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43)
마존현세강림기-344화(343/2125)
마존현세강림기 14권 (20화)
4장 탈출하다 (5)
“이상이 없다고?”
“예.”
“……다행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 왜 그리 표정이 이상한가?”
“제가 말입니까?”
“여기 자네 말고 또 누가 있나?” 황정후의 말에 조규민의 입이 슬
며시 튀어나왔다.
“그리 걱정을 했는데 너무 멀쩡하니까, 기쁜 건 둘째치고 뭔가 좀 억 울해서요.”
“심보 참 고약허이.”
“저도 제가 이런 줄 처음 알았습니다.”
“끌끌끌.”
재밌다는 듯이 웃는 황정후였다.
이번 일을 통해 조규민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보았다는 것이 성과라 면 성과였다.
“자네도은근 허당기가 있단 말이야.”
“……부정하고 싶습니다만.” 조규민의 얼굴이 벌게졌다.
‘위기에 약할 줄이야.’
스스로 꽤나 담대한 성격이라 생각했다. 원래 사람이라는게 자신이 위기에 강하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에 차 있기 마련이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 정말 위기다운 위 기를 겪게 되자 생각이 달라졌다. 그동안 조규민이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던 이유는 자신과 주변인들에게 피해가 오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 었기 때문이다.
강진호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을 하자마자 평소의 침착함은 온데 간데없어지고, 허둥지둥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게.”
“그래야겠죠.”
조규민이 어색한 얼굴로 머리를 긁었다.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할일이 많아서.”
“자네가 보고할 사람이라고는 나 밖에 없는데, 내가 퇴근하라고 하면 끝 아닌가? 보고 할 일은 좀 미뤄 두고,가서 잠부터 좀 자게. 내가 알기로는 삼 일 동안 한숨도 못 잔
걸로 아는데.”
조규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자니 일 열심히 했다 고 자랑하는 것 같아서 민망한 것이다.
“자기 관리도 일의 일환이야. 나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원하는게 아니야. 나뿐 아니라 다른 고용 주들도 마찬가지겠지. 나는 효율 좋게 일 잘하는 사람이 좋네.”
“예. 명심하겠습니다.”
황정후가가만히 담배를 꺼내 물 었다.
천천히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인 그
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자리하고 있 었다.
“정말 십년감수한 것 같네.”
“고생하셨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내일 죽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 이렇게 긴장해 본 것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 군.”
조규민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정후는 이번 일에 진심으로 분 노했다. 조규민이 황정후를 모셔온 세월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 리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 봤을 정
도였다.
심지어 그 백영기 이사마저 황정후가 저리 화내는 건 처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강진호에게 인생을 건 조규민이 당황하고 허둥대는 것이야 당연하다 면 당연한 일이지만, 황정후마저 저 럴 줄은 몰랐다.
“덕분에 확실해진 것도 있어서 얻은 것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 예?”
“아니, 자네와는 관련 없는 일이야.”
황정후가 말끝을 흐렸다.
조규민은 굳이 황정후의 말을 파 고들지는 않았다. 회장의 자리에 있 다 보면 그보다 생각하고 고려해야 할일이 많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 으니까.
“그보다, 앞으로 할일이 많겠 어?”
“예.”
조규민은 단호한 얼굴로 동조했다.
“강진호가 무슨 일을 벌이고 다니는지 자네는 알고 있겠지?”
“예, 그렇습니다.”
“나한테 일일이 보고하라고 하지
는 않겠네. 내가 말했듯이 나는 이 쪽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니까. 굳이 그 세계에 얼굴을 들이밀고 싶은 생각은 없네.”
“예.”
“다만……”
황정후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자네는 다르지. 이번 일로 까딱 하면 강진호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겠지?”
조규민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 였다.
조규민에게 있어서 강진호는 신앙
과도 같았다. 강진호는 절대적으로 믿는다는 뜻이 아니라, 강진호는 어 떤 일이든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 믿음이 깨졌다.
덕분에 조규민은 이중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강진호가 위기에 처 했다는 것은 분명가슴 아픈 일이지 만, 처음으로 강진호에게 그가 필요 하다는 실감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그가 한 일은 강진호를 돕는다기보다는 심부름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뒤처리를 하고, 일을 깔끔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그의 일
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조규민이 제때 제대로 나서지 않 았다면 강진호도 위험했을 것이다. 그 사실이 조규민의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강진호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 그 리고 강진호가 위험했다는 것에서는 안타까움이 강하게 느껴지지만, 되 레 그렇기에 그 자신이 쓸모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이었다.
“앞으로는 더 심해질 거야.”
“예.”
황정후가 깊게 빨아들인 담배 연 기를 천천히 뿜으면서 말했다.
“사람이란 위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견제를 받게 되지. 그 사람이 옳 든 그르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사람들은 올라가는 이를 끌어내리고 싶어 하거든. 적당한 시점까지는 응 원도 하고 박수도 쳐주지.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일정 시점을 넘어 버리면 순간적으로 적으로 돌변해 버리기 마련이야.”
경험이 담긴 이야기였다.
따져 본다면 황정후 만큼 수많은 음해에 시달린 사람도 많지 않을 것
이다. 황정후는 그 모든 것을 스스 로의 힘으로 극복했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법과 음모, 그리고 뜬소문으로 공 격해 들어오던 황정후의 대적자들과는 다르게 강진호는 실제적인 위협을 맞상대해야 하니까.
“강진호도 이제는 좀 더 조심하겠 지. 하지만 그가 상대할 수 없는 종 류의 공격도 있을 거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걸 막아내는 것이 네가 해야 할일이다. 알고 있겠지?”
“예.”
조규민은 대답을 하면서도 슬쩍 황정후의 눈치를 보았다.
지금까지 황정후는 강진호가 속해 있는 이면의 세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관심이 없다기보다는의도 적으로 그쪽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지금 황정후는 재경의 녹을 받아먹고 있는 조규민에게 그쪽의 세상과 연관되라 말하고 있었다.
과연 이 말을 재경이 무인계를 포 함하여 강진호를 지원하겠다는의도 로 받아들여야 할까?
‘쉽게 답을 주시지는 않겠지.’
노회한 너구리는 굴을 여러 개 파 기 마련이었다. 나쁜 뜻이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를 살아온 황정후에게는 너 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 정도의 이야기까지 끌어낸 것 만으로도 조규민으로서는 훌륭한 성 과였다.
“앞으로는 그런 부분까지 신경을 쓰겠습니다.”
“그래, 좋은 일이지.”
황정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나도 태도를 확실히 해야겠지.’ 이렇게 어정쩡하게 발을 반쯤 걸
치고 있는 것은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
지금이야 황정후가 정정하다지만, 언제 황정후의 정신이 흐려질지 모 르는 일이다. 더욱 무서운 사실은 정신이 흐려지기 시작하는 것을 정 작 본인은 자각하지 못한다는 점이 었다.
재경 내에서 제왕적인 권위를가 지고 있는 황정후가 흐린 정신으로 이상한 명령을 내리기 시작한다면, 그걸 제어해 줄 사람이 없다. 황정후는 다른 이들이 자신을 견제하게 내버려 두지를 않았다.
지금까지야 황정후의 판단력과 독 재적인 권력이 재경이 성장하는 밑 거름이 되었다지만, 상황이 달라지 면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슬슬 정리해야겠어.’
언제까지나 정정할 것 같던 총수 들이 판단이 흐려지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겨도 그를 견제하지 못해 서 기업이 기우는 경우를 몇 번이나 봐온 황정후다.
자신만은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해 왔지만, 돌이켜 보면 내일 당장 황 정후의 정신이 이상해진다면?
그건 파멸이었다.
대비는 다짐으로 하는 것이 아니 라 대책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자신이 없는 재경에 대한 생각은 해왔지만, 자신이 이상해졌을 때에 대한 대비는 하지 않은 황정후다.
이번 일로 그 경우를 떠올렸다는 것은 재경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다행한 일이었다.
살짝 눈을 감고 머릿속을 정리한 황정후가 고개를 들어 조규민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 예?”
황정후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꽤나 얼굴이 좋아 보이는구나.” 조규민이 얼굴을 주물렀다.
“위기를 빠져나온 사람 같지가 않 아. 뭔가 커다란 일 하나를 끝낸 사람의 얼굴인데? 오래 끌어온 프로젝 트를 성공으로 이끈 듯한 얼굴을 하 고 있어. 내가 잘못 본 건가?”
황정후의 말에 조규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비슷합니다. 상황은 다른데, 기분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끌끌.”
황정후가 짐작 간다는 듯이가볍
게 웃었다.
그리고 조규민은 이곳에 오기 전 에 강진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고맙습니다.”
“ 예?”
“애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아니요. 뭘 그런 걸로.”
“조 실장님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됐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일은 잊지 않겠습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감사라……
강진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은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되레 자주 들은 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조규민은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강진호가 말하던 ‘감사’ 와 이번에 강진호가 말한 ‘감사’는 그의미가 전혀 달랐다.
그의 노력이 처음으로 강진호에게 있어서 제대로 된도움으로 작용했 다는 생각에 조규민은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인생에서 강진호가 얼마나 중요한 인 물이 되었는지를 실감한 시간이었
다.
‘아마 강진호씨도 비슷한 생각이 겠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순간이지 만, 유대감의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꽤나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조규민은 부드럽게 웃으며 자리에 서 일어났다.
이번 일로 그들의 결속은 더욱 단 단해질 것이다.
‘무능해.’
강진호는 굳은 얼굴로 자신에게 닥쳐 오는 고난을 온몸으로 받아들 이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이번 일을 어떻게 설명하는가는 강진호에게 있 어서가장 큰 난제 중의 하나였다.도무지 그 혼자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조규민의도움을 빌렸건 만…….
‘무능하다고!’
단 한번도 조규민의 능력을의심 해 보지 않은 강진호이지만, 지금 그는 심각한 회의감에 사로잡혀 있
었다.
필요 없는 검사를 강제로 하면서 까지 받아낸 해결책이건만, 그 해결 책이라는 것은 너무도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상황을 점점 더 악화시 키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도대체 이 해결책은 뭔가.
어떻게 이런 방법을 내놓을 수가 있는가!
다른 대안이 없어서 시키는 대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그에게 쏟아지는 황당과 당황과 어이없음이 뒤섞인 시선들은 그 해결책이 옳은 판단이 아니라 독이라는 것을 증명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백현정이 불을 뿜을 듯한 눈으로 강진호를 노려보았다.
“그러니까!”
백현정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강진호의 몸이 움찔했다.
그 토사 속에서 바위가 떨어져 몸을 덮칠 때에도 결코 떨리지 않던 몸이 지금 뱀을 만난 개구리처럼 움 츠러들고 있었다.
어머니가 한 자, 한 자 씹어뱉을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여행? 최연하 씨와 여행을 갔다,
이 말이냐?”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조규민……
이 원한은 반드시 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