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45)
마존현세강림기-346화(345/2125)
마존현세강림기 14권 (22화)
5장 복수하다 (2)
“와, 살아 있었어.”
“……”
“으하하핫! 유민아, 얘 좀 봐라. 얘 살아 있었어. 나는 죽은 줄 알았는데.”
“……”
“뭐해, 인마.가서 술 꺼내와. 친
구가 살아 돌아왔으니 파티를 열어야지! 나 오늘 너무 기뻐서 코가 삐 뚤어질 때까지 마실 테니까 말리지 마라.”
강진호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과장 하나 보탤 것도 없이 어쩌면 최연하와 같이 거기에 갇혀 있던 때 보다 빠져나온 이후가 한 세 배는 더 힘든 느낌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다들 그를 잡아먹 지 못해서 안달이고,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것은 강진호에게는 너무도 힘든 일이었으니 까.
“ 진호야.”
박유민이 강진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냥 화를 내.’
주영기의 비꼼도 사람을 움찔하게 만들지만, 박유민의 시선은 그보다 열 배는 더 사람을 몰아가는 효과가 있었다. 강진호는 마치 기세에서 밀 린 장수처럼 뒤로 찔끔 물러나고 말 았다.
“미안하다.”
“아냐. 네가 미안할 건 없어.” 박유민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연락할 수 없던 이유가 있는 거
지?”
“어.”
“연락을 하지 않은게 아니라 못 한 거고, 그게 잘 해결이 됐으니까 돌아온 거고? 그렇지?”
“정확하다.”
박유민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
“……응?”
강진호가 뭔가 반문하려는 순간, 주영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항의했다.
“되긴 뭐가 돼, 인마!”
주영기는 머리끝까지 화가 난 모 습이었다.
“친구라는 새끼가 갑자기 연락도 없이 며칠이나 잠적을 타다가 나타 났는데 화도 안 나냐? 씨발, 내가 살다 살다 남자 걱정을 해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그건 그렇지.”
박유민도 순순히 인정했다.
“그럼 사과라도 받아야지!”
“사과할일이 아니잖아.”
“왜?”
주영기가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자 박유민이 차근차근 설
명하기 시작했다.
“너는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아무 연락 없이 하루 정도 술 먹고 뻗어 버릴 수 있는 사람이지만, 진호는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
“……어?”
“너, 정말 진호가 연락할 수 있는데도 연락을 안 할 사람으로 보이 냐‘?”
“그건 아니지.”
화가 나는 건 화가 나는 거고, 사 실은 사실이었다. 주영기가 생각을 해봐도 강진호는 그런 일로 주변 사람을 걱정시킬 인간이 못 됐다.
요즘 들어 조금 뺀질뺀질해져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내팽개치고가게에 안 나오는 일이 몇 번 있기는 했지만, 그 와중에도 하루에 몇 번 씩 전화를 해서가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확인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던 강진호였다.
“그런 진호가 갑자기 며칠이나 연 락을 못했으면, 왜 연락을 안 했냐 고 화를 낼게 아니라, 얼마나 힘든 일이 있었으면 연락도 제대로 못했는지 걱정을 해줘야지. 그게 맞는 거 아냐?”
“……와, 박유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게 맞지 만, 어디 사람이 상식적으로만 살 수가 있겠는가. 그게 되면 누구나 다 예수님이지.
저런 말을 담담하게 하는 걸 보면 진짜 이놈도 정상은 아니었다.
“나, 나만 쓰레긴가?”
“쓰레기라는 건 아냐. 다만, 생각 이 좀 짧다는 거지.”
“그, 그럼 내가 어떻게 했어야 하는 건데?”
“정석적으로는 ‘진호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렇게 오래 연락을 못한 거니? 혹시 나쁜 일이라도 있
었니? 걱정되는구나’가가장 맞는 발언 아닐까?”
“국어책에 나올 것 같은 말 하지 마, 새끼야!”
국어책의 ‘국’ 자만 들어도 잠이 쏟아지는 주영기로서는 버텨낼 수가 없는 공격이었다.
주영기가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을 본 박유민이 피식 웃더니,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큰일 있던 건 아니지?”
“음…..”
강진호가 머리를 긁었다.
그냥 ‘별일 없었다’라 말하고 넘
겨 버리는 것은 간단하지만, 박유민 이 이렇게 나오니 그리 말하는 것이 기만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해서는 안 될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까지 대답을 꼬박꼬박 잘하던 강진호가 갑자기 대답을 망설이자, 박유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 짐작한다는 듯이 말했다.
“뭘 했는지 물어본게 아니야. 고 생했구나.”
“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고생할 때가 있네.”
박유민이 웃었다.
“그래도 잘 해결하고 돌아올 거라 고 생각했어. 이번에 어떤 일이 있 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고생할 정도였으면 보통 일은 아니었겠네. 그래서…… 몸은 괜찮아?”
“어, 멀쩡하다.”
“그래, 그럼 됐어. 그런데 나 하 나 더 물어도 되냐?”
“ 뭐?”
“너 최연하 씨랑 같이 있었냐?”
강진호는 오늘 여러 번 말문이 막
힌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하자니 오해가 생길 것 같고, 그렇지 않다고 하자니 거짓말 이 되어버린다. 그럼 어떤 일이 있 어서 최연하와 함께 있었는지를 설 명하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그럼 무 슨 일이 있었는지를 다 말해야 하지 않는가.
‘이거, 이상한데?’
아까부터 괜찮다고, 말 안 해도 된다고 하고는 있는데, 슬금슬금 한번씩 던지는 질문이 자꾸 핵심을 파 고들고 있었다. 저쪽에서는 툭툭, 잽 처럼 던지고 있는데, 얻어맞는 쪽은
뼈와 살이 분리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같이 있긴 했는데, 너희가 생각 하는 그런 방향은 아냐.”
“그런 쪽으로 생각 안 했는데? 왜 갑자기 변명하고 그래? 정말 뭐가 있던 사람처럼.”
“……응?”
뭔가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 빠져드는 늪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었다. 강진호가 당황하는 모습을 본 박유민이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됐어, 인마. 장난친 거야.”
“……너, 성격이 좀 나빠진 것 같
은데?”
“사람이 사회 물을 먹으면 그렇게 되는 거다. 그리고 나 원래 성격 안 좋았어. 기억 안 나냐? 네가 나도 와줬는데, 내가 너 배신하고 물 먹 인 거?”
“뼈에 새겨놓고 있지. 언젠가는 복수할 거다.”
“나도 기다리고 있다. 다시 물 먹 여주지.”
“지랄들 한다.”
주영기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 었다.
“그래서 뭐, 오늘부터 다시 일하
는 거지?”
“그러고 싶기는 한데……
강진호가 뒷머리를 긁었다.
“면회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아서. 밤에가려고 했는데, 병원은 밤에는 면회가 안 된다고 해서 말이야.”
“ 면회?”
“웅. 병원에 좀.”
주영기가도통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박유민은 다 이해한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다녀와.”
“음, 미안하다.”
“아냐. 정리 잘하고, 오늘은 우리
끼리 일할 테니까. 출근하지 마.”
“저녁 전까지는 올게.”
“출근하지 말라니까.”
박유민이 단호하게 말했다.
“너 하나 없어서 안 돌아갈가게가 아냐, 이제. 네가 잘도 빼먹고 다닌 덕에 우리끼리도 알아서 잘 돌 리게 됐으니까, 너는 그냥 네 일이 나 잘 봐. 네가 정리 덜 하고 여기 서 돌아다니면, 우리가 더 불편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왕 빼먹는 김에 하루만
더 빼자. 내일도 출근하기 좀 힘들 것 같다.”
“그래. 정리 잘하고 와.”
“아니, 왜 그걸니들 둘이……
발언권을 주장하려던 주영기가 박 유민의 한심하다는 시선에 움찔하고 말았다.
‘내가 언제 이렇게 됐지?’
사회에서나 군대에서나 어딜가서도 목소리 크기 하나는 밀리지 않던 자신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자신 이 이리도 발언권이 없어질 줄이야.
“그래, 그럼가볼게.”
강진호가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주영기의 입이 툭 튀어 나왔다.
“그래.니가 다 해먹어라.”
“뭘 또?”
“아니다. 내 생각 같은게 뭔의 미가 있겠냐.니가 더 똑똑하고,니가 더 대단해서,니가 다 알아서 할 건데. 나는 그냥니가 하자는 대로 만 하련다.”
“저, 씨……
박유민이가슴을 쳤다.
덩치는 산만 한 놈이 소심하기 이를데가 없다. 어떻게 저 몸뚱아리 에서 저런 말이 나온단 말인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주영기를 바라
보던 박유민이 유화책을 펼쳤다.
“진호 있으면 또가게 문 오래 열 어야 하잖아.”
“어?”
“오늘 좀 일찍 닫고 한잔하러가 자. 다 같이.”
“콜!”
술이라는 소리에 희희낙락해서 대 걸레를 빨러가는 주영기를 보며 박 유민이 천천히 고개를가로저었다.
‘단순한 건지, 순박한 건지.’
그래도 좋은 친구라는 것만은 확 실한 사실이었다.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의사의 설명을 듣는 강진호의 얼 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몸은 괜찮다고 했는데요?”
“육체적으로는 별문제가 없습니다. 살짝 영양이 부족해서 탈진 상 태에 빠진 것뿐입니다. 이제 거의 회복이 되었을 겁니다. 문제는 육체가 아니라 정신입니다.”
“정신이요?”
“예.”
의사가 살짝 눈을 찌푸렸다.
“사고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예.”
“정확히 그 사고가 무엇인지는 모 르겠지만, 트라우마가 강했던 모양 입니다. 불안 증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람이 주변에 다가가면 경계 하고, 사람이 주변에 없으면 무서워 합니다.”
“으음……”
“의학적으로 딱 ‘이 증세다’ 하고 진단을 내릴 정도는 아닙니다. 사고 직후에는 이런 경우가 꽤나 있거든 요. 시간이 지나면 치유가 되겠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약물치료를 통해서
억지로라도 회복을 시도해봐야 할 겁니다.”
“그럼 입원이 길어지나요?”
“아뇨. 통원도가능합니다. 다만, 환자분이 혼자서 사는 분이니만큼 통원보다는 입원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혼자 있다 보면 우울 증세나 불 안감이 더 커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강진호가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트라우마라……
이런 부분은 강진호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최연
하의 몸이 다치지 않게 신경을 쓰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태였으니까. 다 만,의사로부터 직접 그런 말을 들 으니 기분이 찝찝한 것 역시 사실이 었다.
“예. 일단 감사합니다, 선생님.”
“예, 그럼.”
진료실을 나온 강진호가 엘리베이 터를 타고 최상층으로 향했다. VIP 들을 위한 1인실이 최상층에 위치해 있었다. 최상층에 올라 VIP 병동으로 향했다.
“음?”
예전에 온 병원하고는 다르게 이
병원 VIP 병동은 애초에 병동이 나 뉘어져 있었다. 그리고 문이 닫혀 있어 비밀번호를 눌러야 안으로 들 어갈 수 있는 방식이었다.
당황한 강진호가 주변을 두리번거 리다가 인터폰을 발견하고는 호출 벨을 눌렀다.
[예. 병동입니다.]안에서 대답이 들려오자 강진호가 어색하게 말했다.
“면회객인데요. 들어갈 수 있습니 까‘?”
[어느 병실을 찾아오셨습니까?]“2103호 환자요.”
이름이 언급되는 것도 우려한다는 듯이 환자 이름이 아니라 병실을 물 어보는 간호사였다.
[성함을 말씀해 주시면 안쪽으로 연락을 넣어 면회 여부를 타진해 보 겠습니다.]“강진호인데요.”
[예, 강진호 님. 조금만 기다려 주 십시오.]인터폰이 끊기자 강진호가 어색한 얼굴로 머리를 긁었다.
‘엄청 깐깐하네.’
병원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은 몰랐다. 예전에 황정후의 병실에 침입했
을 때는…….
‘아, 그때는 창문으로 들어갔구 나.’
20층이 넘는 곳에서 창문으로 안으로 들어갔으니, 병동을 통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겪어보지 못했구 나.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 리더니, 안에서 간호사가 나와 미소를 지었다.
“강진호 님?”
“예.”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참 이상한 체계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강진호가 안쪽으로 걸음을 옮 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