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50)
마존현세강림기-351화(350/2125)
마존현세강림기 15권 (2화)
1장 몰아치다 (2)
“살벌하네, 진짜.”
방진훈은 강진호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강진호도 강진호지만, 강진호를 따라온 놈들도 보통 놈들은 아니었다.
‘이래서 정보가 중요한 거지.’
오늘도 방진훈은 새삼스레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조직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정보라는 것이 얼마나 중 요한 것인지 말이다.
저놈들이 강진호에 대해서 조금만 제대로 조사를 해보았다면 결코 이 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겨우 저 정도의 숫자로 강진호를 잡겠 다고 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감히 강진호를 따라 이 으슥한야산까지 걸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양 떼가 늑대를 잡겠답시고 구석 진 곳으로 포위해 움직이는 꼴을 본 적이 있는가.
그 모습을 실제로 보게 된 방진훈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서 무진 애를 써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거다.
한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입장에 서 방진훈은 상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 지금 제대로 확인하고 있었다.
‘사실 딱히 조사할 것도 없겠지만 말이야.’
방진훈이야 강진호와 실질적으로 얽혀 있는 사람이니까 강진호가 어 떤 사람인지 알 수 있지만, 다른 이 들 입장에서는 그게 쉽지가 않다.
첫째로 강진호는 쌓아놓은 것이 없다.
무인계에서 웬만큼 명성을 날리는 이들은 다들 행적이 어느 정도는 드 러나 있고, 그 행적을 통해서 성향 과 강함을 유추할 수 있지만, 강진호는 혜성처럼 나타나 갑자기 세상을 뒤집어놓았다.
그러니 조사하려 해도 할 것이 없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로는…….
‘살아 있는 놈이 있어야 뭘 조사를 하든 말든 하지, 뭐.’
강진호에게 대항한 이들의 결말은
둘 중 하나였다. 강진호의 손에 죽 거나, 아니면 강진호에게 숙이고 그의 손을 잡거나.
방진훈은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그가 강진호를 건드린게 아니라 강진호가 그의 일에 끼어들 었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방진 훈이 처음부터 강진호를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건 천태훈의 공이 컸다.
만약 방진훈이 강진호를 우습게
보고 그를 제거하려 했다면,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없을 것이다. 이미 저승에가 있을 것이고, 총회는 지 금까지처럼 이중걸의 손아래에서 움 직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사람은 줄을 잘 서야 하는 거지.”
방진훈이 쯧쯧, 혀를 차고는 앞을 보았다.
줄을 잘못 서다 못해 황금 줄을 태워 버리려고 한 놈들의 말로가 지 금 그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콰득!
료지는 오늘 참 여러 소리를 듣는 다고 생각했다.
사람 목이 꺾일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를 아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 나 있을까.
그리고 지금 료지는 인간의 손이 사람의 몸을 꿰뚫고 튀어나올 때 어 떤 소리가 나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런 건 딱히 알고 싶지 않아.’
자신의 수하의 몸을 꿰뚫고 나온 강진호의 손에 뭔가 검붉은게 쥐어 져 있다는 것을 본 료지는 차라리 눈을 감고 싶었다.
강진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에 들린 것을 바닥에가볍게 던져 버리 고는 그의 수하의 몸에서 자신의 팔을 뽑아냈다.
“끄윽……”
입에서 핏물이 콸콸 쏟아져 나와 제대로 유언조차 남기지 못한 놈이 바닥으로 쓰러진다. 부르르 경련을 하던 육체가 천천히 식어간다.
료지는 눈앞의 광경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 고 그가 지금까지 본 비현실적이기 짝이 없던 영화들이의외로 꽤나 현 실적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한 사람이 쓰러질 때 왜 주변의 다른 적들은 그걸 구경만 하고 있는 것인지 우스울 때가 많았는데, 막상 료지가 그 입장에 되어보니 왜 그들 이 움직이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무서우니까.
두려우니까.
지금 강진호를 포위하고 있는 이 들은 모두 열다섯이다. 처음에는 스 물이라는 숫자가 같이 왔건만, 이제는 열다섯밖에 남지 않았다.
모두가 알고 있다.
지금 열다섯이라는 이들이 한번
에 달려드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것을 말이다.
담뱃갑에서 담배를 꺼내듯 사람 목을 뽑아버리는 저 미친놈을 상대 로 하나씩 달려드는 것보다는 열다 섯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것이 훨씬 이성적인 일이었다.
문제는 세상일이 항상 이성으로만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열다섯이 동시에 달려든다면 강진호를 죽일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몇이나 죽게 될까?
저놈의 무위를 감안했을 때, 천운 이 따라 최소한의 수만 당한다고 해
도 반절은 죽게 될 것이다.
그럼 과연 인간이 50% 확률로 죽을 것이 분명한 일을 할 수 있는가라는 결론이 남는다. 이대로 주춤 대고 있다 보면 누군가는 강진호를 쓰러뜨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달려든다면 절반의 확률로 반드 시 죽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알고 있다고.’
하나씩 죽어 전멸하는 것보다는 반절의 확률이라도도박을 해보는 것이 낫다는 걸 모를 료지가 아니었
다. 하지만 막상 이런 상황에 처하 자 그 반절의 확률이라는 것이 그를 압박해 온다.
여섯 발짜리 리볼버에 세 발의 총 알을 채우고 머리에 대고 당길 수 있는가.
절반의 확률로 살아남을 수 있다 고 해서?
‘나는 못해.’
료지는 그럴 만한 용기를가지지 못했다. 그건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다. 목숨을 걸고 하는도박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강진호가 동료들을 하나하나 죽이고 있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극적 연출을 위해서 반응을 제한 해 놓은 영화의 모습을 현실의 그들 이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 어이 없고도 우스운 광경을 보며 웃지 못 하는 것이 료지의 불행이었다.
“아…… 아아……”
강진호가 천천히 다가가자 그의 수하 하나가 몸을 떨기 시작했다.
료지는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 었다.
조선 놈에게 일본의 자랑스러운 무인이 몸을 떨다니, 이런 치욕은 다시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강조해 온 당 당함을 잃어버리고 사시나무처럼 떨 고 있는 수하를 마음속으로도 욕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의 다리 역시 미 미하게 떨리는 것을 숨길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때,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강진호와 눈이 마주친 료지가 움 찔하고 몸을 떨었다.
강진호가 자신의 앞에 있는 수하를 그대로 내버려 두고는 그를 향해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료지의 눈에는 마치 사신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처럼 보였다.
달빛 아래에서 표정 하나 없는 강진호가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은 지 금까지 마치 액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순식간에 바꾸 어놓았다.
그리고 료지는 이제 그 영화의 주 인공이 됐다.
이 영화를 스릴러로 정의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호러로 정의해야 할 것인가.
강진호의 등 뒤에 쓰러져 있는 수
하들의 모습을 본다면 슬래터 무비 로 정의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잠시만.”
료지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적을 상대함에 있어서 입이란 건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해 온 그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만 것이다.
강진호의 발이 멈추었다.
“한국어를 할 줄 아나?”
“……그렇다.”
료지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홀러내
리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한국어를 할 수 있기에 그가 이번 원정에 차출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것이 모든 화를 불러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실이 지금 료 지의 수명을 연장해 주고 있었다. 강진호가 홍미를 보이고 있었으니 까.
적어도 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동안에는 살 수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료지가 필사적으로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 지?’
료지의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할 말을 찾아 낼 수가 없었다.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가.
그들은 강진호를 죽이겠다고 여기 까지 쫓아왔고, 강진호는 이미 그의 수하 다섯을 죽였다. 그런데 지금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안녕하십니까?
시간이 남으시면 저와 차 한잔하 실까요?
실소가 새어 나온다.
‘빌어먹을.’
료지는 이를 악물었다.
이미 그들은 대화로 뭔가를 해결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가 해야 할 말은 하나뿐이다.
“이, 이대로……
강진호의 눈썹이 살짝 꿈틀했다.
“이대로 돌아간다고 하면 보내줄 건가?”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서야 겨우 꺼낼 수 있는 말이었다.
‘지금 우리가 목숨 걸고 달려든다 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
러니 우리가 손해를 감수하고 물러 난다고 할 때 보내주는게 너에게도 이로운 일이다’라는 속뜻을 담고 있 지만, 그 모든 것을 표현하기에는 그의 한국어가 완벽하지 못했다.
그저 강진호가 그의 뜻을 알아채 주길 바라는 수밖에.
“쿡.”
낮은 웃음.
참으려 했지만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입술을 뚫고 흘러나오는 낮은 웃음이 강진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강진호가 새삼스럽다는 눈으로 료지를 보더니가만히 입을 열었다.
“웬만큼 우리말을 알아는 듣겠 지?”
“……그렇다.”
강진호가 알았다는 듯 웃음을 지 었다. 그 웃음의의미는 너무나도 확연했다.
“일본 놈들은 예의에 목숨을 건다 고 하던데, 너희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군. 살려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것치고는 너무 고자세이지 않나?”
강진호의 시선이 바닥을가리켰다.
“ 빌어봐.”
료지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 기 시작했다.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처박고 제 발 살려 달라고 빌어봐. 내가 허탈 하고 우스워서 손을 쓸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엉엉 울면서 빌어봐. 부탁과 사정에도 예의가 있고, 자세가 있는 법이지. 혹시 모르잖아. 그 정도 성의를 보이면 내 마음이 동할 지 말이야.”
굴욕이 었다.
손이 덜덜 떨릴 정도의 치욕감이 료지의 심장을 조여왔다. 차라리 혀를 깨물고 할복을 하는 것이 낫겠다
싶을 정도의 치욕감.
“나, 나를 모독하는 것이냐?”
“큭큭큭큭.”
강진호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웃 고 말았다.
“살려 달라고 비는 주제에 체면은가지고 돌아가겠다? 아주 좋은 방식 이로군. 하지만 어쩌지? 나는 그렇게 해줄 생각이 없는데 말이야.”
강진호가 으르렁대듯이 말했다.
“가진 걸 모두 내놓고 개처럼 빌 어. 목숨 하나 말고는 모두 버리고 간다는 생각으로 말이야. 구차하고 더럽게 빌어봐. 그럼 생각해 보지.”
료지의 얼굴이 붉게 물들 때, 등 뒤에서 검을 뽑는 소리가 났다.
스르르륵.
그 낮은 금속음이 료지의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조센징 놈이 아가리는 살아 있는 모양이군.”
“더 듣고 있을 겁니까?”
료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존심을 잃은 무사는 더 이상 무 사가 아니다. 무사가 아닐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자신들 다잡은 료지의 귓가에 악 마가 속삭이기 시작했다.
“너희는 죽을 때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그 악마는 새빨간 혀로 입술을 날 름거리며 선언하듯 말했다.
“약속하지. 개처럼 빌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될 거야. 죽어서도 그 후회를 놓지 못하게 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