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366)
마존현세강림기-367화(366/2125)
마존현세강림기 15권 (18화)
3장 증명하다 (3)
“그게 뭔 소립니까?”
조규민의 얼굴을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나름 사람의 죽음을 많이 봐왔다고 생각하는 방진훈 자신도 지금 강진호가 만 들어내고 있는 광경에 토악질이 나
올 지경인데, 조규민은 오죽하겠는가.
당장 고개를 돌리고도망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칭찬해 주고 싶은 심 정이다. 그런데 조규민은 단순히도 망을가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가라앉은 그 눈이 그 사실을 증명 해 내고 있다.
“비효율적인 짓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건 그렇죠.”
“그런데도 이런 일을 한다면, 이 유가 있을 겁니다. 만약 저들을 확
실하게 박살 내겠다고 생각했다면, 기세를 꺾었을 때 신호하면 달려들 라고 말을 해놨겠죠. 마지막까지 지 켜보라고 했으면, 그 이유가 있을 겁니다.”
“으으으..
방진훈이 침음성을 홀렸다.
확실히 조규민의 말이 맞았다. 돌 이켜 보면 강진호는 디테일하게 뭔가를 설명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시 켜야 할일이 있다면 확실하게 설명을 하는 타입이었다.
‘내 눈빛을 보고 네가 알아서 대 응해라’라는 미친 짓은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럼 왜 저러고 있는 겁니까?”
“보고도 모르시겠어요?”
“ 예?”
조규민이 손가락으로 강진호의 반 대편에 있는 영남회의 무인들을가 리 켰다.
“보세요.”
방진훈이 눈을가늘게 뜨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
그제야 방진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멀리서 강진호가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방진훈들도 공포가 밀려오고 있는데, 바로 앞에서 자신을 노리는 강진호가 날뛰는 모 습을 보는 저들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영남회 놈들은 반쯤은 정신을 놓 아버린 것 같았다.
도망가려는 이와 맞서 싸우려는 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넋을 놓아 버린 이가 얽혀 말 그대로 지옥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전쟁이라도 나 서도시 한가운데에 포격이 마구 쏟 아지면 이런 꼴이 되지 않을까 생각 이 들 정도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름의 욕이 있던 것 같은데.”
강진호가 그들을도발하고 나서 한번 대규모로 강진호에게 달려들 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선두에 선 자들이 말 그대 로 십육 등분이 나버린 이후로는 그 예봉마저 꺾여 버렸다.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늑대가 곱게 죽여 주기를 기도하거 나 날카롭지 못한 뿔을 들이밀며의 미 없는 저항을 하는 것뿐이었다.
“미치겠군.”
어이가 없었다.
강진호는 말 그대로 혼자서 영남 회의 정문으로 걸어 들어가 혼자서 영남회를 쓰러뜨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최대의 무인 세력이라는 영 남회를 말이다.
“……미치겠다고!”
하늘을 향해 고함치는 방진훈의 말이 지켜보는 이들의 심정을 대변 해 주고 있었다.
“크르륵.”
목젖이 잘린 이의 목에 피가 차오 른다.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뒤로 쓰러지는 이의 뒤편으로 겁에 질린
무인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아……
“히이이익!”
전신에 피 칠갑을 하고 웃으며 그 들에가 다가오는 강진호의 모습은 꿈에 나올까 두려울 정도로 공포스 러웠다.
“후우.”
강진호는 낮게 심호홉을 했다.
뚜욱, 뚜욱.
머리카락에 잔뜬 고인 피가 방울 방울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개를 들 어 하늘을 보니 별이가득한 하늘가운데 새하얀 달이 떠 있었다.
“후우……”
다시 한번 심호흡을 한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무인들을 바라보았다.
잔뜩 질려 있는 모습.
사람이 아닌 그 무언가를 보는 듯 한 그 눈빛이 익숙한 향수를 자극하 고 있었다. 눈빛에서 적의가 사라졌다. 그리고 누구도 감히 자신과 눈을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오랜만이었군.’
강진호는 미약한 아쉬움을 느꼈다.
가슴속의 목소리가 그에게 자꾸 말을 걸고 있었다. 아직은 조금 더
날뛰어도 된다고 말이다.
‘닥쳐!’
하지만 강진호는 그 목소리를 내 리눌렀다.
그는 이미 살인마다.
예전부터 그는 살인마였고, 지금도 살인마이며, 앞으로도 살인마가 될 것이다.
하지만 살인마일지언정 피에 잠식 되지는 않는다. 목적 없이 사람을 죽이는 것 자체에 집착하게 되는 순간, 그는 이제까지의 자신을 잃어버 리고 단순한 마인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다음.”
강진호의 말이 떨어지자 앞쪽에 있던 무인들이 바닥에 주저앉더니 엉금엉금 기어 그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눈물과 콧물이 얼굴을 잔뜩 더럽 히고 있지만, 죽음의 공포 앞에서 그런 것은 아무런의미도 없는 모양 이었다.
“ 다음.”
강진호는 그 자리에서 조용히 다시 말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었다.
“다음 죽을 놈은 누구냐?”
그 누구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여전하군.’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이건 강진호가 예전부터 자주 쓰 던 방식이다. 이 방법은 무척이나 효율이 높았다.
전력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은 간단하다. 단일 세력 중 최강 단체 라고 할 수 있는 마교가 몰려가면 그 누구도 항복을 하지 않을 수 없 으니까.
마교의 잔학성과 집요함을 알고
있는 이들은 척을 졌다는 것만으로 백기를 내걸고 자비를 구걸했다.
하지만 그뿐.
세력의 강함으로 만들어낸 굴종은 세력의 빈틈을 찾기 마련이다. 그런 식으로 굴복시킨 문파들은 언제나 마교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기회를 노렸고, 언제나 그들의 뒤통수를 치 기 위해 매진했다.
진심으로 굴복하지 않은 이들을 아래에 두는 것은 독을 삼키는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방법은 다르다.
세력과 세력이 맞붙게 된다면, 사
람은 계산을 하게 된다. 이길 수 있는가 없는가를 고민하고, 피해를 줄 일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하지만 상대해야 하는 이가 세력 이 아니라면?
그때는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굴 복하게 된다.
오늘 강진호가 날뛰는 모습을 본 이들은 앞으로 두 번 다시 강진호에게 반기를 들지 못할 것이다.
예전의 적천마존의 광기를 본 이 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그렇기에 청마는 그를 치기 위해 서 교도들이나 적대 세력의 무인들
이 아니라 천하에 있는 절대고수들을 모조리 끌어모아야 했다.
교에 무심한 강진호와 다르게 교의 실권을 모두 장악한 그가 강진호를 치라는 명령을 내리지 못할 정도 로 교도들은 강진호를 두려워했으니 까.
이들 역시 이제 마찬가지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방법이 희생을 한결 줄 이는 길이었다.
강진호가 총회를 움직여 전쟁을 벌였다면 못해도 지금 그가 죽인 이 들의 열 배는 넘는 수가 목숨을 잃
었을 것이다.
딱히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사람의 목숨을 구하려 한 건 아니지만, 어차피 사용해야 할 전력이라면 낭 비가 없는 쪽이 좋았다.
“선택해라.”
강진호가 쐐기를 박기 시작했다.
“죽든가……
촤아악!
허공으로 휘둘러진 적루의 끝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단 한번의 휘 두름으로 새하얀 검신을 되찾은 적 루가 달빛을 받아 시린 검광을 뿜어 냈다.
“아니면 굴복하든가.”
정적.
침 삼키는 소리마저 선명하게 들 릴 듯한 정적이 연무장 위로 내려앉 았다. 이제까지의 비명과 신음이 거 짓이라도 된 것마냥 어디선가 풀벌 레 우는 소리가 낮게 들려왔다.
“죽고 싶다면 저항해라. 나는 죽 고자 하는 이들을 살려줄 정도로 자 비롭지 않다.”
모두의 시선이 강진호를 쫓았다.
“하지만 굴복하겠다면 목숨은 살 려주지.”
복잡한 계산?
상황에 대한 분석?
그런 것은 없었다.
강진호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이 곳에 있는 모두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었다.
“굴복하겠다면 무기를 버리고 그 자리에 엎드려라. 그러지 않은 이는 서 있으면 된다. 마지막에는 같은 꼴이 될 테니까.”
같은 꼴?
그럴 것이다.
서 있는 자는 검에 베여 바닥을 구르게 될 테니까.
스으으으으으.
강진호의 몸에서 벌떼가 우는 듯 한 소리가 홀러나오기 시작했다.
‘뭐, 뭐지?’
육체에서 뿜어져 나온 검붉은 기 운이 강진호의 몸을 감싼다. 발끝부 터 머리끝까지, 검붉은 연기가 육체를 집어삼킨 듯한 모습이었다.
전신을 검게 물들인 강진호의 육 체에서 두 눈만이 선명한 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셋을 세지.”
강진호의 목소리가 조금 더 거칠 어졌다. 유부에서 흘러나온 듯 음산 하고도 낮은 그 목소리를 들은 이들
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알 수 있었다.
저자의 말에 따르지 않은 이가 무 슨 꼴을 당할지.
아마 강제로 바닥을 기어 다니게 될 것이다. 몸뚱아리가 반으로 잘린 채로 말이다.
“셋.”
투투툭!
무기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소리가 마치 빗소리처럼 울렸다.
털썩! 털썩!
여기저기서 힘없이 바닥으로 주저 앉는 소리가 울렸다. 셋이라는 말이
입에서 나왔을 뿐인데도 과반이 넘는 수가 바닥에 시체처럼 엎드렸다.
아직 서 있는 이들의 얼굴에도 당 황이 어리기 시작했다.
“둘.”
상황을 파악한 이들이 기겁을 하 여 바닥으로 엎드렸다.
“ 하나.”
마지막 숫자를 셌을 때, 머리를 들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죽음의 공포와 강진호가 뿜어내는 위압감이 그들의 선택을 너무도 수 월하게 만들었다. 강진호는가만히 고개를 돌리다가 입을 열었다.
“쓰레기 같은 것들이……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이들의 등으로 소름이 돋아났다.
그 목소리에는 명백한 아쉬움이 어려 있었다.
이만큼이나 되는 무인들을 죽이고 서도 저 악귀는 피를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더 저항하는 이들이 없어 죽일 수가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나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이 너무도 끔찍하고 두려 웠다.
강진호는 적루와 청루를 바닥에
박아 넣고는 심호흡을 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방진훈을 바라보았다.
“방진훈.”
일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멍하게 강진호를 바라보고 있던 방진훈이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예! 예!”
“무기를 회수하고 제압해서 한쪽으로 모아놔.”
“알겠습니다.”
“……반항하는 이가 있으면 죽 여.”
“예!”
방진훈이 허리를 구십도로 꺾으 며 대답했다.
가만히 방진훈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바닥에 꽂아 넣은 적루와 청루를 뽑아들더니 검집으로 밀어 넣었다.
스르르릉.
스르르릉.
검이 검집안으로 들어가는 소리를 들은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 었다.
그중에는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에 눈물을 흘리는 자들도 있었다.
‘끝이군.’
방진훈은 그 광경을 보며 한가지
를 알 수 있었다.
대항하지 못한다.
저들은 이제 평생 강진호의 앞에 서 숨도 쉬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이나 오늘 강진호가 보여준 모습은 저들에게 화인처럼 박혀들었다.
‘이쪽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야.’
강진호가 날뛰는 모습을 본 것은 영남회뿐만이 아니다. 총회의 무인 들도 그의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방지훈이 이를 꽉 깨물었다.
‘오늘 이후로 두 세력 중 어느 곳도 저 사람에게 대항하지 못할 것이
다.’
강진호는 다른 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너무도 간단하게 대 한민국의가장 커다란 두 무인 세력을 발아래로 놓아버렸다. 흙발로 짓 뭉개며 말이다.
하지만 방진훈은 몰랐다.
그에게는 이것이 끝이지만, 강진호에게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사 실을 말이다.
“김석일은 어딨지?”
아직 배를 채우지 못한 굶주린 늑 대가 다음 먹잇감을 향해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