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46)
마존현세강림기-347화(346/2125)
마존현세강림기 14권 (23화)
5장 복수하다 (3)
화려한 듯 단아하게 꾸며져 있는 복도를 지나자 최연하의 병실이 나 왔다.
강진호는가만히 문에 손을 댔다가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한숨을 쉬었다.
‘이럴 거면 앞에다 문은 왜 달아
놨냐고?’
개인실 문도 잘 잠기는데, 왜 병 동에서 사람을 검사하는지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프라이버시라는게 중요하기는 하 겠지만, 이게 다 사람들의 과시욕을 충족시키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자 조금은 부정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벨을 누르려고 할 때, 간호사가 그에게로 달려왔다.
“자, 잠시만요, 손님.”
“ 네?”
“환자분 지금 주무시고 계시거든요.”
“네.”
“원래는 환자분께의견을 물어보 고 문을 열어드려야 하는데, 환자분 이 강진호씨가 오시면 안으로 보내 달라고 미리 말씀을 해놓으셔서 통 과시킨 거예요. 제가 문을 열어드릴게요.”
“아, 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간호사가 카드키를 대 문을 열었다. 강진호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안으로 들 어가자, 문이 스르륵 닫혔다.
“……”
혼자 쓰기에는 과도하게 넓다 싶
은 방.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환자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침대 위에 최연하가 누워 있었다. 강진호가가만히 곁으로 다가가 서자 최연하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눈을 뜨고 강진호를가만히 바라 본 최연하의 입가에 낮은 미소가 걸 렸다.
“보여요.”
“뭐가 말입니까?”
“ 얼굴요.”
“……예?”
“그 안에서는 얼굴이 잘 안 보였
거든요. 그래서 말은 하고 있는데도 ‘정말 이 사람이 나하고 같이 있나’ 하는 생각도 했어요. 만져지고 느껴 지는데도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들 더라구요. 그 안에서는 사람이 좀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
“아.”
강진호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보통 사람이 그 어둠 속에 서 온기와 촉감만으로 타인의 존재를 느낀다는 것은 어쩌면 무서운 경 험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 밝은데서 보니까
뭐라고 해야 할까, 새삼 그런 걸 알 거 같아요.”
“ 뭘요?”
최연하가가볍게 웃었다.
강진호는 그 미소를 보며 처음으로 최연하가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의 모습처럼 화장을 하거나 스스로를 꾸미지 못해 절대적인 미는 떨어지는게 당연했다. 자기 관 리를 철저히 하던 최연하가 핏기가 신 얼굴과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있 고, 입술은 쩍쩍 갈라졌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 조금은 흉하기까
지 했다.
그럼에도 지금의 미소는 지금까지 그가 본 최연하의 웃는 얼굴 중에가장 아름다웠다.
가식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으니 까.
직업의 특성상 언제나 웃는 얼굴을 해야 하던 그녀의 미소는 굳이의식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자신을 꾸미는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최연하의 얼굴에서 처음으로 그게 사라진 것이다.
“당신, 이리 보니 생각보다 더 잘 생겼네요.”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잘생겼다는 말을 들은게 민망한게 아니라,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는 생각이 들자 괜히 어 색한 느낌이 든 것이다.
“몸은 좀 어때요?”
“잠시만요.”
최연하가 몸을 일으켰다. 강진호가 부축하려 했지만, 최연하는 손을 내밀어 제지하고는 자신의 힘으로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중환자 대하듯이 하지 말아요. 누가 보면 죽을 병 걸린 줄 알겠어
요. 그냥 좀 어지러운 것뿐인데.”
“예.”
“선생님이 몸은 괜찮데요. 밥 잘 먹고 잠 잘 자면 금방 퇴원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다행입니다.”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한 것일까?
환자에게 말해주는 것이 맞는 건 지, 아니면 환자의 불안을 덜기 위 해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맞는 것인 지 순간의문이 들었다. 어디까지 말을 해야 하느냐는 것도 말이다.
“몸은 괜찮은데, 아직 좀 불안해 요. 밤에 불이 꺼지면 너무 불안해 져서 밝게 켜놓고 잤어요.”
강진호가 한숨을 쉬고는 최연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 네?”
“그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죄송하 다는 말 말고는 드릴 말씀이 없네요.”
“아뇨. 제가 그쪽으로가자고 해 서 벌어진 일인데요. 제가 죄송하다 고 해야죠.”
“아닙니다.”
강진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일은 최연하 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그쪽으로가지 않 았더라도 비슷한 일을 겪었을 겁니다. 제가 최연하 씨 때문에 사고에 휘말린게 아니라, 최연하 씨가 괜 히 제 곁에 있다가 그런 일을 겪은 겁니다.”
“ 네?”
최연하가 이해를 못하겠다는 얼굴 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는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가를 고심하다가 일단 풀 수 있는
것은 다 풀기로 했다. 적당히 숨기 고 얼버무리는 것은 사고를 당한 당 사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저를 노린 겁니다.”
“노렸다구요?”
“예. 무너진게 아니라 무너뜨린 거예요. 저를 노린 겁니다. 최연하 씨는 거기에 휘말린 거구요. 그러니 까 죄책감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죄책감은 제가가져야 하는 거죠.”
강진호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이 빚은 반드시 갚겠습
니다.”
“아, 아뇨.”
최연하가 당황하여 손을 내저었다.
“그러지 마세요.”
“저 때문에 피해를 보셔서……
“아니! 그게 아니라!”
최연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부끄럽거나 당황한게 아니라, 조금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런 식으로 아무 관계 없는 제 3자를 끌어들였다는 투로 말하지 말 라구요.”
“ 네?”
최연하가 고개를 살짝 돌려 강진호의 눈을 피했다. 어리둥절해하는 강진호와 말이 없는 최연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최연하였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고, 어떻게 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자꾸 미안 하다고 하지 말아요. 강진호씨 옆 에 있어서 그런 일을 당해야 했던 거라면, 강진호씨 곁으로 간 제 잘 못도 있는 거니까요.”
“아뇨. 그건……
“그러니까, 자꾸 옆에 있으면 비 슷한 일을 당할 거라는 식으로 겁주
려고 하지 말아요. 그런다고 해서 안 떨어져 나가니까.”
“떨어져 나가라고 한 적 없습니다.”
“ 진짜요?”
최연하가 칼바람이 부는 얼굴로 강진호와 시선을 마주쳤다.
“다만,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습니다.”
“그건 내가 결정할일이에요.”
강진호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의도로 한 말은 아닌데, 말 이 좀 이상하게 전달된 느낌이었다.
그게 아니면 최연하가 지금 조금 날 카롭든가 말이다.
‘그럴 만도 하지.’
그만한 일을 겪었는데 신경이 날 카롭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이었다. 강진호도 섬뜩함을 느껴야 할 정도의 일이었으니까.
“대충은 알겠어요. 그러니까 제가 잘못한게 아니라는 소리죠?”
“예.”
“그럼 됐네요.”
최연하가 빙그레 웃었다.
“아, 다행이다. 나는 또 내가 잘 못해서 그런 일을 겪은 줄 알았잖아
요. 그래서 이제 무슨 면목으로 강진호 씨를 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 네?”
갑자기 쾌활해지는 최연하를 보 며, 강진호는 혹시 지금 내가 뭔가를 저지른 건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 빚 갚겠다고 했죠?”
“……네.”
“그 말 진짜죠?”
“……네.”
이건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강진호는 새삼 그의 주변에 있는
이들의 멘탈이 비정상적으로 강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일반적인 사람에게 이런 말을 했을 때, 자신의 곁에 있다면 위험하 다는 사실을 깨닫고 알아서 떨어져 나갈 것이다.
그런데 최연하는 자기 잘못이 아니었으니 이제 다 됐다는 기쁨을 마 음껏 표현하고 있었다. 왜 그게 그 렇게 연결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럼…… 밤에 좀 와주면 안 돼 요?”
“ 네?”
강진호의 눈이 흔들렸다.
“바, 밤에요?”
“네.”
최연하가 울상을 지었다.
“안 그러려고 하는데, 자꾸 밤만 되면 기분이 이상해서요. 간호사더 러 안에 들어와 있으라고 할 수도 없고, 엄마한테 전화하려니 제가 입 원한 거 보시면 기절하실지도 몰라 서요. 왜 이렇게 됐는지를 설명하려니, 그것도 좀……
“그러시 겠죠.”
강진호만 해도 해명에 진땀을 뺐는데, 최연하는 오죽하겠는가.
“그래서 밤에 잠을 잘 못 자요. 심심하기도 하고, 좀 어색하기도 하 고.”
무섭다는 말을 자꾸 돌려 말하는 최 연하였다.
“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강진호의 말에 최연하가 눈을 동 그랗게 떴다.
무작정 던져 보기는 했지만, 강진호라면 이런저런 변명과 다른 해결 책을 대며 빠져나갈 것이라고 생각 한 것이다. 그런데의외로 강진호가 자신의 말을 듣고 있지 않은가.
“정말요?”
“ 네.”
강진호는 두말할 것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이틀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해결해야 할일이 있어서요.”
“이틀 뒤면 저 퇴원하거든요!”
“어쩔 수 없는 거죠.”
“순 엉터리!”
최연하가 노골적으로 ‘그럼 그렇 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귀여워서 웃어버리고 싶은 강진호이지만, 그 기분을 꾹 참아내며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충격이 오래갈 수도 있 습니다.”
“네, 알아요.”
“어쩌면 앞으로도 부작용이 좀 남을지도 모르구요.”
“감수해야죠.”
“다시 한번……
“그만 좀 해요!”
사과를 하려던 강진호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거, 누가 보면 다리에서 떠민 줄 알겠네. 강진호씨도 피해자잖아요.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자꾸 사과하
지 말아요. 알았으면 안데리고 갔을 거고, 집에가겠다는 강진호씨를 억지로 끌고 간 건 제 잘못이니 까요. 그러니까 서로 사과하지 말아요.”
“……알겠습니다.”
강진호는 웃고 말았다.
“그럼 저가보겠습니다.”
“ 벌써요?”
“네. 해야 할일이 있거든요.”
“나 진짜 심심한데……
“내일 오겠습니다.”
최연하는 ‘이 인간이 뭘 잘못 먹 었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얼굴에가식이 없어진 것은 좋은데……
예전에는 잘 숨기던 부정적인 감 정이 얼굴에 막 드러나는 것은 문제 라고 할 수 있었다. 강진호에겐 말이다.
“그, 그럼 내일 꼭 와야 해요.”
“네, 그럴게요.”
“헤헤, 잘가요.”
최연하가 웃으며 손을 흔들자, 강진호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걸어 병실을 빠져나갔다.
강진호가 병실 밖으로 완전히 빠
져나간 것을 확인한 최연하가 손을 들어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떨지 마.’
그녀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멀쩡해 보여야 해.’
당장에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아직 여전히 무섭고 떨린다. 이 럴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감 정이 주체가 안 되고 있다.
막연하고 뜬금없이 찾아오는 숨이 안 쉬어질 만큼의 거대한 공포, 그 리고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배우 로서 다시 살아가는 것은 힘들지 모
른다는 불안함.
그 모든 것이 최연하를 괴롭히고 있었다.
최연하는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 묻고는 낮게 흐느꼈다.
강진호는가만히 눈을 떴다.
최연하가 필사적으로 미소를 지었 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둔한 강진호가 아니었다. 이불 아래서 덜 덜 떨리고 있던 그녀의 손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벽 너머로 느껴지는 그녀의 떨림 에 강진호가 이를 꽉 깨물었다.
“손..
밖으로 나온 그를 보고 입구로 안 내하려던 간호사가 강진호의 얼굴을 보고는 사색이 되어 그 자리에서 얼 어 버렸다.
“아…… 아……
“죄송합니다.”
간호사의 어깨를 살짝 두드려 준 강진호가 옆을 지나쳐 복도를 빠져 나오며 전화기를 들었다.
‘자, 이제 시작이야.’
원한은 결코 잊지 않는다.
그것이 강진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