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84)
마존현세강림기-285화(284/2125)
마존현세강림기 12권 (11화)
3장 전투하다 (1)
대신 엉뚱한 질문이 돌아왔다.
“너도 할 일은 많잖아.”
“진호만 하겠어?”
박유민이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나 며 친구가 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안 그래도 요즘 머리가 복잡한 모양이니, 한동안은 좀 내버려 두자
고. 알아서 잘하는 녀석이니까.”
“끄응.”
주영기는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대체 저 박 유민의 강진호에 대한 신앙과도 같은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모 르겠다.
“신도 나셨네, 신도.”
“자꾸 그렇게 불만만 늘어놓지 말 고, 진호가 여기서 이런 일이나 하 고 있을 녀석이 아니라는 건 너도 알잖아.”
“이런 일이라니, 인마! 이게 뭐 어때서. 나는 뭐, 이런 일이나 하고
있을 놈이라서 이러고 있냐?”
“우리랑은 좀 다르지.”
“……사생팬이 따로 없네, 진짜.” 주영기가 머리를 저으며 주방으로 향하자 박유민이 피식 웃었다.
‘언제까지 이런 시간이 계속될까?’
요즘은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생각해 보면 박유민은 이렇게 편 안한 시간을 거의 보내보지 못했다. 학교를 다니는 와중에는 공부와 동 생들 돌보는 일을 병행해야 했고, 학교를 졸업할 때쯤에는 이미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며 쉽지 않은 시간
을 보내야 했다.
프로게이머로서의 삶을 정리해야 할 때쯤에는 원장 수녀님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보육원을도맡다시피 해야 했다.
그런 박유민에게 요즘은 즐겁기만 한 시간이었다. 친구와 함께가게를 꾸려 나가고, 다른 것에 그리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다. 보육원은 강진호의도움으로 안정이 되었고, 남는 시간에는 새로운게임에도전할 준비를 착실히 해 나가고 있었다.
‘조금 지나면 이런 시간도 없겠 지.’
강진호도, 그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바빠질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강진호는 어떻게든가게를 성공시킬 수 있다. 자본금이 없어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는 다른 창업자들과는 다르게 강진호는 마음만 먹는다면 돈을 때려 부어 최고의가게를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바닥부터 시작하는 이유가 그들과 함께하고 싶어서라는 것은 박유민나 주영기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 시간이 조금만 더 계속됐으면 좋겠는데……
어쩌면 너무 과한 욕심일지도 모 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박유민은가게를 열기 위해 문으로 향했다.
* * *
“오랜만에 뵙네요.”
강진호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건네는 남자를 보았다.
안면이 있는 사람이다.
정석수라고 했나?
일전에 폐공장으로 강은영이 납치 되었을 때, 함께 끌려간 사람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건너편에 자리한 강은영과 정석 수, 그리고 자신의 옆에 앉은 최연하를 보며 강진호는가만히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4인석의 남은 자리가 꽉 차 있고, 그는 창과 벽이 맞닿아 있는 구석에 앉아 있었다.
‘이거, 뭔가 포위당한 꼴인데
그럴의도는 아니겠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든다.
강진호가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고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뭔가 계획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아니, 오라비. 그런 거 아닌데?”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는 강은영은 여전히 귀여웠다.
얼마나 귀여운지 깨물어 버리고 싶을 정도다.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정석수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 며 말했다.
“우선 자리에 나와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아뇨, 뭐.”
예의가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가 차 없는 강진호이지만, 예의가 과한 사람은 또 부담스럽다.
과하게 저자세로 나오는 정석수를 보니, 오늘 이 자리가 불편하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일단 저는 이 자리에 강세아 씨의 매니저가 아니라 코어 엔터테인 먼트 소속으로 나와 있다는 점을 고 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코어요?”
“예, 강진호씨.”
심호홉을 한 정석수가 말을 이었다.
“일전에 드라마에 출연하신 이후 로 강진호씨에 대한 문의가 코어 쪽으로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
금은 한풀 꺾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문의는 계속되고 있어요.”
“예.”
강진호의 표정이 조금 심드렁해졌다.
만나자고 해서 만나기는 했지만, 이런 쪽의 이야기는 강진호의 관심 밖이었다.
“계속 둘러대고는 있지만, 유명인 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강진호씨의 생각 이상으로 집요합니다. 계속 이 렇게 저희가 버티다 보면 결국 강진호 씨의 집 쪽으로 찾아가는 사람들도 나타나게 될 겁니다.”
“……신고해야겠네요.”
“그게 또 쉬운게 아니라서……
정석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만, 정말 이쪽 계열로는 활동하실 생각 이 없으신가요?”
“네.”
생각의 여지도 없이 곧장 대답하는 강진호를 보며 정석수의 얼굴이 조금 아연해졌다.
‘홍보팀에서 날 죽이려고 할텐데……
그나마 사장님이 적극적이지 않아 서 다행이지만, 홍보팀의 영향력도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언론 웅대를 하면서 항상 강진호의 이야기를 무마해야 하는 홍보팀은 스트레스가 쌓여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정석수가 간절한 얼굴로 최연하를 바라보자, 그녀도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강진호씨, 진짜 연예계에는 관 심 없는 거죠?”
“네.”
“정말루요?”
“네.”
이유도 붙이지 않는다.
설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최연하는 그동안 잡고 있던 끈을 조 금 놓아버렸다.
‘안 하겠다는 사람을 계속 잡고 있을 수는 없지.’
하지만 어느 정도 딜을 해볼 수는 있다.
“네, 좋아요. 관심 없다는 사람 계속 재촉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런데 한가지 부탁할게 있어요.”
“……부탁이요?”
“네.”
앞에 놓인 주스로 목을 축인 최연하가 조금 저자세로 입을 열었다.
“한번만 더 출연해 주시면 안 되
나요?”
“드라마 말입니까?”
“네.”
최연하가 손가락을 꼬며 우물쭈물 했다. 강진호가 뚱하게 말이 없자 조금은 다급해진 최연하가 입을 열 었다.
“사실 요즘 드라마가 시청률이 좀 빠지고 있거든요.”
“알아요. 이걸 강진호씨에게 부 탁할일이 아니라는 건 알죠. 드라 마 시청률이 떨어지는 건 연출이 잘 못됐다거나, 각본이 안 좋은 거겠죠.
그게 아니면 저희 연기자들이 연기를 제대로 못했든가. 그런 건 아는데……
최연하가 고개를 슬쩍 돌려 강은영을 바라보았다. 강은영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사람이라는게 그렇잖아요. 잘못 됐다는 것을 알고는 있는데, 그래도 놓을 수가 없는게 있거든요.”
“ 흐음……”
강진호가의자에 둥을 기댔다.
“오빠, 여기 금연이야.”
“ 알아.”
강진호가 손을 내젓고는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지만, 저는 출연할 생각이 없습니다.”
“네, 알아요. 그래서 부탁드리는 거잖아요.”
“……”
“강진호씨가 이 일을 싫어하신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배우로 활동해 볼 생각이 있냐 고 묻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한번만, 딱 한번만도와주실 수 없냐고 부탁드리는 거예요.”
강진호가 아는 최연하는 무척이나 당당한 여자였다.
그런 사람이 이리 저자세로 나오
는 것을 보니, 문득 여러가지 생각 이 들었다.
‘이게 그리 중요한 일인가?’
그녀가 찍은 드라마가 한두 개는 아닐 것이다. 그중에는 성공한 것도 있을 것이고, 실패한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드라마의 홍행에 그 리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쌓아놓은 것이 많은 만큼 이번 드 라마를 말아먹는다고 해서 딱히 문 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이 드라마가 잘되는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네. 인생이 걸린 문제죠.”
“그렇게나요?”
최연하는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 다가 한숨을 쉬었다.
“강진호씨, 강진호씨가 보기에는 우리가 항상 TV에 얼굴을 비추는 것 같겠지만, 실제 우리가 찍는 작품은 일년에 한두 개예요.”
“음…..”
“저도 올해는 이 드라마에 출현하는게 거의 모든 활동이 될 거예요.”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그러고 보면 전역한 이후로 강은영이 하고 있는 것도 드라마가 전부 인 것 같았다. 시간이 꽤나 지났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그 배우가 얼마나 열심 히 했는지는 기억하지 않아요. 투자 자도, 시청자들도 그 배우가 나온 드라마가 잘됐는지 아닌지만 기억하 죠.”
“그간 쌓아놓은게 있잖아요.”
“불과 몇 년 전에 톱배우라고 불 리던 사람들 중에 아직도 그렇게 불 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여배우는 더욱 그래요. 지금 톱이라고 해
도 나중에도 톱일 수는 없죠. 작품 하나 어설프게 말아먹으면 그 순간 부터 나락으로 떨어지는게 여배우 예요.”
강진호는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런지 안 그런지는 몰라도 최연하가 그런 마음으로 작품을 찍고 있다는 것은 알 것 같았다.
“강세아 씨도 마찬가지예요.데뷔 작이 애매하면 배우도 애매해지죠.”
“음……”
“아직 작품이 완전히 박살 난 건 아니에요. 지금 정도로만 끝나도 적
당히 성공한 드라마가 될 수는 있겠 죠. 하지만 대박으로 끝날 수 있는 작품이 적당히 성공한 작품이란 평가를 받게 둘 수는 없잖아요.”
“응, 오빠. 나도 그래서 부탁하는 거야.”
강진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계획한 거 맞네.’
어쩐지 아침부터 최연하와 강은영 이 모두가게에 나와 있다 싶더니, 다 이유가 있던 모양이다.
아마도 한자리에 모여서 강진호를 압박해 보자고 했겠지.
화가 날 만도 한 상황이지만, 그
리 화가 나지 않는 이유는 이들이 강진호를 이용해 먹겠다는의도가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고, 그 간 절함이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하고 싶지 않다.
귀찮다.
사실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이것도 손을 내민 거라고 봐야 하나?’
최연하도, 강은영도 세상의 기준으로 보자면 약자라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 강
진호에게 간절히 손을 내밀고 있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면 굳이도 와줄 필요는 없겠지만, 강진호의 입 장에서 촬영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고민을 하던 강진호가 강은영을 돌아보았다.
“네가 말해봐.”
“……응?”
“너는 내가 얼마나 그 촬영을 하는 걸 귀찮아하고 있는지 알고 있 지?”
“……응.”
“얼굴이 알려지면서 귀찮은 일을 얼마나 겪어야 하는지도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도 내가 너를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강은영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한참 동안 말이 없던 강은영이 천 천히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 솔직히 내가 지금 이 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오빠가 다 해준 건 걸 아는데, 또도와달라 고 말하는게 민망하고 미안하지. 솔직히.”
강진호는 재촉하지 않고가만히 강은영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런데 오빠,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조금만 더 하면 더는 오 빠한테 폐 안 끼치고 여기서 더 나 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조 금이 너무 힘들어서 그래.”
굳은 얼굴로 강은영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도움을 받고 싶다?”
“……말하자면.”
“흐음.”
강진호의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어렸다.
예전의 그라면 고민도 하지 않을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다른
사람이 자신처럼 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민을 하던 강진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