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63)
마존현세강림기-364화(363/2125)
마존현세강림기 15권 (15화)
3장 내보이다 (5)
“무슨 소리지?”
김석일이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문밖을 지키고 있던 비서들이 우르르 안으로 뛰쳐 들 어왔다.
“회, 회장님!”
“무슨 일이냐!”
“초, 총회! 총회 놈들이 쳐들어왔 습니다!”
“총회?”
김석일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딱딱 하게 굳어버렸다.
“쳐들어왔다니? 얼마나? 얼마나 온 것이냐?”
“그건 아직 파악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 무능한 것들!”
김석일이 다리 앞의 탁자를 걷어 찼다. 원목으로 된 탁자가 산산조각 이 나며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이곳까지 총회가 쳐들어오는 것
을 몰랐다는게 말이나 되는 소리 냐! 내가 분명 움직임이 있을 테니 예의 주시하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딱히 움직임이 없다는 소리를 들은 지가 이제 겨우 반나절 됐다! 그런데 뭐? 총회가 쳐들어와?”
사자처럼 포효하는 김석일의 기세 에 비서들이 몸을 떨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들이 회장으로 모시는 사람이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지를 알고 있는 그들이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는 숨도 쉬기가 힘들었다.
“이현수는! 이현수는 어디 있냐?”
“……아마 이쪽으로 오고 있을 겁니다.”
“그 멍청한 새끼가! 내가 그만큼 이나 총회를 제대로 감시하라고 했는데, 적이 집안에 쳐들어올 때까 지도 몰랐다는 말이야?”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물론 김석일의 말은 대답을 바라 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저 분을 이기지 못해 내뱉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빌어먹을! 제대로 하는 것이 하 나도 없어!”
김석일이 씩씩거리다가 심호흡을
했다.
화를 내는 것은 간단한 일이고,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은 나중에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 총회를 막아내지 않으면 그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질 것이다.
“내가 직접 나가겠다. 각 계열 수 장들 소집하고, 타격대 출동시켜!”
“예!”
거칠게 문밖으로 나서면서 김석일 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이 얼굴 에는 숨길 수 없는의혹이 떠올라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아무리 총회가은밀히 움직였고, 아무리 방진훈이 능력 좋게 그 사실은은폐했다고 해도 이건 말이 되지 않았다.
영남은 그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곳이다. 아무리은폐를 했다고는 하나 영남으로 들어선 놈들이 이곳 에도착할 때까지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현수.’
뿌드득.
김석일이 이를 갈았다.
영남회로 들어오는 정보를 총괄하는 이가 바로 이현수다. 이 상황은 이현수가 영남회로 들어오는 총회에 대한 정보를의도적으로 누락시키거 나 감추지 않고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은 이현수의 배신이다.
“찢어 죽여주겠다.”
이용가치가 있기에 이를 드러내도 참았다. 아무리 으르렁거린다고 해도 이현수는 결코 그를 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 법이니까.
아무리 이현수가 자신에게 불만이 있다고 해도 자신이가진 힘과 권력을 인정하는 한에는 결코 대항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 모든 투정을 받아준 것이다.
하지만 이를 드러냈다고 하면 상황이 다르다.
이현수를 세상에서가장 처참하게 죽여 버리겠다는 마음을 품으며 밖으로 나가던 김석일이 일순 멈춰 섰다.
‘잠깐.’
그런데 아까 그 충격은 무엇이었을까?
“설마 이놈들…… 폭탄이라도 쓴 것은 아니겠지?”
둘이 같이 공멸하자는 생각이 아니면 그런 방법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풀리지 않은의문을가지고 김석일이 밖으로 걸어 나갔다.
“……뭐라는 거야, 저 새끼?” 이 감정을 뭐라고 해야 할까? 황당함?
아니면 어이없음?
김진영은 무너진 정문 앞에 서서 검을 들고 있는 청년을 보며 눈을 부라렸다.
“저 새끼, 뭐라는 거냐?”
“……나를 밟고가라 아닙니까?”
“그건 영화 대사고.”
“그 영화 대사를 지금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자기를 죽여야 여기를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하는 것 같은데요?”
“미친 또라이 새끼가.”
김진영은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여기가 어딘가.
영남회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대의 무인 세력이란 말이다. 그런 곳에 혼자 기어 들어와서는 나를 쓰러뜨려야 너희가 살길이 열릴 거라니.
“미친놈이 만화를 너무 봤나.”
“웬만한 만화 주인공도 저런 짓은 안 하지 말입니다.”
“그렇지?”
“어? 저기, 이사님 나오십니다.” 김진영이 앞으로 걸어 나가는 사 내를 보며 눈을 좁혔다.
‘용재성 이사.’
영남회 내에서도 급진파로 유명한 이사였다. 나름 신중하다고 할 수 있는 회장과는 다르게 과격론자였 고, 그에 걸맞게 성격도 괄괄하기로 유명했다.
앞으로 걸어 나와 강진호의 앞쪽 에 선 용재성이 입을 열었다.
“……이거, 네가 한 거냐?”
용재성이 정문을가리키자 강진호가 희게 웃었다.
“물어봐야 할 만한 일인가?”
“애새끼가……
용재성의 얼굴에 노화가 일었다.
“감히 이런 짓을 해놓고도 무사히
살아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강진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신병이라도 걸린 건가? 어린놈 이 겁이 없구나. 너 혼자 온 것은 아닐 테고?”
그 순간이었다.
그 말이 신호였다는 듯이 담벼락 위로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총회의 무인들이 뛰어올랐다.
“이런……
용재성이 그 광경을 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겁대가리도 없는 놈들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용재성의 눈이 익숙한 얼굴을 쫓 았다.
“이중걸! 당신이 끌고 온 거요?”
용재성이 한쪽 벽 위로 올라서 있는 이중걸을 보고는 이를 갈았다.
그 눈빛을 받은 이중걸이 어깨를 으쓱했다.
“영남회의 정보가 그리 느린게 아니라면, 내가 이제 실권을 잃었다는 것 정도는 아실 거요. 내게 물을 일이 아니지.”
“그렇겠지. 그래……
용재성의 시선이 반대편으로 돌았
다.
“그럼 네놈이겠군, 방진훈.”
한쪽 벽에 걸터앉아 있던 방진훈 이 한숨을 쉬었다.
“뭐, 나를 신경 쓰는 것은 괜찮지 만, 지금 그럴 때가 아닐텐데.”
“뭐라고?”
“귀가 있으면 들었을 것 아니오. 우리는 여기에서 한 발도 안 움직입니다. 그 앞쪽으로는 안 갈 테니, 그쪽으로 빠져나가시든가. 대신에 우리 뒤로 넘어갈 생각은 안 하는게 좋을 거요.”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나도 장난이었으면 좋겠수다.”
방진훈이 궁시렁거리자 용재성이 황당하다는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 았다.
“그러니까……
용재성이 혼란스러운 머리를 정리 했다.
“너 혼자 우리를 상대하겠다는 거 냐? 저놈들은 그냥 구경이나 하고?”
“말하자면.”
“……거참.”
용재성이 황당하다는 둣이 웃어버 렸다.
이놈은 대체 영남회를 뭐라고 생
각하는 건가.
평소 같았으면 미친놈이 날뛰고 있다고 생각하여가볍게 강진호의 목을 따버렸을 용재성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 간단히 움직일 수가 없 었다. 그를 머뭇거리게 하는 것은 이 미친 짓에 방진훈과 이중걸이 동 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이 사내의 명령을 충실히 따 르듯이 말이다.
“너는 우리를……
막 뭔가 말을 하려는 순간, 강진호가 손을 들어 올리더니 그를 향해 까딱였다.
“이리 와.”
용재성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
“이리.”
처음에는 황당하고 화가 났다. 하지만 강진호가 같은 말을 다시 내뱉는 순간, 용재성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말았다.
‘뭐지?’
뭔가 갑자기 주변의 기온이 내려 간 둣한 느낌이 들었다. 피가 싸늘 하게 식는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내가 지금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건가? 이 용재성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영남회의 초기부터 지금까지 시퍼 런 칼날 위에서 살아온 그가 그의 반도 살지 않았을 것 같은 청년을 보고 두려움을 느낀다는 말인가?
이유 모르게 찾아온 공포가 반발 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애송이 놈이!”
용재성의 두 주먹이 움켜쥐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강진호의 검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지?’
강진호가 천천히 검을 좌측으로 쭉 뻗었다.
‘정말 미친놈인가?’
그와 강진호의 거리는 못해도 10 미터가 넘는다. 강진호의 팔이 그만 큼 길지 않은 이상, 저기에서 검을 휘두른다고 해도 그에게 닿을 리가 없었다.
아니면 저 자세로도약이라도 하 겠다는 건가?
‘전투를 모르는 놈이군.’
용재성이 양손에 내공을 모았다.
소수끼리의 싸움이라면 몰라도 단체 끼리의 전쟁이라면 무엇보다 그 기 세가 중요하다. 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싸움을 제압하여 확실하게 승리를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 다짐은 그저 공염불일 뿐이었다.
파아아아앙!
좌에서 우로 그어진 강진호의 검 끝에서 시커먼 기운이 마치 반달처 럼 날아왔다.
눈으로 그걸 인식하는 순간, 그 기운은 용재성의 목까지 닿아 있었다.
눈으로 보고도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속도.
‘이건 사기……
용재성의 생각은 이어지지 않았다.
목이 잘린 사람은 더 이상 생각을 할 수 없는 법이니까.
툭.
용재성의 목이 어린아이가 놓친 공처럼데구루루 굴러 바닥으로 떨 어 졌다.
싸늘한 정적.
경악과 공포가 장내를 휩쓸고 지 나갔다.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고, 그 누구도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어느 누 구도 지금 용재성의 목이 어떻게 잘 려 나간 것인지를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마법과도 같았다.
촤아아아아악!
용재성의 잘려 나간 목에서 피가 마치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털썩.
무릎이 풀려 쓰러진 용재성의 목 에서 고장 난 호수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듯 피가 홀러나왔다.
꿀꺽.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 왔다.
“ 후우……
낮은 심호흡 소리.
용재성의 시체로 몰려 있던 시선 들이 그 심호흡의 주인을 쫓아 일제 히 돌아갔다.
강진호는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들을 느끼며가만히 입을 열었다.
“ 다음.”
그제야 이들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저놈은 정말 혼자서 영남회 전체
를 상대할 생각인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무모한 객기가 아닐 것이다.
김진영은 그동안 자신들을 지켜주 던 회를 둘러싼 거대한 담이 마치 우리처럼 돌변했다는 것을 느꼈다. 이 거대한 우리 속에 그들은 그저 평화로이 풀을 뜯던 양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안으로 늑대가 난입한 것이다.
피 맛을 본 늑대는 피에 젖은 이를 드러내며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갈까?”
웃음기가 섞여 있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말로 그치지 않았다. 검을 살짝 휘둘러 떨친 강진호가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긴 밤이 될 거야. 그러니 지금부 터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게 좋겠 지.”
강진호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아니야.’
떨리는게 아니었다. 뭔가 흔들린 다 싶던 것은 강진호의 몸이 아니었다. 강진호의 몸 주변에 뭔가 불그
스름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던 것이다.
피처럼 붉고, 어둠처럼 시커먼.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오금이 저 리게 만들 만큼 불길한 기운을 두른 강진호가 그들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