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5)
마존현세강림기-35화(35/2125)
마존현세강림기 2권 (10화)
2장 -도움 받다 (4)
강진호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미 교무 회의는 열리고 있었다. 결과는 곧 나올 것이다.
강진호는 조금 굳은 얼굴로 책상을 바라보았다.
책상에는 그가 과거에 그려놓은 낙 서들이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었다.
‘안 되는 건가?’
평범하게 사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 이었다.
그가 딱히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 닌데, 세상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단 한번 외면하지 못한 대가치고는 잃는 것이 너무도 많았다.
강진호의 굳은 얼굴을 본 친구들도 애꿎은 바닥을 걷어차고 있었다.
선생이 들어오지 않는 수업 시간인데도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야, 너무 걱정하지 마. 잘될 거야.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알아서 한 건데 뭐.”
“음……”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럴까?’
상식적으로 생각하자면 정인규의 말 이 맞다. 이 사건은 강진호보다는 김성주 선생의 책임이 더 크니까. 하지만 강진호는 그리 속 편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이 일의 목표는 자 신일 테니까.
애초에 최명길의 악의는 강진호를 향하고 있었다.
강진호를 노려서 들어오는 공격이다. 김성주는 우연치 않게 거기에
있었을 뿐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강진호는가벼 운 처분을 받고 김성주가 무거운 처 분을 받았겠지만, 목표가 강진호인 이상 결과는 다르게 나올 터였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최영수가 이상해졌다는 것은 알고 있다.
두어 번 찾아가고 나자 최영수는 이 미 강진호의 환영에 시달리기 시작 했다.
그것을 본 강진호는 최영수를 찾는 일을 그만두었다.
그 스스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굳이
거들 필요는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그가 중분히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 되면 고쳐 줄 용의도 있지만, 그건 나중 문제고.
결국 최명길은 강진호가 최영수를 찾아왔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강진호는 최영수를 몇 번 찾 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강진호를 노려서 공격해 오고 있었다.
악의.
진득한 악의가 느껴진다.
최명길의 입장에서는 강진호가 어떤
수를 썼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스스로도 강진호가 무언가를 해 서 최영수가 망가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명길에게서 구역질이 나올 만큼 진한 악의가 흘러 들어오고 있 었다.
단순한 책임 전가와 이유 없는 원망으로 사람을 이토록 몰아갈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이상한 시대군.”
앞에서 악의를 표출하지는 않지만, 등 뒤에서는 과거보다 더한 악의가 넘쳐 난다.
현대가 과거보다 덜야만적인 것은 드러내 놓고 악의를 펼쳐 낼 수 있는 한계가 법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 문이지, 악의가 줄어들었기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사회적 안전망과 감시망이 규제하여 갈 곳을 잃은 악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스멀스멀 자라나고 있다. 이번 일만 해도 그랬다.
그가 최영수에게 한 일이 이렇게까 지 커질 일이었나?
물론 참지 못한 강진호가 최영수를 망가뜨리기는 했지만, 확신도 없이 강진호를 향한 악의를 무작정 펼쳐
오는 최명길이라는 인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강진호는 웃었다.
이해할 필요 없다.
언제부터 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이해하려 했던가.
강진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의 손을 벗어난 일은 강진호가 아 닌 적천마존이 해결하면 될 일이었다.
“조용히.”
문이 열리고 김성주 선생이 안으로 들어왔다.
‘조용히’라는 말을 붙이긴 했지만,
이미 교실 안은 그런 말을 붙일 필 요가 없을 정도로 고요했다.
“수업은 자습으로 대체한다.” 정인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선생님, 어떻게 됐어요?”
“넌 궁금한게 참 많다.”
“아니, 그냥……
김성주 선생님의 얼굴은 참담하게 굳어 있었다.
강진호는 그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진호는 밖으로 좀 나오거라.”
“예.”
강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갔다.
김성주 선생이 여러 감정이 섞인 얼 굴로 강진호를 바라보다가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휴, 진호야.”
“예.”
“선생님이 미안하다. 애를 써봤지만, 안 되는구나.”
“예.”
“결과부터 말하자면, 너는……
“퇴학이 지.”
김성주의 말을가로채며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사장님!”
김성주 선생이 원망스러운 얼굴로 이사장을 바라보았다.
이사장 최명길은 비릿하게 웃으며 강진호와 김성주의 시선을 홀려 넘 겼다.
“그리고 네 담임도 같이 그만둘 거다.”
“어째서입니까?”
“성적 조작을 용납하고 넘어갈 만큼 우리 학교가 호락호락해 보였더냐?”
“당연한 결과다.”
“뭐가 당연한 결과입니까! 이 학생
은 제 말에 따른 것밖에 없습니다! 죄가 있다면 제 죄일 것이고, 처벌 이 있다면 제가 받아야죠! 학생이 뭘 안다고 퇴학을 당해야 합니까?” “이미 결정난 일이네.” 김성주 선생은 이를 갈았다.
“당신 같은 사람이 학교를 운영해서는 안 돼.”
“말 함부로 하다가는 좋은 꼴을 못 볼텐데?”
“이 이상 무슨 험한 꼴을 보겠어!” 김성주 선생은 금방이라도 이사장에게 달려들 듯한 기세였다.
강진호는 김성주의 팔을 붙잡았다.
“ 진호야!”
“홍분하지 마세요.”
김성주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가 강진호를 다독여야 하는데, 오 히려 강진호가 그를 만류하고 있었다.
“퇴학입니까?”
“그래.”
강진호는 김성주를 슬쩍 바라보았다.
김성주는 안심시키려는 듯 강진호의 등을 살짝 두드렸다.
“괜찮다. 다른 학교로 전학가면 된다.”
“ 예?”
“교육 위원회에 보고하기 쉬우려면 자퇴로 처리해야 한다. 퇴학과는 다 르게 자퇴로 처리하면 전학 수속이 간단하니까 적당한 학교로 전학가 면 문제가 없다.”
“누가 자퇴라고 했지?”
김성주가 이사장을 바라보았다.
“교육 위원회 보고 같은 걸 내가 무 서워할 거라고 생각했나? 그건 날 너무 우습게 보는 이야기지.” 김성주의 얼굴이 굳어졌다.
“받아준다면 다른 학교로가봐. 아, 사립은 포기해야 할 거야. 공립 중
에 받아주는 학교가 몇이나 있을까? 잘해봐야 시 외곽지 변두리나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겠지. 뭐, 그래도 학교만 다닐 수 있다면 괜찮겠지. 그런데 네 부모님은 거기에서 일을 잡을 수 있으실까?”
강진호의 입가에 서서히 미소가 걸 렸다.
악의.
다 잡아놓은 쥐를가지고 노는 고양 이의 눈•이었다.
강진호는 이런 시선에 익숙했다. 그가 중원에서 새로 태어났을 때도 이런 눈은 수도 없이 보았고, 과거
하반신 마비로 살아갈 때도 때때로 마주했던 눈이다.
강진호는 이런 눈을가장 싫어했다.
“끝났습니까?”
“허?”
최명길은 생각 외로 담담한 강진호를 보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럼가보겠습니다.”
“ 이놈이……
최명길이 인상을 쓰며 강진호를 노 려 보았다.
하지만 강진호는 최명길의 시선을 받아주지 않았다. 될 수 있으면 조 용히 살아보려 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원인을 제공하기는 했다.
눈을 닫고 귀를 막고 움직이지 않았 더라면 지금쯤 그는 별문제 없이 학 교를 다니며 평범하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 역시 강진호로 사는 것은 아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에 모두 눈을 감고 참아내며 유지하는 생활이라는 것에 무슨의미가 있는가.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것은 이곳에서
행복이라는 것을 찾고 싶었기 때문 이다.
전투와는 관련 없는 평온한 삶.
오랜 시간 그와는 관련이 없던, 안 정이라는 것을 바라왔다.
하지만 해야 할 것을 참아내며 얻는 안정이라는 것이 무슨의미가 있겠는가.
다시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강진호는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그리고…….
‘포기해야 한다면 포기해야겠지.’은혜는 반드시 갚는다.
그리고 원한은 결코 잊지 않는다.
그것이 강진호의 방식이었다.
세상이 그를 평온히 살아가지 못하게 한다면, 강진호는 강진호의 방식으로 세상에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후회하게 될 거야.’
자신을 건드린 것을.
강진호가 결심을 굳히려 할 무렵, 교실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박유민, 들어가!”
절뚝거리는 걸음걸이.
박유민이 굳은 표정으로 밖으로 나 오고 있었다.
김성주 선생이 소리쳤지만, 박유민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강진호가 있는 곳까지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고는 이사장을 보며 말했다.
“그러지 마세요.”
“넌 뭐냐?”
“얼마 전에 이사장님의 협박을 받고 진호가 영수를 때렸다고 말한 사람 입니다.”
“이놈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협박이라니!”
이사장은 소리치며 주변을 살폈다. 어느새 창가에 학생들이 우르르 달 라붙어 있었다.
“다들 안 들어가?”
교장 선생이 크게 소리쳤다.
“진호는 영수를 이유 없이 때리지 않았습니다. 영수가 저를 계속 때리 고 걸레 빤 물을 먹이려고 하자 그 걸 말리려다 벌어진 일입니다. 저는 일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 영수 에게 괴롭힘을 당해왔습니다.”
“무슨 헛소리냐!”
“여기 있는 애들이 다 봤습니다.”
박유민이 주변을가리키자 아이들이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진호가 퇴학당하면 저도 이 모든
사실을 교육청에 보낼 겁니다. 이사 장님이 절 협박했다는 것까지요. 언 론에도 보낼 거예요. 언론을 막으시 면 인터넷에 올리는 걸로도 충분히 화제가 될걸요?” 최명길이 박유민을 노려보았다.
“증거 있어?”
“증거야 충분하죠. 동영상 찍어놓은게 몇 개 있을 거예요. 애들이 찍는 걸 봤거든요. 제 폰에도 영수가 보 낸 협박 문자가 고스란히 있어요.” 최명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너 지금 날 협박하는 거냐?”
“협박이요?”
박유민이 평소답지 않게 피식 웃었다.
항상 주눅 들어 있던 그가 그런 모 습을 보이자 사람이 달라 보일 지경 이었다.
“전 지금 발악하는 겁니다.”
“발악?”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는데, 저는 꿈틀거리지도 못했습니다. 꿈틀 대면 더 맞았거든요. 그런데 더는 안 되겠습니다. 여기서도 꿈틀대지 못하면 저는 평생 후회하고 살아야 되거든요.”
창문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솔직히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어떤 놈이야!”
교장이 소리치자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교장이 목소리의 출처를 찾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 많은 인파 사이에서 홀러나온 목소리의 주인을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 이었다.
교장은 그랬지만, 강진호는 그 목소 리의 주인공을 알고 있었다.
정인규.
기회주의자에 용기도 없고, 필요가 없다 싶으면 친구라고 칭하던 자도
매정하게 버려 버리는 얄팍한 인간 관계의 소유자.
강진호가 정인규에 대해 내린 평가 였다.
하지만 그 얄팍한 인간관계의 소유 자가 지금 최대한의 용기를 내서 목 소리를 높였다.
정인규스럽지 않게 말이다.
정인규가 물꼬를 열자 여기저기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좀 심한 것 아냐?”
“야, 이거 너무하다.”
“일단 이거 찍어. 찍어놓으면 재밌 겠네.”
아이들이 웅성웅성거리며 상황을 평 하기 시작했다.
사태가 점점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흐 른다고 생각한 교장과 이사장의 얼 굴이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