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1)
마존현세강림기-31화(31/2125)
마존현세강림기 2권 (6화)
1장 – 계약하다 (6)
이사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어떻게 해야 옳다고 보나?” 백영기가 이사들을 돌아보았다. 이사들은 하루아침에 뒤바뀐 처지에 참담한 심정이었다.
황정후가 쓰러진 후, 그들이 바로 사장단에 붙은 것은 아니었다.도무
지 황정후가 일어날가망이 없었기 에 미래를 모색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충심이라고는 하지만가망도 없는 사람을 붙들고 있는 모습이 미련스 러워 보여 몇 번이고 설득했지만, 백영기는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백영기는 사장들의 눈 밖에 나 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나게 되었다. 그들의 선택이 옳고, 백영기가 틀린 듯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모든 선택의 결과가 뒤바뀌어 버렸다.
황정후가 깨어남과 동시에 백영기는
권력의 중추에 서버렸다. 그리고 이 제는 그들의 명줄을 쥐고 있는 것이다.
백영기는 이사들을 둘러보다가 입을 열었다.
“회장님.”
“말하게.”
“이들이 괘씸하게 여겨지시는 것은 당연합니다.”
“ 암.”
황정후는 날카로운 눈으로 이사들을 노려보았고, 이사들을 찔끔하여 목을 움츠렸다.
“하지만 만약 회장님이 깨어나시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흐음……
“이들 역시 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결국에는 재 경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 주십시 오.”
“쯔쯧, 자네는 분하지도 않은가?”
백영기는 환하게 웃었다.
“회장님이 돌아오셨는데 그깟 일이 대수입니까? 회장님의 대업을 위해 서는 이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이들이 없다고 내가 흔들릴 것 같은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조
금 더 귀찮아지고, 조금 더 많은 일을 하셔야 합니다. 이미 한번 쓰러 지셨잖습니까. 이제는 업무량을 줄 이시고 건강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자네 말도 맞군.”
황정후는 이사들을가만히 바라보다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번은 눈감아주겠다.”
“가, 감사합니다, 회장님.”
“하지만 그뿐이다. 나는 실수를 반 복하는 놈을 곁에 둘 생각이 없다. 업무든 그 어떤 분야든 한번의 실 수가 너희의 목을 자른다는 걸 기억 해라.”
“예!”
“나가봐.”
이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우르 르 밖으로 나갔다.
황정후는 그 광경을 지켜보다 백영 기에게 말했다.
“이제 끝났는가?”
“큰 문제는 다 잡았습니다.”
“그렇군……
황정후는 쓸쓸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헛살았어.”
“……”
“잠시 손을 떼버리면 무너질 모래성
을 필사적으로 움켜쥐고 있었을 뿐 이야.”
백영기가 황정후를 위로했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된 것 아니겠습니까? 회장님은 모래성을 철옹성으로 바꾸실 수 있는 분입니다.”
“시간이 있다면 그렇겠지.”
“……회장님?”
황정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자네도 나가보게.”
“예, 회장님. 쉬십시오.”
“ 영기.”
“예, 회장님.”
“만일 내가 내일 깨어 있지 못한다면 회사는 자네가 맡게.”
“회장님!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유언장은 작성해 뒀네. 만일 내게 문제가 생긴다면 자네가 회장일세. 경영은 이사들과 상의하여 전문 경 영인에게 맡기도록 하게. 자세한 것은 유언장에 써두었네.”
“회장님, 그런 약한 말씀은……”
“됐네. 나가보게나.”
“……”
백영기는 문 앞으로 걸어가 깊게 허 리를 숙이고는 밖으로 나갔다.
“고마웠네.”
황정후는 쓸쓸한 눈으로 닫힌 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해가 지고 있었다. 그가 괴인과 약 속한 삼 일째가 지나가고 있었다.
‘아쉽군.’
간사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더니, 침대에 누워서 꼼짝도 못할 때에는 삼 일만 시간이 주어져도 세상에 아 쉬울 것이 없을 것처럼 느껴지다가 막상 삼 일이 주어지자 그 시간이 너무도 짧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모든 것은 완벽히 처리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남은 것은 다음 사람
들에게 맡기면 그만이다. 회사가 명 맥을 유지하게 되었으니, 그가 할 일은 다 한 것이다.
“와 있는가?”
황정후는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말을 걸었다.
그가 미치기라도 한 것일까?
하지만 황정후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주듯이 허공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그렇다.”
황정후는 고개를 돌렸다.
노을이 비쳐 들어오는 방구석에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그가 삼 일 전
에 보았던 괴인이었다.
“시간을 맞춰 오셨군.”
“그러기로 했으니까.”
황정후는 한숨을 쉬었다.
혹시나 했지만 괴인은 그를 찾아왔다. 이제 약속을 지킬 시간인 것이다.
“고맙네.”
“……”
“자네 덕분에 뒤틀린 것을 바로 잡을 수 있었네. 성에 차지는 않지만, 눈을 감을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 같아.”
“그렇군.”
황정후는 굳은 눈으로 괴인, 아니,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럼 내가 뭘 해주면 되겠나?” 강진호가 입을 열려는 찰나, 황정후가 말을 끊었다.
“회사를 달라는 말만은 하지 말게.”
“……”
“회사는 나만의 것이 아니네. 경영을 잘 모르는 자가 맡게 되면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수만의 사원들이 생업을 잃을 수도 있어. 달라는 것은 모두 주겠네. 그러니 제발 이 회사만은 이대로 존속할 수 있게 해주게나. 지분이라면 얼마든
지 주겠네. 그러니 경영에는 손을 대지 말아주게.”
강진호는 황정후를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이제 죽으면 그만이지만, 남은 이들은 살아야 하지 않겠나?” 강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오해가 있었군.”
“……무슨 말인가?”
“첫 번째로 나는 당신이 오늘 죽는 다고 말한 적 없다.”
“그게 무슨 말인가?”
“삼 일의 시간을 달라고 한 건 당신 이었다. 그래서 그러자고 한 것뿐이
지. 하지만 삼 일에 맞춰서 당신을 살렸다가 다시 돌이킬 능력이 내게는 없다. 나는 그저 당신의 병을 고 쳤을 뿐이다.”
황정후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 그럼……”
“당신은 내게 예전같이 삼 일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걸가능케 하는 것은 병을 낫게 하고 원기를 충전시키는 방법뿐이었다. 당신의 병은 지금 다 나은 상태다.” 황정후의 입이 천천히 벌어졌다.
그 말은 죽지 않아도 된다는 뜻 아 닌가.
“대신 한 달에 한번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 달에 한번?”
“그렇지 않으면 혈이 다시 막힐 것이다.”
황정후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회사를 달라고 한 적 없다. 내게 모든 것을 주겠다고 한 것은 당신의 말이었을 뿐, 내가 원 하는 것은 사소한 것이지.” 강진호는 처음부터 재경 그룹 같은 건 노리지 않았다.
우연히 치료한 사람이 황정후였을
뿐, 비슷한 증상의 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치료했을 것이다. 재경 그룹을 손에 넣으면 막대한 돈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신에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감시를 받게 된다.
강진호는 돈과 자유를 바꿀 생각이 없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평범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약간의 재산뿐 이었다.
“한 장이면 된다.”
“한 장?”
“그렇다.”
“……이 황정후의 목숨 값이 고작 한 장이란 말인가?”
황정후가 황당하다는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는 무언가 실수라도 한 것처 럼 얼굴을 찌푸리더니, 슬며시 물었다.
“ 과한가?”
“과, 과해?”
황정후는 어이가 없어 웃어버렸다. 처음에는 악마처럼 보였던 강진호가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능력은 놀랍지만, 꽤 순진하지 않은가.
자신이가진 지분 전부를 달라고 해
도 황정후는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금 그 침대 생활로 돌아가는 것보다야 천배, 만 배 나으니까. 그런데도 겨우 한 장이라니.
“그렇다면 일년에 한 장씩……
“그렇게 하세.”
황정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 보이는 이 남자는 아무래도 경제관념이 별로 없는 모양이었다. 그런 것이야 천천히 고쳐 나가면 되는 것이고, 일단은 원하는 것을 들 어주어야 한다.
물론 그것으로 입을 닦을 생각은 없다.
정당한 일에는 정당한 대가를. 그것이 지금껏 황정후가 지켜온 원 칙이 었다.
“허허허.”
황정후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강진호는 황정후의 반응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돈을 뜯기는 사람이 왜 저리 기분이 좋아 보인단 말인가.
한참을 웃던 황정후가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슬며시 물어왔다.
“돈은 어디로 보내면 되겠는가?”
“……”
“계좌라도 주고가겠는가?”
“계, 계좌?”
“뭘 그리 놀라는 건가? 통장이 있어야 송금을 하든 말든 하지. 아니면 설마 그 돈을 일일이 현금으로 받을 생각이었는가? 매달 그걸 입금하려 했다가는 경찰 조사가 들어올텐데? 어차피 받을 돈, 세금 내고 받으시게. 모자라면 그 만큼 또 챙겨 드릴 테니.”
“ 조사?”
황정후는 한숨을 쉬었다.
“탈세나 불법 자금으로……”
강진호가 흠칫했다.
“그런가?”
“……돈은 내가 알아서 잘 건네주도 록 하겠네. 그러니 돈을 어디로가 져가야 하는지라도 말을 해주게. 그 래야 내가 문제 없이 돈을 줄 수 있을 것 아닌가.” 강진호는 고민에 빠졌다.
뭔가 잘 이해가가지는 않지만, 황 정후의 말이 틀린 점은 없는 듯했다.
하지만 황정후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것은 껄끄러운 일이었다. 우습게도 황정후는 강진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모양 이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당신이 누군지 알아내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 네. 계좌를 추적한다든가, 아니면 현 금에 표시를 해두고 흐름을 찾아낼 수도 있겠지.”
“……”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내가 자네에게 뭘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자네 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나는 다시 그 끔찍한 꼴로 살아야 할 테니, 결코 자네에게 해를 끼칠 수가 없지.” 강진호는 황정후의 말을 모두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 대부분이 사실이라는 것은 인정해야 했다.
적어도 대한민국 안에서는 황정후가 보내준 자금을 그의 눈에 들키지 않게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어디를 말해야 하지?’
집으로 보내오라고 했다가는 부모님 이 상황을 알아버릴 확률이 높았다. 그건 절대 원치 않는 일이었다.
그럼 다른 접점이….
“동명 고등학교.”
“동명 고등학교?”
황정후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고등학교 이름은 왜 나온다는 말인가.
‘그러고 보니……
그동안은 어둠 속에서 나타난 얼굴 이라 몰랐는데, 막상 오늘 보니 눈 앞에 있는 사내의 얼굴이 꽤나 앳되 어 보였다.
‘설마 고등학생이라는 건가?’
그럴 리가 없었다.
지금은 인간이라는 것을 납득했지 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과 계 약하기 위해 악마가 찾아온 것이 아 닐까 생각하던 황정후였다.
그런데 그 악마의 정체가 고등학생 이라니!
“2학년 3반 강진호.”
황정후는 할 말을 잃었다.
대체 이 상황에 어떻게 반웅해야 한 단 말인가.
강진호가 쐐기를 박았다.
“다른 문제가 있나?”
“……아니, 없소.”
황정후는 반쯤은 웃고, 반쯤은 울상 인 된 기괴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 보았다.
“계좌를 만들어 그리로 보내겠네.”
“부탁하지.”
강진호는 천천히 모습을 감추었다. 황정후는 강진호가 사라진 빈 허공
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벨을 눌렀다.
– 예, 회장님.
“조규민 들여보내.”
문이 열리고 조규민이 안으로 들어 왔다.
“부르셨습니까?”
황정후는 조규민을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동명 고등학교 2학년 3반 강진호.”
“ 예?”
“모든 걸 조사해. 집안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아내 와서 보고해라.”
“알겠습니다.”
조규민은의문이 들었지만, 딱히 따져 묻지는 않았다.
그는 시키는 것을 하는 사람이지,의문을가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황정후는의자에 몸을 기댔다.
“단, 조사함에 있어서 신중을 기해 라. 절대로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해 서는 안 된다. 만약 그가 너 때문에 화가 나는 일이 벌어진다면 너는 상 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가 뭔지 알게 될 것이다.”
“ 예.”
조규민은 긴장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황정후의 목소리에 긴장이 묻어났
다. 그건 이 일이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라는의미였다.
“제가 조사해야 할 대상이 누구입니 까‘?”
황정후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이 황정후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사람이다.”
조규민의 심장이 차갑게 식었다.
“더 나아가서는 이 재경 그룹의 운 명을 쥐고 있는 사람이지.”
“알겠습니다.”
조규민은 깊게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갔다.
황정후는 혼자가 되어 넓은 회장실을 둘러보았다. 십여 년이 넘게 지 내며 손때가 묻은 곳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낯설게만 느껴졌다.
‘십 년인가?’
그 정도면 꽤 오래 사용했다.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병상에 누워 그가 느낀 것은 자신이 안주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이라는 이름에, 국내 5대기업 이라는 명분 속에 안주하고 살아가 려 했다.
하지만 죽음을 앞두고서야 과거의 열정이 되살아났다.
대기업이라는 것이, 5대기업이라는 것이 대체 뭐가 중요한가.
중요한 것은 아직 최고가 아니라는 것이고, 더 나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지.”
백영기의 말이 옳았다.
시간이 더 있다면, 그는 이 모래성을 다시금 지어 올려 결코 흔들리지 않는 철옹성으로 바꾸어야 한다. 황정후의 식어버린가슴에 다시금 열정이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