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92)
마존현세강림기-293화(292/2125)
마존현세강림기 12권 (19화)
2장 베어내다 (4)
서걱.
시작은 아주 간단했다.
전면으로 달려들던 이를 반으로 쪼개는 것은 너무도 간단한 일이었다.
베어낸 강진호조차 과도하게 쉽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자신의 전면으로 달려든 닌자의 등 뒤에서 또 하나의 그림자가 튀어 나오는 것을 본 강진호의 얼굴이 굳 었다.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낸 이의 등 뒤에 자신의 기척을 완전히 감춘 자가 숨어 있던 것이다.
작은 파공음과 함께 솜털 같은은 침들이 강진호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흠.”
적루를 휘둘러 날아드는은침을
후려쳐 낸 강진호의 발아래에서 기 다란 쇠꼬챙이 여러 개가 솟아올랐다.
보법을 밟아 뒤로 두 걸음 물러선 강진호가 바닥으로 청루를 찔러 넣 었다.
콰득!
콘크리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피가 뭉클 솟아올랐다.
피 우물이라도 생겨난 것 같은, 괴이한 광경이었다.
강진호는 미묘한 표정으로 닌자들을 바라보았다.
암행과 잠행을 기본으로 삼는 중
원의 암살자들은 결코 이런 식으로 달려들지 않는다.
은밀함을 기본으로 삼는 이들이 무인과 정면으로 대결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정면으로 무인을 상대할 수 없기에 암행술을 익히고 암살술을 익히는 것이 아닌가.
무슨 생각인가 했더니…….
‘저열한 방법이군.’
강진호가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었다.
새삼 동료의 목숨을 버려가며 공 격을 해오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낄
강진호가 아니었다. 그가 어이없어 하는 이유는 이 방법이 너무도 저열 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발목 잡기에 불과한 방법으로 자신을 상대하려 했다?
착각이다.
너무 큰 착각이다.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 판단에 착오가 있다면, 그 대가는 오직 하 나뿐이다.
목숨.
이제부터 강진호가 그걸 알려줄 것이다.
“쥐새끼처럼 설쳐 대는군.”
강진호가 적루와 청루를가만히 들어 올렸다.
“중원에서 왜 너희 같은 놈들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 수밖에 없었는 지 알려주지.”
강진호가가만히 적루를 끌어당겼 다가 일격에 내쳤다.
파아아앙!
공기를가르다 못해 찢어버리는 파공음이 한 타이밍 늦게 검의 뒤를 따랐다.
그러고 나서 낮은 적막이 홀을 채 웠다.
투둑.
곧이어 적막을 깬 것은 무언가가 떨어져 바닥과 부딪치는 소리였다.
투두두둑.
그 소리를 시작으로 마치 비가 내 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촤아아아.
방진훈은 귓가에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에 몸을 떨었다.
‘빌어먹을, 저 소리는 아무리 들 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군.’
예전에는 들을 일이라고는 전혀 없던 소리가 최근에는 왜 이리 자주 들려오는지 모르겠다. 깔끔하게 잘
려 나간 인간의 육체에서 피가 뿜어 져 나오는 소리.
무인의 세계가 아니라면, 결코 일 반인들은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일검.
단 일검이었다.
단 한번의 휘두름으로 전방을 채 우고 있던 닌자들을 모조리 반으로 갈라 버린 강진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적루를 든 손목을 까딱까 딱 흔들었다.
‘아직 검이 손에 익질 않았군.’
예전이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더 깔끔하고 확실하게가를 수 있 었다. 이건 무위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검을 얼마나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가는 내공의 깊이라든가, 무 학의 경지와는 조금 다른 문제니까.
‘그럴 만도 하지.’
생각해 보면 예전처럼 검을 다룰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다르니까.
적천마존과 그는 정신이 같다고는 하나 육체는 달랐다. 완벽하냐, 완벽 하지 않냐의 문제가 아니다. 팔 길 이부터 시작해서 다리의 길이까지 모든 것이 달랐다.
미묘한 차이만으로 커다란 변화를 낳을 수 있는 무인의 세계에서 이것은 예상 이상의 문제였다.
‘수련을 좀 해야겠군.’
지금까지는 검이 아니라 주로 몸을 써왔기에 별다른 위화감을 느끼 지 못했는데, 제대로 일검을 사용하 자마자 바로 위화감이 느껴졌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눈치채지 못 한 상황에서 강대한 적을 만났다면 어찌 되었을지를 떠올리자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강진호가 미묘한 미소를 머금고
앞을 바라보았다.
드러나지 않은 세계에서 살다 보 면 못 볼 꼴을 많이 보게 된다. 평 범한 세상에서 살아간다면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볼까 말까 한 끔찍 한 광경을 일상적으로 마주하고 살 아야 하는 것이 그들의 숙명이었다.
특히나 닌자처럼 인간의 죽음을 곁에 두고 살아야 하는 이들은 당연 히 그런 광경에 익숙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조 금 전까지는 말이다.
오가타 사토시에게 있어서 죽음이 라는 것은 항상 곁에 두고 경계해야 하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때 때로 일상이 비일상의 경계로 접어 드는 일을 맞이하기 마련이었다.
지금이 오가타 사토시에게는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피.
동료들의 피가 벽면부터 바닥까지를 온통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단 한번의 검 놀림.
강진호는 적루를 그저 한번가로 로 그은 것만으로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베어버렸다.
공기도, 사람도, 그리고 벽마저도.
진득하게 흘러내리는 핏물 사이로 보이는 검은 선이 저 검이 얼마나 날카롭게 세상을 베어버렸는지를 말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지대했다.
영문도 모른 채가슴이 갈라진 이 나 목이 잘린 이들은 그마나 행운이 었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죽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고개를 숙이다 머리가 반쯤 잘려 버린 이들이나 허공으로 뛰어오르다 두 다리가 잘려 버린 이들은 차마 죽지도 못한 채 피가가득한 바닥에 서 꿈틀대고 있었다.
신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겪어온 지독한 고련은 이 런 상황에서조차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사토시가 덜덜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품 안에 들어 있는 십여 개의 비수를 양손에 잡고 떨쳐 냈다.
패애애
공기를 찢는 파공음과 함께 그의 비수가 정확하게 박혀들었다.
푸욱, 푸욱.
정확하게 날린 그의 비수가 아직 신음하고 있는 동료들의 목을 꿰뚫 었다.
살릴 수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고통이라도 덜어 주어야 한다.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 그의 동료 들이 살짝 손을 들었다 내리는 것이 보인다. 마지막 순간에 그에게 고마 움을 표한 것이다.
인자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될 행 동.
임무의 대상을 앞에 두고 동료를 챙긴다거나 임무를 끝마치지 못한 동료에게 신호를 보낸다든가.
어느 쪽도 인자로서는 실격인 일 이었다.
하지만 사토시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저 증오에 찬 눈으로 강진호를 노려볼 뿐이다.
“죽여 버리겠다.”
강진호는 증오에 찬 눈으로 노려 보는 사토시의 반응에 어깨를 으쓱
했다.
“뭐라는 거야?”
강진호의 등 뒤에서 나설 상황을 살피고 있던 방진훈이 입을 열었다.
“죽여 버리겠답니다.”
“쿡쿡쿡.”
강진호가 낮게 웃었다.
“재미있군.”
그리고 우스운 일이기도 했다.
하찮은 능력을 믿고 다른 사람 위 에 군림이라도 하는 것처럼 오만하 던 것들이 현실을 보게 되면 반응이 두가지로 나뉜다.
공포에 떨거나, 분노에 떨거나.
“남의 목숨을 노린다는 건…… 이 런 거야.”
강진호가 낮게 이죽였다.
“언제든 자신이 죽을 각오도 해야 하는 법이지. 왜? 너희는 언제나 안 전할 줄 알았나?”
강진호가 검을 휘둘러 검끝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는 천천히 살아남은 닌자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모른다면 알려줘야지.”
강진호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를 본 사토시의 전신에 소름이 돋아나 기 시작했다.
“으음……”
불안한 눈으로 문밖을 바라보는 이중걸. 그런 그를 바라보는 사내는 한심하다는 얼굴을 지우지 못했다.
‘이 정도인가, 겨우?’
아무리 한국이 무인들의 세계에서는 소국 중의 소국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무인 이라면 최소한의 풍채와 위엄이 있 어야 한다.
목이 갈라지더라도 웃을 수 있는 패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 만 적어도 쥐새끼처럼 안절부절못하
지는 않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런의미에서 눈앞의 이 남자는 소인이 었다.
그리고 그런 소인을 회주랍시고 믿고 따르는 한국 무도 총회라는 곳도 빤한 곳이었다.
“진정하시오.”
“……예.”
다카히라 신고는 눈앞에 있는 사 내의 소심함에 고개를 내저었다.
‘뭘 저리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한다는 말인가.’
이미 계약을 받아들여 자신이 충 분한 병력을 끌고 오지 않았는가.
열이면 충분하다 못해 한국의 한 지역을 제패할 수도 있다고 했건만, 눈물콧물을 짜내며 사정하는 통해 스물이 넘는 이들을데리고 왔다.
그 정도면 총회가 전부 달려든다 고 해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불안한 눈치라니.
‘마왕이라도 오는 건가?’
이 한국에 그런 이가 있을 리도 없고, 있다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 았을 리가 없다. 무인들의 나약함과는 별개로 중국과 일본의 완충지대 로서 한국의 중요성은 인정하고 있 기에 정보의 수집을게을리하지 않
았으니까.
“그, 그를 얕보지 마시오.”
“음?”
이중걸이 질린 얼굴로 신고를 바라보았다.
“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소. 내가 겁쟁이로 보 이겠지.”
다카히라 신고가 신음을 삼켰다.
이렇게 대놓고 찔러 들어오는 화 법은 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았다.
“나는 당신들의 강함도 알고 있 소. 나보다 당신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은 이 한국에 없을 거라
자부하오.”
“……그럴지도.”
“그럼에도 내가 지금 불안에 떠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요?”
말을 하면서도 이중걸의 얼굴은 점점 더 핏기를 잃어갔다.
“그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이가 아니오. 한국 무인들의 수준에 비추어 생각하면 안 되오. 그는…… 그는……
다카히라 신고가 얼굴을 일그러뜨 렸다.
“그 정도는 충분히 생각하고 있 소. 귀환자라고 했으니, 그가 속한
지금의 세상을 바탕으로 생각을 해 서는 안 되겠지.”
신고가 혀를 찼다.
“그렇다고 해도 충분한 전력이오. 내 부하들을 얕보지 마시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저 녀석들을 모두 상대 할 수 있다는 자신은 없으니까.”
그렇게까지 말했음에도 이중걸은 여전히 못미더운 눈치였다.
“쯧.”
혀를 찬 신고가 부연했다.
“당신들은 절대 알지 못하오. 저 들이 얼마만 한 수련을 쌓는지. 무 학을 취미처럼 필요한 순간에 즐길
만큼 익히는 당신들은 목숨을 걸고 수련을 하는 인자들의 세계를 영원 히 이해하지 못할 거요.”
그의 목소리에는 이중걸에 대한 경멸이 묻어났다.
“인자의 수련을 모두 받은 이는 반쯤은 인간성이 말살될 정도요. 심 지어 자신의 손발이 잘려 나가도 비 명 한번 지르지 않지. 예로부터 무를 숭상해 온 우리가 어째서 인자들을 인정하는지를 생각해야지. 당신 들처럼……
뭔가 말을 덧붙이려던 신고가 입을 다물었다.
그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 기 시작한 것이다.
‘뭐지?’
홀은 그가데리고 온 부하들로가 득 차 있다. 누군가가 침입한다면 그들의 손에 고혼이 될 것이다. 그 러니 다른 이가 접근할 수는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부하들이 오고 있 다는 것인데, 인기척도 아닌 소음을 낸다? 자신의 부하들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뭔가.
지금 그의 귀에 똑똑히 들려오고
있는 이 소리는도대체 뭐란 말인가.
흐느낌 같고, 신음 같으며, 절망 에 찬 숨소리 같은, 이 끔찍한 소리는?
그 소리가 천천히 문을 향해 접근 해 오고 있었다.
신고는 숨을 멈추며 문을 바라보 았다.
끼이이익.
천천히, 아주 천천히 문이 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