말입니다.”
강진호가 확고한 얼굴로 조규민을 보고는 말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지는 모 르겠지만……
“네?”
“저는 조 실장님이라면 용도 잡아 올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런데 고작 차 한 대 못 구하겠습니까?”
“그럼 믿고가겠습니다. 좋은 소 식 기다릴게요.”
“강진호씨? 강진호씨?” 성큼성큼 걸어 밖으로 나가는 강진호를 잡으려던 조규민의 손이 허
공을 움켜쥐었다. 멍하니 손을 뻗고 있던 조규민이 털썩 소파에 주저앉 았다.
가만히 천장을 올려다보던 조규민 이 전화를 꺼내서 어디로 전화를 걸 었다.
“예, 최 딜러님. 하나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 전화드렸는데요, 혹 시 본사에 오더해서 트렁크 큰 4인 숭 아벤타도르 제작가능할까요?”
가만히 대답을 기다리던 조규민이 서글픈 얼굴로 말했다.
“……아뇨, 술 안 먹었어요. 아뇨, 장난도 아닙니다. 네……. 예, 죄송
합니다. 죄송해요.”
가만히 전화를 끊은 조규민이 무 릎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이래서 인간은 모험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편안한 성공가도가 얼마 나 좋은 것이었는지를 새삼 실감한 조규민의 어깨가 천천히 들썩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