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64)
마존현세강림기-365화(364/2125)
마존현세강림기 15권 (16화)
4장 증명하다 (1)
시작은 아주 간결했다.
전면으로 뛰어든 강진호가 검을 좌로 크게 휘둘렀다.
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간결하지 않았다.
김진영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 졌다.
이건 뭔가 좀 이상하다.
강진호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 그가 느낀 것은 두려움도, 공포도 아니었다.
이건 이질감이라고 불러야 하는 감정인 것이 틀림없었다.
자신에게 검이 날아오는 것을 느 낀 사람이 처음 해야 할 반웅은 무 엇일까?
검을 막아내거나, 그게 아니라면 피하려고 몸을 띄우거나…… 그 둘 중 하나여야 할 것이다.
피하거나 막으려 하던 이들이 피 하지 못하고 막아내지 못해 피를 뿌
리고 쓰러진다면, 아마 지금쯤 김진 영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려 하거 나 분노해 달려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강진호가 달려들어 검을 휘두르는 순간, 그 앞에 있던 이들은 마치 석 상이라도 된 듯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남은 것은 오직 하나.
마치 벽면에 그려진 벽화를 벽째 로 잘라내는 듯한 광경이었다. 그 공간이 마치 정지되어 있는 공간이 라도 되는 것인 양 강진호의 검이 공간을가르고, 그 공간 안에 있던
이들은 자신의 죽음도 인식하지 못 하는 것처럼 반으로 갈려 바닥을 굴 렀다.
그건 비상식적인 광경이고, 비현 실적인 광경이었다.
그리고가장 비상식적인 것은 김 진영의 반응이었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적이 쳐들어왔다.
그 적이 단순히 위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의 목을 자르고 내쳐 달려들어 동료들을 허리째 베어내고 있었다.
그런데도 김진영은 마치 영화라도
보는 듯이 그 광경을 그저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머리가 멍하다.
현실과 그의 사이에 마치 짙은 안 개가 낀 것처럼 현실감이라는 것을 잡아낼 수가 없었다.
“흐으윽……
그를 현실로 되돌린 것은 그의의 지가 아니라 어디선가에서 새어 나 온 신음이었다.
“아……”:
허리가 잘려 바닥에 쓰러진 이가 흘린 신음이 그의 정신을 급격하게 현실로 되돌렸다.
“으아아아아아!”
자신도 모르게 내뿜은 격렬한 비 명과 함께 주변이 순식간에 뜨거운 열기로 달아올랐다.
“죽여!”
“도망쳐! 달아나라고!”
“미친! 미쳤다고!”
그건 혼란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 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누군가는 무기를 뽑아들어 강진호를 향해 달려들었고, 누군가는 눈 물을 뿌리며 달아났다.
‘이게 뭐지?’
이곳은 영남회다.
대한민국 최대의 무인 단체다.
대한민국에서가장 위험한 곳이라 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대한민국에 서가장 경계가 삼엄한 곳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대의 단체라든가, 무인들의 집합소 같은 허울 좋은 껍데기를 한 꺼풀 벗겨내자 남는 것은 공포에 질린 이들의 비명뿐이 었다.
“이이익!”
그 사실을 참아내지 못한 김진영 이 검을 뽑아들고 강진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죽여 버리겠어!”
달빛 아래 웃고 있는 강진호의 얼 굴이 보였다.
“……저 미친놈이!”
이현수는 암담한 얼굴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총회가 영남회를 칠 것이라 예상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강진호가 있을 것이라는 건 이현수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자명
한 일이었다.
굳이 이현수가 아니더라도 그 정도의 정보를 볼 수 있는 이라면 강진호가 총회를 거의 장악했고, 또한 그 분노가 영남회를 향하고 있다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해 낼 수 있을 테니까.
그렇기에 이현수는 강진호가 총회를 움직여 영남회를 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하게 반만 맞았다.
강진호가 총회를 움직인 것은 사 실이었다.
하지만 그 총회 놈들이 하는 일이
라는게…… 주변을 포위하고도망 치는 이들을 막는 수중에 그칠 줄이야.
“제정신이 아니야.”
세상은 변한다.
과거 개인의 무위가 세력의 강함을 증명하던 시대가 있었다. 장수들 이 서로의 세력을 이끌고 전투에 들 어가면, 그 장수가 얼마나 강하고 현명한가에 따라서 승패가 결정 나는 시대가 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 었다.
하지만 세상이 발전하고 전술이 발전하면서 일개 장수가 전장에 미
칠 수 있는 영향력은 극히 줄어들었 고, 세상을 지배하려 하는 이들은 세력의 힘을 키우는 쪽을 선택했다.
무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개인의 무를 추구하는 것이 무인 들의 속성이기는 하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한국의 상황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주변국들에 비해서 지극히 개인적 인 성향을 띠는 한국의 무인들조차 영남회와 총회, 그 외에 잡다한 단 체들을 만들어 힘을 모았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현수는 단 한번도 그러한 사실에의문을가지지 않았다. 강진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를 두려워 해야 하는 이유는 그가 총회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생각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 었다.
‘틀린 거야.’
강진호는 총회를 손에 넣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언제든지 혼자의 힘으로 영 남회를 상대할 수 있던 것이다.
총회는 그저 들러리에 지나지 않았다. 영남회가 그를 건드렸고, 그것 에 대처하는 와중에 총회가 얽혀들 었을 뿐이다.
이현수의 몸이 덜덜 떨렸다.
무서워서? 공포스러워서?
아니다.
그의 몸을 떨게 만드는 감정의 정 체는 바로 환희였다.
그는 머리를 쓰고 사람을 농락하는 자다. 무인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진정한 정체성은 모사였다.
사람의 심리를 조종하고 정보를 파악해서 발빠르게 대처하며 허를
찌른다.
영남회라는 거대 단체를 제멋대로 주무른다는 것은 그 어떤 마약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거대한 쾌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보고 싶다.
개인의 무가 단체를 압도하는 광 경을.
세력에 휩쓸리고, 세상과 타협하 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생각을 굽히는게 아니 라, 그저 묵묵히 나를 강하게 만드
는 것만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을 뒤틀어 버리는 그런 광경을.
이현수의 내부에 내재되어 있던 그 적나라한 욕망이 지금 그 고개를 들었다.
힘들여 키워낸 영남회의 전력들이 강진호의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휩쓸 려가는 광경을 보면서…… 이현수는 비애가 아닌, 몸이 떨리는 환희를 느끼고 있었다.
‘더! 더 보여봐라! 더!’
이현수의 눈이 강진호의 뒤를 쫓 기 시작했다.
일검.
적루는 그 이름 그대로 붉은 눈물을 홀리고 있었다.
기운을 잔뜩 머금어 새하얀 검신 이 검붉게 변해 버린 적루가 몸을 파고든다.
처음에는 피부와 살을가르고 살 짝 걸리는 뼈를 마치 절단기처럼 잘 라낸 적루가 반대쪽 옆구리를가르 고 나온다.
잘려 나간 육체가 모로 쓰러지며 내장이 밖으로 홀러나온다.
쓰러지는 이의 얼굴에 어린 감정은 뭐라고 해야 할까?
죽음에 이른 자가 경악과 공포가 뒤섞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것은 더없이 익숙한 모습이었다.
이검.
두 번째 검은 청루가 맡는다.
쌍둥이로 만들어진 검이지만, 적 루와 청루의 느낌은 확연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달랐다. 적루가 끓 어오르는 듯한 투지를 자극하는 뜨 거운 검이라면, 청루는 그의의지가 너무 과도해지지 않도록 그를 차게 식혀주었다.
싸늘함.
검을 잡고 있는 그가 느끼고 있는
이 이질감을 검에 베이는 저들도 느 끼고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둘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적루든 청루든 같은 결과를가져 온다는 점.
죽음.
그에게 맞선 이에게 죽음이라는 공평한 결과를 선사한다는 점만이 동일한 점이었다.
촤아아악!
허수아비를 베는 것처럼 사람이 잘려 나간다. 그와 동시에 피가 하 늘로 솟구친다.
하나를 베고, 또 하나를 베고.
걸리적거리는 시체를 발로 걷어차 고는 다시 눈앞에 보이는 이를 베어 간다. 솟구친 피가 바닥으로 채 떨 어지기도 전에 또다른 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비가 하늘로 다시 솟구 친다.
혈우 (血雨).
그것은 기이한 광경이었다.
강진호가 앞으로 전진함에 따라 비가 내렸다.
붉은 비가 쉬지 않고 강진호의 몸을 적시고, 강진호의 주변을 적셔 나갔다.
“으아아……
피의 비를 뿌리면서 전진하는 강진호를 본 이들이 전의를 상실하기 시작했다.
만약 지옥에서 튀어나온 악귀가 있다면, 딱 이런 모습일 것이다. 머 리끝부터 발끝까지를 온통 검붉은 피로 적신 강진호가 유일하게 희게 번들대는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흐으으…”
“아아……”
검은 닿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미 바닥에 쓰려저 오줌
을 지리고 있는 이들도 보였다.
수십을가르고 베며 다가오는 이를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심정이 어 떠할 것인가.
영화에서 본다고 해도 오금이 저 릴 장면을 생생하게 눈앞에서 지켜 본 이들은 강진호가 적이라는 사실 조차도 잊어버렸다. 공포에 함몰되 어 버린 이들은 강진호에게서 멀어 지기 위해 풀린 다리로 필사적으로 바닥을 기었다.
“ 후우……
강진호가 낮게 숨을 내쉬었다.
‘부족해.’
이게 아니다. 이 정도가 아니다.
“좀 더.”
나를 먼저 건드린 건 너희잖아.
나를 건드렸을 때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것을 생각했어야지.
그럼 내가 올 것을 대비해 좀 더 확실한 함정을 파두었어야지.
으드득.
강진호가 이를 갈았다.
“좀 더 나를 즐겁게 해봐.”
파아아아!
좌로 그어진 강진호의 검에서 뿜 어져 나온 검기가 멀찍이 떨어져 그
를 바라보고 있던 이들을 덮친다.
“피, 피해!”
“으아아아악!”
설마 그곳에서 이쪽을 공격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던 이들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솟구치는 목과 울음 섞인 비명.
바닥을 붉게 물들이는 피.
익숙한 광경이다.
강진호는 그 광경에 묘한 향수마 저 느끼고 있었다.
한때는 이 모습이 그의 마음을 안 정시켜 주던 시절도 있었다.
피와 피, 죽음과 죽음만이 그와
함께하던 시절.
세상 모두가 그를 죽이려 하고, 세상 모두와 싸워야 했던 시절.
그 세상에서 벗어나 이제는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는 실감하고 있었다.
두렵고, 싫고, 메스껍기까지 하던 이 지겨운 광경을 다시 보는 심정이 결코 싫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는 살인 귀였다.
죽이고 또 죽여야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악마였다.
– 알고 있잖아?
“큭큭큭.”
넌지시 그를 부르는 적천마존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번들거리는 그의 시선을 마주한 이들은 직감해야 했다.
이자는 멈출 생각이 없다.
여기에 있는 자신들을 모두 죽이 기 전에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럼?’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
공포로 완전히 젖어버린 뇌는 되 레 침착함을 되찾고 있었다. 달아난 다고 해도 이 악귀가 끝까지 쫓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쥐들은 고 양이를 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저, 저쪽!”
똑똑한 이들도 있었다.
저 강진호를 상대하느니, 차라리 벽을 지키고 있는 총회 놈들을 쓰러 뜨리고 달아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떠올린 이들이 벽을 향해 달 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파아아앙!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한 파공음이 터져 나오며, 달려가던 이들이 날아 든 검기에 허리가 잘려 바닥을 구른다.
“……말했을텐데?”
달빛 아래에서 마귀의 웃음기 섞 인 목소리가 홀러나왔다.
“살아날 방법은 하나뿐이야.”
영남회의 무인들의 눈에 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달아날 방법은 없다.
생로는 하나뿐이다.
그렇다면?
살아남겠다는 필사적인의지를 다
진 쥐들이 고양이를 물기 위해 고양 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자신에게 달려드는 쥐들을 보며 고양이가 낮은 울음을 홀렸다.
“그래, 좀 더 날뛰어봐.”
그래야 내가 더 즐길 수 있을 테니까.
강진호의 눈이 환희와 광기로 물 들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