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31)
마존현세강림기-332화(331/2125)
마존현세강림기 14권 (8화)
2장 사고 나다 (3)
이런 표현이 걸맞을지는 모르겠 지만, 터널이 무너지는 모습은 장 관이었다.
조명수는 굉음 소리와 함께 무 너지는 터널을 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거대한 구조물이 무너지는 모습은 확실히 보는 사람의 시선을 확 잡아끌었다.
‘이러니 헐리우드 영화만 보면 깨부수고 터뜨리는 거지.’
사고 장면이라는 생각만 안 한다면 꽤나 좋은 유흥거리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커다란 폭음과 함 께 터널이 우수수 무너지더니, 이 내 완전히 내려앉았다.
“……끝난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이현수는 그의 말에 반 응하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화면을가만히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눈에 힘주고 본다고 뭐가 보이나?’
직접 보고 있으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화면을 통해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카메라가 전송해 오는 영상을 뚫어지게 본 다고 해서 보이지 않는게 보일 리가 없었다.
“어떻게 할까요?”
“기다려.”
이현수는 그 이상 말하지 않고가만히 화면을 주시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 흙먼지가 모두가라앉고 나서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확인한 이현 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철수한다.”
“죽었겠죠?”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안에서도 살아날 수 있으면, 그건 사람이 아니지.”
조명수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무너져 버린 터널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저 터널 안으로 쏟아진 콘크리트와 토사의 무게는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수준이 아니 었다. 아무리 무학을 익힌 무인이 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리고 설사 살아 있더라도
신이 돕지 않는 이상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곧 질식하거 나 부상이 악화되어 죽겠지.
“……이렇게까지 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사람이었던 겁니까? 언론
에 우리의 존재가 드러날 위험마 저 감수하면서 말입니다.”
이현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설명해 봤자 이해 못하겠지.’
강진호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직 접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결 코 이해할 수 없다.
말이나 글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완벽하게 표현을 한다고 해도 실제로 받은 느낌의 십분지 일조차 서술해 내지 못 할 것이다.
‘그래서 조금……
이현수는 아쉬움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했다.
고착화되어가는 한국의 무인계
에 있어 강진호는 신선한 바람이 었다. 물론 그 바람에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기는 하지만, 이중걸과 김석일이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던 무인계가 강진호의 등장과 동시에 요동친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어쩌면 강진호는 강대국의 사이 에 끼어서 그저 눈치만 보던 한국의 무인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강대한 적이 쓰러졌을 때, 사람은 통쾌함이 아니라 안타까움을 느끼는 법이라던가.
이현수는 감상에 젖어가는 자신
을 다잡았다.
아무리 강한 자라고 하더라도, 무한한가능성이 있던 자라고 하 더라도 살아남지 못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니 까.
“CCTV 회수하고, 주변에 혹시 남아 있는 흔적이 있으면 다 지우 라고 해.”
“이제 곧 경찰이든 뭐든 출동할텐데요.”
“그러니 하는 말이다.”
“……예, 알겠습니다.”
조명수는 몸을 획 돌려 걸어가는 이현수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뭐 때문에 열 받아서 저러는 거 지?’
조명수는 이현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정면으로 상대했다면 막대한 피 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이를 이토 록 간단하게 보내 버렸는데, 이현 수는 뭐가 불만인지 영 개운치 않 아 보였다.
어떤 면으로는 화가 나 있는 것 처럼 보일 정도다.
“그럼 정리시키고 복귀하겠습니 다!”
크게 소리쳤지만, 이현수는 손을 살짝 들어보일 뿐,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제길.”
상사의 기분을 맞춰주는 것은 언제나 사람들을 고달프게 하기 마련이었다.
“그래?”
이현수의 보고를 받은 김석일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알았다. 기자 쪽이랑 경찰 쪽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주변 정리나 잘해. 너무 결정적인게 발견되면 나도 손을 쓰기 힘드니까. 끊어.”
전화를 끊은 김석일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 후우.
천천히 담배를 빨아들이자가슴 안으로 답답한 연기가가득 차오 른다. 뿌연 연기를 뿜어낸 김석일 이의자에 등을 한껏 기대고 고개를 젖혔다.
‘ 해결인가.’
이걸로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이제 혼란에 빠진 총회를 어떤 식으로든 일통해야 한다. 그리고 손을 뻗어오기 시작 하는 일본에 대항해야 한다는,가 장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어찌 보면 이제부터 더 바빠질 것이고,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김석일은 큰 산을 하 나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강진호라……
김석일이 헛웃음을 흘렸다.
강진호라는 이름을 알게 된 지가 채 몇 달도 되지 않았는데, 그 동안 그에게 얼마나 큰 압박을 주 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중걸이라는 거목을 상대로도 대등 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자신이 그 애송이 하나 때문에 밤잠까지 설 친 것이다.
하지만 그 껄끄러운 놈을 마침 내 제거해 냈다.
“한 건 했군.”
이 방법을 제안한 것은 이현수
였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강진호를 제거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고, 인력을 때려 부어 강진호를 제거하고 나면 총회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이현수의의견이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방금 전의 방 법이었다.
총도 통하지 않는 괴물 같은 놈을 죽이기 위해서는 좀 더 과격하 고, 좀 더 파격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이현수가 정 신이 나가 버린 것이 아닌가의심 이 들 정도로 어이가 없었지만, 냉 정하게 생각해 따져 봤을 때 그 이상의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피할 수 없는 함정이다.
김석일 자신이라고 하더라도도 망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황당 하고 어이없어 하며 죽었겠지.
터널 붕괴라는 대형 사고를 그 들과 연관되지 않는 선에서 정리 할 수만 있다면 최선의 방책이라 고 할 수 있었다.
‘써야 할 돈이 만만치는 않겠지.’ 존재가 드러날 위험까지 감수하 면서 이런 방식을 써야 할 정도로 강진호의 존재는 위협적이었다. 앓 던 이가 빠지는 기분을 느끼며 김 석일이 기분 좋게 담배를 빨았다.
“총회도 꼴이 우습게 됐지.”
강진호가 이 터널 붕괴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그들은 영남회가 이 사건을은폐 하는데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존재가 드러나면 곤란해지는 것은 그들 역시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할지 모 르겠지만,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라도 협조하지 않을 수는 없다. 정말 오랜만에 총회에 제대로 된 한 방을 먹였다는 생각에 김석일 이 미소를 지었다.
“자, 이제 애송이 하나 때문에 혼란스러워진 것들을 하나하나 정 리해 볼까?”
김석일이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전화기를 들었다.
“연락이 안 된다구요?”
조규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새벽 네 시를가리키고 있었다.
“아뇨, 저는 같이 있지 않습니다. 오늘 강진호씨와 따로 연락을 한 적도 없어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실려 있었다.
“전화는요? 꺼져 있는 겁니까, 아니면 신호는가는데 안 받는 겁니까?”
[꺼져 있어요.]“……그래요?”
조규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한구석에 걸터앉았다.
“강진호씨이니만큼 별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도 일단 한번 확인은 해볼게요.”
[집에서 전화가 와서 별일은 없을 거라고 해놨는데, 저도 불안하 네요. 오늘 집에 오는 내내 기분이 영 이상했어요.]
“강진호씨는 바로 퇴근하신 건가요?”
[네. 자전거를 타고 갔어요. 어디 간다는 말이 없었거든요. 바로 집에 갔으면 벌써도착했어야 하는데, 집에도 안가고 전화기도 꺼
져 있으니 혹시…….]
박유민은 그 뒷말을 잇지 않았다. 어떻게 해도 좋은 말로 끝낼 수가 없었다.
“우주인이 침공해 와도 별일 없을 사람입니다. 살다 보면 그럴 때도 있지 않겠습니까?”
말은 좋게 하고 있지만, 이 상황 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조규민도 느끼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흔하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겠지만, 그 대상이 강진호라면 확실히 이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강진호는야밤에 돌아다니는 취미가 있는 사람도 아니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
니다.
자정이 다 된 시간에 퇴근을 한 사람이 갑자기 연락이 끊기고 집 에 돌아오지 않았다면 사고를의 심해 볼 수밖에 없다.
교통사고라든가 하는 일반적인 경우야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 영남회.’
조규민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영남회라는 단어가 스쳤다. 만약 강진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그들이 연관되어 있을 거라는 확 신이 들었다.
“일단 제가 확인을 해보고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혹여 강진호씨의가족에게서 다시 전화가 온
다면 이쪽에서 확인하고 있으니 별일 없을 것이라고 전해 주십시 오.”
[예. 부탁드릴게요.]“예. 그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조규민이 화장실로 달려갔다.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세면대에 물을 틀어 찬 물로 세수를 해 정신을 일깨운 조규민이 심각한 얼굴로 거울을 바라보았다.
‘예감이 안 좋아.’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강진호는 연락을 끊고 놀 사람이 아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집으로가겠다고 한 강진
호가 중간에 다른 곳으로 샌 적도 없었다.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느낀 조규민이 타월을 거 칠게 집어 들어 얼굴을 훑고는 전 화기를 들었다.
신호음이 울리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이 시간에.]“강진호씨가 실종됐습니다.”
[……씨발, 이렇게 잠이 확 깨는 말은 살아생전 처음 듣는군.]방진훈은 거침없이 욕지기를 내 뱉었다.
[정확하게 말해봅시다. 언제부터 연락이 안 된 거요?]“자정 무렵 집으로 향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연락이 되 지 않고 있습니다. 전화기는 꺼져 있구요.”
[망할.]뭔가 쿵쾅거리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확인해 달라는 거죠?]“ 예.”
[일단 이쪽에서 파악할 수 있는 건 다 알아보겠습니다. 영남회 새 끼들이 움직인 흔적이 있었는지부 터 알아볼 테니까, 그쪽으로 오는 정보•가 있으면 공유해 주세요.]“알겠습니다. 그럼.”
[예.]전화를 끊고 나니 순간 머리가 멍해지는 조규민이었다.
‘이거, 어디부터 뭘 어떻게 시작 해야 하지?’
강진호의 행방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대체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연락을 끊고 사라진 사람을 어떻게 찾아내야 한단 말인가.
‘CCTV부터 뒤져야 하나?’
조규민은 고개를 저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 면 CCTV보다 확실한 것이 없겠지 만, 강진호는 무인이었다.게다가 만약 영남회가 강진호를 노렸다면,
그런 기본적인 사항을 놓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조규민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GPS!”
전화가 끊기기 전까지 휴대폰이 위치 추적이 되고 있었다면 강진호가 어디로 움직였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조규민은 자리를 박차고 나와 옷을 입기 위 해 달려 나갔다.
‘제발 별일이 없어야 할텐데.’
헛된 바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규민은 빌고 또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