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36)
마존현세강림기-337화(336/2125)
마존현세강림기 14권 (13화)
3장 모험하다 (3)
[시작부터 너무한 것 아닌가? 그 렇게까지 거칠게 나올 건 없잖아. 우리 사이에 말이야.]“너랑 내가 무슨 사이인데? 서로 뼈를 못 씹어 먹어서 안달 난 사 이? 너, 이 개새끼. 거기서 딱 기다 리고 있어. 내가니 모가지 씹어 먹
으러 갈 테니까.”
[진정 좀 하지. 강진호도 오징어 포가 되어버린 마당에 네가 나를 상 대할 수 있겠어?]
“……그래, 씨발. 널 줄 알았다.” 방진훈이 이를 갈며 말했다.
“우리가 아무리 서로 못 죽여서 안달인 사이라고 해도 해야 할 짓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있는 거야. 너, 이 새끼. 이번에는 선을 넘 었어.”
[선을 넘은 건 그쪽이지.]
“ 뭐?”
[그런 인간을 끌어들여서 이쪽더
러 어쩌라는 거지? 얌전히 그 인간 손에 목을 빼고 죽으라는 건가?]
“이 새끼야! 내가 엮이기 전부터 너희가 엮여 있었잖아! 어디서 개수 작이야.”
[그건 좀의견이 다르군. 아무래도 좋아. 이미 죽은 인간을 붙들고 이리저리 논하는 취미 같은 건 없 어. 죽은 놈은 죽은 놈일 뿐이지.]“아……
안 죽었다고 외치려던 방진훈이 차마 말을 내뱉지 못하고 입을 꾸욱 닫았다.
어설프게 여기서 아직 강진호가
살아 있다고 말을 하면 저놈들은 분 명히 2차 붕괴를 노리고 수작질을 해올 것이다. 강진호가 죽었다고 알 고 있다면 그걸로 좋았다.
[아무래도 좀 흥분한 것 같은데, 진정해야지. 너도 이제 한 단체의 수장인데 말이야. 반쪽짜리지만.]“용건만 말해.”
[용건? 간단해. 일본 쪽에서 손 뻗어오는 거 알고 있지? 총회를 노 리고 있다는 것 말이야. 아무리 네가 멍청하다고 해도 그 정도 정보는가지고 있겠지.]“……너, 어디냐?”
[이건 경고고, 또한 협상 제시야. 잘 들어. 총회를 이쪽으로 넘겨. 네 자리는 보장해 줄 테니까 말이야.]“개수작하지 마.”
[이대로 우리가 반목하다가는 일 본 놈들에게 쓸려 나간다. 홋날 역 사가 너를 뭐라고 평가할지 생각해봐. 지금 순순히 내게 고개를 숙이 면 그 일은 막을 수 있다.]방진훈이 피식 웃고는 말했다.
“어이, 김석일이.”
[…….]“너, 날 존나 우습게 본 모양인데…… 사람 잘못 봤어, 이 새끼야.
너 기다려. 내가니 새끼 모가지 따 러 갈 테니까.”
뚝
방진훈은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김석일과 말로 뭔가를 할 생각은 없었다. 이제 그와 김 석일은 서로 죽여야 하는 사이이다. 그런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전화를 끊은 방진훈이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이걸로 확실해졌수다.”
“그러네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 안에 갇 혀 있는 사람이 강진호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미약한 희망이 날아가 버 렸다. 누가 갇혀 있든 구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규민은 그 리 인도주의자가 아니었다.
나의 지인과 생판 타인을 동등하게 대하는 정인군자가 아니었고, 그 리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돌겠네, 진짜.”
조규민이 발을 돌려 옥상으로 향 했다. 묵묵히 조규민을 따라 옥상에 올라온 방진훈은 조규민의 입에 물 린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조규민은 아무 말 없이 제자리에 서 두 대의 담배를 연신 피워 대고
나서야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아무리 생각을 하고 문의를 해도, 또 연구를 해도 답이 나오지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붕괴가 일어나지 않는 방향에서 조 심스레 굴을 파고 들어가는 방법뿐 이었다. 강진호가 그 안에서 버텨내 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무인이면 물 한 방울 없는 상황 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습니까?”
“……그런 경우를 겪어봤어야 알 죠. 대충 짐작하기로는 일반인의 두 배 정도는 버틸 것 같은데.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강진호씨라면요?”
“심정 같아서는 일년, 현실적으로는 열홀.”
“ 열흘.”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지금 당장 시작한다면가 능성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말이외다.”
“ 예?”
“그 안에 둘이 있단 말입니다.”
“둘이요‘?”
조규민의 눈이 커졌다.
왜 둘인가?
그 말인즉, 강진호가 누구와 같이 있었다는 말인데,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갔을 강진호가 누구를 만났 다는 말인가?
“근데 하나는 굉장히 강렬한데, 다른 하나는 좀 미약했단 말입니다. 내 생각에는 일반인과 같이 있는 것 같은데……
방진훈이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 며 말했다.
“내가 아는 강진호라는 사람은 자 기 적이라고 판단되는 것들은 사람으로도 안 보는 인간이거든. 무슨 사람을 벌레 죽이듯이 죽여 버리니
까.”
“……그렇죠.”
“그런데 또 이 양반이 우스운게, 자기 친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과도할 정도로 신경을 쓴단 말이에요.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규민이가만히 방진훈을 바라보 았다.
생긴 건 곰같이 생겨서은근히 사람을 잘 파악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 지.’
이럴 때마다 새삼 느끼는 것이지 만, 방진훈 정도면 한국을 움직이는 사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전 체적인 영향력을 따져 볼 때, 어쩌 면 황정후 이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요?”
방진훈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만약에 지금 강진호씨가 같이 있는 사람이 강진호씨의 지인이라 면, 강진호씨의 성격상 절대로 그 사람이 죽는 꼴을 보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아!”
방진훈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 이었다. 강진호라면 당연히 그럴 테니까.
“어쩌면 강진호씨는 한 달이 넘게 버틸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 만 강진호씨의 성격을 감안한다면, 함께 있는 사람이 죽기 전에 반드시 탈출을 시도할 겁니다. 그게 무모하 더라도 말이죠.”
조규민이 떨리는 손으로 담배 한 개비를 더 꺼내 물었다.
“……삼 일.”
“아마도 그 정도일 겁니다.”
조규민이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대체 뭘 어쩌라는 말인가. 상황은 시시각각 엿 같아지고 있는데 그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 할 수만 있 다면 당장 현장으로 달려가서 맨손으로라도 홁더미를 파내고 싶은 심 정이지만, 그게 헛짓이라는 것은 누 구보다 그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말입니다만……
“ 예‘?”
방진훈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미친 짓이 있는데, 한번 시도해 보시겠습니까?”
조규민이 멍한 얼굴로 방진훈을 올려다보았다.
목이 탄다.
입을 열기만 해도 입안이 쩌억 갈 라져 피가 흐를 것 같았다. 몸이 바 싹 말라 버린 것만 같았다. 눈가도 눈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뻑뻑하 기만 하다.
전신에 고열이 오르고 있었다.
최연하는 자신이 지금 깨어 있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구분을 할 수 없었다.의식이 반쯤 닫혀 버린 채 세상을 둥둥 떠다니고 있는 느낌이
었다.
살아있는지, 아니면 이미 죽은 건 지.
죽음에 대한 공포는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피가 점점 빠져나가는 사람이가면 갈수록 몽롱해지는의식을 이기지 못하고 나중에는 꿈을 꾸 듯 죽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또옥.
그런 그녀를 일깨운 것은 목 안으로 떨어져 내리는 물기였다.
수분이 입안으로 홀러 들어온다는 것을 느낀 최연하의 무의식이 물기를 찾아 허덕이기 시작했다.
입안으로 들어오는 물이 마치 천 상의 감로수처럼 느껴진다. 목 안으로 넘어가는 물의 흐름이 그대로 느 껴질 정도였다. 한참 동안 정신없이 입안으로 들어오는 물을 받아먹던 최연하가 천천히 눈을 떴다.
‘ 물?’
물이라니.
이 안 어디에서 물을 구할 수 있 다는 말인가.
어디선가 공기라도 들어와 다행인 곳이다. 정신이 깨어나기 시작하자의문이 찾아왔다.
물이라고?
최연하의 눈이 어지러이 움직였다. 하지만 아무리 눈을 뜨고 또 떠 봐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새삼 이 곳이 어디인지를 깨달은 최연하는 되레 눈을 감아버렸다.
약해진 몸은 시력마저 약하게 만 들었고, 처음에는 흐릿하게 보이던 윤곽마저 이제 보이지 않았다. 대신 코와 촉감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입안에서 조금의 끈적함과 비릿 함. 옅은 쇠 맛이 느껴진다. 그제야 자신의 입안으로 흘러 들어온 물기가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은 최연하가 다시금 눈을 부릅떴다.
말을 하려 입을 벌렸지만, 입술이 갈라지고 목이 쉬어 나온다. 제대로 말조차 할 수 없다.
“가만히 있어요.”
최연하는 무뚝뚝하게 들려오는 강진호의 음성에 이를 악다물었다. 얼 굴이 절로 일그러지고 눈가가 아려 왔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피야……”
그녀가 마신 액체의 정체가 강진호의 피라는 것을 알아챈 최연하는 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미안하고 고맙고, 또 황당하고 화가 난다. 그리고…….
‘바보 같기는.’
새삼 상처가 벌어졌을 리는 없다. 그럼 강진호가 스스로 상처를 내서 그녀의 입안으로 피를 홀려 넣었다는 말이다. 덕분에 그녀는 힘을 조 금 더 얻었을지 모르지만, 강진호는 그만큼 체력을 빼앗겼을 것이다.
구조대가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 에서 체력을 소모한다는 것은 그만 큼 죽음에가까워진다는 뜻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타인을 위해 자신의 피를 홀릴 사람이 누가 있다는 말인가.
‘나 때문인데……
애초에 최연하가 그날 뜬금없이 강진호를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그들 둘이 이곳에 갇힐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찾아간다 하더라도 그저 얼굴만 보고 돌아왔다면 이 일은 벌 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최연하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탓 인 것만 같아 죄스러워 강진호의 얼 굴을 볼 수가 없었다. 어둠이 그의 얼굴을가렸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그녀는 눈도 뜨지 못했을 것이다.
“미……안……해요.”
작은 목소리. 갈라져 버려 빈말로
도 듣기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목소 리가 흘러나온다. 강진호는 그녀의 이마를가만히 짚었다.
“말하지 말고 천천히 숨쉬고, 잘 수 있으면 더 자요.”
“더는……”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하기야 벌써 얼마나 잔 건지도 모 르는데 잠이 더 올 리가 없었다. 위 기를 느낀 육체가 몸을 반쯤가사 상태로 만들고는 있지만, 그것도 한 계가 있을 것이다.
다행히 온도가 낮지 않아 체온을 빼앗기는 않았지만, 아무것도 먹고
마시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슬슬 준비해야지.’
강진호가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부지런히 운공을 했더니 부러진 왼팔의 뼈가 달라붙은 모양이다. 통 증은가셨다. 팔 쪽은 뼈가 붙으며 통증이가셨지만, 다리 쪽은 감각이 살아나며 오히려 극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좋은 일이다. 다리가 붙어 있기는 하다는 말이었으니까.
‘시간이 없어.’
최연하는가면 갈수록 상태가 좋
지 않아지고 있었다. 이 안은 낮도 없고, 밤도 없다. 시간 관념이 모호 하기만 하다.
예전 삼풍 백화점에 관련된 다큐 멘터리를 봤을 때, 어둠 속에 갇힌 이들은 시간을 느리게 인식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생각 이상으로 최연하의 상태가 좋지 않을 수 있었다.
강진호는가만히 심호홉을 했다.
‘기회는 여러 번 오지 않아.’
최연하의 체력이 한계에 달하기 전, 최대한의 내력을 회복하고 할 수 있는 한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 어야 한다. 그리고 단 한번의 시도
로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강진호로서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무모한 짓이긴 하지만, 이 방법이 아니면 최연하의 생존을 장담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때.
강진호의 고개를 위로 들렸다.
쿠르르르릉.
세상 전체가 진동하는 듯한 소리를 들으며 강진호가 눈을 부릅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