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54)
마존현세강림기-355화(354/2125)
마존현세강림기 15권 (6화)
2장 시작하다 (1)
방진훈이 말이 끝나자 소란스럽던 강당의 분위기가 살짝가라앉았다.
‘붙어보라고?’
물론 그게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는 하다.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서 앞에서 퍼포먼스를 펼쳐 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실력을 증명하는가
장 쉽고도 간단한 방법은 다른 이를 꺾어내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정말 방진훈에게서 그런 말이 나올줄은 몰랐다. 방진훈이 추천한 이가 다른 이들에게 꺾인다면 그것보다 망신스 러운 일이 없을 테니까.
더구나 이사로 들이겠다고 한 이가 여기에 있는 이들에게 꺾인다면, 방진훈은 한동안 얼굴로 들고 다니 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걸 감수하겠다고?’
이명환은 갑자기 불안함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방진훈이 생각이
없는 사람이 아닌 이상 강진호가 여 기서 공영길에게 꺾이면 무슨 꼴이 날지는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방진훈이 절대 멍청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방진훈은 강진호에게 절대적인 자신감을가지 고 있다는의미가 된다.
‘저 사람에게?’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이명환이 보기에 강진호는 결코 강해 보이지 않았으니까.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라? 그것도 웃긴 이야기였다.
겉모습은 그 사람을 판단하는 1 차적인 근거다. 세상 어떤 사람이 겉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타인을 판별할 수 있다는 말인가. 독심 술사도 아니고.
게다가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첫째로 강진호의 몸에는 근육이 너무 없었다.
무인이 아무리 내공을 바탕으로 싸운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육체는 필요하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근육이니까. 내공이라는 것은 파괴력을 높여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두 번째로는 강진호의 손
이었다.
이명환은 정장 아래로 나와 있는 강진호의 손을가만히 바라보았다.
‘ 없어.’
굳은살이 보이지 않는다.
수련의가장 큰 증거는 굳은살이다. 권을 쓰는 이는 손등 쪽에 크고 작은 상처가 흉져 있기 마련이고, 검을 쓰는 이는 손바닥 쪽이 만신창 이처럼 갈라진다.
경지에 올라 더 이상은 상처가 생 기지 않는 수준이라고 해도 다를 것이 없었다. 더 이상 상처가 생기지 않는다고 해도 흉터가 사라지는 것
은 아니었으니까.
방진훈의 손 역시 크고 작은 흉터 로 덮여 있다. 그런데 강진호의 손은 깨끗하기만 했다.
그가 아무리 귀환자라고 한들 노 력 없이 강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공이라는 것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다. 몸이 하는 것이다.
귀환이라는 것은 캐릭터를 다시 키우는 것과 같다. 몇 번 만랩 캐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과 똑 같이 출발을 하더라도 좀 더 빠르고 강하게 캐릭을 키워낼 수 있을지 모 르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을
수는 없다.
‘현질이라도 하면 모르겠지만 말 이야.’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현질을 할 수가 없다.
다른 이들도 다들 같은 생각인지, 공영길에게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럴 생각까지는 없습니다만.”
강진호가 방진훈을 제지하고 나섰다.
“그냥 인사만 하러 온 참이니, 인 사만 하고가겠습니다.”
“네, 그러시면.”
방진훈이 입맛을 다셨다.
‘여기서 한번 휘둘러 주면 딱 좋은데.’
불만을 잠재우는 방법으로가장 좋은 것이 실력 행사가 아닌가. 지 금 입을 털어 대는 놈들도 강진호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감히 입을 열지 못할 것이다.
이런 방식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필요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진호가 이리 나온다면 어 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한번 보여주시는게
“재롱 떨 생각은 없습니다.”
단호한 강진호의 말에 방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강진호 입장에서 보자면 저것들과 손을 섞는게 우습기는 할 것이다. 저랩 사냥터에서는 고랩이 놀지 않는 것이 관례가 아니던가.
“여하튼 잘 부탁드리 겠습니다.”
강진호가 다시 한번 고개를 살짝 숙이자 공영길이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을 본 이명환은 섬뜩함을 느꼈다.
‘거기까지만.’
여기서 멈추면 된다. 더 이상은가면 안 된다. 시작은 자신이 했지 만, 그 자신은 수습할 수 있는 단계 에서 멈췄다.
그런데 지금 공영길의 반응은 그 단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군중심리 라는 건 무서워서 사람은 자신이 한 일을 타인들이 지지해 주면 선을 넘 어버리게 된다.
지금 공영길이 딱 그런 상태였다. 여기서 선을 넘어버리게 되면 방진 훈이 눈 밖에 날 상황이 컸다. 이제 슬슬 혼란을 수습하고 권력이 최고 조에 달할 회주의 눈 밖에 나는 것
이 무슨의미인가를 생각한다면 결 코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막 손을 뻗어 말리려는 순간, 공 영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쫄았네.”
분위기가 싸해졌다.
순간, 강당 안이 조용해졌고, 그 반응에 살짝 당황한 듯 공영길이 주 변을 둘러보았다.
다들 조금은 책망 어린 시선으로 공영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야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은 공영길이 상황을 수습하려 했지 만…….
‘웃어?’
화를 낼 것이라 생각한 방진훈은의외로 웃고 있었다.
마치 이 상황이 너무 재미있어 죽 겠다는 듯이 말이다. 반원형으로 말 려 버린 눈이 강진호를 향해 돌아가 있었다. 공영길의 시선도 자연히 방 진훈의 시선을 쫓아 강진호에게가 닿았다.
강진호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다만, 뭔가 대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조금은 곤란하다는 눈으로 공영길을 보고 있었다.
“어, 음……
강진호가 머리를 긁었다.
“딱히 쫀 것은 아닌데, 여하튼 대 화로 풀 수 있는 이야기라면 대화로 풀고 싶네요.”
“ 예?”
“이사로 합류한다는 이야기에 반 감을가지시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와는 협의가 된 이야기가 아닌데, 마음대로 질러 버리셨네 요. 그럴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마 시기 바랍니다.”
강진호가 이리 나오자 얼떨떨해진 것은 되레 공영길이었다.
“아, 예. 그러시다면야……
누군가를 비난했는데 그쪽이 발끈 하지 않고 사과해 버리면 할 말이 없어지기 마련이다. 강진호가 살짝 고개를 숙이자 공영길도 마주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꼴이 좀 이상하네.’
호기롭게도발을 해놓고 저쪽이 물러서자 이쪽도 물러나 버린 모양 새였다. 뭔가 말린 듯한 느낌이 들 었다.
상황이 조금 정리됐다고 생각한 방진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직위에 관한 문제는 내가 좀 성 급했던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
는 이사들과 상의해서 좀 더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볼 테니, 이해해 주기 바란다.”
“ 예.”
“너희 쪽 입장도 충분히 수용할 테니까 대표 격이 되는 애들은 다른 사람들 입장 수용해서 위쪽으로 보 고 올려주면 좋겠네.”
“알겠습니다.”
“에, 그럼……
방진훈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강진호가 ‘또?’라는 눈빛을 보냈다. 방진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호가 한숨을 쉬었다.
이런 자리는 이래서 질색이다.
“하루 이틀 내로 같이 움직여야 할일이 생길 것 같은데, 잘 부탁드 리겠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숙이자 강당에 모여 있는 이들도 다들 살짝 목례를 했다. 예의 바른 모습이 마음에 든 것이다. 회주가 자신을 밀어주고 지 원한다고 하면 젊은 마음에 들떠서 오만해질 만도 하건만, 강진호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의외로 좋은 놈이네?’
공영길이 그리 생각하는 동안 이명환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 멍청한 새끼.’
강진호가 저리 대웅하지 않고 불 쾌한 기색을 보였다면, 아마 방진훈도가만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 이데리고 온 이가 자기 수하들에게 모욕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을 모욕 한 것과 같으니까.
그쯤 되자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강한 거야, 약한 거야?”
겉모습을 보고 내린 판단이 대응을 보니 일그러진다. 결국 강진호의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어진 것이다.
“그럼 다들 해산해. 아마가까운 시간 내에 움직여야 할 테니까, 연 락 체계 잘 유지해.”
“ 예.”
방진훈이 빙그레 웃고는 밖으로 나가자, 강진호도 그 뒤를 따랐다. 강진호가 나가자마자 강당 안이 왁 자지껄해졌다.
“야, 저 새끼 뭐냐?”
“약해 빠진 것 같은데, 저걸 무슨 생각으로 이사에 앉히겠다는 거지? 회주님도 나이가 드셨나?”
“몇 살이라고 나이가 들어? 아직 한창일 땐데.”
“이해 못할 일을 벌이시니까 그렇 지.”
“야, 영길아. 처 밟아버리지, 왜 그거 그냥 놔뒀어?”
공영길이 머리를 긁었다.
“에이, 거기서 제가 밟겠다고 나 서면 회주님 체면이 뭐가 됩니까. 적당한 곳에서 물러서서 체면 세워 드려야죠.”
“새끼, 사회생활할 줄 아네.”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었다.
‘쿠데타라도 성공시킨 분위기네.’ 이 일로 방진훈의 콧대를 꺾어주 었다고 생각하는 놈도 있는 모양이
었다. 그런 놈들이 제일 날뛰고 있 었다. 방진훈의 입장에서는 신경 쓸 필요도 없는 놈들이 자기가 뭐라도 한 양 설쳐 대는 꼴을 보니 한심하 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말로 할 건 아니었다.
‘그런데 이거…… 생각하니 상황 이상하네.’
방진훈과 강진호의 관계에 대해 떠돌던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면 굳 이 이사 자리에 앉히겠다고 할 필요가 없다.
그런 만큼 방진훈과 강진호 사이 에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은 틀림없
어 보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강진호가 소문에 들리는 것처럼 미친놈 이 아니라는 건데…….
그때, 끼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이명환은 안으로 들어온 이들을 보며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양손과 옷에 피 칠갑을 한 이들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순간, 시선이 그쪽으로 집중되었다.
“아, 씨발……
안으로 들어온 이들이 하나같이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
고 있었다.
“너, 너희…… 전쟁터 갔다 왔냐? 그 꼴이 뭐야?”
“전쟁터요?”
처음 안쪽으로 들어온 이가 피식 웃었다.
“차라리 전쟁터면 좋겠습니다. 이게, 아오……
‘처 리반이잖아.’
총회 무인과 관련되어 벌어진 사 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녀석들이 었다. 그런데 저들이 저런 꼴로 복 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뭔 사람을 쳐 죽여도 곱게 죽일
것이지, 뭔 피떡을 만들어놨어요. 와, 내가 이 일 하면서 토 쏠린 적 이 없었는데, 오늘 시원하게 뱉고 왔습니다.”
“어디 갔었는데?”
“몰라서 묻는 거 아니죠?”
“……너희, 회주님이 불러서가지 않았냐?”
“ 예.”
이명환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고 말았다.
“강진호가 저지른 거야?”
왜 그 말이 나왔는지는 그도 모른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명환의
질문이 더없이 적절했다는 것을 증 명해 주고 있었다.
“그 새끼, 완전 사이코예요.”
“……어?”
“ 아우.”
의자를 뺀 이들이 털썩 앉으면서 말했다.
“와, 씨발. 사람을 뭔……. 아니, 내가 기본적으로 쪽발이 새끼들한테 적대감이 있는 사람인데, 쪽발이가 불쌍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니 까. 내가 고기를 다져도 그 꼴은 안 나오겠더라.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그렇게 죽일 수 있는지 모르겠더라
구요.”
“강진호가 쪽발이 새끼들을 죽였 다고?”
“ 예.”
“보통 사람을‘?”
“뭔 보통 사람이에요. 다 칼 차고 있던데. 강진호 노리고 온 것 같던데?”
이명환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일본 무인 스무 명을 죽였다고?”
“그냥 죽인게 아니라 완전 다져 놨어요. 씨발, 해도 해도 너무하더 라.”
강당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방금 전 샌님처럼 그들의도발을 웃어넘기던 이가 그런 짓을 저질렀 다는 걸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좆 됐다.”
누군가 홀린 말이 그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큰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끼익.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온 회주 실 비서가 입을 열었다.
“이명환, 공영길. 회주님이 찾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