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298)
마존현세강림기-299화(298/2125)
마존현세강림기 12권 (25화)
5장 탈취하다 (5)
“총회가 방진훈에게로 넘어갔다
김석일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가장 원하지 않는 일이 벌어졌 군.”
“그렇습니다.”
이현수 역시 우려가가득하다는
얼굴이었다.
“늙은 너구리는 자기가 똑똑하다 고 생각하고 있어서 속여 먹기가 좋은데, 멧돼지는 생각은 없는 대신 과격하단 말이야. 이기기는 쉬워도 피해가 커지기 마련이지.”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음, 총회, 총회라……
사실 심각한 문제라고 할 것까지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어떻게 되든 총회와는 이미 갈데까지가버린 상황이었다. 결국은 충돌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김석일은 총회와의 충돌을
오히려 바라고 있는 입장이 아닌가. 충돌을 자꾸 피하려 드는 이중걸을 제거하려고 한 이유도 바로 그런 것 때문이었다.
“방진훈이 맡기를 바라기는 했는데……
김석일이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젖혔다.
방진훈의 요청이 들어왔을 때, 아 무 대가 없이 지원해 준 것은 이중 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문 제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방진훈의 일처리는 깔끔하다고 할
수는 없는 편이고, 그런 상태에서 이중걸을 제거하면 반드시 반발이 생겨날 것이었다.
운이 좋아 일이 잘 풀린다면 총회 에 내분이 일어나 내전 상태로 들어 갈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고 하더 라도 세력을 깎아 먹는 것은 피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들이 보낸 이들은 모두 죽고, 방진훈은 손실 없이 총회를 손에 넣는 것에 성공했다.
“강진호!”
김석일이 이를 뿌득, 갈았다.
더없이 잘 풀려가던 일들이 급하
게 꼬이기 시작한 것은 강진호라는 이름이 들려오기 시작한 후로부터였다.
홍왕이 그를 죽이려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만한 애송이 하나 때문에 자그마치 홍왕이 움직이려 한다는 것이 황당하기만 했는데…….
“진즉에 죽였어야 했는데.”
강진호 하나 때문에 꼬인 일이 한 둘이 아니었다.
강진호 때문에 총회에 피해를 주는 일도 실패했고, 강진호 때문에 아끼던 수하들을 잃었다.
게다가 외도라는 비밀 병기마저
잃지 않았는가.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총회는 그럼 방진훈의 손에 완전히 들어간 걸까?”
“시간은 조금 걸릴 겁니다.”
“그렇겠지, 그거야.”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난다고 해도 방진훈이 총회를 완전히 장악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어째서? 이중걸이 반격을 준비하 고 있는 건가?”
“그게 아닙니다.”
이현수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주시해야 할 쪽은 방진훈이 아니
라 강진호입니다.”
“……강진호.”
이제는 무슨 일만 생기면 강진호가 문제였다.
“어째서?”
“방진훈과 강진호 사이에 무슨 밀 약이 오고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진호가 방진훈에게 영향력을 행사하 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이봐, 이봐.”
김석일의 말투에는 짜증이 잔뜩 어려 있었다.
“자네가 강진호에 노이로제 증상을 보이는 것이야 이해한다만, 그는
애송이야. 방진훈처럼 산전수전을 다 겪은 자가 강진호에게 휘둘릴 것 같은가?”
“방진훈을 우습게 보지 마. 내가 그를 무시한다고 해서 너도 그를 무시해서는 안 되지. 방진훈은 총회 내에서 회주에 대항할 만한 세력을 쌓은 이다. 인망과 실력이 모두 받 쳐 주지 않으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야.”
“저는 방진훈이 못났다고 말하고 있는게 아닙니다.”
“……그럼?”
“그런 방진훈조차 휘두를 수 있을 정도로 강진호가 만만하지 않은 이 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으음……”
차마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었다.
‘빌어먹을.’
김석일에게 있어서 대한민국의 무 인계는 거대한 장기판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의 건너편에는 이중걸이 앉아 있고, 그와 이중걸은 수많은 장기 말들을 다루며 자웅을 겨뤄왔다.
시작부터 패를 몇 개 빼고 시작한 것처럼 불공평한 경쟁이기에 옆에서
두는 훈수 몇 번을 받아들인 것뿐인데. 갑자기 장기 말에 불과한 이가 이중걸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아 버렸다. 그러더니 외부에서 날아온 돌덩어리가 이제는 장기판 자체를 부숴 버리고 있었다.
“잘도 설쳐 대는군.”
김석일이 얼굴을 마구 문질렀다.
항상 여유가 있던 그의 표정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시간이 조금 걸릴 겁니다. 우리 에겐 나쁜 소식이지만, 이중걸이 방
진훈에게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영감은 자존심도 없나!”
이현수가 한숨을 쉬었다.
‘왜 판을 보려 하시지 않는 거 지?’
과거의 김석일이라면 이리 쉽게 흔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변 수가 있더라도 냉철하게 상황을 조 율하던 이가 바로 김석일이다.
그런 김석일이 최근 들어 자꾸 조 급함을 보이고 있었다.
‘이유를 모르겠군.’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뭔가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번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현수가 말을 이었다.
“그것 역시 강진호의 영향력 때문 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강진호인가? 또?”
강진호 노이로제는 이현수가 아니 라 김석일이 걸려 있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이중걸의 반웅이 이해가가지 않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이중걸이든 방진훈이든 강진호의 영향력에 사로잡혔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석일이 대답 없이 눈을 감았다.가만히 소파에 기대 생각을 정리 한 김석일이 눈을 번쩍 떴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중걸이 방진 훈에게 회주 자리를 넘긴 것으로 보 이지만, 실제로는 강진호의 아래로 헤쳐 모여를 한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럼 겨우 그 짧은 시간 만에 강진호가 총회라는 공룡을 꿀꺽 삼켜 버렸다는 건가?”
“……예.”
김석일은 허탈하게 웃었다.
“허허허허허.”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그는 이중걸과는 나름 동료의식을가지고 있었다. 그와 드러나게, 그리 고 드러나지 않게 평생을 싸워온 이가 김석일이다.
그런데 그런 이가 한평생 일구어 온 세력을 불과 일년도 안 되는 사이에 어디선가 새로 나타난 이가 꿀꺽 먹어버렸다는 말을 들으니 황 당하고도 답답할 수밖에.
“빌어먹을.”
김석일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
지, 이현수가 설명을 계속했다.
“정리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중걸이 방진훈의 명을 따르라고 한다 해도 아랫사람들이 그 명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정리가 될 것이고, 그 후 에는……
“밀고 들어오겠지.”
“ 예.”
“방진훈은 그런 사람이니까.”
“강진호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김석일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봐, 자……
“강진호를 실제로 보신 적이 있습니까?”
김석일이의문 어린 눈으로 이현 수를 바라보았다.
“ 없네.”
“저는 봤습니다.”
그 주차장에서 말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강진호가 아니 라 강진호의 혼적을 봤다.
그리고…….
‘그는 위험해.’
상황이 모두 정리된 곳에도착했 음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강진호라는 자가 얼마나 과격하고 무서
운 자인지 말이다. 일반적인 사람은 힘이 있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행동 하지 않는다.
그는 강해서 두려운 사람이 아니 라, 그 행동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존재였다. 사람들이 상식으로 재단해 놓은 선을 너무도 쉽게 넘나들기 때문에 예측을 할 수 없는 자였다.
“충심으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강진호를 무시하지 마십시오.”
“내가 무시했다고?”
이현수의 얼굴에 짜증이 어렸다.
“제가 두려워하고! 총회의가장
영향력이 있는 두 사람이 모두 고개를 조아리는 자입니다. 그리고 대한 민국이라는 작은 판에는 관심도 없 던 홍왕이라는 거물까지 그자를 경 계하고 있습니다!”
“인정하셔야 합니다. 그는 이 판 에 던져진 폭탄입니다. 그냥 폭탄이 아니라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대형 폭탄이란 말입니다. 거물 중의 거물 입니다. 나이라는 선입견, 알려지지 않았다는 편견으로 그를 보지 마십 시오. 이미 그는 실재하는 위협입니다. 아차 하다가는 쓸려 나간단 말
입니다.”
김석일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무시하고 있었군.’
강진호를 신경 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현수의 말을 들으니, 그 정도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던 것은 또 맞다.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둘 중 하나입니다.”
“둘이라……
“하나는 저들의 준비가 끝나기 전 에 먼저 쳐들어가 혼란에 빠져 있는 총회를 무너뜨리는 것.”
“또 하나는 우리 역시 준비를 완 전히 마치고 쳐들어올 저들을 기다 리는 것입니다. 각각 장단이 있습니다.”
막 이현수가 장단을 설명하려는 찰나, 김석일이 손을 들었다.
자신의 말을 막는 김석일을 보며 이현수가 눈을가늘게 떴다. 지금 김석일의 표정은 최근에는 잘 볼 수 없던 것이다.
과거 김석일이 한창 날카롭던 시 절에나 볼 수 있던 그 표정을 지금의 김석일이 짓고 있는 것이다.
“이상하군, 이상해.”
김석일이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 톡, 쳤다.
“이상하지 않은가?”
“예‘?”
“자네의 말대로라면 말이야. 이 모든 일의 근본 원인은 강진호이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차이커창이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도 총회를 무너뜨리라는 것이 아니란 말이야. 강진호를 쓰러뜨 리라는 거지.”
김석일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왜 우리가 총회를 먼저 상대해야 하지?”
“그건……”
“자네 말대로 강진호가 모든 것이 중심이고, 강진호가 총회를 장악했 다면, 강진호만 제거하면 만사형통 아닌가. 총회는 다시 혼란과 내분에 빠져들 것이고, 중국의 압박은 사라 지겠지.”
“……그렇습니다.”
이현수는 대답을 하면서도 불안에 빠졌다.
김석일의 말이 맞다.
그가 생각지 못한 부분을 정확하게 찌르고 있었다.
아니.
생각지 못한 부분이 아니다. 그 역시 강진호가 사라지면 이 모든 사 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강진호의 제거에 성공하는 순간 경직되어 있는 홍왕계와의 관계가 풀릴 것이고, 그 순간부터는 끊긴 지원을 다시 받아낼 수 있었다.
홍왕계의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총회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껄끄러워.’
본능이 외치고 있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더 이상 얽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강진호와는 얽혀서는 안 된다고.
모순, 그 자체인 말이 그의 내부 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건……
“이 현수.”
낮은 목소리.
하지만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경직되는 몸을 느끼며 이현 수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예.”
“아직은 내가 회장이겠지. 그럼 결정권은 나에게 있는 것 아닌가?”
‘빌어먹을 늙은이.’
‘아직은’이라는 말에 내가 너의의도를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저렇게까지 나오는데 반발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습니다.”
“그럼 결정하지.”
김석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부터 체제를 전환한다. 영남 회의 모든 전력을 동원하여 강진호를 추살한다.”
“총회와의 충돌이 있을 겁니다.”
“무시한다.”
“하지만!”
“쯧쯧.”
김석일이 한심하다는 눈으로 이현 수를 바라보았다.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고 상대를 죽이려 하다가는 내가 죽는 법이지.
먹잇감이 크고 먹음직스럽다면, 내 팔을 내주는 각오로 달려들어야 하는 것이야. 알겠나?”
“……예.”
“그럼 그리 알고 진행하게.”
방에서 나가는 김석일을 보며 이 현수가가만히 눈을 감았다.
‘팔을 내준다고?’
상대가 먹잇감이 아니라면 어쩔 텐가.
먹잇감인 줄 알고 달려든 것이 사 실은 그의 목을 노리고 있는 맹수였 다면?
“……목숨이 달아나겠지.”
어쩌면 이 명령이 영남회 파멸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현수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