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19)
마존현세강림기-320화(319/2125)
마존현세강림기 13권 (21화)
5장 받아치다 (1)
이제 와 말하는 것이지만,의외로 강진호는 쇼핑을 싫어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 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것은 인간이 라면 다가지고 있는 습성이다. 그 정도가 덜한가, 더한가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과거 중원에서도 그랬다.
무(武)가 아니면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을 것 같은 무인들조차 자신의의복의 색은 쉽사리 바꾸지 않았 고, 좋은 병기가 있다면 앞뒤를가 리지 않고 얻기 위해 노력했다. 그 중에는 물불을가리지 않는 이도 있 었다.
현대의 아이템에 대한 집착이 그 시대에는 현실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강진호 역시 그런 습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처음 적루를 넣었을 때, 얼마나
뿌듯했던가.
적루를 처음 손에 잡았을 때, 착 감기던 그 감촉이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였다.
게다가 차를 고를 때도 나름 재미를 느꼈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강진호는 쇼핑을 싫어하지 않는게 분 명했다.
그럼에도 강진호가 어머니나 강은영과의 쇼핑을 지옥처럼 느끼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지속해야 한다는 고통 때문이었다.
똑같은 두 개의 치마를 들고 어느 쪽이 더 예쁜가를 논해야 한다는 것
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강진호는 긴 치마와 짧은 치마의 기능성을 논할 수 있는 수준은 되지만, H라 인 스커트와 A라인 스커트의 심미 성에 대해서는 세 살 아이보다 지식 이 없었다.
더구나 더욱 그를 고통스럽게 만 드는 것은 ‘어느 쪽이 더 나은가’에 대한, 질문은 있지만 그에 대한 대 답이 그들의 결정에 단 0.01%도 영 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이해할 수 없고, 영향력을 끼칠 수 없으며, 고려되지 않는 것에 대해 몇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고민해
야 한다는 것은 정신 고문에가깝다.
그런의미에서 이번 쇼핑은 강진호에게 있어서 그리 나쁘지 않은 쇼 핑이었다.
아무리 강진호가 쇼핑에는 문외한 이라 하더라도 TV가 뭔지는 알고, 세탁기가 뭔지는 아니까.
하지만 문제는 지금 그가 함께 쇼 핑을 하러 온 사람은 강진호도 아는 기본적인 상식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고객님, 이 TV는 이번에 나온 신제품으로, 곡면 화면이 화면에 대
한 집중력을 키워주는 제품으로.”
“뭐야? 이거 왜 휘었어?”
“휜게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만든 겁니다.”
“평면으로 보여줘요.”
“이, 이게 더 좋은 제품입니다.”
‘더 좋은 거라잖아.’
“ 이봐요.”
최연하가 다리를 살짝 들었다가 바닥을 강하게 내리밟았다. 평소처 럼 하이힐을 신고 그런 동작을 하면 바닥이 쾅, 하고 울리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최연하가 신고 있는 것은 국민템이라고 할 수 있는 삼디다스
운동화였다. 그것도 시장표.
찰팍거리는 효과음에 조금 당황한 최연하이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고 말했다.
“평면으로 보여 달라는 내 말 못 들었어요?”
“아닙니다! 고객님, 이쪽으로가 시죠.”
기겁을 한 점원이 최연하의 앞에 서 허리를 접은 채 이동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강진호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자 신이 저런 대접을 받기 위해서 사용 한 돈과 최연하가 쓴 돈의 차이는
극심했다.
하지만 최연하는 아직 많은 돈을 쓴 것도 아니고一 결제를 한 것도 아님에도 점원들이 제 알아서 몸을 숙이게 만드는 포스를 뿜어내고 있 었다.
저렇게 입고 말이다.
‘타고났네.’
보통 사람은 평생을 교육받는다고 해도 결코 낼 수 없는 분위기를 꽃 무늬 남방과 몸빼바지를 입고 뿜어 내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런데 TV가 꼭 있어야 합니까?”
최연하의 고개가 획 돌았다.
검은 선글라스 안의 눈이 커다랗게 커진 모습이 강진호의 눈에 들어 왔다.
“강진호씨.”
“네?”
“강진호씨가 미디어라는 것에 관 심이 없다는 것은 충분할 정도로 잘 알고 있는데요, 보통 사람들은 미디 어를 봐야 해요.”
“ 굳이……
“남자는 몰라도 여자애들은 어제 화제가 되는 드라마를 안 챙겨 보면 말도 잘 안 통해요. 그게 자기가 다
른 일을 하다가 놓치는게 아니라, TV를 제대로 볼 수 없어서 놓치는 거라면 얼마나 속이 상하겠어요? 안 그래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았다. 순간 말문이 막힌 강진호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본 최연하가 고개를 휘 휘 저었다.
“강진호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아요. 강진호씨는 자연인이나 다 름없는 사람이라 지금 주변을 장식 하고 있는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다 벗어던진다고 해도 지금처럼 살 수
있겠죠.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안 그렇거든요. 그냥 못하니까 참는 거 지, 할 수 있다면 남들 하는 건 다 해보고 싶은게 사람들이에요. 무슨 소린지 알겠어요?”
“예, 알겠습니다.”
논리와 명분에서 학살당해 버린 강진호가 흐물흐물해졌다.
“크흐흐흠, 옳으신 말씀입니다.”
누구에게 비벼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점원이 강진호에게서 완 전히 등을 돌려 버리고는 최연하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일단 평평한 TV로. 방이 몇 개
더라? 애들 방에는 안 들어갈 테니 까, 너무 큰 거 말고 적절한 사이즈 로 보여줘요.”
“아, 방방마다 넣으시는 모양이네 요. 그럼 이 모델은 어떻습니까. 30 인치 중에서가장 잘나가는 모델인데.”
“저기요.”
“ 네?”
“30인치로 TV 보면 뭐가 보여 요?”
“40인치는 되어야지. 더 큰 거!”
“예, 고객님! 지당하십니다!”
강진호는 하염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최연하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기관 차처럼 폭주했다. 세탁기와 전자레 인지, TV와 청소기까지 구비한 최 연하가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1층의 휴대폰 매장이었다.
최신 휴대폰 50대를가져오라는 말에 기겁을 한 점원이 주변 매장에 전화를 돌려서까지 50대를 맞춰왔다.
“이것이 최신폰입니다.”
“이거 국산이죠?”
“……구, 국산이긴 한데?”
담당자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고객님, 휴대폰은 국산이 제일 좋 습니다? 다른 나라도 다 한국산을 씁니다?
이 사람이 정말 국산폰을 무시해 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아니면 사 과 모양 폰을 찾는 것인지를 깔끔하게 알아채지 못한 담당자의 이마에 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음, 이건 취향 문젠데……
“그, 그렇습니다. 선호하는 폰이
보통 이 둘 중 하나죠.”
“그런데 애들한테 물어보고 오지를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 네. 음……
최연하가 머리를 살짝 긁더니 고 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 러고는 대놓고 ‘저 인간에게 물어봤 자 아무런도움이 안 되겠지’라는 얼굴로 획 돌더니, 어디인가로 전화를 걸었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전화를 마친 최연하가 이제 모든 것이 해결되었 다는 얼굴로 상큼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거도 50개 준비해 주세요.”
“고객님, 그럼 총 휴대폰이 100개가 됩니다만?”
“네. 그중 50개는 반품할게요.”
“예‘?”
“박스 안 까면 되는 거 아니에 요? 50개씩 깔아놓은 뒤 고르라고 하고, 남은 건 다시가져오면 되죠. 무슨 문제라도?”
기계 100개를 준비하고 직접 방 문하여 50대를 팔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대한 계산을 순간적으로 마친 담당이 너무도 화사한 얼굴 로 웃으며 대답했다.
“문제가 있으면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오케이.”
최연하는 충분히 밥을 먹고 만족 한 고양이처럼 갸르룽거렸다.
“그럼 고객님, 결제는?”
“여기요.”
최연하의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 이 나온다.
“아니, 제가……
강진호가 카드를 꺼내려고 하자 최연하가 눈살을 찌푸리고는 자신의 카드를 점원에게 건넸다.
“결제해 주세요.”
“예‘?”
점원이 살짝 최연하의 눈치를 봤다.가격이 만만한 것도 아니고, 보 통 이렇게 남자와 여자가 서로 계산 하겠다고 나설 때는 여자가 못 이기는 척 남자에게 계산을 넘기는 경향 이 있지 않은가.
“뭐하세요?”
“아……” 네.”
하지만 최연하는 단호했다.
“내가 쇼핑하는 걸 왜 강진호씨가 결제해요?”
“아이들한테 쓰는 거니까요.”
“아이들에게는 나만 돈을 쓸 수
있다는 그 마인드가 좀 미묘하네요. 그리 애들을 위한다 싶으면 평소에 좀 잘하세요. 쌀 나르고, 창고 문 고치는 일 정도야 할 사람 많잖아 요. 람보르기니 타고 다니는 사람이 자기가는 보육원 애들 옷이 다 해 지고 있는데, 그걸 보고도 그러려니 하고 있어요?”
“몰랐습니다.”
“관심이 없는 거지.”
최연하가 딱 잘라 말했다.
“걱정 말아요. 나도 생색낼 생각 없으니까. 이 정도 썼다고 생색낼 자격 없다는 것 알아요. 내가 오늘
쓴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정말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이 조금씩 모 아서 낸 후원금만 한가치는 없다는 것 알아요. 그냥 기분이나 내는 거니까, 그냥 냅 둬요.”
“예.”
최연하가 만족했다는 듯이 기지개를 쭉 켰다.
“그럼 다음은 애들 옷을 사 줄까?”
“ 아뇨.”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제가 할 테니 내버려 두세요.”
“강진호씨가요? 그쪽으로는 별로 같은데……
“편히 쇼핑하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흐응.”
강진호가 재경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떠올린 최연하가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세요.”
고개를 돌린 최연하가 환히 웃었다. 마스크에가려져 보이지는 않겠 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 얼굴 그대로 최연하가 점원을 보며 말했다.
“준비 끝났죠? 출발하면 되나요?”
“고객님, 아직 준비가……
“아직?”
“그, 금방 끝내겠습니다.”
“네. 뭐, 그럼 배송해 주세요. 휴 대폰은 저녁에 애들 다 들어와야 하니까 열 시까지 와주시고, 개통까지 알아서 해주세요.”
“예, 고객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 참고로……
“네?”
“이쪽 아저씨는 사고 나면 그냥 끝이지만, 나는 그런 것 없어요. 배 송이라든가 설치라든가, 또는 서비
스가 좀 부족하다 싶으면 전부 다 반품시키고 옆 매장가서 다시 살 테니까 알아서 해요.”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확언하는 점원과 그 뒤에서 열의를 불태우는 점장을 보니, 확실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최연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 강진호씨.”
“네.”
“강진호씨가 찾아가서 하루 놀아 주고 잡일해 주는 것의 몇 배를 내
가 해줬다는 거 인정하죠?”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원장이 나 보육원을 운영하는 이들이 오늘의 강진호와 최연하 중 누굴 선택할 것인가를 역으로 생각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그렇죠.”
“그럼 강진호씨가 오늘 해야 할 일을 내가 해준 거라고 생각해도 되 죠‘?”
“미묘하게 다르기는 하지만, 그렇 다고 해도 되겠죠.”
“그럼 강진호씨가 오늘 보육원
간다고 나랑 안 놀아주면 되겠어요, 안 되겠어요?”
“커피.”
“네?”
“커피 한 잔 쏴요. 오래 잡아두고 싶은 생각 없으니까. 지금 내가 한 것만 해도 강진호씨가 내게 커피 한 잔 사 줄 이유는 될 것 같은데요? 아닌가요?”
……차고 넘쳐서 문제다.
조금 전 결제를 꼭 자신이 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호가 깊이 한숨을 쉬었다.
“가시죠.”
“우선은 보육원으로.”
“어째서요?”
최연하가 살짝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강진호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 꼴로 카페가서 커피 먹느니, 혀 깨물고 죽을래요.”
진심이 느껴져 순간 소름이 돋은 강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