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85)
마존현세강림기-286화(285/2125)
마존현세강림기 12권 (12화)
3장 전투하다 (2)
강진호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몇가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강진호의 단호한 목소리에 강은영 이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굳이 돕지 않아 해 나갈 수
없는 연예계 생활이라면 일찌감치 접는게 낫다. 안 그래?”
강은영은 강진호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녀의 오라비는 평소에는 만만한 친구 같은 존재이지만, 한번 아니 다 싶은 일에는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선을 긋고 나면 아버지보다 더 어려운 존재가 강진호였다.
“일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아닌가?”
“……맞아, 오빠.”
“내가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했는 지, 아니면 네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진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살짝 저었다.
“했던 말을 또 하는 걸 나는 그리 좋아하지 않아. 너도 알지?”
“응.”
“그래.”
가만히 콧잔등을 훑은 강진호가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최연하와 정석수도 차마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쪽도 마찬가지예요.”
최연하가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이렇게야단칠 건 아니잖아.’
불만은 있지만,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
“아니라고 했으면 아닌 거죠.”
“하지만요……
“제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신 모양인데, 저는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다른 사람의 사정에 따라 일일이 움직이거나 그러지 않아요.”
“……네.”
“가장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이 이야기를 내가 당신들을 통해서 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 네?”
“만약 저를 출연시키고 싶었다면
피디가 와야죠. 와서 직접 이야기를 해야죠. 작품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데, 제가 뭘 믿고 출 연을 결정하겠어요. 안 그래요?”
최연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강진호가 정석수를 보며 말했다.
“다시는 이런 이야기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확실하게 말하건대, 저는 이제 연예계 쪽에는 발도 들이지 않을 겁니다. 그쪽은 저와 안 맞아요.”
“……예.”
“보도자료를 내야 한다면 앞으로
그쪽과 연관이 없을 거라고 내주세 요. 코드와 계약하는 일도 없을 거 고, 드라마에 다시 출연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강진호가 거기까지 말하고는 자리 에서 일어났다.
“가게를 챙겨야 해서 돌아가 봐야 합니다. 그럼.”
지체 없이 옆자리의 최연하를 밀 어내고는 밖으로 나가 버리는 강진호를 보며 강은영이 깊이 한숨을 쉬 었다.
“거 봐요. 안 된다고 했잖아요.”
최연하가 강은영의 말을 들은 체
도 하지 않고 손톱을 물어뜯었다.
“거의 됐다고 생각했는데……
강은영이 짜증 난다는 듯이 허벅 지를 움켜잡았다.
“안 된다니까요. 우리 오빠는 누 르면 더 튀어 오르는 사람이란 말이 에요.”
“그래서 공손하게 했잖아요.”
“그래도 안 된다니까. 아, 이제 집에가서 오빠 얼굴 어떻게 보지? 한동안은 말도 안 하려고 할텐데.”
강은영이 울상을 지었다.
드라마고 뭐고, 오빠와의 사이가 벌어진 것 같아서 짜증스럽기 그지
없는 그녀였다.
정석수는 차라리 시원하다는 듯이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렇게라도 입장 정리가 되니, 속은 편하네요.”
“이게 편할일이에요? 저는 주연 배우를 잃었고, 그쪽은 최소 십 년 간은 떼돈을 벌어다 줄 배우를 놓쳤는데?”
“평양 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라는데, 하기 싫다는 사람을 어쩌겠습니까?”
“근성이 없어! 근성이!”
최연하가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포기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요. 나는 이렇게 물러나지는 않을 테니 까.”
“그만두는게 좋을걸요?”
강은영이 딱 잘라 말했다.
“내가 보기에 오빠는 오늘 선을 그었어요.”
“ 선?”
“네. 우리 오빠는 그런 사람이거 든요.”
강은영이 한숨을 푹 쉬다가 입을 열었다.
“오늘 여기까지 와서 이야기를 들
어준 것은 여러 사람과 여러 상황이 섞여 있다 보니 어디다가 선을 그어야 할지를 몰라서 그런 거예요. 우 리 오빠는 선을 정해놓고 그걸 넘지 만 않으면 자상하지만, 그 선을 넘 었다 싶으면가차 없는 사람이거든요.”
“……내가 여기서 더 매달리면 강진호 씨가 제게가차 없어진다는 거 예요?”
“네.”
“나를? 내가 최연하인데?”
강은영이 뚱한 눈으로 최연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신 있으면 해보시든가요. 나중
에 저한테 딴소리나 마세요.”
최연하가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강은영을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강은영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저 답답해서 화를 내야 할 대상을 찾고 있었을 뿐이다.
‘진정해야지.’
여기서 쓸데없이 화를 냈다가는 강은영과의 사이만 나빠질 뿐이다. 그랬다가는 강진호와 정말 끝이다.
“세아 씨 오빠, 진짜 특이한 거 알지?”
“ 알죠.”
“대체 왜 그렇게 이쪽으로 안 오 려고 하는 건데?”
강은영이 뚱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오라비는 이쪽으로 올 생각 이 없는게 아닐 거예요.”
“응?”
“더 재밌는 곳이 있을 뿐이죠.”
“……그게 무슨 소리야?”
강은영은 대답하지 않고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나 왔어.”
“응? 벌써?”
박유민은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강진호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이야기를 한다고 나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슬렁 걸어 들어 오는 강진호를 보니, 상황이 대충 짐작이 갔다.
“너, 말도 제대로 안 듣고 그냥 왔구나.”
“어쩌다 보니.”
“참 성격 이상하다니까.”
강진호가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제 알았냐?”
“원래 알았지, 원래. 그냥 새삼 깨달은 것뿐이야. 너 성격 진짜 이 상한 거.”
“사돈 남 말 하네.”
강진호가 탕비실로 향했다. 그러 자 주방에 있던 주영기와 정수연도 강진호를 보고는 놀라 밖으로 나왔다.
“너 벌써 왔냐?”
가게 마치고 돌아왔어야 안 놀랄 셈이었나?
떨떠름한 얼굴로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드라마는 출연하기로 했 냐?”
“……도청기 달았어?”
“너 아니면 다 알지. 너만큼 눈치 없는 인간이 아니고서야 다 예상하는 일 아니겠냐. 그 바쁜 애들이 뭐 하러 여기까지 와서 시간 때우겠냐. 다 생각하는게 있어서 그런 거지.”
주영기도 아는 사실을 제대로 파 악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새삼 우울 해지는 강진호였다.
“내가 너보다 눈치가 없었을 줄이
야.”
“와, 이거…… 나 무시하네! 인마, 군대 있을 때도 너 눈치 없다고 소 문 쫙 났어. 애들이 뒤에서니 욕 얼마나 했는지는 알고 그러냐?”
“……거기까지.”
더 들었다가는 상처를 받을 것 같다. 강진호는 우울한 표정으로 탕비 실로 들어갔다.
“저건 허우대 멀쩡하게 생겨서 한번씩 왜 저러나 몰라.”
“그게 매력이잖아.”
“매력은 무슨. 그게 매력이면 세 상에 매력 없는 사람이 어딨냐?”
주영기가 낄낄대며 웃었다.
탕비실 앞을 지키고 있던 그들은 강진호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마자 속사포처럼 물었다.
“그래서 어찌 됐는데? 출연하기로 했어?”
“아니.”
강진호의 대답에 주영기가 눈을 부릅떴다.
“ 왜?”
“그냥.”
“그냥은 뭔 놈의 그냥이야. 안 했 으면 이유가 있을 거 아냐?”
강진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안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게 아니라, 할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응?”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하려면 해야 할 이유가 있어야지. 그런데 딱히 하고 싶은 이유가 없는데 뭐하 러 해?”
주영기가 멍하니 강진호를 바라보 다가 입을 열었다.
“이거, 이렇게 입이 매끄러운 캐 릭터가 아니었는데……. 만날 ‘어어, 음음’만 하는 놈이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조동아리가 매끄럽게 돌아갔 지?”
“……칭찬이지?”
“칭찬이다, 새끼야.”
주영기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대한민국 톱배우가 찾아와서 제발 연기 좀 하자고 하는데, 연기만 하 면 대배우로 만들어 주겠다고 하고 있는데, 해야 할 이유가 없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넌 그 얼굴이 필요 없는 것 같다. 그 얼굴 나 좀 주라, 인마. 그렇게 쓸 거면 나 달 라고.”
“……가져가서 뭐하게?”
“아까워서 그런다, 아까워서! 그 얼굴로니가 하는게 대체 뭐냐! 배 우도 안 해, 여자 친구도 없어.야, 인마. 그건 그 얼굴로 낳아주신 부 모님에 대한 불효야. 나는 이 얼굴 로 태어나도 엄마한테 감사하고 사는데!”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애초에 자신이 이 얼굴로 태어난게 아니라는 사실을 납득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여하튼 안 하기로 했어.”
박유민이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그럼 이제 최연하 씨는 안 오는 거야?”
“ 아마도?”
“……에이, 아쉽다.”
“마음이라도 있었어?”
“마음은 무슨. 그 얼굴은 그냥 보 고만 있어도 사람 힘나게 해주잖아. 대한민국에서 제일 예쁜 사람 중 하 나가 주변에 있다는게 얼마나 신기 한 일인데.”
“나는 모르겠다.”
박유민과 주영기가 동시에 안타깝 다는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연애 고자 새끼.’
‘답도 없는 놈.’
순간, 주영기가 크게 깨달았다는 듯이 강진호를 보며 말했다.
“아니다, 진호야. 그 얼굴 너 써 라.”
“……무슨 소리야, 갑자기 또?”
또 무슨 말을 할까 불안해진 강진호가 조심스레 바라보자, 주영기가 혀를 차며 말했다.
“생각해 보니 너 같은 성격에 그 얼굴이라도 없으면 장가나가겠냐 싶다. 나는 내가 알아서 잘해볼 테니까, 너는 얼굴이라도 팔아먹어서 결혼해라.”
“ 나와.”
“됐다. 싸우면 질 거 빤한데, 내가 미쳤다고 싸우겠냐?”
낄낄대며 주방으로 들어가는 주영 기를 보며 강진호가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 편안하네.’
좋은 말은 그쪽에서 모두 들었다. 여기서는 좋은 말보다는 비난과 욕 이 오가고 있지만, 강진호는 이곳이 훨씬 더 편안했다.
그를 필요로 하던 최연하들의 말 이가식적이라고 느끼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 장사하자.”
“자기 혼자 놀다 와놓고 이제서야
부지런한 척하기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강진호가 터 덜터덜 주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왜 이건 익숙해지지가 않냐?”
주영기가 진이 빠진 얼굴로의자 에 걸터앉았다.
자정이 다 된 시간이 되어서야 장 사가 끝이 났다.
“기본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지 않을까? 우리 원래 아침 열 시 오픈, 밤 열 시 마감인데, 계속 자정까지 일하고 있잖아. 하루에 열 네 시간을 일하는데, 안 힘들면 그게 더 이상하지.”
“마! 군대에서는 네 시간 자고도 일했어!”
“그건 군대고.”
사회물이 덜 든 주영기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아닌데…… 사나이 주영기가 이 정도로 지칠 리가 없는데……
강진호는 한숨을 쉬는 주영기를 보며 피식 웃었다.
“조금만 있어봐. 이제 체계가 잡 혔으니까, 영업시간을 줄이든지, 교 대로 나오든지 해서 일하는 시간 줄 여줄 테니까.”
“진짜지? 너 꼭 해줘야 한다. 아니면 나 노동부에 제소할 거야. 악 덕 사장이 사람 부려 먹는다고.”
“……그래라.”
“들었지, 유민아?”
“왜 나까지 끌어들여?”
“에이, 망할 놈.”
주영기가 기지개를 켜면서 몸을 일으켰다.
“내일 쉬는 날인데, 오늘 이대로
집에 들어갈 수는 없지. 클럽 갈 사람?”
“난 패스.”
“난 집에 갈란다.”
“……더러운 놈들.”
주영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짐을 챙겼다. 혼자서라도가고 말겠 다는의지가 팍팍 느껴졌다.
“유민이는 내가 태워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