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9)
마존현세강림기-29화(29/2125)
마존현세강림기 2권 (4화)
1장 – 계약하다 (4)
피시방에도착한 강진호는 자리에 앉자마자 마우스를 세팅했다.
집에서 사용하는 마우스가 아니라 이질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조건은 모두 똑같다.
“오! 뭔가 프로스러운데?”
정인규의 너스레에 강진호는 여유로
운 미소로 화답했다.
“후후.”
“오늘은 진짜 할 마음이 생긴 모양 이네? 너 이번에는 제대로 할 거 지?”
“걱정 마.”
정인규는 지난번게임에서 강진호가게임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갑자기 사람이 바 뀐 것처럼 그렇게 못할 수가 없었다.
때때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 있 올 수는 있지만,게임의 기본적인
개념이 사라질 수는 없으니까.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한 법.
아무리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해도 작정하고 말아먹지 않는 이상 그런 초보적인 플레이를 할 리가 없다.
강진호가 수십 년의 세월을 다른 세 상에서 살다 왔다는 것을 알 리 없는 정인규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던 것이다.
강진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화 면을 바라보았다.
접속 화면에 뜨는 그의 레이팅은 1,700.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과거의 그가도달했는지의문인 점수였다.
내공으로 인해 활성화된 뇌와 지치 지 않는 집중력이 만들어준 높은 점 수
강진호는 승리를 자신했다.
“ 편은?”
“일단은 내가 영욱이 꼬셔왔으니까. 너랑 나랑 영욱이가 한편이야.”
“그럼 태호, 민재, 유민이가 한편인가?”
“그래.”
“유민이가 잘해? 저쪽 편에 보내도
될까?”
괜히 못하는 박유민을 저편에 보냈 다가 지기라도 한다면 입장이 곤란 해질 것이다. 안 그래도 요즘 박유 민이 영 애들 사이에서 목소리를 내 지 못하고 있는데…….
“어차피 영욱이도 못해.”
“그럼 문제없겠군.”
하지만 이태호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야, 왜 우리가 박유민이랑 한편이 냐?”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한편으로데 려간다는 건 위험하다. 내기가 걸리
지 않다면 모를까, 내기까지 걸린 상황에서 박유민을 달가워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 영욱이데려가든가.”
정인규의 말에 송영욱을 바라본 이 태호가 앓는 소리를 냈다.
박유민은 미지수지만, 송영욱은 그 냥 밑바닥이다.
이태호가 조금은 무안한 얼굴로 앉 아 있는 박유민을 보고는 물었다.
“야, 너 잘할 수 있지?”
“으응.”
“ 진짜로?”
“응, 할 줄 알아.”
“하……”
이태호가 정인규를 보며 눈을 부라 리더니, 한숨을 쉬고는 자신의 자리 로 갔다.
어차피 송영욱이나 박유민이나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편이 정리되자 강진호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리얼 타임 전략 시뮬레이션은 개인 전과 팀플에 전혀 다른 운용이 필요 한게임이었다. 강진호는 이날을 위 해 개인전뿐 아니라 팀플도 연습해 왔다.
“시작하자.”
“알았어.”
방이 만들어지고 이내 모든 아이들 이 접속했다.
“겜방비 내기다. 나중에 딴소리하지 마라?”
이태호의 말에 정인규가 코웃음을 쳤다.
“받고 아이스크림 추가.” 이태호의 눈이 혼들렸다.
하지만 남자가 여기서 발을 탤 수는 없는 노룻 아닌가.
“거기에 음료수랑 라면까지.”
“죽어보자는 거네.”
“쫄리면 뒈지시든가.”
정인규가 이를 갈았다.
한번 이겼다고 간이 배 밖으로 나 온 모양이다. 처절한 응징이 필요한 때다.
“거참, 말 한번 기네. 누가 딴소리 하는지 지켜보자고.”
“오올, 정인규 말하는 본새 보소?”
“오냐, 오냐. 시작한다.”
“고!”
강진호는 마우스를 살짝 움켜쥐었다가 놓았다. 오늘이야말로 지난번의 그 치욕을 앙갚음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것은 언제나 그리 간단하지 않은 법이었다.
시작은 좋았다.
강진호는 빠르게 초반 러시를 진행 해 태호의 본진을 쑥대밭으로 만들 었다.
태호는 피시방이 떠나가락 소리를 지르며 저항했지만, 영활하게 움직 이는 강진호의 병력 앞에 속수무책 이었다.
“니가 저번에 클로킹 유닛으로 날 공격했었지?”
강진호는 사소한 원한도 결코 잊지 않는 사나이 중의 사나이였다.
이미 한참 전에 벌어졌던게임임에
도 강진호는 그날의 치욕을 손에 잡 힐 듯 기억했다. 오늘이야말로 그날 받았던 그 굴욕을 모조리 갚아주는 복수의 날이었다.
“으아! 강진호, 저 새끼!”
“이 정도로 내 원한은 풀리지 않 아.”
태호의 본진을 싹 정리한 강진호는 아군의 병력과 함께 민재의 본진으로 쳐들어갔다.
태호가 탈탈 털리는 것을 본 민재는 본진을 방어 타워로 무장하며 방어 했지만, 삼색 연합 러시 앞에서는 무력할 뿐이었다.
강진호의 입꼬리가 천천히 말려 올 라가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강진호의 유닛들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무빙하면서 민재의 병력 들을야금야금 잡아먹었다.
“끝났네.”
강진호는 민재의 본진을 싸그리 정 리한 뒤, 센터로 나왔다.
이제 남은 것은 박유민뿐.
박유민은 초반부터 지금까지 단 하 나의 유닛도 보여주지 않고 있었다. 본진에 틀어박혀 자기 할 것만 하는, 전형적인 초보의 운영이었다.
“빨리 끝내자.”
강진호는 여유롭게 병력들을 이끌었다.
그때였다.
박유민의 본진에서 일련의 병력들이 센터로 나오기 시작했다.
강진호는 멍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푸른색 유닛들이 건너편에서 밀려오는 붉은 유닛들에게 학살당하 고 있었다.
컨트롤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병력에 서 압도적인 차이가 났다.
‘뭐지?’
같은 자원을 먹고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어떻게 병력이 이렇게까지 차 이가 날 수 있단 말인가.
혼자 다른게임을 하는 건가? 핵인가?
옆에 있던 정인규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뒤를 자꾸만 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박유민의 화면은 핵을 사용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
아니, 핵 이전에 저 화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뭔 놈의 화면이 1초마다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우웁”
화면을 잠시 바라보는 것만으로 멀 미가 나는 기분을 느낀 정인규가 고 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건 잘못 걸렸다.
강진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런!”
강진호와 정인규, 송영욱.
세 사람의 병력이 박유민 한 사람의 병력에게 모조리도살당하고 있었다.
“어……””
그리고 ‘어어’ 하는 사이에 박유민은 강진호의 본진까지 밀고 들어와 깨끗하게 정리했다. 시간의 차이가
있었을 뿐, 다른 두 사람도 이내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강진호는 풀린 눈으로 고개를 돌려 건너편에 앉아 있는 박유민을 바라 보았다.
박유민은 강진호를 보며 어정쩡하게 웃고 있었다.
뭐지, 저 웃음은?
지금 멋쩍어 하고 있는 건가?
화면 안에서 악마와도 같이 몰려오 던 유닛들이 아직 눈에 선한데, 어 쩌다 보니 운이 좋았다는 듯이? 강진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오늘인데!
오늘이야말로 모든 굴욕을 청산하는 날인데!
“한 판 더!”
“으응.”
빠르게 두 번째 판이 시작되었다. 강진호의 손이 이전보다 두 배는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 지는 나름 밸런스를 맞춰준다고 여 유를 부렸지만, 박유민의 실력을 확 인한 이상 여유 따위 있을 리 없다. 잘못하면 오늘도 굴욕적인 패배를 기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 수는 없지!’
강진호의 눈이 불을 뿜었다.
패배는 있을 수 없다.
게임이든 싸움이든 전쟁이든 일단 시작했다면 이겨야 한다.
그게 강진호의 지론이고, 방식이었다.
강진호는 유닛을 최대한 빠르게 뽑 아서 박유민의 진영으로 쳐들어갔다. 무시무시한 후반 물량을 확인했 으니 초반에 조져 놓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크게 다르 지 않았다. 박유민의 본진으로 쳐들 어간 강진호의 병력들은 박유민의 눈 돌아가는 컨트롤 앞에 조금씩 갉
아 먹히더니 결국은 별다른 피해조 차 주지 못하고 모조리 몰살당하고 말았다.
“……”
그리고 이어지는 역러시는 너무도 수월하게 강진호의 본진을 초토화시 켜 놓았다.
강진호는 부들부들 떨리는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패배!
화면에 커다랗게 뜨는 붉은 글씨가 강진호의 여리디여린 마음에 거칠게 쑤셔 박혔다.
강진호는 고개를 돌려 박유민을 바
라보았다.
“박유민.”
“……응?”
“조금 한다며?”
“아? 응. 그냥 조금 하는 정돈데……”
“그럼 우린?”
강진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럼 우린 쓰레기냐?”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내가 그 냥 운이 좋았어.”
박유민의 배려가 강진호를 더욱 서 글프게 만들었다.
정인규 등은 어느새 박유민 주위에
우르르 몰려들어 있었다.
“야, 너 진짜 잘한다.”
“응? 아니, 뭐, 그냥……
“난 진호가 엄청 잘하는 줄 알았는데, 너 하는 거 보니까 진호는 그냥 공방 양민이네.”
강진호의 심장이 욱신거렸다.
“너 진호한테 마우스만 해서 이길 수 있냐?”
강진호는 서글픈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가 지난 시간 컴퓨터를 붙들고 씨 름해 온, 그 길고 긴 시간들은 대체 다 뭐였단 말인가.
“이 정도면 프로게이머 해도 되겠다.”
강진호는 천천히 박유민에게로 다가 갔다.
그러고는 박유민의 마우스를 땟다시 피 낚아채 박유민의 프로필을 클릭 했다.
레이팅 2,100.
강진호는 박유민의 레이팅을 뚫어져 라 바라보았다.
“이천……
정인규가 놀라 소리쳤다.
“2,100 이거 진짜 프로게이머 수 준이잖아!”
“야! 너 진짜 잘한다!”
강진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가 2주에가까운 시간 동안게임을 잡고 노력한 결과는 레이팅 1,700. 레이팅이 높으면 높을수록 1 점 올리기가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 면 강진호와 박유민의 차이는 말 그 대로 하늘과 땅이었다.
“자, 자, 잘하네.”
정인규가 이태호의 귀에 대고 속삭 였다.
“엄청 열 받은 거 같은데?”
“잘하면 쇼크로 쓰러질 수도 있겠다.”
강진호는 굳은 얼굴로 박유민의 어 깨를 붙잡고는 강하게 말했다.
“한판 붙자.”
“응? 또 해?”
“이번에는 일대일로.”
“일대일? 응. 뭐, 알았어.”
박유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개설했다.
“ 맵은?”
“아무거나 골라.”
강진호는 마우스를 움켜잡으며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레이팅이 차이가 난다고는 하나게임이란 결과를 장 담할 수 없는 것이다.
강진호도 시간이 없어서 레이팅을 못 올린 것이지, 꾸준히게임을 더 하면 당연히 오를 레이팅이 아닌가!
“너희, 또 할 거야?”
“그래.”
“우리는 먼저 갈게. 오래할 상황이 아니네.”
“그래, 먼저가라.”
“그럼 줘야지.”
“ 뭘?”
이태호가 어색하게 웃었다.
“돈.”
“……”
“게임비, 아이스크림, 음료수 값에 라면까지. 하, 이게 얼마냐?”
강진호는 떨리는 손으로 지갑을 꺼 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잠 못 자가며 벌 어오신 피 같은 돈이 이렇게 흘러나가고 있었다.
이 돈이 어떤 돈인데!
돈을 건넨 강진호는 불타는 듯한 눈
으로 박유민을 노려보았다.
저놈 때문에!
“ 으응?”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박유민이 움 찔했다.
“시작하자!”
“알았어.”
“봐주면 죽여 버릴 테다.”
“걱정하지 마.”
강진호는 자리에 앉아 마우스를 잡았다.
한 판!
딱 한 판만 이기면 된다!
어차피 실력 차이가 확연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무너진 자존 심을 세우기 위해 단 한번의 승리가 필요했다.
강진호는 이를 악물고 미친 둣이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그런 강진호를 정인규가 안쓰럽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