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38)
마존현세강림기-339화(338/2125)
마존현세강림기 14권 (15화)
3장 모험하다 (5)
“……경찰에서는 연락이 없니?”
“아직.”
백현정은 혼이 나가 버린 사람 같 았다.
항상 활달하게 그들을 괴롭히던 강은영도 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풀려 버린 동공을 하고 있었다. 그
나마 정신을 다잡고 있는 사람은 강 유환이지만, 그의 목소리 역시 좋지는 않았다.
박유민과 주영기는 마치 자신들이 죄인이나 된 듯한 심정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괜찮을 거예요.”
박유민이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했다.
강유환이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별일은 없을 거라고 믿고 있다.”
그 말이 얼마나 공허한 말인지 여
기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삼 일이 지나는 시간 동안 단 한번도 연락이 없었다는 것은 문제가 생겨도 단단히 생겼다는 뜻이다.
“재경 쪽에서도 아직 말이 없고?”
“네. 계속 찾고 있대요.”
“그렇구나.”
강유환이 씁쓸한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진호가요……
“음?”
“지금까지 한번도 사고를 안 쳤 잖아요.”
“그렇지.”
강유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아들이지만 강진호는 정말 바르게 자라주었다. 세상 어떤 이들과 견주 어도 자랑스럽기만 한 아들이 아닌가.
“그런데 사실 진호가 성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거든요?”
“ 엥?”
뭔가 말을 하려는 강유환의 눈에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맞 장구를 치는 주영기의 모습이 들어 왔다.
‘성격은 최악이지’를 중얼거리는 주영기를 보고 있자니, 내 아들이
내가 보지 않는 곳에서 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하는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
“이해하시기 힘들겠지만, 지금까 지 진호가 얌전히 지내온게 사실 더 이상한 거거든요.”
“으응?”
“……이제 사고 한번 칠 때도 됐 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고를 당한게 아니라 사고를 치고 있는 중일 수도 있으니 까요.”
지금 이놈이 이걸 위로라고 하고
있는 건가?
“뭔 소리를 하는 거냐?”
박유민이 떨떠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제 알게 된 건데요.”
“그래.”
“진호뿐 아니라 최연하 씨도 없어 졌어요.”
“최, 최연하?”
“ 뭐?”
반응은 강유환이 아니라 백현정과 강은영에게서 터져 나왔다.
“오빠, 그거 진짜야?”
“너야 확인해 보면 알잖아.”
“아, 그렇지.”
강은영이 부릅뜬 눈으로 박유민을 보며 말했다
“둘이 같이 있다는 거야, 지금?”
“이게 좀 그런게……
박유민이 머리를 긁으며 대답했다.
“가게 앞에 어디서 많이 본 차가 대어져 있다 싶었는데, 보니까 그게 최연하 씨 차더라고. 매니저가 찾아 와서 사람이 없어졌다고 난리를 치 고 갔어.”
“ 헐.”
강은영이 혼란스럽다는 듯이 머리
를 마구 헤집었다.
“그, 그럼 뭐야? 설마?”
“어, 음……
박유민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일이 있겠나 싶기는 하지 만, 어쩌면 사랑의도피 중일 수도 있으니까. 뭐,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되지 않나 해서요.”
“……사, 사랑의도피?”
“지금쯤 보라카이나 세부에 있을 수도 있지.”
“ 어‘?”
분위기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기
시작했다.
박유민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진호가 사고를 당할 확률보단 사고를 칠 확률이 더 높으니까요.”
강진호의가족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황당한 눈으로 박유민을 바라보았다.
“야.”
주영기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박유 민을 보며 말했다. 슬쩍 고개를 돌 려 배웅 나온 강진호의가족들이 현 관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한 주영
기가 짜증 섞인 어투로 말했다.
“이 생각 없는 새끼야, 그리 말해 뒀다가 나중에 사고라도 났으면 어 쩌려고 그래?”
“그럼 그때 사과드리면 돼.”
“인마, 그게……
“기약도 없는 거 걱정만 하면서 기다리다가 병나느니, 아니다 싶어도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라도 하시는게 조금이라도 더 편할 거야.”
“……그러다가 나쁜 일이라도 생 겼으면?”
“무슨 나쁜 일?”
박유민의 눈에 독기가 어렸다.
그 눈빛을 본 주영기가 입을 합, 닫았다.
‘미친 새끼.’
강진호가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 다는 것을 인식한 이후로 박유민은 분노 조절 장애에 걸려 있었다. 눈 빛이 얼마나 살벌한지, 주영기조차 제대로 말을 걸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일 없어.”
“혹시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해 결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지, 진호가 못 돌아올 일은 없어. 그러
니까 그동안 부모님 마음이라도 편 하게 해드리는게 친구인 우리가 해야 할일이야.”
“그래. 알았다, 새끼야.”
강진호가 몸 건강히 돌아올 수만 있다면 맞는 말이다. 그리고 박유민은 강진호가 돌아오지 못할가능성은 조금도 생각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진짜 최연하 씨랑 같이 없어진 건 맞잖아.”
“그렇지.”
“니가 말한 것도가능성 있는 거 아냐?”
“강진호가 연락도 없이 여자랑 여
행을 간다고?”
“……새꺄, 아니면 아니라고 하면 되지, 뭘 그리 살벌하게 말하냐?”
“적당히 해.”
“ 알았다.”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것은 서 로 마찬가지였다. 주영기는 낮게 한 숨을 쉬었다.
‘사람이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그들의 삶에 강진호 하나만 빠진 것뿐인데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 * *
“이건 미친 짓이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엉망이 되어버리는 일이 있다. 조규민이 지 금 딱 그런 상황이었다.
폭파 전문가들에게 이 일의의도를 설명하고의견을 구하는 일부터가 난해하기 짝이 없었다. 중앙 쪽 에 최대한 여파가 미치지 않게 하면 서 터널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어 달 라는 조규민의 말에 전문가라는 양 반들은 하나같이 ‘이 또라이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더욱 서글픈 것은 그 반응에 전혀 반박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할 수 있는 말은 ‘이유는 묻지 마 시고, 그냥 그렇게 해주십사’ 부탁을 하는 것뿐이었고, 그 부탁에 내 로라하는 대한민국의 기술자들이 ‘별 미친놈을 다보겠네’라는 눈으로 어쩔 수 없이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조규민이 혼자 설쳤다면도면 한 장 받지 못했겠지만, 재경이라는 이 름은 엉덩이가 무거운 양반들을 현 장으로 소환하게 만드는 위력이 있
었다.
그래서 준비가 차근차근 이루어지 고 있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그 준비가 이제 거의 끝나가는 시점 이 되자 불안함이 쓰나미처럼 몰려 들기 시작했다.
‘이게 진짜 잘하는 짓일까?’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아래에는 두 사람이 있다. 그리고 강진호가 아닌 다른 한 사람이 최연하일 확률이 높다는 것도 확인했다. 두 사람이 갇혀 있는 상황에서 최연하가 서서히 죽어간다면 강진호는
무슨 선택을 할까?
“빤하지, 뭐.”
냉정한 척하는 그 오지라퍼가 최 연하를 살리기 위해서 발악을 할 것이라는 건 너무도 빤한 일이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방진훈은 강진호의 사고방식을 너무도 잘 이해하고 있던 것이다. 강진호 혼자 있었다면 이리 서두를 필요가 없겠 지만, 조규민은 직감적으로 이것이 시급을 다투는 일이라는 것을 이해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차라리 착한 척이라도 말든가.’
강진호가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어쩔 수 없다고 내버려 두는 타 입이었다면 급할 건 없다. 강진호 혼자서라면 최소 열홀은 버틸 것이 고, 안전한 방법으로 굴을 파 들어가면 되니까. 하지만 강진호는 그런 인간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조규민이 강진호에게 인생을 건 것이지만, 이럴 때는 그 사 실이 너무 원망스럽고 짜증스러웠다.
“준비 끝났습니까?”
휘적휘적 걸어오는 방진훈의 얼굴 마저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얼마 안 남았습니다.”
“그리고 어제 발견한 겁니다 만……
“ 예‘?”
“강진호씨의 집으로 향하는 쪽과 우회하는 쪽 터널도 혹시 몰라 뒤져 봤는데, 애들 손 하나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 있었답니다.”
“……다이너마이트?”
“또라이 새끼들이 온 동네에 준비를 다 해놨던 거죠. 어디로 갔든 결 과는 다를게 없었을 거예요.”
“ 나중에요.”
“ 네?”
“그 김석일인가 뭔가 하는 새끼 잡으시면 면상 한번은 꼭 보여주세 요. 내가 그 새끼 얼굴 한번 못 걷 어차면 죽어도 눈을 못 감을 거 같 으니까.”
방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드리죠.”
막 조규민이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 저쪽에서 안전모를 쓴 사람이 뛰어와 말했다.
“준비 끝났습니다.”
“……예.”
조규민은 오한이라도 든 듯이 급
격하게 떨리는 몸을 느꼈다.
겁이 난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이라도 취소하 고 굴을 파고 싶었다.
“제기랄.”
이런 또라이 짓은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사람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는 없다지만, 이건 정말…….
“조규민 씨.”
“……예?”
“일이 잘못돼도 당신 탓은 아닙니다.”
“강진호씨를 믿어요. 당신의 판 단을 믿지 말고.”
조규민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 덕였다.
‘그렇지.’
그가 구출하려는 사람은 강진호다. 그가 강진호를 구하는게 아니 라, 강진호가 빠져나오는 것을 돕는 것뿐이다.
이를 악문 조규민이 입을 열었다.
“사람들 대피시키고, 폭파 시작해요.”
강진호는 눈을 감고 있었다.
어둠에 둘러싸인 고요한 공간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수련에 더없이 적합한 장소였다. 몸을 움직이지 못 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지금 그가 하고 있는 일은 딱히 몸을 움 직일 필요가 없었다.
스스로를 관조하고 내력을 쌓아 올리기만 하면 되니까.
그리고 강진호는 이 세계로 돌아 온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육체를 세 심하게 살필 수 있었다.
‘ 다르군.’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강진호의 육체와 적천마존의 육체는 무척이나 달랐다. 영혼은 같지만 육체는 다르다. 그저 키가 다르고 팔이 더 길고 같은 1차원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기혈의 위치가 다르고, 기가 흐르는 방식이 다르다.
사람마다 차이가 조금씩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작은 차이가 무척이나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 었다.
강진호가가만히 눈을 떴다.
‘내력은 8할 정도 회복된 건가?’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토사들을 밀어 올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내력이 필요했다. 어쩌면 강진호가 최상의 컨디션이었어도 불가능했을 일이다.
하지만 더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최연하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꽤 오랜 시간 전부터 최연하는의식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숨도 미약하기 짝이 없다.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강진호는 최연하가 아니라 최연하의 시체를
안고 있게 될 것이다.
그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강진호는가만히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극도로 민감해진 청력과 감각이 주변을 감지한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토사 위로 움직임이 느껴진다. 누군가 분주하게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가 사라진 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그가 아는 조규민이 강진호의 위
치를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적어도 강진호에게 있어서 조규민은 유능함의 화신 같은 사람이었으니 까.
그러니 반드시 방법을 강구했을 것이다.
너무 늦지 않게.
살아생전 단 한번도 다른 이에게 자신의 생명을 맡겨본 적 없고, 단 한번도 다른 이의도움을 필요로 해본 적 없는 강진호가 지금 이 순간 조규민이라는 사내에 대한 신뢰 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콰르르르릉!
지진이라도 난 듯이 세상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한번뿐이야.’
실패하면 죽는다.
머릿속에서 실패라는 말을 지워 버린 강진호가 움찔하는 최연하의 몸을 끌어안고 내력을 있는 대로 끌 어 올렸다.
붉은 기운이 강진호의 몸을 뚫고 나와 폭발적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