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88)
마존현세강림기-289화(288/2125)
마존현세강림기 12권 (15화)
3장 전투하다 (5)
방진훈이 마른침을 삼켰다.
‘또 다르군.’
일전에 강진호의 진면목을 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강진호는 그때와는 또 달랐다.
마치 검집 속에 들어 있던 검을 꺼내 날카롭게 날을 세워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게 전투를 준비하는 강진호인가?’
새삼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강진호가 이중걸과 손을 잡고 자 신을 노렸다면, 지금쯤 강진호는 건 너편에서 적이 되어 그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 무자비한 손속에 항 거조차 하지 못하고 쓰러졌을 자신을 상상해 보니, 강진호가 자신에게 손을 뻗어준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내 위치를 생각할 때가 아니다.’
우선은 살아남는 것부터였다.
강진호가 미간을 살짝 좁히자 방 진훈이 아차 하고는 입을 열었다.
“끝났습니다.”
강진호가 주변을 살짝 둘러보고는 말했다.
“이게 네 준비인가?”
“소수 정예를 모았습니다. 움직임을 들키지 않을 수 있는 이들 중에 서가장 강한 이들만……
“이 쓰레기들이?”
방진훈의 입이 조개처럼 합 다물 어 졌다.
강진호는 묘한 표정으로 방진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놈들이 모인 곳이라면, 총 회라는 곳도 빤하겠군.”
모욕적인 말이었다.
자존심 강한 무인들이 듣고 참을 수 없을 만큼 모욕적이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강진호 에게 입을 열어 항의를 하지 못했다.
그들도 느끼고 있었다.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는 이가 마 치 면도날처럼 날이 서 있음을 말이다.
어설프게 말이라도 섞었다가는 그
즉시 자신의 목을 베어버릴지도 모 른다는 압박감이 그들을 벙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나름 정예들입니다.”
“그렇군.”
강진호는 더 이상 방진훈을 몰아 붙이지 않았다.
의미가 없는 일이다.
사실 강진호 역시 이 이상을 바라 지도 않았다. 방진훈이 훨씬 더 강 한 이들을 모아왔다고 해서 뭔가 달 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계획은?”
강진호의 간결한 질문에 방진훈이
식은땀을 흘렸다.
“현재 저희가 있는 곳은 총회의 뒤쪽입니다. 이쪽으로 일직선으로 나아가면 총회의 벽이 나오고, 그곳을 넘으면 바로 회주가 있는 사택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해서 좋군.”
“하지만 우리가 자신을 노린다는 것을 회주는 알고 있을 겁니다. 경 계는 평소 이상으로 삼엄할 것이고, 그들에게 발각되지 않고 사택까지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방진훈의 말에 강진호는 전혀 예
상 밖의 대답을 했다.
“그럼 숨지 않으면 그만이지.”
“……예?”
스르르릉.
익숙한 소리다.
검이 검집에서 뽑혀 나오며 내는 금속음.
무인으로 살아간다면 수도 없이 들어야 하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방 진훈은 지금 이 소리가 이상하게도 섬뜩하다고 생각했다.
스르르릉.
다시 한번.
허리에 찬 검집에서 두 검을 모두
뽑아낸 강진호가 방진훈이가리킨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한가지만 명심해.”
“내 주변으로 접근하지 마. 죽는다.”
방진훈이 긴장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는 더는 참을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혀로 입술을 핥 더니,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 했다.
방진훈은 앞서 걸어가는 강진호를 보며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럴 거면 준비가 왜 필요한 거 지?’
뭔가 억울한 마음이 조금 들었지 만, 아무래도 좋았다.
‘오늘 역사가 바뀐다.’
길고 길던 회주와의 세력 싸움이 오늘 끝나게 될 것이다. 누가 승리 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지만, 곧 그 결과가 나온다.
민대성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하아아암.”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쭉 켜고 나 자 잠이 좀 깨는 느낌이었다.
“아, 이게 뭔 시대착오적인 일이 냐고.”
벽에 등을 기댄 민대성은 바닥을 툭툭, 찼다. 경비는 좋다. 경비를 서 라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CCTV가 사람보다 정확하게 움직 임을 확인하고 기록하는 21세기라 고는 하지만, CCTV에는 사각이라는 것이 존재하니까. 사람이 그 사 각을 채운다는 발상까지는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다.
다만, 그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대체 왜 이 새벽에 그가 건물 밖을 지키고 있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노망이 났나, 진짜.’
무인답지 않게 겁을 먹었다고 비 난할 생각은 없었다. 최근에 방 이 사가 회주를 한번 노렸고, 아슬아 슬하게 실패했다는 소문은 이미 총 회에 쫙 퍼져 있었으니까.
공식적으로 확인된 일은 아니지 만, 모두가 그걸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방 이사가 갑자 기 공식 석상에서 사라질 이유도 없 고, 회주가 겁쟁이처럼 주변을 사람으로 둘둘 감쌀 이유도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한 거 지.’
방 이사가 미치지 않고서야 총회 안에 틀어박힌 회주를 암살하겠답시 고 총회에 쳐들어올 리가 없지 않은가.
그만한 인원이 움직인다면 굳이 경계를 할 필요도 없다. 이곳에도 착하기도 전에 모두가 알게 될 테니 까. 그리고 총회의 인원 중 그만한 인원이 빠지게 된다면 티가 안 날 수가 없다.
지금까지 그런 보고가 들어온바 없으니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소수일 테고, 소수로 회주의 사택을 노리고 쳐들어오는 것은 미친놈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짓이다.
회주의 사택은 본관 바로 뒤에 위 치해 있고, 무슨 일만 벌어지면 본 관에서 숙식하던 이들이 우르르 사 택으로 몰려올 테니까.
‘그런데 왜 이러냐고.’
사정을 아는 이들에게는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사택을 지키는 것도 아니고, 사택으로 올 수 있는 길목을 모조리 지키라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이러니 방 이사가 세력을 모으는 거지.’
과거의 회주가 어땠는지는 모르겠
지만, 지금의 회주는 겁 많은 꼰대 에 지나지 않았다. 내리는 명령 하 나하나가 그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모양 이었다.
무인이라는 사람이 적이 무서워서 안으로 꽁꽁 파고들었다는게 얼마 나 수치스러운지 왜 모른다는 말인가.
‘사기 문제도 있다고.’
그 택도 없는 명을 받고야밤에 찬이슬을 맞으면 경계를 서야 하는 이들이 얼마나 참담한 심정일지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런 명령
은 내릴 수 없는 것이다.
“못해 먹겠네, 진짜.”
민대성이 머리 뒤로 닿은 벽을 뒷 머리로 쿵쿵, 치면서 잠을 깨웠다.
그때, 그의 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만사가 귀찮다는 듯 느릿하게 폰을 꺼낸 그가 통화 버튼을 누르고는 전화를 귀에 댔다.
“왜?”
수화기 건너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은 그가 인상을 썼다.
“뭘 하긴 뭘 해? 그냥 멍 때리고 있지. 휴대폰 보면서 시간 때우는 것도 한두 시간이지, 뭘 해야 할지
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없는데 사람 세워놓고 아침까지 지키라고 하는 건 인권유린 아니냐? 티비랑게임기 라도가져다주든가. 젠장.”
전화로 불평을 늘어놓던 그가 고 개를 갸웃했다.
“야, 뭐해? 전화 걸어놓고 왜 말을 안 해?”
기계가 잘못된 건가 싶어 폰을 살 피던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화를 끊었다.
‘뭐지?’
왜 갑자기 전화를 잘 하던 이가 갑자기 말을 하지 않은 건지 알 수
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사고라도 났다면 작은 소음이라도 들렸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인인 상대가 소리도 내지 못하고 당할 일은 없을 테니.
“휴대폰 고장 났나?”
그만큼 좀 신형으로 바꾸라고 했는데.
무인이라는 것들은 다들 고리타분 한 것이 문제였다. 21세기를 살면서도 아직 피처폰을 쓰는 통신사의 적 들이 수두룩한 곳이 바로 총회다.
“대가리부터 고리타분하니 오죽하 겠냐마는.”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주머니에 쑤 셔 넣은 그가 다시 벽에 등을 기댔다.
회주의 처사에 불만을가진 이들은 그 말고도 많았다. 대놓고 반발을 하기는 뭣한 부분이라 입을 다물 고 있을 뿐이지, 회주의 편을 들면 서도 심정적으로는 방진훈을 지지하는 이들이 꽤나 될 것이다.
다만, 개인과 개인이 아닌, 유파 와가문으로 얽힌게 많다 보니 쉽게 지지하는 쪽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젊은 측은 방진 훈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고, 나이가 좀 있는 이들은 회주를 지지하는 경 향이 있었다.
“알게 뭐냐고.”
회주가 이기든, 방진훈이 이기든 그들이 무슨 상관인가. 결국 윗대가 리들 싸움이지. 그들은 누가 이기는 지나 지켜보고가만히 받아먹을 것이나 챙기면 된다.
윗대가리들이야 치고받고 싸우든 말든 말이다.
“얼른 근무나 끝났으면 좋겠는데.”
아직 해가 뜨려면 한참이나 남았다.
뭘로 시간을 때워야 하나를 고민 하던 찰나, 민대성이 눈을 살짝 부 릅떴다.
‘뭐지?’
저 앞에 희끗한 뭔가가 보이는 것 같다.
처음엔 잘못 봤나 싶었지만, 흐릿 한 형체가 점점가까워지고 있었다.
‘귀신인가?’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 만,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깊은 산중이고, 지금 그가
지키고 있는 곳은도로에서 한참 벗 어나야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쪽으로 올 리가 없는 것이다.
적이 아니냐고?
그럴 리가.
적이라면 저리 적은 수가 이곳으로 향하지는 않을 것이다. 민대성 그 자신 하나만 어떻게 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니까.
형체가 점점 더가까이 다가오면 서 뚜렷해지고 있었다.
사람.
분명 사람이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양손에 길 쭉한 무언가를 들고 그를 향해 천천 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 느릿한 걸 음걸이에 민대성은 일순 어떻게 대 처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다급하게 다가오기라도 한다면 당 장 소리를 질러 사람을 부르고 막아 서겠지만, 저리 천천히 다가오고 있 으니 적이라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저거……
걸어오는 이의 얼굴은 정확하게 알아볼 수 없지만, 그의 시선을 잡 아끄는 것이 있었다. 그의 양손에
들린 길쭉한 물체.
‘저거, 칼인가?’
미간을 좁힌 민대성은 괴인이 양 손에 들고 오는 물체에 시선을 집중 했다.
하얗고…… 빨간?
‘피?’
괴인이 손에 든 길쭉한 물체, 그 검의 끝에서 방울져 떨어지고 있는 붉은 액체가 피라는 것을 알아챈 민 대성이 입을 크게 벌렸다.
“여기……
그 순간.
고함을 질러 지원을 요청하려던
민대성의 바로 앞으로 괴인이 공간을 압축하듯 좁히며 나타났다.
민대성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 졌다.
귀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 거 리를 숨 한번 쉴 타이밍에 좁혀 들어올 수 있단 말인가.
얼마나 놀랐는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오는 기분이었다.
동시에……”.
서걱.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리가 들려온다. 날카로운 날붙이가 연약한 살을 베고 지나가는 소리.
소리는 익숙했고, 그 소리가 들려 오는 곳은 익숙하지 않았다.
세상 누구라도 자신의 목에서 살 이 베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에는 익숙하지 못할 것이다!
서걱서걱.
무심한 소리와 함께 그의 양팔과 양다리에서 극심한 통증이 밀려 올 라오기 시작했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고함이 아니라 고통에 겨운 비명을 지르려고 했지만, 그의 목에서는 바람 새는 소리만 들려올 뿐, 어떠한 목소리도 나오지 못했다.
꺽꺽대는 신음과 바람 새는 소리 만이 적막한 숲으로 조용히 퍼져 나 갔다. 팔과 다리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도 힘줄이 잘린 모양이다.
공포에 질린 민대성이 바지에 오 줌을 지렸다. 하지만 민대성은 자신 이 오줌을 지렸다는 사실조차도 알 지 못했다. 공포와 고통이 감각을 앗아간 것이다.
달빛 아래에서가만히 민대성을 바라보던 괴인이 입꼬리를 말아 올 렸다.
“운 좋은 거야.”
살 수는 있을 테니까.
저 안에 있는 이들은 너처럼 편하 고 쉽게 쓰러질 수 없을 테니까.
요요롭게 비쳐오는 달빛을 맞으며 강진호가 담을 뛰어넘었다.
길고 긴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