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76)
마존현세강림기-277화(276/2125)
마존현세강림기 12권 (3화)
1장 시작하다 (3)
주먹보다 큰 공을 허공에 던졌다 받으니, 한순간에 피자도우가 되어 있다.
‘나 이거 예전에 본 거 같아.’
장르는 다르지만 어릴 적에 본 교 육 방송에서 이런 광경을 봤다. 물 감을 대충 붓으로 찍고 나이프로 찍
어 쭉쭉가져다 발랐더니, 작품 하 나가 나온다. 그러고는 웃으면서 말 하겠지.
“참 쉽죠.”
“아, 아니야! 안 쉬워!”
“ 네?”
“아니,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강진호가 이상하다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왠지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이 드는 정수연이었다.
‘이상한 건 제가 아니라 사장님이
라구요!’
뭔 놈의도우를 저렇게 만든단 말인가. 기계로 만들어도 저것 보다는 오래 걸리겠다. 어떻게 반죽을 공중 에 한번 던졌다가 받았는데 그게도우가 된다는 말인가.
달인이다.
여기 달인이 있었다.
그 뒤는 더가관이었다.
네 개의도우를 만든 강진호가 빛 과 같은 속도로 페이스트를 펴 바르 고 재료 통을 주걱으로 떠서 흩뿌리 듯 던지자, 재료들이도우 위로 정 확하게 안착하고 있었다.
‘하하하……
이젠 놀랄 힘도 없다.
아니, 다른 재료야 그렇다고 치 자. 그럴 수 있다고 치자고. 근데 어떻게 페페로니를 던졌는데 저리 모양 좋게 오와 열을 맞춰서 정렬할 수가 있냐고!
저기는 여기랑 다른 물리법칙이 적용되나, 아니면 이상한 나라라서 페페로니가 살아서 움직이나?
하지만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흐음.”
강진호가 불을 지펴놓은 화덕을 불만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미리 지펴놨어야지.’
이제야 초보 티가 조금 나는 것 같았다. 화덕이라는 것은가스레인 지처럼 순식간에 열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참나무 장작이 제 화력을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저 이상할 정도로 크게 만 들어진 화덕을데우려면 당연히 시 간이 더…….
그 순간, 강진호가 화덕 안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다.
“꺽!”
얼마나 놀랐는지, 순간 목구멍으로 심장이 튀어나오는 느낌이었다.
놀람도 잠시.
사고가 터졌다고 생각한 정수연이 기겁을 하며 벌떡 일어나 강진호에게 돌진했다.
“괘, 괜찮으세요?”
“ 네?”
강진호가 태연한 얼굴로 그녀를 돌아봤다.
“괜찮으시냐구요!”
“ 네?”
강진호가 ‘이 여자, 대체 왜 이러 지?’라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자 정수연의 얼굴이 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손.”
“손요?”
강진호가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왜 멀쩡하지?”
“ 네?”
“아니,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마지막 말은 거의 기어 들어가고 있었다.
‘날 얼마나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 할까?’
정수연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아까부터 자꾸 자기 혼자 놀라고
자기 혼자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강진호는 태연하기 짝이 없다.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이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 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리 화력이 다 올라오지 않았다고는 하나 불이 붙어서 활활 타고 있는 참나무 장작 에 손을 쭉 밀어 넣었는데, 왜 그 손이 멀쩡하단 말인가?
“잘못 봤나……
너무 넋이 나가서인지 자기가 생각을 입 밖으로 홀리고 있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는 정수연이었다.
각도 때문이다.
옆에서 보다 보니 불꽃 옆으로 손을 넣어서 확인하는 것을 불 안으로 손을 넣는 것처럼 본 것이다. 그것 말고는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킨 정수연 이 자리에 털썩 앉았다.
볼에 손을 대보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뜨겁다.
‘진정하자, 정수연.’
아까부터 뭔 일만 벌어지면 놀라 서 화들짝, 화들짝거리고 있지 않은가.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진정시킨 다음 좀 더 편안하게…….
“저건 또 왜 저래……
정수연은 울고 싶어졌다.
조금 전까지 불이 제대로 올라오 지 않던 화덕이 마치가스 밸브를 풀로 열어놓은 것처럼 불을 뿜어내 고 있었다. 저 나무는 아무래도 참 나무가 아닌 것 같았다.
기름 나무라든가 석탄 나무 같은 새로운 종일 것이다.
“흠……”
불꽃을 살핀 강진호가 그제야 마 음에 든다는 듯 긴 화덕용 집게를 들어 피자를 화덕 안으로 밀어 넣었다. 네 개의 피자를 순서대로 넣고는 순서대로 바로 빼낸다.
‘뭐야? 익었어?’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아무리 화력이 강하다고는 하나 피자를 저런 식으로 익힐 수는 없다. 화력이 세다고 빨리 익을 리가 없다. 프라이팬에 고기를 구워보면 알지 않는가. 화력이 너무 세면 겉은 타고 속은 익지 않는다.
하지만 강진호는 당연히 다 되었 다는 듯이 피자를 다 꺼내고 커팅을 시작했다.
“……어?”
진짜 저걸 그냥 낼 셈인가? 손님 들이 클레임 엄청 걸텐데?
그때, 주영기가 아차 하는 얼굴로 주방 안으로 들어왔다.
“진호야, 실수다. 불고기가 둘이 고, 페페로니가 둘이다. 불고기 하나 오더 잘못 들어갔다. 미안하다.”
“괜찮아. 일단 이거부터 받아.”
“오냐.”
주영기가 피자 두 개를 들고 나르 기 시작하자 강진호가 남은 불고기 피자 하나를 정수연에게 건넸다.
“드세요.”
“ 네?”
“식으면 어차피 못 내는 거잖아요.”
“……다음 손님한테 드리면 되는 거 아닌가요?”
“오더 받는 사이에 조금이라도 식 어요. 그럼 안 냅니다.”
“ 아!”
뭔가 장사꾼이라기보다는 예술가 같은 마인드였다.
“그리고 이제부터 같이 일하실 건데,가게 피자 맛이 어떤지는 아셔야죠.”
“네.”
그 말도 맞는 말이었다.
진정한 요리는 단품으로서가 아니 라 함께 완성된다. 아무리 좋은 단
품이라 하더라도 그가게에서 주력으로 미는 다른 음식과 궁합이 좋지 않다면 좋은 메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맛부터 알아야 돼.’
그녀가 추구하는 최고의 맛을 만 드는 것도 좋지만, 사이드 메뉴는 사이드 메뉴답게 이 집의 피자 맛을 보완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의미에서 반드시 피자를 먹 어봐야 했다.
“네, 먹을게요.”
강진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아 있는 피자 한 판을 들고
홀로 나갔다.
‘이거……
주방에 홀로 남겨진 정수연이가 만히 피자를 내려다보았다.
“타지는 않았는데……
위쪽과 끝 쪽이 살짝 크러스트되 기는 했지만, 이 정도의 크러스트는 풍미를 올려주는 수준이라 할 수 있 었다. 문제는 겉이 이 정도로 굽혔 다면 안은 아예 익지 않은 수준일텐데.
“음……”
정수연은 딱히 별 기대를 하지 않고 피자 한 조각을 뜯어냈다. 치즈
가 길게 늘어지는 모양새를 보니, 겉은 정말 잘 익은 모양이었다.
문제는도우가…….
“어? 뭐야? 이거, 왜 이래?”
피자를 한입 베어 문 정수연이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피자를 바라보 았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무언가를 찾던 정수연이 커팅 나이프를 들 고 와 피자 한 조각을가로로 자르 기 시작했다.
“……세상에!”
피자의 단면을 꼼꼼히 살피던 그 녀는 속까지 완벽하게 익어 있는 피 자를 보고는 멘붕에 빠졌다.
이게 왜 익는가.
익으면 안 되는데.
아니, 그렇게 따지면 애초에도우 만들 때부터 뭔가 잘못되기는 했지.
심지어…….
“이거, 짱 맛있어.”
어이가 없을 정도의 맛이었다. 피 자라는 음식은 태생적으로 기름기를 동반한다. 아무리 피자를 잘 만든다 고 해도 한국식 피자는 치즈 때문에 라도 느끼함을 피할 수가 없다.
그런데 강진호의 피자는 이탈리아 식 씬 피자도 아니고 치즈를 때려 박은 피자인데도 입안에 느끼함이
돌지 않았다. 어떻게 이 재료로 이 런 담백한 맛을 낼 수 있는지 믿어 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피자 맛을 느껴본 적이 있 었나?’
이보다 더 맛있는 피자를 찾아내 라면 찾아낼 수 있다.
‘강진호가 만든 피자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이런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강진호의 피자는 독특함 이 있었다.
이보다 맛있는 피자는 먹을 수 있을지언정 이런 맛을 내는 피자는 이 곳밖에는 없을 것이다. 비슷한 맛조
차 생각이 나지 않았다.
독특하고 맛있으면 팔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피자를 만들어낸 사람이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남자라는 점이다. 조리사 자격증도 없고, 어디 서 제대로 요리를 배우지도 않은 그 냥 남자 말이다.
“ 있구나.”
피자를 한입 더 먹은 정수연은 결 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는 달인이라는 사람이 있다.
나이와는 관계없이 한 분야에서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과정과 결 과를 보여주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강진호가 바로 피자의 달 인이었다.
“……이 정도면 올 만하지.”
그제야가게 문 앞에 서 있던 줄을 이해할 수 있는 정수연이었다. 그녀라고 하더라도 이런 피자라면 줄을 서서라도 먹을 수 있었다.
최근 맛집의 트렌드는 최상보다는 유일이니까.
최고의 맛을 먹기 위해 움직이는게 아니라 먹어보지 못한 맛, 그리
고 그곳에서밖에 먹을 수 없는 맛이 중요하다.
‘아침부터 줄 서는 건 좀 오버이 기는 하지만.’
요즘이야 맛집에가겠다고 고속도 로를 타고 달리는 시대이니까 나름 이해할 만하다.
그렇게 생각한 정수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에는 조금 무시하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경력도 없는 사내 셋이서 하는 피 자집이야 빤하다는 생각으로 온 곳 이다.
여자라서 체력도 부족하고 실력도 모자란다고 자신을 갈궈 대는 조리 장 때문에 예전 직장에서 일을 그만 두고, 새로운 곳으로가기 전에 주 방을 맡아서 운영해 보고 싶다는 욕 심 때문에 지원한 일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 욕먹을 만했구나.’
실력도 없으면서 오만하기만 했다.
너보다 요리 잘하는 사람은 대한 민국에 끝도 없이 널려 있다는 조리 장의 말이 납득이가는 순간이었다. 요리를 배운 적도 없는 젊은 남자가
이런 피자를 만들어내는데, 알량한 실력을 믿고 까불어 댔으니…….
“이런 마인드로는 아무것도 못 해.”
우습게도 전혀 기대도 하지 않고 출근한 직장에서 요리사로서의 깨달 음을 얻은 그녀였다.
어떤 분야든 연구를 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피자를 창안해 내 기 위해서 강진호는 얼마나 많은 노 력을 했을까? 저 비정상적으로 큰 화덕이라든가, 청결하기 짝이 없는 주방만 봐도 답이 나오는 일이다.
‘배워야 해.’
요리라는 측면에서는 배울 것이 많지 않겠지만, 요리사로서의 자세는 그녀가 마땅히 본받아야 했다.
초심으로.
새로운 직장에 온 만큼 초심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문 정수연이 결심을 한 듯 홀 쪽으로 나갔다.
‘홀이라도 좀도와야겠어.’
지금 당장 할일이 없다고 앉아서 시간을 때우는 것부터 잘못되었다. 그녀가 아무리 주방을 맡기 위해 왔 다지만,도구가 없어 일을 못할 거 라면 다른 일이라도도와야 한다.
그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이자 기본이었다.
“제가 뭐도와드릴 건 없……
마음을 다잡고 활달한 목소리로 외치며 홀로 나간 정수연이 본 것은 여자 세 명에게 둘러싸여 사진을 찍 고 있는 강진호의 모습이었다.
강진호와 정수연의 시선이 허공에 서 어색하게 마주친다.
“……뭐하시는 거예요?”
“기, 기념사진요.”
강진호가 뭔가를 설명하려는 찰
나, 강진호의 팔에 매달린 손님들이 재촉을 해왔다.
“오빠! 빨리 찍어주세요.”
“아, 네.”
어색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강진호를 본 정수연이 말없이 얼굴을 감쌌다.
‘엄마, 여기 이상해.’
그것도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