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22)
마존현세강림기-323화(322/2125)
마존현세강림기 13권 (24화)
5장 받아치다 (4)
“내가 내 아들들을 다시 교육시킬 수 있겠는가?”
예상했던 질문이다.
이 상황에서 나올 말이 무엇인지 예측하지 못할 만큼 조규민은 눈치가 없지 않았다. 이미 황정후가 무
엇을 물을지도 알고 있었고, 모범 답안까지 준비해둔 상태다.
조규민은 심호흡을 하고는가만히 입을 열었다.
“안타깝지만,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황정후는 표정 변화 없이가만히 조규민의 말을 들었다.
“활달한 아이를 침착하게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부모는 보 통 아이를가르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간다고 생각하기 마 련이지만, 실제로 아이는 그저 제 태어난 대로 자라는 것이고, 부모는
환경과 교육을 제공할 뿐입니다. 교 육을 통해서 다듬을 수는 있겠지만, 천성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요. 어린 아이조차도 그럴진대 나이가 들 만 큼 든 이들을 입맛에 맞게가다듬는 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역시나 그런가.”
“아마 한동안은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고생을 했을 테니까요. 회장님의 비호가 없는 자신들이 얼마나 무 능력한가를 느낀다면, 한동안은 회장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려고, 아니, 사람처럼 보이려고 노력하겠 죠. 하지만 그건 회장님이 살아 계
실 때까지입니다. 회장님의 사후에도 그분들이 과연 달라진 모습을 유 지할까요?”
황정후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이기도 하고, 듣고 싶은 말이기도 했다.
누구보다 냉철하게 말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우습게도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그에게 감정 없이, 아무런가감 없이 말을 해줄 수 있 다 싶은 사람이 바로 조규민이었다.
“그럼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군.”
“여기까지는 제가 준비한 대답입
니다.”
“음?”
“그리고 한마디를 더 드리자 면……
조규민의 입이 살짝 달싹거렸다.
‘꼭 한마디를 더해서 화를 자초한 단 말이야.’
이 빌어먹을 천성을 어떻게 좀 해야 하는데, 손해라고 생각되면 입을 닫고 외면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도 무지 그게 안 된다. 성격도 참 이상 하지.
“그럼에도 저는가능할 수도 있다 고 봅니다.”
“말이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준비한 말이 아닌 겁니다.”
“어째서가능할 수도 있다는 거 지?”
“그 일을 하시는 분이 회장님이시니까요.”
“……그게 무슨 소린가?”
“간단합니다.”
조규민이 조금은 건들건들하게 추 임새를 넣으며 말했다.
“황정후 회장님이 자식 교육을 하 신다는데, 그게 안 될 리가 있겠습니까? 자식 하나 잘 키우는게 아
무리 어렵다고 해도 재경을 세우는 것만 하겠습니까? 마음먹고 하신다 면 당연히 하실 수 있지요. 아니, 해내셔야 합니다.”
“뭔 쓸데없는 소리를.”
황정후가 피식 웃고 말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가 했더니, 영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구만.”
“아뇨. 이거, 중요한 일입니다.”
“응?”
“회장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후세 사람들이 회장님을 평할 때, ‘그 대 단하던 황정후도 자식농사만은 어쩔 수 없었다’라고 평하게 될 겁니다.
자존심이 상하지 않으십니까?”
황정후의 이마가 살짝 꿈틀했다.
“회장님이 이제 와 대통령에도전 할 것도 아니고, 슬슬 평판 관리도 하셔야죠. 그런데 이게 지금까지 회장님의 인생에 있어서가장 큰 실패 란 말입니다. 그리고 만회할 수 있는 기회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자네는 확실히 그건 있는 것 같 아.”
“무슨 말씀이신지……
“사람을 열 받게 하는 재능이랄까? 강진호가 나더러 외로워 보인다
고 했을 때는 씁쓸한 심정이었는데, 자네 말을 듣다 보니 열이 받는군.”
“그럼?”
“아직은 몰라.”
황정후가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쉽지 않은 일이고, 명분도 없는 일이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어. 그런데도 해야 할까? 내 마음이 아직 움직이질 않아.”
황정후가가만히 조규민을 보며 물었다.
“어찌 생각하나, 내가 만약에 그 말종 놈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준다고 하면?”
“별걱정을 다 하십니다. 회장님, 저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 오?”
“세상에는 퇴사라는 좋은 방법이 있잖습니까. 제 경력에 설마 어디가서 밥 못 먹고 살겠습니까? 저는 깔끔하게 회사를 때려치우고 제 살 길을 찾을 테니, 제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망할 놈 같으니.”
황정후가 허허 웃으면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인생의 유일한 오점이라……
강진호의 말보다는 이 말이 좀 더
와닿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 말 이 좀 더 명분이 있었다.
“만약 하게 된다면 방법을 상의해 줄 텐가?”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저는 그 분들에 대한 원한이 확실하기 때문 에 감정이 실릴지도 모릅니다.”
“환영하는 바네.”
“그러시다면 뭐……
조규민이 입맛을 다셨다.
‘꼭 한마디 더해서 일을 만든다니 까.’
조규민이 고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보았다.
‘이제 됐습니까?’
이 이야기를 들으면 이미 관심 없는 화제라는 듯이 그저 고개를 끄덕 이고 말 강진호가 떠올랐다. 하지만 조규민이 상상으로 그려낸 강진호의 입꼬리는 살짝 말려 올라가 있었다.
‘충신 났다니까, 진짜.’
조규민이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꺼 내 물었다.
“사장님, 이 정도면가게는 안정 이 된 것 같은데요?”
“그러네요.”
강진호는 매장에 꽉꽉 들어찬 손 님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생각해보면 참 많은 트러블이 벌 어진가게다. 다른가게였으면 열 번은 더 홍했어야 하는 거대 이벤트 들이 줄줄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적자에 시달렸다는 것만 보더라도 이가게가 얼마나 정상적이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 곳을 정상화시키다니.
“고생 많으셨어요.”
“별말씀을요.”
정수연이 빙그레 웃었다.
“애초에 기본적인 베이스는 다 되 어 있는 곳이었어요. 그런 곳에 숟가락만 얹은 건데요, 뭐.”
“그 숟가락이 없어서 망할 뻔했 죠.”
“사장님이 다 잘해주신 덕이죠, 뭐.”
“여하튼 고생하셨어요.”
“네.”
서로를 보며가볍게 웃는 둘이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훈훈한 광경이지 만…….
“지랄한다.”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칼날 같은 목 소리에 강진호가 움찔했다. 고개를 슬며시 돌려보니 주영기가 얼굴에 ‘심술’이란 두 글자를 써놓은 얼굴 로 강진호를 보고 있었다.
“또 왜……
“사장이 천 날 만날 처 놀러 다니는 와중에 열심히 일한 직원들이 잘 해준 거지.니가 뭐했다고.”
강진호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최근 박유민은 주영기를 팩트 폭
격기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워낙 인정사정이 없다 보니, 그가 지나간 곳은 멘탈이 터진 사람들만 이 남는다고 한다.
“내가 아니라 수연 씨가 열심히 했으니까.”
“그럼 수연 씨 뽑아온 박유민이나 주방 볼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 최연하 씨가 수고한 거지,니가 뭘 했다 고 수고했다는 말을 듣냐?”
“……죄송합니다.”
“여하튼, 사장이라는 놈이.”
혀를 쯧쯧, 차며 홀로 향하는 주 영기를 보며 강진호가 씨익 웃었다.
‘제일 고생한 건 영기지.’
이런 쪽으로는도통 감을 잡지 못 하는 강진호와 순하고 착하기만 해 서 시킨 일만 열심히 하는 박유민을데리고가게를 운영한다고 고생한 사람이 주영기였다.
입으로는 항상 불만이 많았지만, 막상 강진호가 자리를 비워도 잔소 리나 한번 하고 그 자리를 완벽하게 메워준 사람이 주영기다.
가끔 보면 강진호의가게에 주영 기가 얹혀 있는 것이 아니라, 주영 기의가게에 강진호가 얹혀 있는 느 낌마저 들었다.
“영기야.”
“응?”
“너, 그 매니저 일은 어떻게 됐 냐?”
“아, 그거?”
주영기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짤렸어.”
“어?”
“출근을 안 하는데 누가 받아주겠 냐? 한 반년 쉬고 온다고 했는데, 얼마 전에 전화 와서 계속 쉬면 된 다더라.”
“헐..
강진호가 충격받은 얼굴로 주영기를 바라보았다.
‘생각해 보면 그게 상식적인 일이 기는 하지만.’
주영기가 워낙 자신만만하다 보니 다른 수라도 써놓고 나왔는가 싶었다. 하기야 회사를 안 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게 어디 있겠는가. 그런 방법이 있다면 대한민국에 출근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냐?”
“뭘 어떻게 해. 그거도니가 한번 해보라고 해서 발 잠깐 담근 거 지.니 동생 일 아니었으면 내가 그
런 일 하겠냐. 꺅꺅거리는 여자애들 이나 기집애처럼 생김 사내놈들 태 워 다니면서 저글링처럼 몰려드는 애새끼들 밀어내는게 뭐 대단한 일 이라고.”
“말이 좀 그러네.”
옆을 지나던 박유민이 툭 던졌다.
“그 일로 먹고사는 사람도 있어.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 거야.”
“나랑은 안 맞다는 거지.” 주영기가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가오가 있어야 하는 법이야. 형이랑 그 일이 맞겠냐? 나는 뭐라고 해야 할까,가만히 있어도
폼이 절로 나는 그런 일을 하고 싶은 거지.”
“웅. 내가 보기에 네 천직이 있기는 있어.”
“뭐? 뭔데.”
“피자집 점장.”
“……이 새끼.”
박유민이 낄낄거리며 주방으로 향 했다.
“그런데니가 하던 일 중에는 이게 제일 어울리기는 한다. 적성에도 맞는 것 같고. 넌 어차피 성격 때문 에 남 밑에서는 일 못하잖아. 그럼 자영업이 답인데,의외로 꼼꼼한 면
이 있어서 이런 일도 잘 맞을 것 같다.”
“이게 제일 잘 맞다고?”
“제일 잘 맞는 건 마약 밀매나 무 기 밀매 같은데, 그것보다야 이쪽이 나아 보이니까.”
“잠깐 밖에서 나 좀 보자.”
“싫은데.”
“잠깐이면 된다. 새끼야, 내가 오 늘 마른하늘에 별을 보여주마.”
“넣어둬, 넣어둬.”
주영기와 박유민이 투닥거리면서 주방으로 들어가자 강진호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나쁘지 않은데?’
박유민은 농담으로 한 말이겠지 만, 농담 속에 뼈가 있다고…… 강진호가 보기에도 주영기는 이런 일을 잘할 것 같았다. 추진력이 있으 면서도 그 추진력 속에 꼼꼼함이 있다.
게다가 자신이 당해본 것이 있어 서 아랫사람을 괴롭히지도 않는다. 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보육원 아이들이 주영기를 특히 따른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손님을 직접 대면하는 일은 그리 즐기지 않는 것 같지만, 어차피 점
장이라는 자리는 홀을 보기 위해서 있는 자리가 아니니 별문제가 될 일은 없을 테고.
‘진짜 괜찮은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주영기와 잘 맞았다. 그리고 강진호는 이미 주영 기의 힘을 보지 않았는가. 박유민과 강진호만 이곳에 있었다면 이가게는 망해도 벌써 망했을 것이다.
‘이야기를 한번 해봐야겠네.’
강진호가 복학을 하고 나면 이가게를 봐줄 사람이 없다. 그동안은 복학하기 전에 맞추어가게를 매각 하고 빠질 생각이었다. 나름 정도
들고 해서 그 점이 항상 아쉬웠는데, 만약 주영기가가게를 맡아준다 면 그보다 좋은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중요한 것은 주영기가 과연 이런 일에 관심이 있는가일 테니, 시간을 잡아 말을 한번 해봐야 할 것이다.
“잘할 거 같은데……
“네‘?”
“아뇨, 아닙니다.”
강진호가 살짝 얼버무리고는 자리 에서 일어났다. 손님이 일어나고 있 었다. 박유민이 주방 안에서 그 모 습을 보고는 카운터로 뛰어갔다. 강
진호는 트레이를 챙겨 들고는 식탁을 치우러 일어났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처음 보는 중년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 강진호라는 사람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