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27)
마존현세강림기-328화(327/2125)
마존현세강림기 14권 (4화)
1장 선언하다 (4)
“왜 안 나와?”
최연하는 손톱을 잘근잘근 씹었다.
대책 없이 강진호의가게 앞에도 착하고 나서야 근본적인 문제점에 생각이 미쳤다.
‘친구들이랑 같이가버리면 어쩌
지?’
강진호가가게 문을 닫고 나와서 친구들과 같이 차를 타고가 버리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예전이라면 태연하게 차를 타려는 강진호를 불러서 용무를 볼 수 있었 겠지만…….
‘지금은 못하겠어.’
괴이한 일이지만,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태연히 저지르던 일들에 창피함이라는 것이 어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강진호를 불러내는 모습을 그의 친구들에게 보인다면, 최연하
는 여배우 최초 수치사로 사망한 이 로 역사에 남을지도 모른다.
‘아니, 오히려 그게 나을 수도 있는데……
대책 없이 이곳까지 오기는 했지 만, 막상 강진호의 앞에 나서려고 하니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내가 왜 왔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뭔가 잘못되 어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이곳까지 와 있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하는가를 고 민하고 있을 때,가게 안의 불이 꺼
지더니 네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아, 안 돼.’
네 사람이라는 것이 불안하다.
강진호와 주영기에게 차가 있으니, 두 사람씩 나눠 타고가버릴 확 률이 높았다.
까득.
손톱을 꽉 깨문 최연하가 긴장된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았다.가게 옆 쪽에 대어져 있는 차에 강진호를 제 외한 세 사람이 타는 모습이 보였다.
‘됐어!’
소리 없이 주먹을 꽉 움켜쥔 최연
하를 아는지 모르는지, 강진호가 출 발하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차가 멀리 사라진다 싶어 보이자 최 연하가 차 문을 열고 내렸다.
“후웁!”
이상하게 심장이 좀 떨리는 것 같 아서 심호흡을 해가슴을 진정시킨다.
‘오버하지 마.’
이틀 전에 본 사람이다. 그런데 그사이 뭐 대단한 일이 있었다고가 슴이 떨리겠는가.
이건 뭐라고 해야 하나, 암시 효 과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런 것이
틀림없었다.
“크흐흐홈.”
강진호가 등 뒤에서 들려오는 헛 기침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음?”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최연하를 발 견한 강진호가 살짝 눈을 크게 떴다.
“최연하 씨?”
“흐흐홈!”
최연하가 다시 헛기침을 했다.
기회를 포착했다 싶어서 생각 없 이 나오기는 했는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게는 문 닫았는데요?”
“아, 아뇨.가게 온 거 아니에요.”
“……남은 피자가 없는데.”
“피자 먹으러 온 거 아니에요.” 말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럼 어쩐 일로?”
최연하의 머리가 필사적으로 이유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야밤에 사람을 찾아왔는데, 그 찾아온 이유를 댈 수 없는 상황이다.
“내가 요즘 그쪽 때문에 마음이 좀 싱숭생숭해서 얼굴 보면 확실히 정리가 될까 싶어 와봤어요’라고는 죽어도 말 못해!’
최연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 기 시작했다. 이건 자존심 문제다.
“아…… 지나가던 길에 그냥 잠깐 들렀어요.”
“그러세요?”
‘그럼가던 길이나 마저가지, 왜 여기 빤히 서서 사람을 잡고 있느 냐’라는 눈빛이 최연하에게 꽂힌다. 강진호가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최연하 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차, 차가 고장이 나서요.”
“ 네?”
“근처에서 차가 고장이 났다구요.
그래서 집에 못가고 있었어요. 저 좀 태워주시면 안 될까요?”
최연하가 주먹을 꽉 쥐었다.
‘완벽해.’
이 밤에 순간적으로 생각해 낸 변 명치고는 아주 적절했다. 이걸로 자 연스럽게…….
“보험사 불러 드릴까요?”
“……네?”
“차가 고장이 났으면 고쳐야죠. 보험 부르면 된다고 하던데.”
“아, 아니요! 이 밤에 그럴 수는 없죠. 그냥 차 대놓고 집에 갔다가 내일 고치러 올 거예요.”
“그럼 택시 잡아드려요?”
“ 택시요?”
“네.”
최연하가 기겁을 하여 손을 내저 었다.
“아, 안 돼요!”
“왜요?”
“연예인이 택시 타면 불편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에요. 택시기사님 이 알아보시고 행적이 밝혀지거든 요. 제가 밤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 다가 들어왔다는게 사람들에게 알 려지면 괜히 스캔들 터져요.”
지금이 무슨 조선 시대도 아니고,
그럴 리가 없었다.
하지만 최연하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변명을 하는 중이었다.
“으음….”
강진호가 고민하는 듯하자 최연하가 소리를 빽! 질렀다.
“그냥 좀 태워주면 되지! 밤에 혼 자서 끙끙대고 있는 여자 집까지 모 셔다 주는 에티켓도 없어요?”
“사실 그게 어렵지 않기도 하면서 좀 어려운 상황이라서요.”
“왜요?데이트라도 하러가요?”
“그게 아니고……
강진호가 난감하다는 듯 한숨을
쉬더니 몸을 돌렸다.
“잠시만요.”
“……네?”
강진호는 마저 대답을 해주지 않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쌔애앵.
낮은 파공음과 함께 지하에서부터 강진호가 솟구치듯 올라왔다.
“ 엥?”
최연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뭐예요?”
“자전거죠. 금동이라고 합니다.”
“웬 자전거?”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대답 했다.
“예전에는 많이 타고 다녔는데, 최근에는 차에 익숙해지다 보니 너 무 안 타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한 동안은 자전거로 출퇴근하기로 했습니다. 차가 있었으면 모셔다 드렸을텐데, 보시다시피 이걸로 모셔다 드 리기는 좀……
안타깝다는 얼굴을 하는 강진호이 지만, 어쩐지 조금도 안타까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되레 피할 방법을 찾아내 다행이라는 듯이 개운해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다.
‘열 받는데, 이거?’
무려 자신이 밤에 찾아왔는데 귀 찮아 죽겠다는 반웅이라니.
강진호에게 다른 남자들 같은 반 웅은 바라지도 않았다. 저 무덤덤한 인간이 그런 반웅을 보일 리가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반가운 기색은 보 여야 할 것 아닌가!
부아가 치민 최연하가 볼을 부풀 렸다.
“그래서 아쉽지만……
“태워줘요.”
“ 네‘?”
“자전거로도 태워주실 수 있죠?”
“……가능이야 합니다만, 불편하 시지 않겠어요?”
“어쩔 수 없죠.”
“차라리 매니저를 부르시는게?”
“이야밤에 사람을 오라가라 할 수는 없죠. 제가 그렇게 몰상식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강진호는 말문이 막히는 걸 느꼈다.
차가 고장 나서 매니저를 불러 집 에가는 것과 이야밤에 자전거로 집까지 태워 달라고 하는 것 중에 뭐가 더 민폐인지 판단이 안 서는
건가?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밥도 안 사 줬잖아요.”
“그건 그냥가시니까……
“여하튼 사 주실 거 하나 남았어 요!”
“……예.”
강진호는 깔끔하게 설득을 포기했다. 말이 통하는 상황이 아니다. 지 금 최연하의 눈에는 어떻게 해서든 강진호의 자전거를 타고 집까지가 고 말겠다는의지가 확연했다.
“그럼 타시죠.”
“……어디에 타야 하나요?”
강진호가 자신의 뒷 안장을가리 켰다.
“여기요.”
“으으음.”
단 한번도 자전거 뒷 안장에 앉 아본 적이 없는 최연하가 굳은 얼굴 로 자전거에 올랐다.
“집이 어디시죠?”
“여, 여기요.”
휴대폰 지도로 최연하의 집을 확 인한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갑니다.”
최연하를 태운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을 태운 자전거가 어둠이 내려앉은 길을 내 달렸다.
조금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무척이나 로맨틱한 광경이겠지만, 인생이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가 까이서 보면 비극인 법이었다.
“꺄악! 흔들리잖아요! 넘어지는 거 아니에요? 꺄아악!”
“아아, 머리! 머리카락 잡지 마세 요! 머리!”
그날 강진호는 자신의 육체에 자 신도 모르는 약점이 있다는 것을 깨 달았다.
아무리 대단한 고수라고 할지라도 머리카락을 단련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나마 모낭까지는 단단해서 머리가 뽑혀 나가는 최악의 사태는 막아 낼 수 있었지만, 머리카락이 끊기는 것은 그조차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꺄아악! 넘어진다니까! 넘어진다 잖아요!”
“머리! 아! 내 머리!”
현대로 돌아온 이후 처음으로 비 명을 지르는 강진호였다.
미안해요.”
“아니, 정말 무서워서……
강진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마에 선 핏대가 지금 그가 얼마나 열이 받았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화났어요?”
“아뇨.”
“화난 거 같은데?”
“아닙니다.”
“……화난 거 맞는데?”
“아니라니까요!”
버럭 소리를 지르는 강진호를 보
며 최연하가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 화났구만.’
화났으면 화났다고 하면 되지, 이 상하게 남자들은 화를 내면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쪼잔한 사람이 된다 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여, 여기, 이거……
최연하가 조심스레 손에 든 커피를 강진호에게 내밀었다.
“하……”
강진호가 조금은 허탈한 얼굴로 최연하가 내민 커피를 받아들었다.
‘마교의 그 괴물들 사이에서도 비 명을 지르는 일은 없었는데……
심지어 몸에 칼이 박혀도 신음 한번 내지 않던 강진호가 아니던가. 그런데 고작 머리채를 잡혔다고 비 명을 지르게 될 줄이야.
청마가 이 꼴을 보았다면 배를 잡 고 웃다가 죽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강진호는 최연하가 타 온 커피를 쭉 들이켰다.
“안 뜨거워요?”
“예.”
좀 뜨거운 느낌이 나긴 하지만, 이 정도로 강진호의 육체에 손상을 줄 수는 없었다. 펄펄 끓는 물을 원
샷 해도 화상과 거리가 먼 강진호가 아니던가.
그런 강진호를 소리 지르게 만든 최연하도 대단하다면 대단한 여자였다.
강진호가 저 멀리 보이는 강을 바 라보며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미안하다니까요.”
“아뇨, 그런게 아니라……
뭔가 말을 하려던 강진호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살다 보니 정말 별일이 다 있네.’ 오늘처럼 그 말의의미를 실감한 날은 없을 것이다.
“거, 걱정 마세요. 택시 타고 갈게요.”
“택시 타면 안 된다면서요?”
“……잘 해결해 볼게요. 그 자전 거 뒤에 타는 건 안 되겠어요.”
“안 넘어집니다.”
“알아요. 아는데, 너무 불안해 서……
최연하가 불안이 잔뜩 어린 얼굴 로 금동이를 바라보았다. 5년 무사 고를 자랑하는 금동이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쾌한 일이겠지만, 다행히 금 동이는 귀가 없었다.
“원래 그렇게 겁이 많아요?”
“아니요. 저 원래 겁 없는 걸로 유명해요. 저도 제가 이럴 줄 몰랐 어요.”
“자전거를 한번도 안 타봤어요?”
“어릴 적에 세발자전거는 탔다고 하던데……
“트라우마 때문에 그럴 거예요. 처음 자전거 배울 떄 엄청 넘어졌다 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제는 자전 거만 봐도 뭔가 좀 불안해서…… 강진호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런 얼굴 하지 마요. 한심 한 거 나도 아니까.”
“아뇨. 그런게 아니라……
강진호가 뭔가 설명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어버렸다.
“자전거 무섭다고 했죠?”
“예.”
“머리를 잡지 말고 허리를 잡아요.”
“ 네?”
“허리 꽉 잡고 무슨 일이 있어도 고개 들지 말아요. 그럼 내가 알아 서 할 테니까.”
“그게 무슨 소리예요?”
“ 이쪽으로.”
강진호가 자전거에 타고는 그녀를
끌어당겼다.
“응?”
“타요.”
반쯤은 강제적으로 최연하를 뒤에 태운 강진호가가라앉은 눈으로 주 위를 둘러보았다.
인기척이 늘어나고 있었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살기에 절로 불쾌함이 치밀어 올랐다.
어느새 강진호의 주위를 어디서 나온지 모를 무인들이 물샐틈없이 포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