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77)
마존현세강림기-278화(277/2125)
마존현세강림기 12권 (4화)
1장 시작하다 (4)
재료는 생각보다 일찍도착했다.
정수연이 미리 이야기를 해두어서 인지,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재료와도구가도착했다.
“이거, 일단은 밀어 넣어놓고 이 따가 브레이크 타임 때 정리해요. 지금 정리하면 답도 없어요.”
주영기가 그렇게 말을 하자 정수 연이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제가 홀에 별로도움이 안 되는 것 같으니까, 일단도구만 이라도 제가 구석에서 정리할게요. 피자 만드시는데 방해 안 되도록 주의할게요.”
“음, 그럼 그러실래요?”
“네. 한번 해볼게요.”
“그러세요, 그럼.”
주영기가 고개를 끄덕이자 박유민 이 눈살을 찌푸렸다.
“왜? 뭐?”
“아니, 네가 그렇게 순순히 남의
말을 듣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서. 보통 그런식으로의견이 나뉘면 ‘내 말이 옳은데, 너는 왜 남의 말을 안 듣느냐’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난 리 치고.”
“내가 언제, 인마!”
주영기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 랐다.
“얼굴은 왜 붉히지?”
박유민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주 영기가 다짜고짜 박유민의 뒷목을 움켜잡고는 홀로 끌고 나갔다.
“바빠 죽겠는데 일은 안 하고!”
“너도 놀았잖아!”
“시끄러!”
강진호는 박유민이 두고 간 주문 서를 보고는 반죽을 꺼내기 시작했다.
‘적응이 안 되네, 진짜.’
벌써 몇 번은 본 광경인데, 볼 때 마다 신기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피자를 만 드는 과정에서 군더더기라는 걸 일 체 배재했다고 할까?
그 와중에 마법을 조금 섞어주면 저런 식으로 피자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마법이라는 것이 정수연은 알아볼 수 없는 강진호만
의 노하우겠지만.
‘배워야 돼.’
그녀의 머릿속에서 그냥 스쳐 지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 단기 아르바 이트가 정식 직장으로 승격되는 순간이었다.
“아, 오늘도 힘들었다.”
박유민이 마지막 테이블을 정리하 고는 어깨를 쫙 폈다. 몰려오던 손 님들을 다 쳐내고 나니, 오늘도 시 간이 벌써 자정에가까웠다.
“아, 죄송합니다.”
주영기가 정수연을 붙들고 사과를
하고 있었다.
“중간에가시라고 말씀을 드렸어야 하는 건데, 저희가 워낙에 정신 이 없어서. 원래 출근하셔야 하는 시간보다도 일찍 나오셨는데 이 시 간까지 계시게 했네요.”
“아니에요. 다들 이렇게 일하시면, 저도 이렇게 일을 해야죠.”
“에이, 그건 아니죠. 저희는 친구가게라 이러는 거구요, 돈 주고 일 시키는 사람을 이리 부려 먹으면 노 동청에 제소당해요.”
“설마 제가 그러기야 하겠어요?”
정수연이 부드럽게 웃자 주영기의
얼굴도 환히 풀렸다.
“여하튼 이 시간까지 계시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퇴근하셔야 할텐데, 차편도 마땅치가 않겠네요. 조금 만 기다리시면 정리하고 제가 집까 지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아니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밤이 너무 늦어서……
“저기, 이런 말씀 좀 건방지게 들 릴 수도 있는 건 아는데요……
“ 네?”
주영기가 눈을 꿈뻑거렸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저를 여자 동료가 아니라 그냥
같이 일하는 직원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배려해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지만, 저도 똑같이 일하고, 똑 같이 인정받고 싶거든요.”
“아……”
주영기가 말문을 잃고 어버버거리 자 박유민이 심드렁하게 정수연의 말을 받았다.
“그럼 영기 차 타고가시면 됩니다.”
“ 네?”
“남자라도 똑같이 했을 거라구요. 영기가 그렇게 안 보여도은근 사람 챙기는 타입이거든요. 말투는 달랐
겠지만, 하는 건 똑같았을 거예요.”
“아아……
무슨 소린 줄 알았다는 듯이 정수 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그럼 염치불구하고 타고 갈게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정수연의 고개가 획 돌아갔다.
“사장님.”
“ 네?”
그 와중에 걸레를 들어 유리를 닦 고 있던 강진호가 어색한 얼굴로 고 개를 돌렸다.
“메뉴 구성 좀 상의드리고 싶은데요.”
“……저하구요?”
“그럼 누구하고 하나요? 사장님이 시고, 조리장님이시잖아요.”
“ 제가요?”
멍청하게 스스로를가리키는 강진호를 보자 속에서 천불이 났다.
‘멀쩡하게 생겨서는 왜 저래?
사실 멀쩡하게 생긴 정도가 아니 라 잘생겼다.
……아니, 엄청 잘생겼다. 홀에서 꺅꺅대던 여자애들이 드라마가 어쩌 고 하기에 뭔 말인가 했더니…….
‘드라마도 좀 보고 살걸.’
인터넷으로 그 장면을 찾아보고는 혼이 빠지는 줄 알았다. 사람이 이 렇게 분위기 있게 잘생길 수도 있구 나 하는 느낌.
그런데…….
‘평소 스타일은 왜 이래?’
치렁치렁 내려와 얼굴을 어설프게가리고 있는 앞머리하며, 대충 시장 에서 산 옷을 주워 입은 것 같은 코디.
강진호를 보고 있자면 관리의 중 요성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절감할 수 있었다. 과장 좀 보태서 지금 모
습과 드라마에서 나온 모습을 비포 애프터로 해서 성형외과 광고로 내도 될 정도였다.
“저 혼자 다 정할 수는 없잖아요.”
“전권 드렸는데요.”
“그렇다고 혼자 할 수는 없어요. 여긴 제가게가 아니라 사장님가게니까요. 적어도 나중에 말 안 나오 려면 사장님과 같이 이야기를 해야 해요.”
“……아는게 없어서.”
“에이, 진짜!”
정수연이 저벅저벅 걸어가 강진호
의 팔을 잡아 당겼다. 미묘하게 강진호가 반항하는 듯하자 이제는 숫 제 팔을 끌어안아 당겼다.
“이리 오세요! 이리!”
“아, 아니, 저는……
그때였다.
벌컥!
문이 과격하게 열린다 싶더니, 한 사람이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 고는 문을 연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강진호의 팔을 끌어당기던 정수연도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을 알아보 고는 입을 살짝 벌렸다.
잠시간 미묘한 침묵이 지나가
고…….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 그러니까 최연하가 정수연을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뭐야, 저 여자는?”
가게의 공기가 싸늘히 식어가기 시작했다.
“요리사?”
“네. 최연하 씨가 파스타도 좀 내 고 샐러드도 좀 내고 해야 장사가 유지된다고 하셔서……
박유민이 어물쩍거리자 주영기가
말을 받았다.
“빠르게 피드백했죠.”
“아, 요리사?”
말투가 조금 미묘하다.
끝이 살짝 올라간 말투에는 ‘그럼 그냥 요리사네. 별거 아닌데 괜히 신경 썼네. 너는 요리사다. 똑바로 알아’라는의미가 확 박혀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걸 알아듣네?’
장하다, 박유민. 훌륭하다, 박유 민.
모진 세상을 굴러다니더니, 이제는 여자어까지 해석이가능해진 박 유민이 었다.
느는 건 눈치밖에 없다는 보육원 생활을 하면서도 익히지 못한 능력 이 강진호와 함께 다니면서 자연히 길러지고 있었다.
‘나 모태솔론데.’
연애는 강진호가 하는데 왜 박유 민이 성장하는 것인가.
차마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는 이 기묘한 상황에 박유민은 혼 란스러웠다.
“그런데 왜 여자예요?”
“딱히 성별에 신경을 안 써서
“여자 요리사가 잘할 수 있으려나
몰라.”
“그거 남녀 차별 아니에요?”
최연하가 코웃음을 쳤다.
“내가 여잔데 무슨 남녀 차별을 해요? 예전에 드라마 찍을 때 요리 사 역을 했는데, 불 위에서 팬 돌리는게 사람 잡더라구요. 몇 신 안 되는 거 찍는데도 혼이 다 빠지는 줄 알았어요. 왜 유명한 요리사는 다 남자인 줄 알겠던데요. 입맛 때 문이 아니라 보통 하루 종일 주방에 서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아아……
박유민이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
그리고 그 순간, 최연하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네?”
“할 수 있어요?”
“……무슨 말씀이신지.”
“여긴 회전도 빠르고, 일도 엄청 빨리 돌아가요. 오늘 봐서 알겠죠?”
“네.”
“그럼 같이 일하는 사람도 체력이 있어야 따라갈 수 있을 거 아네요. 지금 보니 몸도가늘고, 그 팔로 팬 이나 돌리겠나 싶은데……. 괜히 어
설프게 며칠 하다가 그만둘 거면 지 금 빨리 그만두라구요. 새 사람 빨 리 구하게.”
정수연이 멍한 눈으로 최연하를 바라보다가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 냈다.
“응?”
살짝 손때가 탄 다이어리 안에는 레시피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저걸로 시위하나?’
최연하가 ‘요즘 시대에 잘도 수기 로 레시피를 적네’라고 비꼬려는 찰 나,가장 뒷면의 깨끗한 종이를 편 정수연이 최연하에게 다이어리를 내
밀었다.
“사인 좀 부탁드릴게요.”
“응?”
“제가 어릴 적부터 팬이었거든요. 언니가 하는 연기는 뭔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것 같아요.”
“아……”
최연하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 그래요?”
“네.”
정수연이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제가 고둥학교 졸업하고 바로 이 바닥에 뛰어들었거든요.”
“네.”
“그래서 욕도 많이 먹고 서러운 꼴도 많이 당했어요. 언니 말 대로 체력도 없는게 걸리적거린다는 소 리도 듣고, 팬도 잘 못 드는게 왜 와서 사람 짜증 나게 하느냐는 소리도 듣고.”
최연하가 안타깝다는 얼굴로 정수 연을 바라보았다.
‘이거, 분위기가 묘해지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박유민은 최연하의 꼿꼿이 서 있던 발톱이 슬그머니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언니가 연기하는 여자 주 인공은 항상 그렇더라구요. 다른 드 라마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은 돈 많 고 잘생긴 남자 만나서 인생역전하 려고 하는데, 언니는 항상 자기가 노력해서 성공하는 배역만 하셨어요.”
“아, 그걸 아시는구나.”
“네. 제가 그걸로 얼마나 위안을 받았는데요.”
“아아……
최연하가 손을 뻗어 정수연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마워요. 눈앞에서 이런 이야기
들으니까, 나 너무 보람차서 눈물 날 것 같아.”
“네, 언니. 저도 만나서 반가워요.”
뭔가 이산가족 상봉 분위기가 나 오기 시작했다.
“사인해 달라고 했죠? 여기에다 하면 되겠어요?”
“네네, 언니.”
“이름이?”
“정수연이에요.”
최연하가 정성스레 사인을 하기 시작했다. 사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 박유민이 보기에도 ‘최연하가 이 사
인에 공을 들이고 있구나’ 하는 느 낌이 날 정도로 말이다.
“여기, 여기 있어요. 언제나 힘 잃지 말구요.”
“네, 언니. 그런데……
“왜요? 궁금한게 있어?”
“다름이 아니라, 이가게랑은 무 슨 관계세요?”
“아..”
최연하가 입을가리고 웃었다.
“별 관계 아니에요. 그냥 강진호씨랑 친분이 좀 있어서 조언을 좀 해준 적이 있는 거지.가게 말아먹 지는 않았나 싶어서 와봤어요.”
“아, 그럼 아무 관계가 아니시네 요?”
“그렇죠.”
“아아……
정수연이 빙그레 웃더니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럼 사장님, 안에 들어가셔서 이야기하실까요?”
“……네?”
“메뉴 이야기하고 상담을 해야 하는데, 외부인 있는데서는 좀 그렇 잖아요.”
“……네?”
최연하의 눈이 멍해졌다.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지?
“아, 그리고……
정수연이 최연하를 보며 무척이나 미안하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조언은 정말 감사하지만 저는 이 제 여기 직원이고, 이제 주방을 맡게 되었으니까, 그런 문제는 저와 사장님이 알아서 할게요. 그러니 이 제 그런 쪽으로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너.”
“그럼 살펴가세요. 저하고 사장 님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요.”
정수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
니, 강진호의 팔을 잡고 탕비실로 끌고 들어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최연하가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와, 최연하가 졌다.’
저 여자보다 센 캐릭터가 있을까 했는데, 그 센 최연하가 제대로 반 격도 못해보고 일방적으로 당했다.
‘수연 씨도 장난 아니네.’
그때, 저 멀리 앉아서 상황을 보 던 주영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으로 나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주영기가 한숨 쉬듯 말했다.
“쇼를 해라, 쇼를.”
개판이여, 아주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