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14)
마존현세강림기-315화(314/2125)
마존현세강림기 13권 (16화)
4장 방문하다 (1)
“누구지?”
이 이른 아침부터 찾아올 사람이 있던가?
황정후가 미간을 좁혔다. 최근 그의 집을 찾아온 이는 두 사란밖에 없다. 수행 비서와 백영기 이사.
수행 비서는 올 시간이 아직 한참
남았고, 백영기는 아침부터 그를 찾 아올 사람이 아니다. 그럼 누구란 말인가.
황정후가 생각에 잠긴 동안가정 부가 먼저 움직였다. 인터폰을 든 그녀가 물었다.
“누구세요?”
황정후는가만히 대답을 기다렸다.
“회장님, 강진호라는 분이랍니다.”
“ 진호?”
황정후가 뜻밖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하다가 허벅지를 쳤다.
“아, 그렇지.”
조규민이 강진호가가까운 시일 내에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고 했다. 별일도 다 있구나 하고 생각을 했는데…….
“나이가 드니 기억력도 깜빡깜빡 하는군.”
기억도 희미하지만, 조금 더 일정을 잡고 찾아올 줄 알았다. 그가 아는 강진호는 이렇게 행동력이 우월 한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뭐 하나를 시키려고 해도 잘 움직이지 않는, 바위 같은 사람이었다.
“들어오라고 해요.”
“예, 회장님.”
현관으로가 조금 기다리고 있자 문을 열고 강진호가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안녕 못하네.”
강진호가 살짝 웃었다.
“잠이라도 설치셨나 보죠?”
“자네 덕이네. 누가 이리 아침부 터 남의 집을 방문한단 말인가.”
“일어나 계실 줄 알았거든요.”
황정후가 인상을 쓰며 비어 있는 강진호의 손을 보았다.
“선물도 안 사 왔나?”
“선물이 필요하실 분은 아니라
서.”
“쯧쯧, 그래도 남의 집을 방문할 때는 선물을 사 들고 와야지. 주스 라도 사 와야 할 것 아닌가.가르칠게 천지로구만.”
가정부는가만히 입을가리고 웃 었다.
황정후가 저리 활기 있는 모습을 보이는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말은 저리해도 아침부터 그를 찾아 온 손님을 무척이나 반기는 것이 눈 에 보였다.
‘이상하네?’
황정후 회장은 젊은 사람들과 딱
히 연을 이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이미 자기 세계가 확고한 노인에게 젊은이들은 미숙하기 짝이 없어 보 일 테니까. 그러니 황정후가 그녀의 아들뻘 되어 보이는 청년에게 저리 격의 없는 모습을 보일 거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들어가도 됩니까?”
“들어오지 말라고 하면 안 들어올 건가?”
강진호가가만히 뒤로 한 걸음 걷 고는 문 쪽으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 갈까요?”
“쯧쯧쯧, 남의 집을 방문해 놓고 물 한잔 안 얻어먹고 그냥가는 것도 예의에 어긋난다는 것 모르는가!”
가정부는 입을 필사적으로 틀어막 았다.
강진호가 그냥 갈까 봐 살짝 당황 한 황정후의 얼굴이 달아오르고 있 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온 길인데, 이왕이면 좀 좋게 반겨주시죠.”
“자네, 좀 많이 능글맞아졌구만.”
“그런 것 같습니다.”
강진호도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황정후는 만감이 교차하는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는 그를 지옥으로 끌고가려는 악마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평범한 청년 같은 모습이었다.
황정후는 미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잘도 적응했군.’
아무것도 모르고 이 세상에 떨어 진 외계인이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뿌둣한 느 낌이 드는 것과 동시에 한 편으로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이제는 내가 딱히 필요하지 않겠 군.’
강진호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 지만, 그동안 황정후는 그를 위해서 많은 것을 해왔다. 그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게도와주고, 그가 하려는 일을 미리 조사하고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중에서가장 황정후가 신경 쓴 것은 사회와 너무 동떨어져 있는 강진호를 사회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조규 민을 옆에 붙였고, 군대를 갈 때도
내부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손을 썼다.
그 모든 것이 강진호를 위한 것이 지만, 막상 강진호가 평범함이라는 옷을 입자 더 이상은 그라는 재단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하나 떠나가는구나.’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느낌보다 그가 점점 세상에 필요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둣한 상실감이 컸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게. 식사는 했나?”
“시간이 좀 이르죠?”
“밥이나 같이 먹자고.”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할 거면 이 시간에 찾 아오지 말지그랬나. 사람 앉혀놓고 혼자 밥 먹으면 목으로 넘어나가겠 나? 아주머니 손이 커서 숟가락 하 나만 더 놓으면 되니까 와서 앉게.”
“어머, 회장님. 제 흉보시는 거예 요?”
“……말이야 바른말이지, 내가 이 걸 어떻게 혼자 다 먹어?”
“그래도 회장님이신데, 격식은 차 려야죠.”
“격식은 얼어 죽을.”
강진호는가정부와 투닥대는 황정
후를 보며가볍게 웃었다.
‘유해졌군.’
황정후가 강진호에게서 두려움과 이질감을 느꼈다는 강진호는 황정후 에게서 칼날 같은 기상을 느꼈다. 그가 더 강하고, 그가 이룬 것이 더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황정후는 그런 강진호조차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한 자신을가진 이였다.
병석에서 막 일어났을 때는 손을데면 베일 것 같은 날카로움만이가 득했는데, 지금은 꽤나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게 꼭 좋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 앉아.”
“예.”
더 이상 거절하는 것도 실례다 싶 어 황정후의 건너편에 앉았다. 황정후가 혼자 쓰는 식탁일텐데도 강진호의 집 네 식구가 쓰는 식탁보다 배는 넓어 보였다.
“식탁이 넓네요.”
“쓸데없이 넓은 거지. 집이 커서 이런 거라도 큰 걸 들여놓지 않으면 황량해 보여. 내가 그래서 집 팔고 작은데로 옮기려고 하는데…… 영
기, 그놈이 죽어라고 안 된다고 하지 않는가!”
“이사님이요?”
“그래. 예전부터 살던 집을 팔고 나가면 안 된다는 거야. 막말로 나 혼자 사는데 이 큰 집이 뭔 필요가 있나? 낭비지!”
“좀 과하게 크긴 하네요.”
“아무래도 말을 한번 더 해봐야 겠어. 집이 크니 한기가 들어.”
“사람이 없어서 그런게 아니구 요?”
“그러니 옮겨야지.”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이자
찌개가 날라져 왔다. 수저 한 세트를 받은 강진호가가만히 황정후가 수저를 뜨길 기다렸다.
“왜 안 먹나?”
“어른이 먼저 드셔야죠.”
“큭큭큭큭.”
황정후가 배를 잡고 웃었다.
“내 살다 살다 이렇게 재미있는 농담은 처음 들어보는군. 어른이라니!”
황정후가가만히 강진호를 바라보 았다.
“내 하나 물어도 되나?”
“ 얼마든지요.”
“누가 연장잔가?”
강진호가 고민에 빠졌다.
“ 연세가?”
“일흔이야 넘었지.”
“음, 그럼……”
강진호가 고민하는 듯하자 황정후가 손을 내저었다.
“됐네. 여기까지 하지.”
“ 예‘?”
“들어봤자 내가 그리 이득 볼 것 같지 않구만. 그래도 나이로라도 먹 고 들어갔는데, 여기서 괜히 형님 하나 모시고 싶은 생각 없으니 지금 처럼 지내자고.”
“뭐, 그러셔도 됩니다.”
“……그래도 좀 켕기기는 하니까 반말하고 싶으면 반말하고.”
“괜찮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잘만 하더니, 그 새 예의라는게 생겼나 보구만.”
강진호가가만히 웃었다.
처음 봤을 때와 달라진 것은 그뿐 만이 아니었다. 황정후 역시 처음의 그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사람이야 변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식사하자고.”
황정후가 수저를 들자 강진호도가만히 수저를 들었다.
“그래, 무슨 일이야?”
“딱히 이유가 있어서 찾아온 건 아닙니다만……
“거짓말은 전혀 능숙해지지 않았 군.”
황정후가 커피를 후루룩 마시고는 다시 내려놓았다.
“자네가 나를 찾아올 이유가 뭐가 있는가. 이제는 내가 필요 없는 사람인데.”
“……”
“뭔가 이유가 있으니 찾아왔겠지. 평소에 나와 놀던 사람도 아니고 말
이야.”
“놀아드립니까?”
“됐네! 자네랑 놀다가는 내 뼈마 디가 다 부러질 거야.”
“그 정도야 배려해 드리죠.”
“됐네, 됐어. 용무나 말하게.”
“음……”
강진호 역시가만히 커피를 한 모 금 마셨다. 그러고는 황정후를가만 히 바라보았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가?”
“……조금 전에 제 나이를 물어보 셨죠?”
“이제 와서 형 취급 해달라고 하
면 나도 곤란해.”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부 터 할 이야기에 대해서는 지금의 제가 아니라 인생의 선배가 하는 말이 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황정후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말해보게.”
강진호가가만히 황정후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외롭지 않으십니까?”
가감 없이 찔러 들어오는 강진호의 화법에 황정후가 순간 당황한 둣 얼굴을 붉혔다. 다른 이들에게 알리
고 싶지 않은 치부가 대로변에 늘어 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외롭기는. 그런 건 어린놈들이나 느끼는 거지. 내가 이 나이에 외로 움을 느낄 일이 뭐가 있겠는가?”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면 무뎌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감정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일정 부분에서는 젊을 때 이상으로 민감해지기도 하죠. 외 로움, 향수, 그리고……
“됐네.”
황정후가 강진호의 말을 끊었다.
“그런 이야기는 정신과에가서 카
운슬링을 받아야 할일이지, 자네에게 털어놓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우울증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게.”
강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쯧.”
강진호가 뭔가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자 황정후가 앞 포켓에서 담배를 꺼내가만히 내밀었다.
“네?”
“피워. 내 집인데 뭐 어때.”
“괜찮습니다.”
“왜? ‘형님 한 대 피우십시오’ 해야 피우겠는가?”
“……피우죠.”
강진호가 황정후에게서 담배를 받 아들고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불을 붙였다. 강진호가 담배를 물자 황정후도 담배를 물었다.
순식간에 거실 전체로 뿌연 담배 연기가 피어올랐다.
“외로움이 라……
황정후가 조금 씁쓸하게 웃었다.
“외롭다기보다는 아쉬운 거지.”
“아쉬움?”
“그래, 아쉬운 거지.”
황정후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정말 쉴 새 없이 달려온 사람이야. 이만큼의 성공을 했다고 자 부하지는 않네. 하지만 한가지는 정말 자부할 수 있지. 나는 정말 열 심히 살아왔네.”
강진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성공을 이루었다는 것만으로 세인들의 존경을 받을 수는 없는 노룻이다.
황정후는 다른 이들이 쉽게가는 길을 굳이 어렵게 걸은 인물이었다. 때로는 어리석다고 손가락질을 당하 고 비웃음을 당했지만, 꿋꿋하게 정도를 걸어왔다.
그렇기에 지금의 재경이 있는 것이다.
재경보다 큰 회사는 대한민국에 몇 개나 있지만, 재경만큼 존경을 받는 대기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느끼게 되더군. 나는 더 이상 달릴 수가 없는 거야.”
“음…..”
“단순히 체력이 떨어지고 있는게 아니야. 생각이 낡아가는 거지. 내가 생각한 방향으로 일이 잘 움직이지 않더군. 그리고 젊은 녀석들의의견을 따랐더니, 그 부분이 고쳐지더란
말이야.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제 때가 온 거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네. 다 만…… 아쉬운 거지. 내 평생을 이 곳에 바쳐 왔는데, 이제 내가 이곳 에 필요 없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이 아쉽고, 또 아쉽고……
황정후가 말끝을 흐렸다.
“세상에 명예로운은퇴 같은 건 없는 거야. 현역에서 펄펄 날 수 있 다면 누가은퇴 같은 걸 하겠는가. 밀려난다는 말을 곱게 포장하면은 퇴가 되는 거지.”
씁쓸한 황정후의 말이 거실을 조 용히 울렸다.
강진호의 눈에 황정후가 더없이 작아 보였다. 세상을 뒤흔들던 거인은 몇 년 사이에 이리 작아져 버린 것이다.
그에 강진호는 결심을 굳혔다.
“얼마 전에……”
“……응?”
“아드님을 만났습니다.”
황정후의 얼굴이 돌처럼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