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58)
마존현세강림기-359화(358/2125)
마존현세강림기 15권 (10화)
2장 시작하다 (5)
강진호는가만히 숨을 끌어당겼다.
‘부족해.’
그의 내면에서 욕구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부족하다.’
지금까지는 잘 참아왔다.
하지만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어린아이에게 새총을 주고 나서 쏘지 말고 보고만 있으라고 하면 어 떻게 될까?
처음에는 그 말을 들을 것이다.
하지만 새총에 돌을 넣고 당기면 멀리 날아간다는 것을 아는 아이의 손에 그 새총을 계속 쥐어 주고 있 으면 끝까지 참아낼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없다.
언젠가는 당기게 된다. 언젠가는 사용해 보게 된다.
그럼 총은?
사람의 손에 장전된 총을 쥐어 주 고는 결코 쏘지 말고 들고만 있으라 고 하면 사람은 그 총을 쏘지 않을까?
하루는 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주일은?
한 달은?
일년 동안 그 총을 쏴보지 않을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인간이란 그 장전되어 있는 총을 사용할 곳을 찾게 된다. 그게 아무런 사람이 없는 인적 드문 곳의 과녁이든, 아니면 안전한 사격장이
든.
그게 아니면 으쓱한 뒷골목이든. 무공이란 그런 것이었다.
그저 지니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는 없다. 무공을 지닌 인간은 그 무 공을 쓰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리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말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게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강진호가 중원에 있을 때도 수많은 이들이 강호에 염증을 느껴 금분 세수를 하고 심산유곡에은거했지 만, 결국은 다들 그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강호로 나왔다.
강하다는 것.
그리고 그 강함을 이용하여 모든 일을 쉽게 해결하고 초월적인 지위를 누린다는 것은, 인간이라면 그 누구도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차 라리 마약을 하던 이가 인내력만으로 마약을 끊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강진호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무학에 집착하지 않으려 했다. 이 세상은 무학이 필요 없는 곳이고, 무공을 익힌다면 결국은 쓸 곳을 찾게 될 테니까.
처음에 그 결심이 깨진 것은 세상 이 그를 평범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 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그를 건드린 것은 일반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를 건드린 것은 무인이다. 그것도 대한민국 최대의 단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 이들을 상대하고 응징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다.
더 큰 힘.
더 많은 힘.
마치…….
— 나처럼?
강진호의 몸이 살짝 떨렸다.
악마처럼 속삭이는 저 목소리는 다른 이의 것이 아니다. 그의 목소 리였다.
강진호는 알고 있었다.
이 세계로 처음 돌아왔을 무렵, 그리고 군대에 있을 무렵까지만 해도 강진호는 적천마존과 자신을 완 벽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분리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강진호로 살아가다가 필 요한 일이 있으면 적천마존의 인격 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뒤섞이고 있다.
좋게 말하면 합일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적천마 존의 인격이 그의 인격에 영향을 주 고 있었다. 스멀스멀 물이 스며들 듯이 말이다.
‘모든 것이 나다.’
그 역시 강진호이고, 적천마존 역 시 강진호였다. 부정하고 뒤틀 생각은 없다. 그저 필요에의해 구분해 놓았을 뿐이다.
— 편해지고 싶지 않아?
그를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강진호의 삶은 좀 더 편해질 것이다. 거추 장스러운 것에 집착할 필요도 없고,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단순하게 살 수 있겠지.
하지만 그래서는 잃는 것도 많았다.
강진호가 선택한 것은 제3의 길 이었다.
열어놓은 단전으로 외기(外記)가 물밀듯 들어차기 시작한다. 억지로 틀어막아 놓은 성장의 벽을 열어젖 히자, 비어버린 공간에 공기가 들어
차듯이 외부의 기가 폭발적으로 그를 향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부족해.’
더.
더, 더!
더 많은 기가 필요하다.
그가 적천마존이 아닌 강진호로서 강해지기 위해서 말이다.
그의 안에서 적천마존을 분화시켜야 했던 이유는 현재 강진호의 인격 이가진 힘이 적천마존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세 번의 삶은 그 에게 두 개의 성격을 주었다. 강제 로 틀어막아 구석에 처박아놓은 인
격이 그가 분노하면 분노할수록 그 구속을 찢어발기며 스멀스멀 밖으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저 강진호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전쟁이지만, 이 전쟁은 세상 어 느 전쟁보다 더 격렬하고 거칠었다.
더!
더 필요하다!
그리고 강진호는 더 강해질 것이다.
끼익.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강진호의 얼굴은 더없이 평온해 보였다.
“진호야, 문 잠그고 하루 종일 뭐 했니?”
“ 엄마는!”
강은영이 소리를 빽! 질렀다.
“다 큰 남자한테 그런 걸 물어보는 거 아니야. 여자 친구도 없는 사람이 방 안에 있으면 할 거 빤하지.”
“여자 친구가 왜 없어? 최연하 씨랑 여행도 다녀왔는데.”
“……어? 그러네? 오빠, 뭐했어?” 강진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그냥 생각할게 있어서. 그런데 너는 요즘 자주 집에 있다?”
“웅. 나 요즘 활동이 없어.”
“다음 활동 준비 안 하니?”
“이게 좀가닥이 안 잡혀서 그래. 드라마를 한 편 더 하면 음반을 미 뤄야 하고, 음반을 할 거면 드라마를 미뤄야 하는데, 어느 걸 우선시 할지가 좀 애매해서.”
“응.”
“아냐, 오빠. 이건 그냥 내가 고 민하는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정 해지면 엄청 바쁘게 움직일 거야.
사람이 재충전도 좀 해야지.”
“그래.”
보통 재충전이라는 말이 소파에 드러누워서 과자를 마시는 걸의미 하지는 않겠지만, 강진호는 굳이 그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다른 걸 지적했을 뿐.
“비활동 기간이라고 너무 먹었 네.”
“……응?”
“한 5kg은 찐 거 같은데?”
“아, 아니야! 이거, 헐렁한 거 입 어서 그래 보이는 거야.”
“얼굴이 달덩어린데?”
“진짜? 정말?”
강은영이 비명을 지르면서 거울로 뛰어갔다. 거울을가만히 들여다보 고 나서 사색이 된 강은영이 체중계가 있는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비명을 질렀다.
“쯧.”
모든 것을 놓아버린 대가를 절절 히 치르는 자의 통곡 소리를 들으면 서 강진호가 문밖으로 나섰다.
“어디가니?”
“네. 오늘 애들이랑 피시방가기 로 했어요. 아침에 들어올 테니까 기다리지 마세요.”
“또 연락 안 되는 거 아니지?”
“전화 잘 받을게요.”
“그래. 엄마 믿는다?”
“ 예.”
걱정 어린 백현정의 배웅을 받으 면서 강진호가 밖으로 나섰다. 예전 이라면 그가 밤에 나가든 낮에 나가 든 집에만 있지 말고 좀 제발 밖으로 좀 다니라고 하던 백현정이지만, 한번 신뢰를 잃은 대가는 컸다. 그 만한 신뢰를 다시 회복하려면 아무 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았다.
이게 다 영남회 놈들 때문이라고 생각하자 살짝 짜증이 치밀었다.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오자 문 앞에서 이미 조규민이 기다리고 있 었다.
“나오셨습니까.”
“ 예.”
“가시죠.”
“ 예.”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규민에게로 향했다.
“그건?”
조규민이 강진호의 손에 들린가 방을가리키자 강진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갈아입을 옷이에요.”
“ 예?”
“요즘 자꾸 밖에서 옷 날려 먹고 양복 입고 들어갔더니, 집에 슈트만 몇 벌 되고, 엄마가 어디 나이트에 취직했냐고 해서.”
조규민이 입을 틀어막았다.
심각한 일을 하러가는 중인데, 이건 너무 웃기다. 나이트라니.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다. 부모님 입장에서야 이상하기는 하겠지. 평 범하게 입고 나간 아들이 자꾸 시커 먼 양복을 입고 집에 들어오니까.
“이래서 히어로들이 쫄쫄이를 입
는 거군요.”
“……아!”
“하나 제작해 드립니까?”
“죽어도 안 입습니다.”
“왜요? 강진호씨 몸매면 폼이 날 것 같은데요? 군살 하나 없으면 쫄쫄이만큼……
“거기까지.”
파상 공세를 끊어낸 강진호가 고 개를 저으며 조규민을 따라 큰길로 걸어 나갔다.
“이동 문제는 해결했습니까?”
“예. 뭐, 그 정도야 간단하죠.”
“어떻게요?”
“저기 보시면 됩니다.”
“……음?”
큰길로 나가자 길가에 대져 있는 수많은 버스들이 보였다.
‘이게 해결책이라고?’
버스를 타고가다가 자꾸 검문을 받고 해서 문제라고 한 건데, 버스가 많다고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러면 검문을 안 받는다구요?”
“에이, 왜 그러십니까, 눈썰미 좋 으신 분이. 다시 보시죠.”
“네?”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밖을 보았
“아……”
대져 있는 버스들은 그냥 버스가 아니라 하나같이 재경의 마크가 새 겨져 있었다.
“회사 출근 버스를 모조리 수배했 습니다. 40인승 버스 50대입니다.”
“……버스가 그만큼이나 있어요?”
“본사뿐 아니라 공장 쪽이랑 여기 저기 다 모았죠.”
“이걸 왜?”
조규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재경야유회 간다고 하면 됩니다. 회사 셔틀 버스를 검문하는 경 우는 없거든요. 안에서 술 먹고 소
란만 안 피우면 문제없습니다.”
“헐……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한 발상에 강진호가 감탄한 눈으로 조규민을 바라보았다.
‘잔머리는 정말 잘 돌아간다니까.’
“그런데 이거, 실수로라도 검문받 으면 재경이 조폭 동원했다고 뉴스 나는 거 아닙니까?”
“……에이, 설마요.”
조규민이 손을 내젓고는가장 앞 에 있는 버스를가리켰다.
“1호 버스에 타시면 됩니다. 중요 한 사람들은 저기로 다 모아놨습니
다.”
“ 예.”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 올랐다.
‘이건 뭐, 수학여행도 아니고.’
전쟁을 하러가는데 버스를 대절 해서가려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중원에서야 타 문파를 치러 갈 때, 튼튼한 두 다리로 뛰어가거나 말을 타고 다녔으니까.
‘말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이상하 진 않은데……
머리와는 다르게가슴이 뭔가 애 매함을 느끼는 모양이다. 버스 특유
의 살짝 비릿한 향을 맡으며 강진호가 버스 위로 올랐다.
“어서 오십시오.”
이미 버스 안에는 방진훈과 몇몇 이사들, 그리고 이중걸과 이현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이에요.”
“예.”
이현주가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 자, 강진호가가벼운 목례로 그 인 사를 받았다.
강진호가 자리를 잡자 방진훈이 입을 열었다.
“그날이네요.”
“예. 그날이죠.”
참 오래 걸리기도 했다.
강진호는 씁쓸한 얼굴로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 보면 이리 오래 걸 린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그가 결 심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남회를 친다는 것은 더 이상 무인의 세 계와 거리를 둘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 점이 계속 마음에 걸려 미적거 리다 보니 이리 오래 걸려 버렸다. 하지만 이제 결심을 한 이상 결과는 하나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일단은 계획을 좀 짜봤는데, 마
음에 드시는지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방진훈이 서류를 내밀었다.
조규민이 강진호를 보며 말했다.
“저도 같이 참여해서 짜봤습니다. 이게 아마도 최선일 겁니다. 동선도 좀 고려했고, 최대한도망치는 이가 나오지 않도록 했습니다.”
강진호가 서류를 쭉쭉 넘겨보더니, 턱 소리가 나도록 서류를 덮었다.
“필요 없어요.”
“ 예?”
조규민이 황당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가 아는 강진호는 다른 사람의의견을 이리 칼같이 잘라 버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다른 계획이 있는 건가?’
“생각해 놓으신 계획이라도……
“ 예.”
강진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그리고 그 계획을 들은 조규민이 허허, 하고 두 번 웃더니, 강렬하게 소리쳤다.
“미쳤어요?”
조규민의 입에서 처음으로 강진호
에 대한 욕이 튀어나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