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62)
마존현세강림기-363화(362/2125)
마존현세강림기 13권 (14화)
3장 내보이다 (4)
“빨리 움직여! 빨리!”
방진훈은 거칠게 소리쳤다.
이미 기도비닉을 유지할 때는 지 났다. 아마 곧 저들도 총회가 몰려 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것이다.
‘아니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 지.’
영남회의 정보력을 감안한다면, 이미 그들의 움직임을 포착했을 확 률이 더 높았다. 설령 그들이 오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도 지금쯤은 알아챘을 것이다.
이곳은 그들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곳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대응이 없지?’
이만한 인원이 몰려왔다는 것을 알면 저쪽에서도 난리가 났어야 하는데, 이상할 정도로 아무런 대응도 없이 조용하기만 했다.
‘함정인가?’
순간, 방진훈의 미간이 좁아졌다.
충분히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안으로 들어오는 그들을 노리고 있을 수도 있다.
원래의 계획대로 밀고 나갔다면 상대가 함정을 팠다는 것에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함정이든 뭐 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함정이라는 것은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했을 때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동 경로라든가, 공격로라든가.
하지만 그 자신도 예측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저쪽에서 자신 들의 움직임을 예측한다는 것은 아 예 불가능한 일이었다.
“빨리 움직이라고, 이 새끼들아!” 우왕좌왕하는 놈들에게 욕지기를 내뱉은 방진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제길, 이게 뭔 짓이냐고!’
높이 쳐진 영남회의 담을 따라 크게 돌고 있는 인원들을 보니, 새삼 헛웃음이 나왔다.
이미 총회는 영남회보다 전력이 약하다. 전체적인 수나 고수의 수나 모두 밀린다.
상대적으로 약한 전력을가지고 있는 그들이 되레 영남회를 포위하 고 있는 것이다. 전술적으로 본다면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하지 않을 짓
이었다.
포위라는 건 최소한 비슷한 수가 되어야의미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차이가 있을 때는 포위를 했다가 되레 전력이 분산되 어 당하기 일쑤였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방진훈은 포위를 지시했다.
‘어디, 그래 보자고.’
이상한 기분이었다.
분명 이게 제정신으로 할 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가슴이 두근거 린다. 상식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
로는 해서는 안 되는 짓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렇기에가슴이 뛴다.
“완료됐습니다.”
“그래? 그럼 신호와 동시에 올라가.”
“예!”
건너편에 있는 이중걸도 비슷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까?
‘어쩌면 나는 이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한 건지도 모른다.’
기대와 불안이 혼재한 눈으로 방 진훈이 정문 쪽을 바라보았다. 벽에가려 보이지도 않는 그곳을 말이다.
* * *
“뭐냐고, 이 새끼야?”
강진호는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는 이를 보며 환히 웃었다.
“여기는 손님을 이렇게 받는 모양 이지?”
“이 밤에 여기까지 걸어서 찾아올 손님이 어디 있어? 너, 뭐하는 놈이야?”
“그래?”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손님이라는 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거지.”
“이 새……”
말을 하던 이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태연하게 욕설을 이어가려고 했는데, 강진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이해할 수 없게도 입이 닫혔다. 그 러더니 불안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딱히 별다른 감정을 싣지 않는 눈 빛임에도 그 눈을 보는 순간,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강렬한 예감이 그의 몸을 뒤흔들었다.
“걱정할 것 없어.”
“……뭐?”
“다 같을 테니까.”
뭔가 항변을 하려는 순간, 강진호의 손이 뻗어졌다.
그 손은 빠르다고 하기에는 느렸 고, 느리다고 하기에는 빨랐다.
가공할 속도로 그의 인식을 벗어 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말을 하려 고 긴장을 살짝 푼 그 미세하고도 미세한, 마치 찰나 같은 틈을 비집 고 들어왔을 뿐이다.
그걸 깨달은 것은 이미 목이 잡히 고 나서였다.
“끄으윽!”
강진호가 사내의 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사내가 자신의 목을 틀어쥔 강진호의 손목을 움켜잡고 마구 긁어 댔다. 하지만 강진호는 눈 하나 깜빡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
“너는 운이 좋은 거야. 적어도 공 포에 떨지 않아도 되니까.”
“ 끄르르륵.”
이명환은 오늘 처음으로 사람의 목에서 저런 소리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에 빠진 사람 처럼 마구 허우적거리며 강진호의 팔을 할퀴던 사내가 이내 축 늘어졌다.
그러자 강진호는 사내를 구석으로 던져 버렸다.
“너, 너 뭐하는 거야? 이 새끼야‘?”
“보다시피.”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강진호는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당황한 사내를 향해 걸어갔다.
“글쎄, 나도 궁금하군.”
“ 뭐?”
“내가 무사할 수 있을지 말이야.”
“이 미친……
그 순간, 강진호의 오른발이 빛살
처럼 뻗어지더니, 사내의 명치를 그 대로 걷어찼다.
쾅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비명조차 남기지 못한 사내가 마 치 포탄처럼 쏘아져 벽에 부딪쳤다.
순간적으로 벽이 움푹 파이며 거 미줄 같은 금이 쩌적쩌적, 퍼져 나 간다.
일격. 그걸로 충분했다.
순식간에 정문을 지키고 있던 두 사람을 제압한 강진호가가만히 문을 바라보았다.
“닫힌 건가요?”
“……예.도어록인 것 같은데요?”
현관에 보이는 지문 인식 장치를 본 천태훈이 떠듬떠듬 말하자,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뒤로 조금 물러나요.”
“ 예?”
“물러나세요.”
“아, 예!”
천태훈이 부리나케 뒤쪽으로 물러 났다.
그 와중에 얼떨떨해하고 있는 이명환의 어깨를 잡아챈 천태훈이 그를 뒤로 질질 끌고 갔다.
“아, 아니…… 뭐, 얼마나 물러나
려는 건데?”
대포라도 쏘나? 폭격이라도 떨어 져?
뭘 좀 물러나라는 말에 여기까지 나온다는 말인가.
“그냥 좀 닥치고 있어.”
“……뭐?”
“나중에 오줌 질질 싸면서 후회하 고 싶지 않으면,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고. 내가 겪어도 너보다 더 겪 었고, 내가 알아도 너보다는 잘 아니까.”
“……”
불만스러운 생각이 없는 것은 아
니지만, 지금 굳이 천태훈과 드잡이를 벌일 필요는 없었다.
스르르릉.
그런 후…….
이명환은 앞쪽에서 들려오는 검 뽑는 소리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저 검을 뽑으며 검이 검집과 마 찰하는 소리일 뿐이다. 무인의 삶을 살아온 그에게는 심심찮게 들어온, 익숙한 소리에 불과하다.
그런데 왜 몸이 떨리는 것일까?
두 자루의 검을 뽑아가슴 앞에서 교차시킨 강진호의 머리카락이 흔들 리기 시작했다.
‘흔들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데?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갑자기 강진호의 머리카락이 거꾸 로 치솟는 듯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이내 강진호의 육체에서 검붉은 연 기 같은 것들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 했다.
“흐윽.”
이명환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저, 저거…… 내공인가?’
극도로 단련한 내공은 눈에 보일 정도로 유형화되어 뿜어져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 그도 그의 스승이 우 윳빛으로 보이는 내력을 양손에 모 으는 것을 본 적이 있으니,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이건 정도가 다르다. 아니, 차원이 달랐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연기가 강진호의 몸을 타고 돌더니, 그의 팔을 통해 밀려 올라가 검을 휘 감기 시작했다.
“ 후우……
가볍게 심호흡을 한 강진호가 두 검을 살짝 들어 올린다 싶더니, 이 내 강렬하게 아래로 내려쳤다.
파아아앙!
검끝이 공기를 찢으며, 긴 채찍을 휘둘렀을 때나 나는 소리를 만들어 냈다. 밀리고 찢겨나는 공기들의 비 명을 뒤로하고, 강진호의 검에서 뿜 어진 검붉은 기운이 문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명환은 목구멍을 뚫고 나올 것 같은 심장을 억누르며 두 눈을 부릅 떴다.
검끝에서 발출된 검은 기운이 문 과 부딪치는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앙 !
세상이 뒤집혔다.
“으아아아!”
앞쪽에서 터져 나온가공할 충격 에 몸이 뒤집힌 이명환이 비명을 질 렀다. 바닥이 머리로 날아들고, 다리가 허공으로 허우적거린다. 순간, 방 향감각이 사라지고, 정신이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몇 번이나 바닥에 튕기고 나서야 겨우 쓰러질 수 있는 자유를 손에 넣은 이명환이 입안에 잔뜩 들어온 흙을 뱉어냈다.
“퉤!”
이게 뭔 일인가.
이명환이 고개를 휘휘 젓고는 몸
을 일으켰다.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호기심이 혼란을 이겨냈다. 양팔로 몸을 지탱 하고 상체를 일으킨 이명환의 눈에 자욱한 흙먼지가 들어왔다.
그런 후…….
이내 그 흙먼지가 잦아들고 드러 난 광경에 이명환은 할 말을 잃어버 렸다.
없다.
문이 아니라 영남회를 상징하듯 드높게 세워져 있던 정문이 사라져 있었다. 높이 4m는 될 듯한 거대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정문이 말이
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사라져 버린 정문을 바라보는 이명 환의 입이 헤~ 하고 벌어졌다. 아 래쪽에 드문드문 뿌려져 있는 콘크 리트 파편과 잘려 나간 철골만이 이 자리에 정문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이명환은 벌어진 입에서 침이 흘 러내리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눈 한번 깜빡이지 못하고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실인가?’
이명환의 몸이 덜덜 떨려왔다.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도 무인이다. 그것도 총회에 몸 담은 무인이다.
무인은 일반인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강하고, 일반인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들을 쉽게 해내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런 무인들의 기준으로 보아도 강진호가 벌인 일은 상식을 벗어나고 있었다.
“갑니다.”
강진호는 그 말을 남기고 뒤도 돌 아보지 않은 채 앞으로 걸어 들어갔다.
“아……”
이명환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자.”
“그, 그래.”
이제는 봐야 한다.
지금까지는 반쯤 끌려온 것이지 만, 지금 이명환은 제의지로 강진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보고 싶다.
저 상식을 초월한 괴물이 영남회 로 들어가서 어떤 일을 벌일 것인 지, 그의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뭐야, 씨발!”
“저, 저거 뭐야! 이게 뭔 일이야? 폭격이라도 떨어졌어?”
지축을 뒤흔든 충격과 귀를 찢는 폭음을 듣고도 이상이 생긴 줄 모른 다면 무인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분분히 뛰어나온 이들이 정문 뒤로 펼쳐진 거대한 공간을 메우기 시작 했다.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감을 잡 지 못한 이들이 차마 이쪽으로는 다가서지 못하고 거리를 둔 채도열하 기 시작했다.
꿀꺽.
이명환이 마른침을 삼켰다.
실제 저들이 저기 멈춰 선 이유는 강진호를 경계해서는 아니겠지만,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강진호 하 나를 두고 영남회가도열하는 모양 새가 되었다.
입구를 점령한 강진호, 그리고 그 강진호의 건너편에서 몰려드는 영남 회.
‘혼자서 영남회를 상대할 테니도 망가지 못하게 포위나 하라고?’
미친 소리다.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미친 짓이라고 말 할 수 없게 되었다.
강진호 대 영남회.
미친 전쟁의 막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조금 소란이 잦아들기 시작하자 강진호가 적루를 들어 올렸다.
달빛을 받아 새하얗게 빛나는 검은 일순간 그를 보고 있던 모든 이 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늘을 향한 검이 유려한 호선을 그리며 천천히 아래로, 다시 좌에서 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끝으로 영남회의 무인들은 쭈욱 지나치던 적루가 마지막으로가리킨 곳은 부서진 정문이 있던 자리였다.
“빠져나갈 곳은 저곳뿐이다.”
그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음에도 모두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선명하고도 잔혹하게.
강진호의 입가가 뒤틀리더니, 하 얀 이가 드러났다.
“나를 죽이고 빠져나가 봐. 살길은 그것뿐일 테니까.”
새하얀 달빛이 시리게 내리는 밤의 한가운데서…….
마존이 그 이를 드러내고 광소를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