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48)
마존현세강림기-349화(348/2125)
마존현세강림기 14권 (25화)
5장 복수하다 (5)
“방진훈 쪽에서는 연락이 없나?”
“예.”
김석일은 눈살을 찌푸렸다.
“대세가 이미 넘어왔다는 것을 알 고 있을텐데, 아직도 포기를 못했 다는 말인가? 미련하기는.”
김석일의 말에는 여유가 담겨 있
지만, 그의 표정은 전혀 여유를 찾 지 못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대로 시간이 끌리게 되면 일본 놈들이 언제 움직일지 모른다. 지금 까지야 나름 시간을 잘 끌어왔다지 만, 일본 놈들이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영남회든 총회든 순식간에 쓸려 나갈 것이다.
한국 본토에 모든 전력을 투입할 수 없고, 소수의 고수들만 파견할 수 있는 그들의 약점을 바탕으로 수 로 밀어붙여야 한다.
그 와중에 총회에서 만들어놓은
커넥션을 바탕으로 드러난 사회에서도 동시에 압박을 넣어야 겨우 벗어 날 수 있는 위기란 말이다.
그런데 그런 사소한 욕심에 사로 잡혀서 나라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 으니, 방진훈이라는 인물의 그릇에 대한 회의가 들 수밖에 없었다.
“대단한 대의라도 들고 이중걸에게 반기를 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군. 그냥 소인배였어.”
이현수는 웃고 말았다.
“왜 웃지?”
이현수가 김석일을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소인배라는 말이 웃겨서 그렇습니다.”
“……뭐가 웃기다는 거냐?”
“무인인 주제에 한 사람이 무서워 서 터널 몇 개에 폭약을 설치하고 터뜨려서 죽여놓고는 자신을 통한 화합을 이루지 않는다고 타인을 소 인배로 몰아가는 사람을 보고 있는데, 어떻게 웃음이 나오지 않겠습니 까‘?”
“지금 뭐라고 했어! 이 새끼야!”
콰앙!
김석일이 강하게 내려치자 탁자는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었지만, 이현수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김 석일과 시선을 마주쳤다.
“그래도 방진훈은 무인으로서 자 존심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총을 갈겨 대고, 수류탄을 던지고, 폭탄으로 터널을 무너뜨리는 것은 군대라도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면서 남을 소인배라고 논하는 것이 웃겨서 그랬습니다. 대답이 되었습니까?”
김석일이가만히 이현수를 바라보 았다.
“할 말은 그게 전부인가?”
“예.”
김석일의 표정은 놀랍도록 냉정했다.
그리고 이현수도 그런 김석일의 반응이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현수가 아는 김석일이라는 사람은 이런 정도로 모욕을 느낄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모욕은 자신이 무인 이라 자부하는 이들에게나 통하는 것이다.
무인이기보다는 권력자로서의 욕 망이 강한 김석일에게 ‘너는 무인이 아니다’라는 말은도발로서의가치가 없었다.
“웃기는 소리군. 그 모든 계획을 입안한 것은 너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 그게 비겁한 술 수였다고 평하는 건가? 누워서 침 뱉기의가장 적합한 상황을 찾은 것 같은데?”
“네. 물론 그렇습니다.”
이현수가 입가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무니, 뭐니 하는 것, 저는 안 믿 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사람이 주먹으로 아무리 날뛰어봤자 대가리 에 총알 박히면 뒈지는 거죠.”
“그런데?”
“얼마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최근에 생각이 좀 바뀌더라고요. 우리가 하는 짓이 마피아나 흑사회 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이건 그냥 조폭질이죠.”
“……이봐, 이현수.”
“아뇨. 뭐, 지금에 와서 정의롭고 싶어졌다거나 그런게 아닙니다. 다 만, 그런 거죠. 뭐라고 할까…… 나 만 똑똑하다 생각하고 바보들을 비 웃으며 살아왔는데, 사람이 감성에 젖으면 그 바보짓이 멋있어 보일 때도 있는 것 아닙니까?”
“무슨 개소리야?”
“……괜한 소리를 했군요. 평생 이해 못하실 테니, 그냥 잊으십시 오.”
김석일이가만히 이현수를 바라보 다가 입을 열었다.
“네가 건방진 건 이미 알고 있으니까 자꾸 그렇게 티를 내지 않아도 돼. 그런 식으로 틱틱대는 걸로 네 우월감을 뽐내려는 짓이 얼마나 저 열한 짓인지 알고 있을텐데?”
“저나 당신이나 부정할 수 없는 쓰레기인데, 여기서 더 저열해진다 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그래, 너와 나는 쓰레기지. 그것도 한 배를 탄 쓰레기란 말이야.”
김석일이 피식 웃었다.
“그러니 네가 이용가치가 있는 이상은 나는 너를 벌하지 않아. 병 신 같은 권력자 새끼들처럼 이용해 먹다가 버릴 생각도 하지 않아. 너는 유능하거든. 그러니 나는 네 골 수까지 빼 먹을 거야. 그러니 이제 와 싫은 소리 하지 말라고.”
이현수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민감해지는 날도 있는 법이죠. 죄송합니다.”
“아냐. 뭐, 그럴 수도 있지.”
이현수는 김석일의 눈빛이 마치 파충류의 그것 같다고 느꼈다.
‘아니, 파충류에게 사과해야겠군.’
그들은 그저 본능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김석일처럼 더럽게 살지는 않았다. 김석일은 결코 자신을 죽이 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김석 일의 신뢰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아무리 협조적이지 않게 나 오더라도 이용가치가 있는 이상 김 석일은 결코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 몇 마디 싫은 소리를 참아내고 그를 이용하는 것이 그에게 있어 몇 배는
더 이득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 이다.
‘그러니 여기까지 왔겠지.’
스스로가 이용가치가 있다고 자 부할 수 있는 동안에는, 심지어 이 현수가 배신을 꾀하다 들킨다 하더 라도 김석일은 그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인간에게 배신을 당하면 분노한다. 기르는 개가 자신을 물었 다고 해도 화를 내고 발길질을 한다.
하지만 수납장에 올려둔 장난감이 머리 위로 떨어져 상처가 났다고 해
서 장난감을 걷어차지는 않는다.
김석일에게 있어서 이현수는 그 정도의가치였다.
‘다만, 그것도 내가 이용가치가 남아 있을 때의 일이지.’
대체제가 나타나는 순간, 이현수는 세상 그 누구보다 잔인한 죽음을 맞아야 할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현수는 더 이상은 김 석일을 보며 웃어줄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이게 다 그놈 때문이다.
그놈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이현 수는 지금까지도 김석일의 충실한
오른팔로서 편한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괜히 강진호라는 놈을 알게 된 덕분에 서로 이용하는 동반자라 고 생각해 온 김석일이 한심하게 보 이게 되어버렸다.
그전까지는 나름 비열하지만 그렇 기에 위에 설 수 있는 자라고 생각 한 이건만, 정말 위에 설 수 있는 자를 봐버리고 나니도무지 그리 생각을 해줄 수 없게 된 것이다.
가만히 김석일을 바라보던 이현수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람이 그럴 때도 있는 거지. 사
과할 것 없어.”
“네. 그럼.”
등을 돌리고 밖으로 나가는 이현 수를 김석일이 독사 같은 눈으로 노 려보았다.
‘잘도 지껄이는군.’
지금은 살려둔다. 하지만 머지않을 것이다.
이현수는 김석일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빤히 알고 있었다. 그 렇기에 웃을 수 있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물론 이 사과는 김석일에게 한 말 에 대한 사과가 아니었다. 이제 곧
이곳으로 찾아올 악마의 존재를 미 리 말해주지 않은 것에 대한 사과였다.
이현수가 생각해도 이건 김석일이 저지른 죄에 비해 너무도 큰 벌이었 으니까.
방법을 마련해 보겠다는 조규민의 대답을 받아들인 강진호는 다시 방 진훈의 차를 타고 길을 나섰다.
조규민에게 내일까지는 방법을 찾 아보겠다는 확언을 받은 상태였으
니, 일단 영남회와 본격적으로 일을 벌이기 전에 같이 움직일 놈들을 한번이라도 봐두는게 좋지 않겠냐는 방진훈의 말 때문이었다.
일리가 있는 소리다.
딱히 그들과 유대감을가질 생각은 없었다. 이건 총회와 강진호의 일시적인 동맹이라고 설명해야 할일이지, 강진호가 총회의 소속이 된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당장 함께 싸워야 할 사람 들을 전장에서 처음 본다는 것은 강진호의 미학에도 반하는 일이었다.
“영남회 쪽은 딱히 연락이 없었나
보죠?”
“고개 숙이고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그래요?”
강진호가 재미있다는 얼굴로 방진 훈을 바라보았다.
“내가 목을 물어뜯어 버릴 테니 기다리라고 해줬습니다. 그 인간도 예전에는 머리가 좀 돌아가는 듯싶 더니, 요즘은 맛이 간 것 같아요.”
“사람이란게 원래 목표에 거의 다가가면 비이성적이 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응.”
“목표가 크고 거대하면 거대할수 록 목표를 이뤘다는 쾌감과 함께 이 성이 날아가 버립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사용하는 수 단도 평소와는 달라지기 마련이죠.”
“그런 것 같네요. 예전에는 정말 재수 없기는 해도 유능하다는 생각 이 절로 드는 사람이었는데, 요즘 보면 좀……
한때 세상을 쥐락펴락하던 이중걸 과 김석일이 예전만 못해 보이는 것은 그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기 때문 일까, 아니면 방진훈이 그만큼 성장 했기 때문에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것일까?
그건 알 수 없는 문제였다.
차가 국도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문득 방진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요, 강진호씨.”
“ 네?”
“요즘은 이게 유행입니까? 차만 몰고가면 주변에 누가 따라붙는 거요.”
“그렇다기보다는……
강진호가가볍게 웃었다.
예전이었다면 객잔이나 주루, 혹은 관도가 주로 무대가 되었다.
승부를 결하는 무대 말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사람들의 눈이 있는 곳에서는 서로의 목숨을 노릴 수 없다.
그렇다면 그들이 으쓱한 곳에 접 어들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이 걸어서 왔다면 저들도 걸어왔을 테지만, 그들이 차를 타고 이동하니 똑같이 차를 타고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눈이 없는 곳이 필요한 거겠죠.”
“어떻게 할까요?”
“차 대세오
“ 네?”
강진호가 손으로 갓길을가리켰
다.
“괜히 새로 뽑은 차 또 상하고 싶 지 않으시면, 차 대고 몸만가자고요.”
“찬성이긴 한데……
방진훈이 슬쩍 백미러를 바라보았다.
몇 대나 되는 차가 따라붙고 있었다. 그리고 저 뒤에 또 몇 대가 있을지도 모른다.
적의 정체와 수가 정확히 파악되 지 않은 상태에서 차에서 내리는게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알아서 하겠지, 뭐.’
강진호가 그런다고 했으니, 강진호가 책임을 질 것이다. 이게 표면 적인 이유였다.
숨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씨발, 무서워 뒈지겠네.’
차 뒤에 누군가가 따라붙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후부터 강진호의 얼굴이 기묘하게 변하고 있었다.
너무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모르겠 다는 강진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불쌍한 새끼들.’
저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때
를 잘못 택했다. 지금 강진호를 찾 아와서는 안 된다. 독이 오른 짐승은 건드리는 것이 아니다.
길가에 차를 세우자 그 뒤로 차들 이 일제히 멈춰 섰다.
딸깍.
강진호가 차에서 내리자 뒤쪽에 주르륵 선 세단들의 문이 분분히 열 리더니, 검은 슈트를 입은 이들이 우르르 차에서 내렸다.
그중 선두 차량의 상석에 앉은 이가 앞으로 나섰다.
뚜벅뚜벅 걸어온 그가 강진호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얽혀들었다.
한참 동안 강진호를 바라보던 사 내가 막 입을 열었다.
“ 나는……
그리고 그 순간.
우드드득!
강진호가 손을 뻗어 사내의 얼굴을 움켜잡았다.
“끄아아아악!”
뼛소리가 섬뜩하게 울렸다. 뒤에 서 상황을 보고 있는 방진훈의 등골을 타고 소름이 마구 돋아났다.
“안 궁금해.”
우득, 우드득.
마구 경련을 하던 사내가 이내 죽 늘어졌다. 강진호는 늘어진 사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두어 번 잡고 흔들더니, 손을 놓아버렸다.
털썩.
상황을 지켜보던 이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의식을 잃은게 아니다. 늘어진 사내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이 본능 적으로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누구도 신호를 주지 않았는데 모 두가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보 았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는 서산을 바 라보던 강진호의 입이 살짝 열리며 하얀 이가 드러났다.
“마침 잘 왔어. 안 그래도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거든.”
너희가 누구든, 어디에서 왔든 그런 건 상관이 없다.
“시작하자고.”
강진호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