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52)
마존현세강림기-353화(352/2125)
마존현세강림기 15권 (4화)
1장 몰아치다 (4)
부우우웅.
방진훈은 시계를 힐끔 보았다.
‘늦었네.’
막상 일본 놈들 때문에 지체된 시 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강진호가 그들 모두를 정리하기까지 걸린 시 간은 겨우 십 분도 걸리지 않았으니
까.
하지만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강진호가 다시 말끔해지기까진 생각 이 상의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강진호의 말을 따르다 보니 시간이 더 늦어버렸다.
아무리 방진훈이 총회 내에서 권 위가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뒤처리반을 불러놓고 ‘저것들 아직 안 죽었 으니 확실하게 죽을 때까지 기다렸 다가 처리해’라는 말을 할 수는 없 었으니까.
그 말을 하고 나서 하루만 지나면 총회 내 모든 사람들이 방진훈의 인
성이 갈데까지 갔다는 말을 하고 다닐 것이다.
그 꼴은 절대 볼 수 없었다.
결국 방진훈은 강진호를 설득해 죽어가던 이들의 숨통을 직접 끊어 놓고 나서야 뒤처리반을 부를 수 있 었다.
그 결과, 말끔해진 강진호를 보며 방진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건 사람도 아냐.’
아무리 물을 붓는다고 해도 피에 젖어버린 몸이 말끔해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강진호는 아주 간단하게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해 버렸다.
20L짜리 생수통을 들고 양강지기 로 통이 흐물흐물해질 만큼 물을 끓 여 버리더니, 그걸 뒤집어 머리 위 부터 부어버린 것이다.
양강지기로 그만한 물을 끓일 수 있다는 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펄펄 끓는 물을 뒤집어쓰고도 상쾌 해하는 몸뚱아리를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방진훈이었다.
‘이래서 차력사가 돈 버는 거구 나.’
방진훈의 연락을 받고 온 처리반 녀석들은 시체들을 보고는 눈에 띄
게 경직되어 버렸다. 아무리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놈들이라고 하더라도 스무 구나 되는 처참한 시 체를 보고도 태연할 수는 없는 노릇 이었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움직이던 놈들이 강진호가 끓는 물을 머리 위 로 부어버리는 모습을 보고는 ‘오 오’ 하는 꼴이라니.
앞에다가 모자 하나만 던져 놨으 면 현금이 우수수 쏟아질 기세였다.
의도하지 않은 쇼맨십으로 상황을 풀어버리는 강진호를 보니, 되는 놈은 뭘 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없이 창밖을 보고 있는 강진호를 보며 방진훈은 살짝 고민에 빠졌다.
이걸 물어봐야 할까?
방진훈이 강진호와 그저 잠깐 함 께하는 인연이다면 묻지 않아도 될 일이다. 하지만 그와 어떤 식으로든 동반자적인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방진훈이었다.
“하나 물어도 되겠습니까?”
“예. 얼마든지요.”
“어쩌면 조금 기분이 나쁜 질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담담한 강진호의 대답을 보며 방 진훈은 살짝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상대가 아무리 적이라고는 하지 만, 그렇게 잔인하게 대해야 할 필 요가 있습니까?”
강진호의 고개가 방진훈 쪽으로 돌아갔다.
“잔인이요?”
“예……:
방진훈은 살짝 망설였다.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말이다.
“조금 좋게 해결할 수 있지 않습
니까. 아무리 적이라고 하지만 목숨을 탯는 정도에서 끝낼 수 있는 일을 굳이 그렇게 처리하는 이유를 모 르겠습니다. 죽이지 않고 고통을 주는 선이면 적에게 강진호씨에 대한 인상을 남긴다는의미로라도 받아들 여 보겠는데, 그것도 아니잖습니까.” 한번 고삐가 풀린 말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게 강진호씨의 성향이라는 것은 압니다. 다만…… 이제 강진호씨는 혼자 싸우는게 아니잖습니까? 그런 경향이 다른 사람들의 거부감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강진호가 대답 없이가만히 바라 보자 방진훈은 한숨을 쉬었다.
“물론 저도 뭐라고 해야 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좀 거부감이 느껴 지는 편입니다. 저도 나름 험하게 살아왔습니다. 사람 죽여봤어요. 어 차피 죽이는 거, 곱게 죽이나 험하게 죽이나 무슨 차이가 있냐고 하겠 지만, 어디 사람이 그렇습니까. 소를도살해도 고통 없이 죽이려고 하는 판에 그래도 사람인데……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거부감이요?”
“ 예.”
“적을 잔인하게 죽이는게 거부감을 주는 일이라구요?”
“……예?”
방진훈이 멍한 얼굴로 강진호를 돌아보았다. 순간, 차가 차선을 살짝 벗어난다 싶었기에 방진훈이 급하게 핸들을 틀었다.
‘뭐야, 이 반웅은?’
강진호는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물었다.
“적을 잔인하게 죽인다거나 적을 참살하는 일은 아군의 사기를 높여 주는 것 아닙니까?”
“……예?”
방진훈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이 인간은 대체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거지?
“그, 그게 얼마나 구시대적인 발 상인지 알고 계세요?”
“구시대요?”
“예. 그건 옛날 일이에요.”
물론 예전에야 아군의 사기를 높 인답시고 적을 잔인하게도륙하거나 시체를 끌고 다니는 등의 일을 했다 지만, 지금은 21세기가 아닌가. 인 권에 대한 기본적 합의가 있는 시대 에 그런 짓을 했다가는 사기가 폭망 할 것이 빤한 일이었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걸 아셔야 할 것 같네요.”
강진호는 미묘한 얼굴로 방진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은 다를 수 있겠지만, 그렇 다고 하시니 다른 이들 앞에서는 좀 자제해 보겠습니다.”
방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생각이 없지는 않군.’
그럼 대화를 조금 더 해볼 만했다.
“……그런데 하나 더 물어도 되겠 습니까?”
“ 예.”
“사기를 올리는 것 때문에 그러신 건 아니잖습니까. 지금까지 강진호씨가 다른 이들을 쓰러뜨릴 때, 그 걸 본 건 저 하나뿐이니까요.”
“ 예.”
“그럼 왜 그러신 겁니까? 습관인가요, 아니면……
강진호가 살짝 고민하는 듯하다가 대답했다.
“글쎄요. 대답이 좀 애매해지는게, 저는 지금까지 딱히 제가 누구를 잔인하게 상대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요.”
“ 네?”
“저는 나름 자제하고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만.”
“……그게요?”
말문을 잃은 방진훈을 보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그 시대에 살았으면 난리 났겠 군.’
강진호가 과거 중원에서 활동하던 당시에 과격하다는 평은 받을지언정 잔인하다는 평은 받지 못한 무인이 었다는 걸 알면 반웅이 어떨까?
“잔인하게 보여서 얻는게 크지 않다면 나름 더 자제는 해보겠습니 다만, 사람 성향이라는게 있잖습니
까. 크게 바뀌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성향이라구요?”
“성향이라기보다는…… 뭐라고 해야 할까?”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이미 말했다시피 만약 제가 그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면, 지금쯤 죽은 건 저였을 겁니다.”
“그건 그렇지만요.”
“다른 사람의 목숨을 노린다면, 실패했을 때 자신이 어떤 꼴을 당해도 불평할 수 없는 거죠. 저는 그
사실을 알려주고 있을 뿐입니다.”
방진훈은 오싹한 기분을 느끼며 입을 닫아버렸다.
이건 방진훈이 무슨 말을 해도 바 뀌지 않을 것이다. 강진호의 성향이 그런 것뿐이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니까.’
사실 나는 상대를 죽이려고 하면 서 상대가 나를 죽일 때는 곱게 죽 여주길 바라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더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눈이 있을 때는 좀 조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
다. 사람이라는 것은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거든요. 그저 강진호씨가 적을 과격하게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반감을가지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예. 명심하죠.”
강진호의 대답이 건성으로 들린 것이 방진훈의 착각만은 아닐 것이다.
‘차라리 벽에 대고 말을 하지.’ 한숨을 쉰 방진훈이 액셀을 꽉 밟 았다.
“아니, 뭔 짓 하려고 또 사람을 이 시간까지 숙소도 못 들어가게 잡 아두는 거야?”
“낸들 아나.”
방진훈으로부터 퇴근 불가 선언을 받은 이들의 입에서 불만이 새어 나 오기 시작했다.
사실 총회라는 곳은 딱히 구성원을 제약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들이 모여서 할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구성원들에게 있어서 총회의의의는 회비를 받아가는 대신에 그들이
마음 놓고 수련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주고, 바깥세상과 얽히는 일 이 있을 때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곳 정도였다.
두 번째가 워낙 중요한 일인데다 총회의 수뇌부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무인들이기에 아직 대표성을 띠 고 있는 것이다. 퇴근이라고는 해도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며칠에 한번 정도 총단에 들러서 출근도장이나 찍고 수련이나 하다가는 일이 전부 였다.
그런데 오늘은 출근한 이들 모두 에게 방진훈이도착하기 전까지 퇴
근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말이 떨어 진 것이다.
그러니 다들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뭐 때문에 그런데?”
“영남회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니겠 어? 그 새끼들, 요즘 완전히 미쳤다는데?”
“……영남회.”
영남회라는 말이 나오자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기 시작했다.
“대체 왜 그런데?”
“미친놈들이 미친 짓 하는데, 이 유가 뭐가 필요하겠어. 그냥 미친
거지.”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이는 공영길 이었다.
“그보다 영남회가 뭔 짓을 하든 간에 그건 위에서 알아서 대처할 일 이잖아. 그런데 왜 우리더러 남으라 고 한 거야.”
“내가 어찌 아냐고.”
짜증 어린 대답을 들으며 이명환 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도 모른 채 늦은 시간까지 잡혀 있으려니 짜 증이 나서 자꾸 묻게 된다.
“그냥 듣기로는……
“응?”
“사람 하나데리고 온다고 하던데‘?”
“사람?”
“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그 러더라고.”
“중요한 사람이라니?”
이명환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을데리고 오려고 그러는 거지?’
그가 아는 방진훈이라는 사람은 결코 이런 일로 사람을 잡아두지 않는다. 그는 실속을 중요시하고, 허례의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굳이 예외를 두면서
까지 소개시켜야 하는 사람이라니.
“자식새끼라도데리고 올 셈인가?”
“……회주님 결혼 안 하셨잖아.”
“결혼 안 했다고 애 없으리란 법 있나. 그 양반 젊을 때는 난봉꾼이 었다고 하던데. 자식 하나쯤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잖아?”
“그래?”
공영길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을 했는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말했다.
“그럴 사람은 아니지.”
“……그러니까 내가 짜증이 난다
는 거야. 그럼 대체 누가 오냐, 이 말이지.”
이명환이 작게 속삭였다.
“강진호가 온다는 말이 있더라.”
“뭐?”
강진호라는 말이 나오자 이명환의 눈이 크게 혼들렸다.
“그럼 그게 사실이야?”
“그건 모르지. 그런데 지금 회주 님에데리고 오는 사람이 강진호라는 이야기가 있어.”
“씨발, 진짠가, 그거?”
이명환이 당황한 얼굴로 주위를 돌아보았다.
강진호라니.
얼마 전부터 그들에게 암암리에 퍼지던 이름이다. 전대 회주와 지금 회주 사이의 심각하던 갈등을 찍어 눌러서 총회를 통합해 버린 것이 강진호라는 이름의 청년이라는 것.
처음 들었을 때는 말도 안 되는 루머라고 웃어넘겼지만, 그 말이 자 꾸 나오기 시작하자 무시할 수가 없 었다. 특히나 회주 쪽 이들의 입에 서도 그 이름이 나오고 있었다.
‘과연 강진호는 어떤 사람인가’, ‘지금 퍼지고 있는 소문이 사실인가’는 요 근래 총회의가장 뜨거운
화젯거리라고 할 수 있었다.
“아니, 그런데 그 루머가 사실이 면……
“잠깐만!”
공영길이 이명환의 말을 자르고는 창밖을가리켰다.
“온다.”
정문에서부터 헤드라이트를 켜고 들어오는 회주의 차를 보며 이명환 이 침을 꿀꺽 삼켰다.
‘어떤 놈일까?’
이명환의 몸이 긴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