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87)
마존현세강림기-288화(287/2125)
마존현세강림기 12권 (14화)
3장 전투하다 (4)
곽재명은 불안한 눈으로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내가 뭘 잘못 들은 건 아니겠 지?’
물론 그럴 일이야 없을 것이다.
우직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방진훈은 꽤나 섬세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총회의 내 부에서 회주에 대항할 만한 세력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가 들은 말은 이 사람이 정말 그가 알던 방진훈이 맞는지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인원으로 회주를 친다고 하셨 습니까?”
방진훈은 고개를 저어 부정을 표 했다.
“이 인원이 아니다. 여기에 한 명 이 추가된다.”
“……한 명이요?”
곽재명은 헛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있는 인원은 방진훈을 포 함해서 모두 아홉 명이다. 그런데 그 아홉으로 총회에 쳐들어가서 회 주를 친다는 말인가?
‘농담이 아니야.’
물론 그 아홉 하나하나가 총회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무인중의 무인이기는 하다. 하지만 한 손이 열 손을 당할 수 없듯이, 이 아홉으로 총회의 경계를 뚫고 회장을 쓰러 뜨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절대로!
그들 하나하나가 두 사람의 몫을
한다고 쳐도 총회에는 수십이 아니 라 수백 단위의 무인들이 상주하고 있다. 그중 절반을 어중이떠중이라 치더라도 최소 그들의 열 배가 넘는 인원이 회주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인원으로 회주를 친다 고?’
생각하기에는 불경한 일이지만, 혹시나 방진훈이 지금 치매로 제정 신이 아닌가를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젊은 시절에 수많은 격전을 치 렀다고 했으니, 펀치 드렁크로 뇌에 이상이 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니까.
차라리 그리 생각하는게 마음이 편할텐데…….
‘그런데 왜 저 새끼도 아무 말이 없냐고.’
그보다 먼저 펄펄 날뛰어야 할 천 태훈이 입을 꾹 닫은 채 방진훈에게 동조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격인데, 누구보 다 제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천태훈 이 반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귀신에라도 홀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냥 귀신에 홀려 있을 수는 없다. 이대로 있다가는 그의 목
이 날아가게 생겼으니까.
“……잠시만요, 이사님.”
곽재명은 몇 번 심호흡을 하고는 방진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이 인원으로 회주를 노린다고 하 셨습니까?”
“그래.”
“회주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사택.”
곽재명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 졌다. 회주의 사택은 총회 본관 건 물 뒤에 위치하고 있다. 다시 말하 자면, 총회 안에 사택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고작 열 명에 불과한 인
원으로 사택에 침입하겠다고?
“……저희는 무인입니다. 닌자가 아니라구요.”
“ 안다.”
“아는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몰래 잠입해서 목만 따고 나오는 건게임이나 소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 이란 걸 아시잖습니까.”
그런 일이가능했다면 역사는 진 즉에 바뀌었을 것이다. 미쳤다고 전 쟁을 벌이겠는가. 필요한 때에 적당 히 암살을 해버리면 될텐데.
방진훈이 짜증이 섞인 얼굴로 곽
재명을 노려보았다.
곽재명은 시선을 돌려도움을 청 했지만, 천태훈은 전혀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그런데 저 새끼 왜 저래?’
단순히 관심이 없는게 아니었다. 관심을 주지 않는게 아니라 관심을 줄 여력이 없어 보인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천태훈을 보고 있 으려니, 괜히 곽재명이 더 불안해져 왔다.
‘떠는 것 같은데?’
날이 그리 춥지도 않은데 오한이
라도 든 것처럼 덜덜 떨고 있다. 곽 재명은 이해할 수 없는 천태훈의 반 응과 평소와는 다르게 전혀 이성적 이지 못한 방진훈을 보며 깊은 불안 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니겠지, 설마?’
정말 이 인원으로 총회에 돌입할 셈인가?
그것도 저 정상으로는 안 보이는 상태인 천태훈까지데리고?
농담하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는 확고한 방진훈의 지지자이지 만, 정신 나간 사람과 함께 죽는 취 미는 없었다. 정말 방진훈이 이 인
원으로 회주를 제압하러 간다면, 그는 뒤도 보지 않고도주할 것이다.
이건 배신이 아니다.
기름을 두르고 불로 뛰어들라는 명령을 따를 수는 없다. 최소한의가능성이라도 보여야 시도라도 해볼 것이 아닌가.
다른 이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시선과 몸짓에서 불만이 배어 나 오고 있다. 평소라면 그런 요소를 귀신같이 알아챘을 방진훈이 오늘은 대체 어디에 정신을 팔고 있는 것인 지, 전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
곽재명이 깊이 한숨을 내쉬고 말 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적당한 시기에도주를 한다거나, 되레 방진훈을 제압해야 할지도 모 른다. 회주를 제거하려다 실패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초조함에 이성을 잃은 것이 틀림없 었다.
막 곽재명이 다시 한번 말려보려 하는 순간, 방진훈이 입을 열었다.
“혼란스러운 것 알고 있어.”
“당연히 혼란스럽겠지. 그렇지만 내가 누군지 잊지 마라. 내가 아무 런 생각 없이 일을 벌일 사람이냐?”
곽재명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은 곽재명이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 면 애당초 그가 방진훈에게 붙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데 그러지 않을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벌이니 더 불안한 것이다.
“설명을 해줘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설명한다고 해서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
다. 그냥 나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 려라. 그럼 이해하게 될 테니까.”
“……예.”
다행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방진훈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평 소와 다름없이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믿는 구석이 있다는 말인데……
절대 불가능한 일을가능하게 만 드는 방법이 있다는 뜻이었다.
‘내부 동조자인가?’
이중걸의 최측근을 포섭했다면 별 다른 충돌 없이 사택까지 진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별로가능성이 크 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은 그것 말 고는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제길.’
자꾸만 초조해져 온다.
그를 더욱 짜증나게 하는 것은 아 까부터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고 있는 천태훈이었다.
‘저 새끼, 대체 왜 저러는 거야?’
항상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재수 없을 정도로 오만한 이가 바로 천태 훈이었다. 그런 놈이 범을 본 하룻 강아지 꼴로 벌벌 떨고 있으니, 어 찌 이상하지 않겠는가.
하는 몰골을 보고 있으니, 오줌을 지리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치밀어 오는 짜증에 막 곽재명이 한마디를 하려는 순간.
“온다.”
“……예?”
대답 없는 방진훈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저 멀리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였다.
‘차?’
저 멀리서 차 한 대가 빠르게 이 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추가 인원이 있는 건가?’
버스라도 대절해서 사람들을데리 고 오는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다가오는 차는 버스라 고 하기에는 헤드라이트의 위치가 너무 낮았다.
승용차 한 대에 탈 수 있는 네다 섯이 추가된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체 뭘 어쩌려는 거지?’
곽재명의의문이 깊어감과 동시에 그들을 향해 다가오던 차는 어느새 그들의 앞쪽에 멈춰 섰다.
‘ 스포츠카?’
겨우 두 명이 탈 수 있는 차 한
대가도착한다고 뭐가 달라진단 말인가.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천태 훈이었다. 차 안을 바라보던 천태훈 이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방진훈이 그런 천태훈을 보며 나 직하게 말했다.
“추태 부리지 마라.”
“저분이 네 그런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실까? 쓸모없는 놈이 되고 싶 지는 않겠지?”
방진훈의 말에 천태훈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멍하게 풀려 있던 눈이 순식간에 빛을 되찾는다.
하지만 곽재명의 이목을 끈 것은 천태훈의 반응이 아니었다.
‘ 저분?’
천하의 방진훈이 존칭을 붙여야 할 사람이 왔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럴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 영남회의 회주 라도 오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지이잉.
낮은 기계음과 함께 빨간 스포츠 카의 문이 열렸다. 그러고는 그 안
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 냈다.
‘ 뭐야?’
밖으로 나온 이는 곽재명의 생각 과는 전혀 다르게 이제 갓 스물이나 넘겼나 싶을 어린놈이었다.
이런 놈을 지금까지 기다렸던 건가?
걷잡을 수 없는 실망이 곽재명의 몸을 타고 돈다.
‘이런 애송이가 온다고 뭐가 달라 진단 말인가.’
하지만 곽재명의 실망은 그리 오 래가지 않았다.
스포츠카에서 내린 애송이가 보조 석으로가 길쭉한 막대기 같은 것 두 자루를 집어 들더니, 그들을 향 해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서두르지 않고 느릿한 걸음으로. 처음에는 그저 애송이로 보였다.
무인답지 않게 검은 트레이닝복으로 전신을 두른 것도 그렇고, 길게 자라난 머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 보는 놈인데?’
저런 녀석이 있었다면 금방 알았을텐데,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걸 로 보아 총회 쪽 사람은 아닌 모양 이었다.
그럼 저자는 왜…….
움찔.
그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든다.
‘뭐지?’
곽재명은 멍한 눈으로 아래를 내 려다보았다.
자신의 두 발이 보인다.
이상할 것 없는 일이다. 사람의 발은 누구다 둘이니까.
이상한 것은 발이 아니라 그 발이 위치한 곳이었다. 분명 나란히 발을 내딛고 있다 생각했는데, 그의 오른 발이 그도 모르는 사이에 뒤로 한참 이나가 있었다.
‘물러났다고?’
왜?
어째서?
곽재명은 자신이 왜 물러났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인간이 자각 없이 뒤로 물러날 때는 단 한가지 상황뿐이다.
위험에 직면했을 때.
본능적으로 이 상황에서 달아나야 한다고 느꼈을 때 말이다.
그런데 지금 곽재명에게 대체 무 슨 위협이가해졌다고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난다는 말인가.
달라진 것이라고는…….
곽재명이 떨리는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저놈 때문에?’
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 같은 애송이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이 꼴사납게 뒤로 물러났 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도 무인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였다. 지금이야 얌전히 방진 훈의 수족을 자처하고 있다지만, 그 건 상대가 방진훈쯤 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그런 자신이 저런 애송이 때문에
겁을 집어먹었다고?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반발심이 치고 올라왔다. 이를 꽉 깨물고 애 송이를 똑바로 바라본다.
털썩.
그와 동시에 곽재명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길게 내려온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애송이의 눈을 본 순간, 그의 다 리는 마치 종잇장처럼 힘을 잃어버 렸다.
“아, 아아……
꼴사납게 입이 벌어지고 저도 모 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어떻게 이런 자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가.
일반인들은 결코 알 수 없는, 지 극히 험한 세상에서 살아왔다고 자 부하는 곽재명이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자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살기는 그 차원이 달랐다.
그저 눈을 마주친 것만으로 전신 에 힘이 빠지고 몸이 덜덜 떨려온다.
천태훈의 그 이해할 수 없는 반응 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납득되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곽재명을 일별한 강진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준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